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리뷰] 삼성 라이온즈- ''아듀, Lion King''
입력 : 2017.11.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기사 첨부이미지
시즌 성적 - 55승 84패 5무(9위)

프롤로그

0.396, 창단 35년 만에 기록한 최저 승률, 대체 1년 동안 무엇이 개선되었는가


[스포탈코리아] 삼성의 2017년은 시작부터 불안감이 가득했다. KBO 역사상 최초의 4년 연속 통합 우승 그리고 5년 연속 정규 시즌 우승이라는 대업을 달성한 류중일 감독이 자리를 떠났고 신임 감독 김한수 체제로 시즌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그랬다.

거기에 타선과 마운드의 중심이었던 최형우, 차우찬의 이적은 이러한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큰 금액을 지급하며 데려온 외국인 선수들의 부상과 부진까지 겹쳐 개막 후 한 달 동안 단 4승만을 얻어냄으로써 단순 불안감을 넘어 시즌 100패를 기록하는 것 아니냐는 깊은 우려를 낳기도 했다.

설상가상, 김한수 감독은 시즌 내내 이해하기 힘든 선수 기용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으며 12년 만에 외부에서 영입한 우규민-이원석은 92억이라는 거금을 들인 것 치고는 성적이 신통치 못했다.

실제로 삼성이 올해 기록한 각종 지표는 참담했다. 왜 이 팀이 창단 이후에 최악의 성적을 거뒀고 시즌 도중, 최다패 기록을 경신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을 할 정도였는지 아주 여실히 그리고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2017 시즌 삼성 라이온즈 팀 기록 (괄호 안은 리그 순위)>



최하위권 성적을 기록한 타선과 리그에서 가장 부진한 모습을 보여준 투수진. 왕조 시절 주축들의 이탈과 노쇠화, 그리고 다음 세대 준비 실패는 2015년 정규시즌 우승 이후 단 2년 만에 팀을 걷잡을 수 없는 나락으로 빠뜨렸다.


Most Valuable Player : 다린 러프



5월 2일 두산전 러프의 개인 통산 첫 끝내기 홈런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하지만 그럼에도 올 시즌 라이온즈에게 큰 수확이 하나 있다면 그것은 단연코 다린 러프다. 2017 시즌을 앞두고 110만 달러에 삼성과 계약한 러프에 대한 기대는 상당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거포 우타자였으며 작년 시즌까지의 성적도 좋았기에 이적한 최형우의 공백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을 거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개막 후 한 달간 충격적인 부진(월간 타율 0.150-리그 최하위)에 빠지며 구단과 팬들을 당황하게 했고 결국 4월 22일 퓨처스리그행을 통보받았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김한수 감독의 이 결정이 몇 안 되는 시즌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다는 것을.

열흘간의 재정비를 마치고 5월 2일 다시 1군 무대에 모습을 나타낸 러프는 복귀 첫 경기부터 끝내기 홈런을 때려냈다. 확실하게 자신감을 회복한 그는 남은 시즌 동안 리그 최고의 외국인 타자라 불려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확실히 삼성의 4번 타자 자리를 맡아주었다



<5월 2일부터 시즌 종료 시까지의 러프의 기록(괄호 안은 리그 순위, 300타석 이상)>



Least Valuable Player: 앤서니 레나도

러프가 확실한 반전을 이뤄냈다면, 그 반대를 보여준 선수도 있었다. 야구공작소 내 모 칼럼니스트가 ‘젊은 니퍼트’라고 예상한 앤서니 레나도가 그 주인공이다.

기대치만으로는 레나도 또한 러프 못지 않았다. 2m가 넘는 장신(2m 4cm)에 150km 이상을 보여주는 강력한 패스트볼, 거기에 낙차 큰 커브의 조합은 두산의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를 연상시키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또한 1989년생, 28살이라는 젊은 나이와 유망주 시절 보스턴에 드래프트되며 받았던 좋은 평가는 그의 KBO 커리어가 순탄할 것이라는 예상에 힘을 더해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결국, 부상이 문제였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시즌 개막 전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가래톳 부상을 당한 레나도는 5월 말이 돼서야 1군에 복귀했다. 하지만 몸값에 걸맞은 위력적인 투구는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퓨처스 리그를 오가며 소화한 11번의 선발등판 동안 단 한 번의 QS를 보여주는 데 그쳤다.

