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진의 드림 아시아 풋볼] 흥행에 목숨 건 J리그, 남의 일 아니다
입력 : 2013.10.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유럽과 남미로 양분된 세계 축구계의 판도를 볼 때 아시아는 축구의 변방에 불과하다. 하지만 아시아는 무궁한 잠재력과 기회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언젠가 세계 정상에 오를 그날을 기다리며 축구의 발전을 꾀하고 있다. 드림 아시아 풋볼은 세계 정상을 향하는 아시아 축구를 조명해 아시아 축구의 발전을 바라는 시간이다.

얼마 전 한국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가 내년 K리그 클래식 운영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지난해부터 도입한 스플릿 시스템을 내년으로 이어갈지에 대한 것이었다.

K리그 클래식은 지난해와 올해 한시적으로 스플릿 시스템을 도입했다. 16개팀을 12개팀으로 줄여 1부리그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지난해 2팀이 강등됐고, 올해도 2팀이 강등될 예정이다.

그런데 이 스플릿 시스템이 초반부터 흥미를 유발하는 장점을 보였다. 하위 그룹으로 떨어지지 않기 위해 모든 팀이 전력을 다하는 경기 내용을 펼쳤다. 물론 스플릿이 된 뒤에는 흥미가 다소 반감됐지만 그 안에서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한국프로축구연맹은 당초 방침과 달리 스플릿 시스템을 계속 운영하는 것에 대한 고민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 모습을 보니 최근 J리그가 떠올랐다.

J리그 이사회가 2015년부터 포스트시즌을 도입하기로 했다. 전후기리그를 통틀어 가장 많은 승점을 기록한 팀이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한다. 그리고 전후기리그에서 각각 1, 2위를 차지한 총 4개 팀이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를 치른 다음 가장 많은 승점을 기록한 팀과 챔피언결정전에서 만나는 방식이다. 즉 5강 플레이오프라 하겠다.

2005년 단일리그로 우승팀을 가리는 방식을 10년 만에 버리고 우승을 향한 마지막 경쟁으로 시즌 끝까지 관심을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물론 급감하고 있는 TV 중계권 및 스폰서 수입도 늘리려는 의도도 있다.

J리그는 1993년부터 2004년까지 전후기제를 했다. 전기리그 1위와 후기리그 1위가 홈 앤드 어웨이로 최종 우승팀을 가리는 제도였다. 이 방식은 K리그도 차용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전기리그 1위가 후기리그에 집중을 덜하는 단점도 있었다. 그래서 J리그는 2005년부터 단일리그를 도입했다.

단일리그는 프로축구를 하는 대부분의 나라가 채택한 방식이다. K리그 클래식도 스플릿 시스템이 있지만 단일리그의 테두리 안에 있다. 단일리그는 장기레이스를 벌여 가장 많은 승점을 얻은 팀이 우승하는 것이다. 단순하지만 가장 공정하고, 꾸준한 성적을 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존중 받는 제도다.

그러나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단일리그에 대한 흥미가 떨어진다. 기본적으로 양국은 프로야구가 대세다.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에 익숙하기에 막판에 우승을 향한 또 다른 경기가 이어지지 않으면 뭔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사실 K리그가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도입했던 6강 플레이오프가 대대적인 성공을 거둔 것도 이러한 분위기와 연결된다.

J리그는 포스트시즌 도입으로 10억엔(약 110억원)의 수입을 기대했다. 공중파 TV 중계와 스폰서 유치를 비롯한 다양한 수익 사업 창출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물론 팬들의 반발은 만만치 않다. 시대를 역행하는 제도 도입일 수 있다. 세계화를 외쳤던 J리그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J리그가 밀어붙인 것은 단 하나의 이유다. 바로 ‘생존’이다.

J리그는 명예보다 실리를 택했다. 갈수록 J리그의 인기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선택한 고육지책이다. 나카노 유키오 J리그 전무이사는 “J리그를 둘러싼 위기 상황을 타파하기 위해 대회 방식을 변경하여 결정했다”고 밝혔다. 위기를 이겨내 다시 흥행을 살리겠다는 의지였다.

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생존을 위해 과감한 결단을 내린 J리그의 모습은 깊은 인상을 남겼다. 우선 살아남고 재정적으로 안정을 이루어야 팬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남의 일이 아니다.

K리그 클래식도 마찬가지다. 현재 K리그 클래식도 시간이 흐를수록 관심과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수원-서울의 슈퍼매치 같은 빅매치의 인터넷 중계 시청자 수는 1만명을 간신히 넘을 만큼 관심도가 떨어졌다. K리그 클래식에도 변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J리그처럼 생존을 위한 특단의 조치가 없다면 암울한 미래만 앞에 둘 뿐이다.


글=김성진 기자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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