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한화 로저스(오른쪽)가 6회말 2사 주자 2루 상황서 나성범에게 적시타를 허용한 뒤 강하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사진=OSEN |
'석연치 않은 판정' 하나로 한화 로저스의 멘탈은 크게 흔들렸다. 하지만 심판 역시 인간이기에 경기 중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판정이었다. 다른 경기도 아닌 팀 내 최고 에이스인 로저스가 선발 등판한 경기. 그렇기에 더욱 로저스가 침착함을 유지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한화 이글스는 27일 오후 창원 마산구장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이날 한화 선발은 외국인 투수 로저스. 로저스는 이 경기 전까지 2번의 완봉승과 1번의 완투승을 따낸 평균자책점 1.31의 에이스다. 지난 16일 포항 삼성전(7⅓이닝 4실점)을 제외하고 3차례 경기서 모두 완투승(2완봉)을 따냈다.
이날 경기서도 로저스의 완벽투는 계속 이어졌다. 5회 1사까지 노히트 투구를 펼친 것. 1회 2개, 2회 2개, 3회 1개, 4회 2개의 탈삼진을 곁들인 그는 5회 1사 후 나성범에게 우중간 2루타를 허용하며 노히트 행진을 마감했다.
한화가 6회초 한 점을 뽑은 가운데, 로저스는 6회말 더욱 힘을 냈다. 선두타자 김태군을 2루 땅볼, 박민우를 우익수 뜬공으로 각각 처리하며 2아웃을 잡아냈다. 다음 타자는 김준완.
하지만 바로 이 순간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왔다. 풀카운트 끝에 7구째 승부. 로저스가 던진 공을 향해 김준완이 배트를 내밀며 체크스윙을 했다. 이날 중계 방송사인 스포티비가 제작한 리플레이에 따르면 배트가 돌아간 것으로 보였다. 오심이었다. 하지만 권영철 3루심은 배트가 안 돌아갔다고 판단해 볼 판정을 내렸다. 볼넷 출루.
로저스와 조인성 배터리는 더그아웃으로 들어가려다가 다시 마운드 쪽으로 왔다. 이 과정에서 로저스는 3루심을 노려본 뒤 몇 마디 말을 내뱉으며 심판 판정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이 모습을 본 3루심 역시 로저스를 쳐다보며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
로저스는 후속 이종욱에게 좌중간 안타를 얻어맞으며 1,3루 위기에 몰렸다. 이미 투구수는 113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로저스는 조영훈 타석 때 이종욱에게 허무하게 도루를 허락한 뒤 결국 조영훈에게 우전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1-2 역전을 허용했다.
다음 타자는 나성범. 초구와 2구째 헛스윙. 유리한 볼카운트 속에서 3구째 볼을 던졌다. 이때 조영훈이 또 2루를 쉽게 훔쳤다. 4구 볼. 5구째. 로저스의 속구가 나성범의 몸 쪽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김익수 구심의 손은 올라가지 않았다. 이번에도 로저스는 다소 인상을 쓰며 심판의 볼 판정에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6구째 평정심을 잃은 상황서 던진 속구(151km)가 한가운데로 몰렸고, 나성범은 이 공을 그대로 통타 좌측 펜스 직격 적시 2루타를 쳐냈다.
로저스는 나성범의 타구가 그라운드에 채 떨어지기도 전에 구심에게 격렬하게 항의했다. 벗어든 모자를 손에 쥔 채 구심을 가리키며 마구 휘둘렀다. 이미 평정심을 완전히 잃은 모습이었다. 이 모습을 본 구심 역시 로저스를 향해 다가가 상태를 살폈다. 나머지 심판들도 로저스에게 다가와 일촉즉발의 상황이 연출됐다.
하지만 한화 통역이 나오면서 이런저런 이야기가 오가는 가운데, 험악한 분위기가 다소 수그러들었다. 결국 로저스는 이호준을 헛스윙 삼진 처리하며 이날 자신의 투구를 마쳤다. 그러나 이때에도 더그아웃으로 가던 중 구심을 계속 쳐다보며 거친 말을 내뱉는 모습을 보였다. 이어 더그아웃에 들어온 뒤 글러브를 내팽개치며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표출했다.
6이닝 동안 4피안타 3볼넷 9탈삼진 3실점(3자책). 6이닝은 로저스 개인의 국내 무대 최소 이닝 소화다.
한화 외국인 투수 로저스. /사진=OSEN |
그럼 이날 로저스가 보여준 행동을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우선, 심판의 오심은 분명히 야구 팬들과 한화 구단에 있어 매우 아쉬웠던 판정이다. 모처럼 나온 외국인 투수 간의 자존심 맞대결에 찬물을 끼얹은 오심이었다. 그러나 로저스가 평정심을 잃고 무너진 것도 한화에 있어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로저스는 도미니칸 공화국 출신답게 매우 유쾌하고 낙천적이다. 냉장고에 물병을 채워놓는가 하면, 배치기 응원을 따라하며 팀 내 분위기를 주도한다. 하지만 마운드에만 오르면 승부욕의 화신으로 변신한다. 도무지 지친 기색이라곤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나 이날 로저스는 다소 다혈질적인 모습을 노출했다. 이는 로저스의 약점이 될 수 있다. 상대 팀이 이런 점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심판 역시 인간이기에 선수들의 이런 면면을 다 관찰하고 공유한다. 시쳇말로 심판진에 찍혀서 좋을 건 하나도 없다.
추신수가 대표적인 예다. 한 메이저리그 전문가는 "앞서 추신수가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에 대해 여러 차례 불만을 표출했다. 그런데 이런 사실은 메이저리그 심판진도 다 알고 있다. 또 서로 정보를 공유한다"면서 "결국 추신수가 볼 판정 등에 대해 항의를 하는 것은 자신에게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피력했다.
이날 로저스가 더그아웃에서 교체 이후 글러브를 던진 것 역시, 심판진이 체크했을 확률이 높다. 아울러 이는 자신에 대한 분노 표출이 아닌 명백하게 심판진을 향한 분노 표출이었다. 또 라커룸이나 홀로 있는 곳이 아니라, 팀 동료들이 모두 옆에 가까이 있는 상황서 난폭한 행동을 보이는 것은 동료들에게 피해가 될 수 있다.
로저스는 한화의 최고 에이스다. 한화가 '가을 야구'를 치르기 위해서는 로저스 선발 경기는 반드시 잡고 가야 한다. 하지만 그런 로저스가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나올 때마다 흥분하고 스스로 무너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개인은 물론 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유쾌하고 성격 좋기로 소문난 로저스가 앞으로 남은 경기서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인가.
한화 외국인 투수 로저스. /사진=OSEN |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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