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두원의 눈] 33세 첫 월드컵...응원받아 마땅한 곽태휘의 꿈
입력 : 2014.05.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이두원 기자= 프로 선수로서는 황혼기에 접어든 33세에 비로소 그토록 연이 닿지 않던 월드컵 출전의 꿈이 이뤄졌다. 평균 연령 25.9세의 혈기왕성한 선수들로 꽉꽉 채워진 홍명보호에 유일하게 30대 선수로 이름을 올린 베테랑 수비수 곽태휘(알 힐랄) 이야기다.

지난 8일 파주 NFC에서 2014브라질월드컵에 출전할 23명의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홍명보 감독은 중앙 수비수 중 한 명으로 곽태휘의 이름을 호명했다.

포지션을 떠나 월드컵이라는 큰 무대에서 대표팀의 중심을 잡아주고 헌신할 수 있는 베테랑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된 가운데 여러 선수가 물망에 올랐지만 홍명보 감독의 선택은 '불운의 아이콘'으로 존재한 곽태휘였다.

마땅히 누벼야 했던 남아공월드컵을 코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부상으로 낙마했던 그의 꿈이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 마침내 실현된 순간이었다.

곽태휘는 긴 시간 태극마크를 달고 활약했지만 정작 중요한 월드컵과는 인연이 닿지 않았다. 허정무 감독 시절인 2010남아공월드컵에서는 조별리그 1차전을 약 열흘 정도 남기고 가진 벨라루스전에서 부상을 당해 커리어의 정점에서 맞이한 남아공 대회를 그냥 흘려보내야 했다.

그러나 4년의 기다림이 이제서야 보상을 받게 됐다.

물론 2010년 때와 지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연이 아니다. 홍명보호의 중앙 수비는 사실상 김영권(광저우)과 홍정호(아우크스부르크)라는 8살 어린 두 쌍두마차에 맡겨져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홍명보 감독의 코멘트처럼 주전이냐 아니냐, 나가서 몇 분을 뛰는가는 더 이상 그에게 그리 중요한 사안이 아니다. 홍 감독도 기자회견을 통해 "(곽태휘가) 경기에 출전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모르지만 분명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할 선수"라며 출전 그 이상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는 속내를 밝혔다.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으로 그를 선택한 것이었다.

곽태휘도 이를 인정했다. 곽태휘는 자신의 발탁에 대해 "어떤 역할이든, 어떤 자리에서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다하겠다"는 말로 자신의 모든 것을 쏟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월드컵은 모두가 갈망하는 세계 최고의 무대다. 그렇기에 좋은 성적에 그 모든 포커스가 맞춰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엄청난 좌절을 이겨내고 끝내 꿈의 무대에 서게 된 노장의 마지막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월드컵과 태극마크를 더 의미있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현역의 황혼기에 첫 월드컵 무대를 밟게 된 그가가 응원받아 마땅한 이유다.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