[OSEN=고용준 기자] 지난 2월에 열린 ‘2025 VCT 킥오프’ 당시 T1은 ‘슈퍼 팀’을 구성한 탓에 그야말로 화제의 중심이었다.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모여서 기존 젠지-디알엑스 양강 구도를 위협하리라는 예측이 나옸고, 결국 젠지를 따돌리고 결승행에 성공했다.
아쉽게 준우승으로 리빌딩 첫 대회를 마친 T1에 ‘헤이븐’은 아픈 손가락 같은 맵이었다. 승자 결승 2세트에서 디알엑스에 연장 승부 끝에 13-15로 패하면서 역전패(1-2)의 빌미를 제공했고, 젠지와 패자 결승에서도 세트스코어 2-0으로 앞서다가 5-13으로 대패하면서 추격의 여지를 줬다. 5세트 바인드를 힘겹게 잡아내고 결승에 진출했지만 사람들의 기억에 ‘헤이븐’은 T1의 주전장이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했다.
오히려 4전 전승을 기록한 ‘로터스’나 2전 전승 맵인 ‘펄’이 강한 인식을 심어줬다. 로터스의 경우 디알엑스에게 2승을 기록했기에 T1의 주전장으로 각인됐다.
그럼에도 T1은 탈락이 걸려있던 스위스 스테이지에서 왜 주저없이 ‘헤이븐’을 골랐을까. ‘스탁스 김구택은 당당하게 T1의 첫 번째 전장은 ‘헤이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T1은 23일 오후(이하 한국시간) 태국 방콕 UOB 라이브 아레나에서 열린 2025 발로란트 마스터스 방콕 스위스 스테이지 2라운드 트레이스 e스포츠와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0(13-3, 13-8)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T1은 스위스 스테이지 3라운드로 진출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이날 경기에서 ‘프랙처’와 ‘어비스’를 트레이스와 T1이 차례대로 1밴을 한 이후 트레이스는 ‘로터스’를 골랐고, T1은 ‘슈퍼 팀’ 결성 이후 전승을 달리던 ‘펄’ 대신 ‘헤이븐’을 선택했다.
밴 2페이즈가 시작되자 트레이스는 당연히 ‘펄’을 제외했고, T1 또한 ‘바인드’를 소거하면서 남아있던 ‘스플릿’이 3세트 맵으로 낙점됐다.
경기 후 무대 인터뷰로 나선 ‘스택스’ 김구택은 많은 이들이 품었던 ‘펄’이 아닌 ‘헤이븐’을 선택한 이유를 들려줬다.
“우리의 퍼스트 맵은 항상 헤이븐이라고 생각했다. 상대가 금지 없이 열어줬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해서 당연히 픽을 했다. 대중들이 왜 그렇게 생각할지 궁금해 하실수 있지만, 우리의 첫 번째 맵은 헤이븐 이라고 생각한다.”
과거 디알엑스 시절부터 공교롭게도 김구현은 중국 팀들을 단 한 번 패하지 않았다. 그 점을 묻자 김구택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의식하지 못했다는 점을 밝히면서 그간 세월로 축적된 ‘기운’을 언급했다.
“그런 생각을 해 본적은 없었다. 지금 이야기를 듣고 처음 알았다. 아마 나를 알고, 스크림에서 중국 팀 상대로 이펙트를 많이 줬기 때문에 중국 팀 상대로 아마도 우리의 아우라(기운)가 나오는 게 아닐까 싶다.(웃음)” / scrappe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