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언컨대, 김신욱은 ‘전봇대’가 아닙니다
입력 : 2013.11.0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왕찬욱 기자= 큰 키로 인해 ‘거인’과 관련된 수많은 별명을 얻고 있는 김신욱(25, 울산 현대). 그 탓인지 김신욱은 헤딩만 잘 할 것이라는 선입견은 상당하다. 그러나 ‘전봇대’마냥 헤딩만 주구장창 요구하는 것은 김신욱의 올바른 활용방법이 아니라는 것이 다시 한번 증명됐다.

울산은 3일 오후 4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3 3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서 1-0 승리를 거뒀다. 승부를 결정지은 후반 30분 김용태의 골은 답답한 공격이 이어지던 상황에서 나온 천금 같은 골이었다.

김용태의 골로 승리한 울산이지만 아쉬운 부문이 있었다. 인천전 전까지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며 울산의 연승행진을 이끈 김신욱이 이날 부진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김신욱은 손대호와 이윤표 등 인천 선수들의 집중견제를 받으며 공을 받기조차 버거워하는 모습이었다.

발 기술, 연계플레이 등에서 나날이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진화하는 거인’이라는 별명까지 붙은 그가 왜 이번 경기에서는 맥없이 무너졌을까?

그 이유를 김호곤 감독으로부터 직접 들을 수 있었다. 김호곤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서 “상대가 먼저 우리진영에 와 압박해 의도한 플레이가 안됐다. 우리 수비들이 전방으로 빨리 전개하려다보니 (김)신욱이한테 롱패스를 자주 시도했다”라며 김신욱의 경기력이 부진했던 이유를 설명했다.

즉, 인천전과 같이 중원과 주변 연계를 거치지 않고 김신욱을 향해 한번에 연결하는 플레이가 이어진다면 김신욱의 플레이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김신욱이 아니라 그 누가 이 자리에 포진하더라도 결과물은 같을 것이다. 이는 대표팀에서도 자주 보여진 패턴이다.

그렇다면 김신욱이 진가를 발휘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 연속골을 터트렸던 지난 3경기에서 이를 짐작해낼 수 있다.

연속골의 시작이었던 지난 20일 서울원정에서 김신욱은 뛰어난 발 기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가 박스 왼쪽 외곽에서 오른발로 감아차 넣은 골은 티에리 앙리를 연상케 하기 충분했다. 27일 수원전에서 나온 두 번째 골도 역습상황에서 나온 공간 침투와 유연성이 결합된 결과물이었다. 30일 서울전에서의 골은 헤딩이었으나 그 이전의 공간 침투가 주효했다. 또한 이 경기에서 나온 김신욱의 연계플레이는 서울을 꼼짝 못하게 했다.

뛰어난 3경기 이후 부진한 경기였다. 때문에 어떤 요소가 김신욱의 경기력에 차이를 만들었는지를 극명히 보여줬다. 그저 그의 키만 믿고 소위 말하는 ‘뻥축구’에만 치우친다면 이는 김신욱의 위력을 반감시키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김신욱은 절대로 헤딩만 하는 ‘전봇대’가 아니다.

사진=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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