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준의 축구환상곡] 바르사의 불안요소…오사수나전 패인은?
입력 : 2012.02.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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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FC 바르셀로나(이하 바르사)가 전반기 8-0으로 대파했던 오사수나에게 일격을 당했다. ‘천하무적’으로 불리던 바르사는 그들을 괴롭힐 수 있는 불안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허무하게 무너졌다.

바르사는 승리 보다 패배가 이슈가 되는 팀이다. 하지만 23라운드 오사수나 원정은 부진이 예견된 경기였다. ‘숙적’ 레알 마드리드와 승점 차이가 10점으로 벌어진 바르사는 라리가 4연패의 가능성이 사실상 사라졌다. 바르사에게도 ‘불가능’은 있었다.

UEFA 챔피언스리그 앞둔 원정 경기…고전의 공식

올시즌 바르사의 원정 경기 성적은 유독 신통치 않다. 바르사는 11차례 라리가 원정 경기에서 4승 5무 2패를 기록했다. 안방에서 치른 11경기에서 10승 1무를 기록한 것과 큰 차이다. 바르사의 에이스 리오넬 메시는 라리가에서 23골을 기록 중이지만 원정 경기 득점은 4골에 불과하다.

바르사는 홈과 원정을 가리지 않고 볼 점유율을 지배한다. 하지만 홈팬들의 열렬한 지지 속에 바르사를 홈에서 맞이하는 팀들은 캄노우 경기장을 찾을 때보다 더 큰 자신감을 안고 공격 자세를 취한다. 축구에서 홈 경기가 주는 심리적인 영향은 생각보다 크다. 심판 판정 역시 경기장 분위기에 영향을 받아 홈팀에 유리하게 내려지는 경우가 많다.

원정 경기보다 더 어려운 상황은 UEFA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해야 하는 일정의 문제다. 바르사 뿐 아니라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는 대다수의 빅클럽들은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앞둔 주말 경기, 그리고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른 이후 주말 경기에서 승점을 잃는 경우가 많다. 바르사 역시 마찬가지다. 챔피언스리그 일정이 있는 주에는 고전한 경기가 많다.

바르사는 전반기에 AC 밀란과의 챔피언스리그 1차전 경기를 앞두고 치른 레알 소시에다드 원정에서 2-2로 비겼다. 바테 보리소프와의 2차전 경기 직후에 치른 스포르팅 히혼과의 경기에서도 고전 끝에 1-0으로 신승했다. 빅토리아 플젠과의 3차전 경기 직후에는 세비야와 안방에서 0-0으로 비겼다. 플젠과의 4차전을 치른 뒤에도 아틀레틱 클럽 빌바오와 2-2로 비겼다. 밀란 원정 직후 치른 헤타페 원정에서도 0-1 충격패를 당했다.

오사수나 원정을 치른 바르사의 최근 일정은 극도로 타이트했다. 발렌시아와 코파 델레이 준결승 2차전을 치렀고, 오사수나전 이후에는 바이엘 레버쿠젠과의 16강 1차전 원정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바르사는 주전 선수들을 쉬게 할 필요가 있었다. 체력 안배를 위한 이런 선택 챔피언스리그 주간마다 있어온 일이다. 최상의 전력을 내세우지 않았기 때문에 최상의 경기력을 보일 수 없고, 평소보다 승리가 어려울 수 밖에 없다.

