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민의 모스크바 리포트] '독불장군' 카펠로 러시아 감독의 진실과 거짓
입력 : 2014.05.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전력의 우와 열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월드컵 조별리그 첫 상대인 러시아의 행보와 러시아 축구에 대한 정보들을 수집해야 할 시기다. 적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적진으로 들어가야 하는 법. 월드컵을 목전에 둔 지금 <스포탈코리아>가 현지에 방문에 염탐 작전에 들어갔다. 이른바 ‘에따 라시야(эта россия 이것이 러시아)’다.

[스포탈코리아=모스크바(러시아)] 김성민기자= 파비오 카펠로 러시아 대표팀 감독은 ‘독불장군’이다. 언론에도 비협조적이다. 대표팀 경기 후 갖는 공식기자회견 이외에는 인터뷰의 기회를 왠만해서는 주지 않는다. 대표팀 코치진들과의 미팅 내용 또한 철저히 ‘비공개’다.

카펠로 감독이 ‘언론’과 담을 쌓고 지낸다는 뜻은 아니다. 그는 분기당 한번씩 주요 언론사들을 초대해, 개인 인터뷰 및 간담회의 시간을 갖는다. 각 언론사마다 허용된 시간은 30여분 정도지만, 인터뷰 내용에 따라 10~15분간의 연장도 가능하다. 러시아 언론들은 외려 나쁘지 않다는 분위기다. 공식 기자회견때와는 다른 경쟁력 있는 질문지를 준비해,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는 까닭이다. 그래서인지 러시아 언론들은 카펠로 감독의 이러한 정책에 협조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됐다. 카펠로호에 질책 혹은 독려를 해야 한다 해도 월드컵 이후에 하자는 공감대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스포탈코리아> 또한 2014년 1분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러시아 기자 간담회를 통해 카펠로 감독의 면면을 조금 더 들여보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인터뷰 대상은 제한돼있는 상태. 이에 몇가지 궁금한 질문지들을 러시아 스포츠 언론 <스뽀르뚜 익스쁘레스>의 협조를 얻어, 간접적으로 건네볼 수 있었다. 이른바, ‘카펠로 감독의 진실 혹은 거짓’이다.

카펠로 감독은 러시아 전력의 핵인가?- 진실

러시아 대표팀의 최대 장점은 ‘조직력’이다. 몇몇 선수들의 플레이는 괄목할만 하나, 이들을 하나로 묶어낸 카펠로의 역량은 한국이 가장 경계해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 클럽 사이들에서는 감독의 역할론에 대한 의문들을 제기하고는 한다. 리그 후반기 부침을 겪고 있는 러시아 명문 클럽 스파르딱 모스크바의 레오니드 페둔 구단주는 감독의 한계치가 팀 전력의 ‘10%’에 그치지 않는다고 선을 그은적도 있다. 그렇다면 카펠로의 생각은 어떨까. 그가 생각하는 감독의 영향력은 어느정도 일까.

“10%라. 10%는 적다고 생각한다. 15-20% 정도는 상회하지 않을까 한다. 작은 숫자로 보이나, 매우 큰 부분이다. 감독은 많은 요소를 감당하고 해내야 한다. 감독은 선수들이 100% 모든 활약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된다. 그래야 팀 성적 뿐 아니라 선수들의 몸값도 오를 수 있다. 선수들을 잘 지키고, 융화시키는 것 또한 중요하다 생각한다. 돈으로 선수를 사면 된다 생각하는데, 새 선수를 영입할 때는 항상 변수들이 존재한다. 생각만큼 적응을 못할수도 있고, 새 선수 때문에 팀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기존 선수의 이적때문에 선수 영입을 했는데, 문제가 생기는 상황은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클럽과는 다른 성격이지만 대표팀도 마찬가지다. 전략, 전술이전에 선수관리가 가장 중요하다. 이것에 중점을 두며 1년동안 일을 하다보니 러시아의 강점과 약점을 알수 있게 됐다. 우리 팀의 장점이 ‘조직력’이라 하니, 러시아 대표팀 감독 생활이 실패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카펠로는 자신감에 넘쳐 있다?- 거짓

