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서 최악의 경기장 폭력사태 '74명 사망'...음모설도 제기
입력 : 2012.02.0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류청 기자= 이집트 항구 도시 포트 사이드에서 최악의 경기장 폭력사태가 벌어져 현재까지 74명이 사망하고 천 여명이 부상당했다.

사건은 현지 시간으로 1일 저녁 알 마스리와 알 아흘리의 경기가 끝난 후에 시작됐다. 경기는 홈 팀 알 마스리의 3-1 승리로 끝났는데, 양 팀 팬들이 경기장으로 난입해 충돌했다. 경찰이 막아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녹색 그라운드에서 참사가 벌어졌다.

‘BBC’에 따르면 지금까지 집계된 사망자는 적어도 74명이다. 부상자는 천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더 많은 사망자가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참담한 상황이다.

사망자가 많은 배경에는 무기가 있다. 복수에 외신에 따르면 양 측 팬들 중 일부는 이미 칼을 소지하고 경기장에 들어왔었다. 이들은 그라운드 위 충돌에서 다른 팀 팬들을 향해 칼을 휘둘렀다. 주요 사인은 뇌진탕과 깊은 자상(머리) 그리고 질식(한쪽으로 사람이 몰리며 깔리면서)으로 밝혀졌다.

참사는 조그만 것에서 시작됐다. 한 알 아흘리 팬이 홈 팬들을 모욕하는 문구가 적힌 걸개를 들고 있었고, 경기가 끝난 후 알 마스리 팬들이 격분해 알 아흘리 선수들과 팬들을 공격하면서 일이 커졌다.

알 아흘리에서 뛰는 모하메드 아보 트레이카는 “이것은 축구가 아니다. 전쟁이다. 사람들이 우리 앞에서 죽어갔다”라며 절규했다.

몸 수색이 제대로 되지 않았고, 경기장 경비가 허술했던 것도 사건을 키웠다. ‘BBC’ 이집트 특파원 존 레인은 경기장에 배치된 경찰 병력이 성난 팬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고 설명했다. 경기장 경비 병력은 지난해 벌어진 ‘이집트 혁명’ 이후 전보다 준 것으로 알려졌다.

이집트는 충격에 빠졌다. 이집트 역사상 가장 끔찍한 축구장 폭력에 당황하고 있다. 헤샴 셰이하보건부 차관은 “불행하고, 극도로 슬픈 일”이라며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정치권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이집트의 새로운 내각은 모든 프로축구경기를 취소했다. 제프 플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도 긴급 성명을 냈다. 그는 “축구계 암흑의 날이다. 이러한 재앙은 상상할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 되는 것이었다”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일이 정치적인 사건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현재 다수당인 무슬림 형제단 국회의원인 에삼 알-에리안은 “이번에 포트 사이드에서 일어난 사건은 계획됐다. 전 정권들의 잔당이 보낸 메시지”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수십 년 동안 철권통치를 하다 쫓겨난 호스니 무바라크 전 대통령의 잔당들이 민심을 흔들기 위해 이번 일을 계획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십대에 알 아흘리에서 선수로 활약했던 하니 세딕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축구에 관련된 일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이들은 축구 팬이 아니다”라며 “어떻게 그들이 그라운드에 칼을 들고 들어갈 수 있었을까?”라고 되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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