오사수나전에 바르사의 주전 미드필더는 모두 결장했다. 세르히오 부스케츠는 부상자 명단에 올랐고, 차비 에르난데스, 안드레스 이니에스타, 세스크 파브레가스가 모두 벤치에서 대기했다. 센터백으로 주로 나서던 하비에르 마스체라노가 1군 경험이 아직은 일천한 티아고 알칸타라, 세르지 로베르토와 중원 삼각편대를 이뤘다. 견고함과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스페인에 찾아온 한파…허리 부실로 인한 수비 불안

올 2월 들어 전 세계가 이례적인 한파로 몸살을 앓고 있다. 유럽 역시 마찬가지다. 유럽 최남단의 스페인도 강추위에 떨고 있다. 스페인 북부에 위치한 오사수나의 연고지 팜플로나의 저녁 기온은 영하로 떨어졌다. 벤치에 대기한 선수들 모두 방한복과 두꺼운 담요를 휘감고 경기를 지켜봤다. 경기에 뛰는 선수들도 수시로 추위를 호소했다. 일년 내내 더운 날씨에서 경기하는 스페인 선수들에겐 이겨내기 힘든 날씨다. 날씨가 춥다 보니 평소보다 반응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공격보다는 수비 상황에서 더 큰 문제가 야기된다. 바르사는 추운 동유럽 지역과 러시아 원정에서도 고전한 경우가 많았다. 한파 역시 바르사의 경기력에 악영향을 미쳤다.

미드필드진에 주전이 빠졌지만 공격진과 수비진은 정상적이었다. 빅토르 발데스 골키퍼가 골문을 지켰고, 에릭 아비달-카를라스 푸욜-제라르 피케-다니 아우베스가 포백 라인으로 나섰다. 공격진에는 알렉시스 산체스-메시-페드로 로드리게스가 스리톱으로 나섰다. 메시는 체력 논란에도 불구하고 활기찬 플레이로 바르사의 공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허리가 흔들리면 수비도 안정감이 떨어지고 공격진은 고립될 수 밖에 없다. 오랜만에 본래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선 마스체라노는 패싱 능력이 부족하다. 센터백으로 나섰을 때는 준수한 수준이지만 바르사 특유의 중원 패스 플레이에 녹아 들기는 역부족이다. 티아고는 공격력이 좋지만 압박 가담 능력이 부족하다. 이제 막 출전 기회를 얻기 시작한 로베르토 역시 마찬가지다.

바르사의 중원이 강력한 이유는 컨트롤 능력과 패싱 능력 때문 만이 아니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상대를 압박하며 볼을 따내고 곧바로 공격 작업으로 전개하며 상대가 전진할 틈을 주지 않는 것이 더 위력적이다. 티아고와 로베르토는 공격 작업에서는 몇 차례 번뜩이는 모습을 보였으나 오사수나의 패스 연결을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마스체라노는 두 선수와 유기적인 움직임을 가져가지 못해 역공 상황에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 공수 양면에 걸쳐 중원이 완전히 표류했다.

바르사의 포백 라인은 기술력과 패싱력이 좋고 위치 선정이 좋지만 신체적으로 강력하지 않다. 중원에서 너무 쉽게 볼이 통과되자 포백 라인은 이들을 완력으로 제압하지 못했다. 카를라스 푸욜의 반응력과 속력은 전성기 보다 떨어진다. 피케는 기복이 크고 볼이 뒤로 통과됐을 때 커버 플레이의 속도가 늦다. 다니 아우베스는 본래 수비력이 특별히 좋은 풀백이 아니다. 오사수나는 경기 초반 빠른 패스 연결로 바르사 중원과 수비 배후를 공략했다. 전반 5분과 22분 터진 레키치의 연속골은 이런 과정에서 성공됐다. 실점의 책임은 포백 수비진보다 저지선 역할을 전혀 해주지 못한 미드필드진이 더 크다.

공격력 빼어난 바르사 유망주, 수비적 노련함 아쉬웠다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오사수나에 리드를 내준 상황에도 교체 요원으로 베테랑을 기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또 다른 신예 선수 이삭 쿠엔카와 크리스티안 테요를 투입했다. 어린 선수들에게 작심하고 기회를 준 것이다. 쿠엔카는 전반기에 집중적으로 기회를 받으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테요 역시 후반기 들어 출전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

바르사의 어린 선수들은 전진 압박 능력과 피지컬에서 열세를 보였지만 공격력과 패스 전개력에 있어서 만큼은 우수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추격을 위해 많은 골이 필요했기 때문에 푸욜을 빼고 테요를 투입해 중원의 패싱력을 강화했다. 마스체라노가 센터백으로 내려와 수비를 커버했다. 측면 돌파력이 좋은 쿠엔카는 직접 마무리하는 능력이 좋은 페드로 대신 투입됐다.