브라질 월드컵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보인다. 카펠로 감독은 지난 4월 한 러시아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목표는 월드컵 8강이다. 좋은 경기를 펼친다면 더 좋은 결과도 가능할 것”이라고 큰 포부를 밝힌적 있다. 카펠로 감독은 최대한 브라질로 향하는 시점 또한 최대한 늦게 잡을 예정이다. 또한, 월드컵 대비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모로코와 갖는 3번의 평가전 중에서 원정 평가전은 노르웨이 평가전 밖에 없다. 현지 적응 및 여러 변수를 감안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카펠로 감독의 선택한 노선은 다소 의아할 수밖에 없다.



“대표팀 선수들이 브라질에서 정신적 압박을 느낄것이 분명하다. 선수들의 월드컵 경험이 매우 적다. 이런 이유에 최대한 늦게 브라질로 향할 것이다. 브라질에서 오래 대기하다보면 심각한 압박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모든 준비는 모스크바에서 이뤄질 것이다. 현지 주변환경적응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간을 염두해 두고 브라질로 떠날 것이다. 이미 대표팀 의료진 및 멘탈 코치들과 협의된 점이다. 선수들이 최대한 편한 환경에서 좋은 컨디션을 가질 수 있게 만드는 것이 내 역할이다. 물론 나는 국외로 나가 조별 예선 상대팀들의 경기를 관전할 예정이다. 이미 평가전을 치른 한국을 제외하고 직접 경기를 보지 못한 벨기에와 알제리의 평가전을 볼 것이다. 6월 1일 스톡홀롬에 가서 벨기에-스웨덴 경기, 3일 후에는 제네바에서 하는 알제리-루마니아 경기를 볼 계획이다. 한국을 포함한 세 팀의 비디오 기록들은 계속 연구하고 있다. 월드컵에서는 절대적 강자 혹은 약자는 없다.

카펠로 감독은 정말 권의주의자인가? 진실 ? 거짓?

데이비드 베컴(전 레알 마드리드), 호비뉴, 델 피에로(유벤투스). 이들은 한 시대를 풍미했던 축구 선수들이며, 공통분모를 안고 있다. 카펠로 감독의 제자 시절, 불편한 관계를 형성하며 주전 기회를 잡지 못했다는 것이다. 당시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세 선수들은 카펠로의 권의주의적 지도 방식에 불만을 떠뜨렸다. 잉글랜드 대표팀을 맡았던 시절에는 안하무인식 행보로 잉글랜드 FA와의 불화설에 시달리며 2012년 2월에는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직을 그만두게 된다. 카펠로 감독. 그는 소문대로 권의주인가? 아니면 그저 안하무인한 사람?

“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존경이다. 물론 나에게 권력주의적 성향이 있기는 하다. 그리고 그것은 목표를 실행하기 위해 표출되기도 한다. 하지만 클럽이나 감독들에게 약간의 권력주의는 필요하다고 본다. 감독은 모든 행보에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에 있어서 빠르고 정확한 루트가 필요하다. 경기중이나 종료 후에 화를 내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그럼에도 선수들이 나의 지시에 부정적으로 반응을해서 교체된 적이 자주 있다. 그 선수들은 월급을 주는 클럽에 대한, 팀에 대한 그리고 감독에 대한 존경심이 없었다. 물론 직접 몸으로(?) 다투지는 않았다. 경기 후 다음날 직접 대화를 통해 그에게 속 시원이 물어보고는 했다. “넌 네가 다른 선수보다 더 뛰어나다고 생각해? 너를 교체할수 없다고 생각하는거야?” 라고 물어볼 때 받아 들이는 선수들이 있고, 화를 내는 선수들이 있다. 이때 이 선수가 장기적으로 팀에 정말 도움이 되는 지를 알 수 있다. 이게 권의주의자라면 난 권의주의자다. 참고로 나는 사실 선수 시절의 내 모습이 더 권의주의적이었다고 생각한다. 감독이 되기 위한 전문 교육을 받으며 선수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연습을 했다. 선수 시절과 달리 감독은 팀에 문제가 생기면 최대한 빠른 시간내에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의 불화는 일어 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 이상은 안 된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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