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송도=김지현 기자]
승리를 거둔 미국팀. /사진=김지현 기자 |
별들의 전쟁이 미국팀의 승리로 끝났다.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고 볼거리가 풍성했던 '2015 프레지던츠컵'을 돌아본다.
'승부사' 배상문이 만들어낸 하이라이트 필름
배상문. /AFPBBNews=뉴스1 |
한국국적으로 유일하게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배상문은 기대 이상의 활약으로 인터내셔널팀에 큰 힘이 됐다. 사실 배상문이 단장 추천으로 대회에 합류했을 때 배상문을 향한 시선은 곱지 않았다. 병역 회피 논란을 일으킨 만큼 팬들의 비판이 거셌다. 배상문이 입대를 결정하고 고개 숙여 사과를 했지만 팬들의 반응은 여전히 차가웠다.
한국에서 열리는 대회를 앞두고 이러한 상황은 배상문에게 큰 압박으로 다가왔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배상문은 연일 하이라이트 필름을 만들며 이번 대회의 스타로 떠올랐다. 배상문의 승부사 기질은 대단했다. 2라운드 대니 리와 함께 나선 포볼 경기에서는 18번홀서 끝내기 버디 퍼트로 극적인 승부를 연출했고 3라운드, 4라운드 경기서는 히데키와 찰떡호흡을 과시하며 1승1무를 기록했다. 특히 4라운드에서 나온 3연속 버디 퍼트는 배상문의 물오른 경기 감각을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배상문은 경기 마지막 날에도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다. 14.5-14.5로 동점인 상황에서 팀의 마지막 주자로 경기를 펼친 것이다. 배상문의 경기 결과에 따라 대회 승패가 정해지는 것이었다. 배상문은 빌 하스와 18번홀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으나 18번홀에서 샷 미스를 하고 말았고 대회는 미국팀의 승리로 끝났다. 비록 배상문은 패했지만 배상문의 명품 경기력만큼은 빛났다.
막을 수 없었던 남아공 듀오의 돌풍
대회서 돌풀을 일으킨 남아공 듀오 루이 우스투이젠(왼쪽)과 브랜드 그레이스. /사진=김지현 기자 |
"루이 우스투이젠과 브랜든 그레이스는 인터내셔널팀의 스타다"
닉 프라이스 단장이 10일 경기가 끝난 뒤 한 말이다. 이번 대회서 남아공 듀오 우스투이젠과 그레이스의 활약은 그 누구보다 돋보였다. 두 선수는 첫째 날부터 셋째 날까지 출전한 모든 팀경기에서 승리를 거두며 4연승 행진을 달렸다. 프레지던츠컵에서 한 팀으로 3일 동안 활약하며 4전 전승을 거둔 것은 6년만이다. 2009년 미국팀 타이거 우즈와 스티브 스트리커 이후 처음으로 나온 것.
두 선수는 인터내셔널팀의 든든한 선봉장이었다. 첫날 경기를 제외하고 나머지 경기에서 첫 번째 주자로 나서 승전보를 울렸다.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전광판에 첫 주자가 승리를 거둔 사실이 게시되기 때문에 두 선수의 승리 소식은 경기를 치르고 있는 다른 팀들에게 큰 힘을 줄 수 있었다. 실제로 닉 프라이스 단장은 "다른 선수들이 못한 것은 아니지만 우스투이젠과 그레이스는 첫 날을 제외하고 모든 경기에 첫 번째로 나서 팀의 중심을 잡았다"고 칭찬했다.
싱글매치에서도 두 선수는 제 몫을 해냈다. 그레이스의 활약이 돋보였다. 그레이스는 싱글매치에서 매트 쿠차를 꺾으며 대회 역사상 5전 전승을 거둔 다섯 번째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우스투이젠도 팀의 첫 주자로 나서 패트릭 리드와 맞대결을 펼쳤다. 1홀 뒤진 18번홀에서 극적인 승리를 따내며 무승부를 이끌어냈다. 두 선수 모두 무패행진을 이어간 것이다.
'백전노장' 필 미켈슨, 프레지던츠컵 역사 새로 쓰다
필 미켈슨. /AFPBBNews=뉴스1 |
필 미켈슨은 이번 대회 화제의 중심이었다. 경기에서는 그림 같은 벙커샷(1라운드 포섬 13번홀, 2라운드 포볼 12번홀)으로 갤러리들의 탄성을 이끌어냈고 경기장 밖에서는 미국팀의 리더로서 존재감을 보였다. 대회 중 어린 선수들이 미켈슨의 배를 만지며 장난을 치는 모습도 보였다. 깊은 유대 관계가 없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미켈슨은 11번 열렸던 프레지던츠컵에 모두 참여한 유일한 선수다. 이번 대회에 자력진출에는 실패했으나 단장 추천으로 미국팀에 합류했다. 제이 하스 미국팀 단장은 미켈슨의 오랜 경험이 팀에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제이 하스 단장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이번 대회서 3승1무를 기록하며 미국팀 우승을 이끌었다.
이번 대회에 참가하면서 미켈슨은 프레지던츠컵 최다 출전 기록과 통산 최다 승점 기록을 또 한 번 경신했다. 1994년 프레지던츠컵부터 이번 대회까지 단 한 차례도 빠지지 않고 프레지던츠컵에 출전한 미켈슨은 통산 23승12무15패로 승점 29점을 획득했다.
대회 종료 후 미켈슨은 "한 해 동안 미국팀에서 뛰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 프레지던츠컵에도 계속 출전하고 싶다. 그리고 다음에 출전할 때는 단장 추천이 아닌 자력으로 출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프레지던츠컵의 산증인 미켈슨이 2017 프레지던츠컵에서도 활약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달라진 경기 방식, 박진감 넘치는 경기 이끌다
이번 프레지던츠컵 전까지 인터내셔널팀은 1승1무8패로 미국팀에 항상 밀리는 모습을 보여 왔다. 경기력도 문제였다. 미국팀의 일방적인 승리로 끝나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라이더컵(미국팀 vs 유럽팀)에 비해 저평가를 받아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15 프레지던츠컵부터 경기 방식이 변경됐다.
가장 큰 변화는 경기소가 축소된 것이다. 기존 34경기에서 30경기로 줄어들었다. 이를 통해 좋지 않은 선수들 대신 경기력이 좋은 선수들을 투입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됐다. 이러한 변화는 효과가 나타났다. 비록 인터내셔널팀이 패했지만 경기 마지막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가 펼쳐졌다.
최경주 부단장은 "바뀐 경기 방식이 큰 효과가 있었다. 2003년 남아공에서 열렸던 프레지던츠컵 이후에 가장 치열했던 경기였다"고 말했다. 닉 프라이스 단장도 "최경주 부단장의 말에 동의한다. 승점이 낮춰진 것이 좋았다"고 말했다.
송도=김지현 기자 xnom041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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