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전] 완패한 한국, '오답노트' 두꺼워져 좋다
입력 : 2012.05.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한준 기자=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이 월드컵 최종예선을 앞두고 4골을 허용하며 패했다. 하지만 실망할 결과는 아니었다. 상대는 당장 유로2012 대회 본선을 준비하고 있는 ‘세계최강’ 스페인이었다. 한국은 국내파 선수들이 뒤늦게 합류해 최정예 멤버를 내세울 수도 없었다. 객관적인 전력과 한국 선수단의 상황을 감안한다면 카타르와의 최종예헌 1차전을 앞두고 불안해할 결과는 아니다.

이날 최강희 감독은 조기 소집이 가능했던 해외파 및 유럽파 선수들을 중심으로 선발 라인업을 구성했다. 손흥민, 남태희, 구자철 등은 스페인전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충분히 증명했다. 유럽 클럽의 시선을 끌고, 유럽 무대에서 실력을 인정 받고 있는 이들은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부족했지만 탁월한 개인 능력을 자랑했다.

독일 분데스리가 무대에서 활약 중인 공격수 손흥민은 전반 20분 매끈한 볼 컨트롤에 이은 과감한 슈팅으로 스페인 골문을 위협했다. 남태희는 좌우를 활발하게 오가며 시원스럽 돌파를 보여줬다. 구자철은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갖춘 스페인을 상대로 볼 관리 능력에서 뒤지지 않았고, 후반 25분에는 김두현의 패스를 받아 문전으로 파고든 뒤 옆그물을 때린 슈팅으로 스페인의 허를 찔렀다.

기성용이 컨디션을 회복 중인 가운데 구자철과 중원에서 호흡을 맞춘 김두현 역시 한국 최고의 테크니션이라는 명성답게 스페인 중원과의 경합에서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전매특허인 캐논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고 몇 차례 좋은 터치와 패스를 선보였다. 이들의 존재는 한국이 스페인을 만나 전원 수비와 같은 소극적인 전술이 아닌 맞불 작전으로 맞설 수 있게 한 원동력이었다. 스페인의 최대 강점은 허리다. 하지만 한국 역시 중원에서는 인상적인 결과를 냈다.

이날 걸출한 기량을 과시한 해외파 선수들은 카타르전을 비롯한 향후 최종 예선 일정에 중용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강희 감독의 눈도장을 받는데 성공했다. 골키퍼 김진현 역시 4실점 속에도 수 차례 눈부신 선방을 펼쳤다. 그동안 출전 기회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던 해외파 선수들은 이 경기를 통해 실점 경험을 쌓고, 자신의 실력을 증명할 수 있었다. 완패 속에도 선전했고, 세계 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스페인과 몸으로 부딪히며 높은 수준의 경험을 쌓았다.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는 계기였다.

문제는 전방과 후방이었다. 손흥민이 처진 스트라이커로 배치되면서 원톱 역할을 맡은 지동원은 침묵했다. 지난 2011/2012시즌 잉글랜드 선덜랜드에서 출전 기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지동원은 날카로움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스페인의 수비에 고립됐고, 2선과의 연계 플레이도 좋지 못했다. 병역 논란 속에 소집되지 못한 박주영의 공백을 메우는데 실패했다. 뒤늦은 입국으로 최상의 컨디션에 도달하지 못한 이동국 역시 후반전에 투입됐으나 스페인 수비를 흔들지 못했다.

손발을 맞춰본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포백 수비 라인은 네 골을 허용하며 아쉬운 모습을 보였다. 카타르 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이정수와 조용형은 스페인 공격진의 배후 침투와 개인 기술을 전혀 저지하지 못했다. 라이트백 최효진 역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경기가 열린 스위스 무대에서 활동 중인 박주호만이 공수 양면에 걸쳐 지치지 않는 플레이를 펼쳤다.

공격수들의 자신감이 떨어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스페인을 상대해본 공격수들은 카타르를 만나면 보다 수월함을 느낄 수 있다. 남은 기간 훈련을 통해 이날 좋은 활약을 펼친 2선 공격진과 호흡을 맞출 경우 충분히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수비진의 조직력 역시 시간이 해결해줄 문제다. 이날 너무 쉽게 볼과 사람을 통과시켰던 부분 역시 보완이 가능한 부분이다. 스페인전은 카타르전을 위한 스파링이었다. 오답 노트는 두꺼울 수록 효과적이다. 1-4의 완패였지만 잃은 것보다 얻은 것이 많은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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