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튀 오명’ 토레스-카카의 추운 겨울
입력 : 2013.01.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찬하 기자= 추워도 너무 춥다. 한반도 날씨를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페르난도 토레스(첼시)와 카카(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냉혹한 시선 말이다.

두 선수는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각각 스페인과 이탈리아 무대를 정복하고 거액의 이적료를 받았다는 점, 전성기에 폭발적인 스피드로 수비 뒷공간을 마구 헤치고 다녔다는 점,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참가가 독이 됐다는 점, 마지막으로 지금은 ‘먹튀오명’ 속에 괴로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 등이다.

토레스는 AT 마드리드와 리버풀을 거쳐 2011년 1월 5,000만 파운드(약 900억원)에 첼시 유니폼을 입었다. 구단주 로만 아므라모비치의 각별한 애정 속에 런던으로 적을 옮긴 토레스는 2010/11시즌 후반기 단 1골에 그치며 거액을 쓴 구단을 긴장시켰다. 해가 지나도 토레스의 상황은 딱히 나아지지 않았다. 2011/12시즌은 5, 6라운드 연속 골 이후 31라운드에서야 골 맛을 볼 수 있었고 득점을 기록한 경기는 고작 4경기뿐이었다.

이번 시즌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다. 그동안 첼시는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 부족으로 토레스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는 평을 받아왔다. 그러나 이번 시즌 에당 아자르, 후안 마타, 오스카르의 지원 속에서도 많은 골을 터트린다고는 보기 어렵다. 12월에 잠시 살아났을 뿐, 연말부터 다시 침체기를 겪더니 뎀바 바의 이적으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2009년 여름 AC 밀란에서 레알 마드리드 이적한 카카의 몸값은 무려 6,850만 유로(약 968억원)였다. 이탈리아 무대를 호령한 카카의 실력과 상품성을 생각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금액이다. 하지만 레알 마드리드가 간과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선수의 몸 상태였다. 카카는 잦은 부상 속에서도 AC 밀란을 홀로 먹여 살리다시피 했다. 2007/08시즌 15골, 2008/09 16골을 터트리며 역시 카카라는 찬사 속에 밀라노 팬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받았다.

레알 마드리드에서 보낸 첫 시즌까지는 괜찮은 컨디션이 유지되고 있었다. 하지만 AC 밀란 시절부터 괴롭힌 부상이 다시 재발했고 무리한 월드컵 출전은 카카의 속도를 다시는 되찾을 수 없게 만들었다. (사실 이미 AC 밀란 시절부터 카카의 속도는 서서히 떨어지고 있었다.) 월드컵에 다녀온 2010/11시즌은 부상으로 전반기를 날렸고 2011/12시즌은 부활의 가능성이 느껴졌지만 희망 고문에 그쳤다. 이번 시즌에는 고작 리그 7경기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 중 선발 출전 기회는 단 1차례였다.

속도를 잃으면서 장점이 사라진 것은 토레스 역시 마찬가지다. 대퇴부, 사타구니, 햄스트링, 발목, 스포츠 탈장 등 부상을 달고 살았던 토레스는 결정적으로 남아공 월드컵 직전 무릎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였다. 그럼에도 월드컵 출전을 포기할 수 없었던 그는 우승 트로피를 얻은 대신 폭발적인 스피드를 내줘야 했다. 카카와 마찬가지로 속도를 잃어버리면서 최대 장점이 사라지고 만 것.

안타깝게도 두 선수 모두 인제 와서 플레이 스타일을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치명적인 무릎 부상이 앗아간 스피드. 토레스와 카카의 겨울은 춥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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