교체 투입은 효과를 발휘했다. 쿠엔카는 후반 6분 번개 같은 측면 돌파에 이은 예리한 크로스 패스로 알렉시스 산체스의 만회골을 어시스트했다. 테요 역시 후반 28분 파브레가스의 패스를 받아 멋진 돌파와 깔끔한 마무리 슈팅으로 라리가 데뷔골을 넣었다. 과르디올라 감독은 계속해서 후방 수비 숫자를 줄이고 중원을 두텁게 했다. 중원에서 볼을 소유하고 압박하는 것이 바르사 수비의 근간이자 공격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최후방 수비 숫자는 바르사 플레이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 오히려 더 수비 불안을 야기하고 공격의 둔화를 불러올 뿐이다.

교체 투입 이후 공격은 개선됐지만 수비 불안은 해결되지 않았다. 오사수나는 후반 11분 번개 같은 패스 연결로 한 골을 더 보태 바르사의 추격에 찬물을 끼얹었다. 후반전에 두 차례 역습 공격 기회가 바르사의 골대를 대리고 나오기도 했다. 바르사의 어린 선수들이 1군팀에 자리잡기 위해 필요한 것은 전방에서의 수비력이다. 바르사는 경기 내내 겨우 7차례의 파울 밖에 범하지 않았으나 경고는 6장이나 받았다. 미드필더 로베르토는 무리한 파울로 경고를 받았다. 마스체라노 역시 평정심을 잃고 결국 퇴장에 이르렀다. 바르사는 노련한 부스케츠가 그리울 수 밖에 없었다.

페르난데스 골키퍼의 복수…오심의 불운

불안한 수비력에도 기록상으로 보나 내용상으로 보나 바르사가 공격을 장악한 것이 사실이었다. 바르사는 20개의 슈팅을 시도했고 이중 8개가 골문 안으로 이어졌다. 68%의 볼 점유율을 가져갔고 코너킥 기회도 12차례나 잡았다. 하지만 전반기에 바르사에 8골을 헌납한 안드레스 페르난데스 골키퍼가 그야말로 신들린 선방을 펼치며 바르사의 공격을 막아냈다. 특히 수 차례 날카로운 왼발 슈팅을 작렬한 메시에게 단 하나의 공격 포인트도 허용하지 않으며 철통 방어를 선보였다. 바르사는 3골 이상 득점할 수 있는 역량을 보였으나 페르난데스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를 넘을 수 없었다.

바르사의 입장에선 억울할 수 있는 판정도 있었다. 레키치의 전반 22분 두 번째 골은 1차 패스 연결 과정이 오프사이드였다. 하지만 2차적으로 연결된 크로스 패스와 슈팅 상황은 수비진의 집중력을 탓해야 하는 장면이었다. 후반 종료 직전에 메시의 크로스 패스에 이은 알렉시스의 득점이 성공했다면 3-3 동점이 될 수 있었다. 선심은 알렉시스에 볼이 도달하는 과정에서 바르사 선수의 헤딩 패스가 이어졌다고 판단했지만 리플레이 화면으로 살펴보니 헤딩 패스 없이 직접 볼이 통과했다. 하지만 오프사이드 오심은 항상 뒤따르는 일이다.

불운하지만 3골을 실점한 것이 패배를 자초했다. 바르사는 올시즌 처음으로 3골을 실점했다. 바르사가 3골을 실점한 것은 과르디올라 감독이 부임한 2008년 여름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2009/2010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인터 밀란 원정에서 당한 1-3 패배다. 오사수나전 바르사의 문제는 공격력이 아닌 수비력에 있었다.

사진=ⓒBPI/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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