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김우종 기자]
한화 김성근 감독. /사진=OSEN |
'볼넷-희생번트-고의4구-2루 뜬공-고의4구-폭투'.
한화 이글스는 연장 10회말 단, 한 개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지만 1차례의 볼넷과 2차례의 고의 4구에 이은 폭투 하나로 자멸했다.
한화 이글스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의 '2015 타이어뱅크 KBO리그' 원정 경기에서 연장 10회 혈투 끝에 4-5로 역전패했다.
이날 한화는 선발 탈보트의 6이닝 1실점 호투를 앞세워 7회초까지 4-1 리드를 이어갔다. 하지만 7회말 두 번째 투수 김기현이 오재일에게 솔로포를 허용한 뒤 8회말 권혁이 김현수에게 4-4 동점 투런포를 얻어맞았다.
결국 9회를 지나 승부는 연장으로 접어들었다. 하지만 승부가 갈리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10회말 마운드에 오른 투수는 김범수. 앞서 권혁이 8,9회까지 2이닝 2실점을 기록한 뒤 김범수가 한화의 5번째 투수로 나섰다. 그러나 김범수는 두산의 4번 타자 김현수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마운드를 이동걸에게 넘겼다.
다음 타자는 양의지. 양의지는 초구에 투수 앞 희생번트를 깔끔하게 성공시키며 1사 2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후속 타자는 최주환. 여기서 한화 벤치가 움직였다. 고의 4구를 지시한 것이다.
1사 1,2루가 된 가운데 이동걸은 오재원을 2루수 인필드 아웃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다음 타자는 앞서 7회 동점 솔로포를 쳐냈던 오재일. 초구는 볼. 2구는 볼. 3구째. 갑자기 조인성이 일어선 뒤 옆으로 이동했다. 볼카운트 2볼 상황에서의 고의4구였다.
2사 1,2루가 3루가 채워지면서 2사 만루로 돌변했다. 다음 타자는 김재호. 결국 한화 이동걸이 초구에 원바운드 투구를 펼쳤고, 이 공을 조인성이 블로킹에 실패하면서 뒤로 빠뜨렸다. 이 사이 3루주자 김현수가 여유있게 홈을 밟았다. 올 시즌 1호 KBO리그 폭투 끝내기이자 KBO리그 역대 29번째 폭투 끝내기였다.
한화 선수단. /사진=뉴스1 |
결국 스스로 3루를 채운 것이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만 것이다. 만약 1,2루에서 폭투가 나왔다면 3루까지는 갈 수 있었겠지만 홈을 밟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3루를 일부러 채운다는 것. 그것도 정상 승부 도중 볼카운트가 2-0으로 몰리자 갑자기 배터리에게 벤치서 직접 고의 4구 사인을 내렸다는 것. 일반적으로 1사 3루, 혹은 1사 2,3루 등에서 1루를 채우는 만루 장면은 그동안 많이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 만루 작전은 좀처럼 흔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아니었다. 그럼 그 이유가 무엇일까.
그 이유를 추측하면, 우선 타석에 서 있던 오재일은 이날 3타수 2안타(1홈런) 1타점 1득점 1볼넷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더욱이 7회 추격의 솔로포까지 때려냈던 오재일이었다. 이에 한화 벤치는 괜히 오재일에게 승부를 펼치다 얻어맞는 것보다는 차라리 3루를 채우면서 승부를 피하는 쪽을 택했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자충수'가 됐다. 주자가 2루에 있을 때와 3루에 있을 때, 투수에게 주는 압박감은 확연하게 다르다. 주자가 만루일 때에는 홈런과 안타는 물론이거니와 볼넷, 몸에 맞는 볼, 폭투, 희생플라이(노아웃 혹은 1아웃 시), 스퀴즈 번트, 내야 땅볼 등으로도 팀이 득점을 올릴 수 있다. 쉽게 말해 득점을 올릴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
반면, 주자가 2루에 있을 때에는 경우의 수가 확 줄어든다. 사실상, 홈런과 안타 등을 제외하면 득점을 올리기 힘들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날 경기서도 '오재일을 거르면서 3루를 채우는 것보다는 오재일과 정상 승부를 펼치는 게 어땠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더욱이 2루주자는 그렇게 발이 빠르다고 볼 수 없는 김현수였다. 외야진에서 전진 수비를 펼친 뒤 압박을 가했다면, 외야 쪽으로 안타가 나왔어도 김현수가 쉽게 홈으로 파고들기는 어려웠을 터.
'베테랑'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만루 위기. 연장전에서 공 하나만 뒤로 빠져도 승부가 끝나버리는 상황이었다. 이동걸에게 이런 상황들은 모두 큰 부담으로 다가왔을 것이다.
다음 타자는 김재호. 이동걸은 결국 연장 10회말 초구에 포크볼(133km)을 뿌리는 선택을 했으나 공은 다소 일찍 떨어졌고, 조인성도 포구하지 못한 채 뒤로 빠지고 말았다. 올 시즌 첫 번째 끝내기 폭투. 망연자실. 이 사이 두산 선수들은 기쁨 가득한 끝내기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었다.
김우종 기자 woodybell@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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