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왼쪽 무릎 연골 없는 GK 김진현의 A매치 데뷔전
입력 : 2012.05.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베른(스위스)] 류청 기자= 왼쪽 무릎의 연골이 없는 골키퍼가 세계 최강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결과는 1-4 패배였지만, 수준급의 방어력을 선보였다. 졌지만 잘했다는 말은 이럴 때 하는 것이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김진현(25, 세레소 오사카)이다. 김진현은 한국 시간으로 31일 새벽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선발로 나섰다. 김진현은 골키퍼로는 가장 먼저 스위스 현지에 와서 컨디션 조절을 했고, 최강희 감독은 김진현의 능력과 경험을 높이 사고 세계최강과의 맞대결에 골대를 맡겼다.

데뷔전은 쉽지 않았다. 전반 10분 사비 알론소의 기습적인 중거리슛은 잘 막아냈지만, 전반 11분에 페르난도 토레스의 백헤딩에 A매치 첫 실점을 신고할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전반에는 몇 차례 더 선방하며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하지만 후반전에 페널티킥으로 두 번째 골을 내준 후에 급격히 분위기가 기울었고, 결국 총 네 골을 내줬다.

스페인이 세계 최강이지만, 데뷔전에서 등 뒤 골문에서 네 번이나 공을 꺼내야 했던 것은 가혹하다. 축구선수라면 누구나 멋진 A매치를 꿈꾸기 마련이다. 골을 터뜨리거나 결정적인 선방을 하며 팀을 승리로 이끄는 상상을 하는 선수들은 많아도 네 골을 실점하면서 무너지는 걸 떠올리는 이들은 없을 것이다.

첫 잔은 생각보다 많이 썼지만, 김진현은 문제없다. 그는 생각보다 단단하다. 매끈한 외모와는 달리 악바리 근성으로 똘똘 뭉쳐있다. 그는 2011년 수술에서 왼쪽 연골을 모두 다 떼어냈다. 오래 걷기만해도 무릎이 시리고 아프지만, 피나는 노력으로 재활운동에 매진해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었다. 김진현은 그라운드 위에서는 누구보다 빠르다.

김진현은 정신력으로 무릎의 아픔을 지워왔다. 그는 김진현은 푹신한 그라운드가 아니면 뛰기조차 힘들고, 장시간 비행을 하면 수술한 무릎에 물이 차오를 때도 있다. 그런 것들은 그라운드에 나서는 일에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는다. 그렇지 않았다면 김진현이 스페인전에 나설 일도 없었을 것이다.

냉정하게 이야기하면, 김진현은 오는 9일 카타르 도하에서 벌어지는 카타르와의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나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김진현은 대표팀 3순위 골키퍼다. 하지만 김진현은 스페인과의 경기에서 엄청난 경험을 얻었고, 출전자체가 인간승리다. 앞으로 뛸 일이 더 많은, 큰 가능성을 지닌 선수라는 것도 기억해야 한다.

김진현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매우 긴장된 모습을 보였었다. 그는 아리송한 웃음을 지으며 "초긴장 상태"라며 "(출전) 이야기를 쓰지 말아달라"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이제는 이야기를 해도 될것 같다. 매도 먼저 맞는 것이 낫다고 했다. 데뷔전에서 스페인을 상대로 선전한 김진현의 미래는 지금 보다 더 밝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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