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현, 스페인전 골 넣고 이동국에게 달려간 이유는?
입력 : 2012.06.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이베르동 레 방(스위스)] 류청 기자=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

어떤 일을 설명하며 ‘나도 모르게’라고 이야기할 때가 있다. 변명인 경우도 있지만, 솔직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한국 시간으로 31일 새벽에 스위스 베른의 스타드 드 스위스에서 벌어진 스페인과의 친선경기에서 골을 터뜨린 김두현도 후자의 경험을 했다.

김두현은 한국이 0-1로 뒤지던 전반 41분에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스페인의 골망을 갈랐다. 현역 경찰인 김두현이 세계최강에게 멋지게 한 방 먹인 것이다. 김두현은 “그 친구들이 우리의 병역제도를 알겠나?”라며 웃은 뒤 “정말 편안하게 맞았다. 100%로 스윙을 하면 제대로 안 맞는 경우가 많은데, 적절하게 잘 맞았다”라고 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김두현은 골을 터뜨린 뒤 한국팀 벤치 쪽으로 다가갔다. 벤치에서는 한 선수가 천천히 걸어 나와서 김두현을 맞이했다. 이동국이었다. 두 선수는 포옹을 했고, 이후에 나머지 선수들도 달려와 기쁨을 나눴다. 김두현은 별다른 골뒷풀이를 하지 않고 이동국에게 달려갔을까? 그 이유는 31일 대표팀의 숙소인 그랑 오텔 데 방에서 들을 수 있었다.

어려울 때 만난 친구가 가장 기억에 남는 법이다. 김두현도 그랬다. “(이)동국이 형하고 룸메이트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도 방을 같이 썼었다. 지난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 경기에서 내가 도움을 주고 동국이 형이 오랜만에 골을 터뜨리지 않았었나. 예전에 힘들었던 부분이 생각났다. 자연스럽게 그렇게 됐다.”

이동국과 김두현은 월드컵과는 인연이 없었다. 두 선수 모두 좋은 기량으로 어렸을 때부터 주목을 받았지만, 유독 월드컵 무대와는 잘 맞지 않았다. 지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스페인-남아공 전지훈련에서 한 방을 썼던 두 선수는 모두 쓴 잔을 마셨다. 김두현은 탈락했고, 이동국은 제대로 된 기회를 잡지 못했었다.

산전수전을 다 겪은 김두현은 앞으로 시작될 카타르전 선발 경쟁에 대해서도 남다른 생각을 밝혔다. 그는 “90분을 다 뛰면 좋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대표팀의 성적이다. 월드컵 출전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닌가? 팀이 승리한다면 어느 선수가 뛰든 상관이 없다. 개인적인 욕심을 부리면 안된다”라고 말했다.

경찰청 전역을 4개월 앞둔 김두현에게 지금 이 시기는 축구선수와 한 남자로서 매우 중요한 시기다. 그는 신중하게 주위를 둘러보면서 미래를 구상하고 있다. 물론 가장 가까운 목표는 6월 8일 에 벌어지는 카타르전에 출전해 대표팀 승리에 일조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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