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야설] 김병현은 배리 본즈 악몽을 기억할까
입력 : 2015.06.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김병현. /사진=OSEN
김병현. /사진=OSEN



지난 5월27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KIA-한화전에서 KIA 김병현(36)과 한화 배영수(34)가 선발 맞대결을 펼쳤다.

글쓴이는 2006년에 있었던 그들과의 추억 때문에 아주 흥미롭게 그 경기의 과정과 결과를 지켜봤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자유계약선수(FA) 신분으로 프랜차이즈 팀인 삼성을 떠나 한화 유니폼으로 갈아입은 배영수는 2006 시즌 선동렬 감독이 이끈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이었다. 삼성은 현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위원장이 사령탑이었던 한화와 한국시리즈에서 격돌해 4승1무1패로 제압하고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다.

삼성 선동렬 감독, 그리고 김인식 감독의 한화, 삼성의 에이스 배영수 모두 최고의 한 해를 보내며 정상의 자리에 우뚝 선 시기가 2006년이다.

삼성 구단은 2006 시즌 후 배영수를 LA로 보내 류현진이 왼 어깨 수술을 받은 켈란 조브 정형외과 클리닉에서 토미 존 서저리를 받게 했다. 그동안 무리한 결과 배영수의 오른 팔꿈치에 이상이 왔고 당시 삼성의 김재하 단장은 '삼성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통증을 참고 주사까지 맞아가면서 투혼을 불사른 배영수의 수술과 재활을 구단 차원에서 최선을 다해 지원했다. 수술 후 배영수는 2007 시즌을 쉬게 됐다.

당시 LA에는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던 박찬호와 김병현이 모두 있었다. 두 선배들은 수술 받은 배영수를 따뜻하게 챙기고 격려했다. 특히 김병현은 배영수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선배의 후배 사랑은 이런 모습'이라는 것을 보여줬다.

그 후 시간이 9년이나 지나 김병현과 배영수가 한국프로야구 무대에서 선발로 맞붙게 된 것이다. 결과는 후배 배영수의 승리였다. 야구팬들에게 승패를 떠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들어준 만남이 됐다.

2006 시즌은 김병현에게도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글쓴이는 '김병현 마저 배리 본즈 악몽 속으로'라는 칼럼을 2006년 썼다. ‘야설(野說)’로 회고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AT&T 파크였다. 2006년 5월 28일 일요일 오후 2시 15분, 콜로라도 로키스-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4회말 무사 1루 상황이다.

샌프란시스코 4번 타자 배리 본즈(당시 42세)가 방망이를 가볍고도 빠르게 휘둘렀다. 글쓴이의 표현으로는 '안돼!', 영어로 하면 '오 마이 갓(Oh, my God!)'이 절로 터져 나왔다.

금지 약물인 스테로이드가 만들어낸 괴물 슬러거 배리 본즈의 통산 715홈런의 희생양이 콜로라도 로키스의 한국형 잠수함 투수 김병현(당시 27세)이 됐다. 김병현은 배리 본즈를 상대로 3구까지 1볼 2스트라이크로 유리하게 카운트를 이끈 후 4,5구를 연속 볼로 유인했으나 선구안이 탁월한 본즈는 속지 않았다.

제 6구는 타자 앞에서 낮게 떨어지는 싱커성 슬라이더로 보였다. 배리 본즈는 기다렸다는 듯 자신의 짧은 단풍나무 배트로 노려 쳤고 강한 타구음이 울려 퍼졌다. 배리 본즈는 홈런을 자신한 듯 양 손을 어깨 높이로 벌리고 베이브 루스의 714호 홈런 대기록을 돌파하는 역사적인 715 홈런의 순간을 만끽했다.

지난 2006년 5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등판한 김병현의 모습. /AFPBBNews=뉴스1
지난 2006년 5월 28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에 등판한 김병현의 모습. /AFPBBNews=뉴스1



이 홈런으로 박찬호로부터 시작된 메이저리그의 한국인 투수들과 배리 본즈의 악연이 계속됐다. 2006년 당시 박찬호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 몸담고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면 2001년 10월 5일 금요일 오후 8시 16분이다. 같은 장소 샌프란시스였고 구장 이름은 퍼시픽 벨 파크였다. LA 다저스가 5-0으로 앞선 1회말 2사 후 배리 본즈 타석이었다. 박찬호는 LA 다저스에서 FA가 되기 전 마지막 시즌인 2001년 그때 15승을 거두고 있었다.

박찬호는 1회 배리 본즈를 상대로 볼 카운트 원 볼에서 시속 150km 패스트볼을 던졌는데 마크 맥과이어의 한 시즌 70호 홈런 기록을 넘어 서는 시즌 71호를 배리 본즈에게 허용했다. 3회말에는 볼카운트 1-1에서 투심 패스트볼을 던지다가 시즌 72호까지 연타석으로 내주었다.

배리 본즈가 박찬호를 상대로 72호 홈런을 때려낸 순간,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벨 파크 전광판의 모습. /사진=스타뉴스DB
배리 본즈가 박찬호를 상대로 72호 홈런을 때려낸 순간, 샌프란시스코 퍼시픽 벨 파크 전광판의 모습. /사진=스타뉴스DB


배리 본즈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박찬호가 마운드 뒤편으로 물러난 채 서 있다. /AFPBBNews=뉴스1
배리 본즈에게 홈런을 허용한 뒤 박찬호가 마운드 뒤편으로 물러난 채 서 있다. /AFPBBNews=뉴스1



당시 박찬호가 샌프란시스코 배리 본즈에게 홈런 신기록을 허용한 것을 놓고 논란이 있었다. LA 다저스의 영원한 라이벌이 샌프란시스코였기 때문이다. 굳이 정면승부를 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박찬호는 자신의 방식으로 투구 했다. 그 때의 연타석 홈런이 배리 본즈의 565호, 566호였는데 715홈런을 김병현이 허용한 것이다.

박찬호로부터 시즌 71호, 72호 홈런을 뽑아낸 2001년 시점에서는 배리 본즈가 금지 약물을 복용한 것이 밝혀지지 않아 축하를 받고 명예의 전당을 예약했다. 그러나 언젠가 탄로 날 일이었다.

1994년 박찬호로부터 시작된 한국인의 메이저리그 역사는 현재 텍사스의 추신수, 피츠버그 강정호로 계속되고 있다. 자랑스러운 것은 한국인 선수들이 단 한 번도 금지 약물 추문에 연루되지 않고 실력을 보여주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병현의 재기가 기대된다.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changyh218@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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