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상학 기자]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안방이 어느 때보다 풍족해졌다. 한화에서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베테랑 포수 이재원(37)이 쾌조의 컨디션으로 부활 조짐을 보이면서 젊은 포수들의 성장을 촉진하고 있다.
한화의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가장 돋보이는 선수 중 한 명 이재원이다. 2차 캠프지 일본 오키나와로 넘어온 뒤 실전에 투입된 이재원은 5경기에서 8타수 3안타 2타점 1볼넷을 기록 중이다. 2루타도 2개를 터뜨리며 장타력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타격보다 더 눈길을 끄는 것은 수비력이다. 벌써 4번의 도루 저지로 칼같은 송구력을 뽐내고 있다. 지난 27일 SSG 랜더스와 연습경기에선 1회 정준재, 3회 최지훈의 2루 도루를 연이어 저지했다. 송구 동작도 빠르고, 자동 태그로 이어진 정확성도 빛났다.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선 1루 견제사를 이끌어내는 등 ‘레이저빔’ 송구로 5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투수들을 편하게 이끌어주는 리드와 볼 배합 능력을 인정받는 이재원은 SSG 시절 막판 도루 저지에 약점을 드러냈다. 도루 허용의 책임은 투수의 슬라이드 스텝 영향이 크지만 그걸 감안해도 이재원의 2022~2023년 도루 저지율은 각각 9.8%, 15.4%로 너무 저조했다.
하지만 지난해 한화로 와선 27.9%로 끌어올렸다. 베이스 크기 확대와 피치 클락 시험 운영으로 도루 저지가 어려워진 환경이지만 300이닝 이상 수비한 포수 18명 중 도루 저지율 3위로 눈에 띄게 좋아졌다. ABS 도입으로 포수 프레이밍 시대가 끝났고, 김정민 배터리코치의 지도 속에 기술적 향상을 이뤘다.
올해도 도루 저지를 비롯해 수비 안정 속에 타격까지 살아나면서 완전한 부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원은 SK, SSG에서만 18년을 뛰며 무려 5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다. SK 왕조 시절에는 요긴한 백업으로 뒷받침했고, 2018·2022년에는 주전 포수로 공수에서 맹활약하며 우승을 이끌었다. 2018년 우승 후에는 4년 69억원 무옵션 계약으로 FA 대박을 치기도 했다.
그러나 FA 계약 이후 성적이 계속 떨어진 이재원은 2023년 시즌을 마치고 SSG로부터 코치 제의를 받았다. 하지만 현역 연장을 위해 18년 몸담은 고향팀을 떠났고, 1군 최저 연봉 5000만원에 한화와 계약했다. 지난해 1군 72경기를 뛰며 주전 최재훈의 부담을 덜어주는 두 번째 포수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 같은 기여도를 인정받아 올해는 연봉이 다시 1억원으로 올랐다.
부상 방지를 위해 겨우내 체중도 10kg 정도 감량한 이재원은 공수에서 경쾌한 움직임으로 ‘우승 포수’ 부활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는 인천에 있던 아내와 두 자녀도 대전으로 모두 이사를 오면서 더욱 야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됐다.
주전 포수 최재훈도 10kg 넘게 체중을 빼면서 몰라보게 슬림해졌고, 캠프 실전에서 3경기 6타수 2안타에 도루 저지 한 번으로 순조롭게 페이스를 끌어올리고 있다. 특별한 일이 없는 한 1군 엔트리에 포수는 2명이 들어가는데 올해도 한화 안방은 최재훈과 이재원으로 꾸려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5강 이상을 바라보는 한화로선 경험 많고 컨디션도 좋은 두 포수 위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젊은 포수들의 성장이 더딘 것도 아니다. 2022~2023년 1군 백업 포수로 경험치를 쌓은 박상언(28)도 이번 캠프에서 5경기 9타수 5안타 1타점에 도루 저지 한 번으로 활약 중이다. 상무에서 군복무를 마친 포수 유망주 허인서(22)도 6경기에서 5타수 3안타로 타격감이 좋다. 매 경기 한 타석으로 제한된 상황에서도 부드러운 스윙으로 타격 재능을 보이며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다.
한화는 수년 전부터 최재훈 다음 세대 포수를 준비했고, 시기상 지금쯤 박상언이나 허인서가 1군에 자리를 잡거나 경험을 쌓아야 한다. 지난해 이재원을 방출 시장에서 영입할 때도 허인서의 상무 전역 시점까지 시간을 벌어줄 임시 전력으로 봤다. 하지만 이재원이 예상보다 훨씬 좋은 모습으로 1군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고, 허인서를 묵혀둬야 할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수 있게 됐다. 이재원의 반등으로 한화 안방이 풍족해졌고, 시즌 중 포수 전력에 구멍이 나는 팀으로부터 트레이드 문의를 받을 가능성도 높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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