결국 7월 27일 NC전에서 입은 오른손 손바닥뼈 골절 부상을 끝으로 더는 마운드에 오르지 못했다. 특급 에이스를 기대하며 1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투자해 데려온 ‘젊은 니퍼트’는 삼성의 외국인 투수 잔혹사에 또 다른 한 페이지를 추가했을 뿐이었다.


반전이 필요한 선수: 우규민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무려 65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우규민을 데려왔을 때 그에 대한 평가는 두 가지로 갈렸다.

타자친화적인 구장인 라이온즈파크와 땅볼 유도에 능한 우규민은 궁합이 잘 맞을 것이라는 의견.
전성기를 지난 투수를 과도한 금액으로 잡았다. 즉 오버페이를 했다는 의견.
결과적으로 우규민의 2017 시즌은 선발 전환 후의 본인 커리어 평균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땅볼/뜬공 비율(153/124-1.23)과 9이닝당 볼넷 허용 개수(1.56개)는 오히려 작년보다 좋아졌다. 하지만 커리어 처음으로 5점이 넘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무엇이 원인이었을까.



<선발전환 후 우규민의 연도별 9이닝당 피홈런 개수>


극 투수 친화적인 잠실을 쓸 때도 매년 소폭 증가했던 피홈런이 올해 타자 친화적인 구장을 쓰며 조금 더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을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결국 내년 시즌에도 어떻게 피홈런을 억제하느냐가 가장 큰 숙제다.

이제부터 성장해야 할 삼성의 젊은 투수들에게 멘토가 되어줘야 할 필요성도 크다. 내년이면 한국 나이로 37세가 되는 윤성환에게 이 역할을 전부 맡기기에는 다소 부담스럽다. 만 33세를 맞는 내년에는 팀의 후배 투수들을 잘 이끌어줄 수 있는 리더십 또한 우규민에게 필요할 텐데 그 때문에라도 내년 시즌엔 반전된 모습을 반드시 보여줘야 한다.


발전한 그들 : 백정현, 장필준



내년에도 그들의 호투를 기대해봐도 좋을까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대구 상원고를 졸업한 백정현은 늘 제구 문제가 뒤따르던 선발 유망주였다. 좋은 공을 가졌지만 시즌에 들어가면 매해 아쉬운 모습을 보이며 스프링캠프에서만 잘한다는 뜻의 ‘오키나와 에이스’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도 갖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달랐다. 데뷔 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시즌 100이닝을 돌파했으며 팀 내 다승 2위(8승), 투수 WAR 2위(2.16)를 기록하는 등 든든한 선발투수로 거듭났다. 특히 7월에는 4번의 QS와 1번의 QS+를 기록하며 3승을 수확하기도 했다. 내년 시즌에도 선발의 한 축을 당당히 담당해 주리라는 믿음을 심어주기에 충분했다.

선발진에 백정현이 가세했다면 불펜에서는 장필준이 큰 역할을 해줬다. KBO리그 복귀 첫 해였던 지난해에는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올 시즌에는 세이브 부문 5위인 21세이브를 기록하며 팀의 마무리 자리를 꿰찼다.

성적 향상의 원인은 작년보다 확실하게 올라온 구속(142.3km/h ->145.8km/h)을 바탕으로 많은 삼진을 뽑아낸 데 있다(K/9 7.31->10.96). 10.96개의 9이닝당 탈삼진 개수는 50이닝 이상 투구한 불펜 투수 중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덕분에 경기 후반 리드 시 팀 승리의 기대감을 높여주는데 결정적 역할을 담당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백정현은 시즌 막판 체력적 문제와 옆구리 부상이 겹쳤고 장필준은 무려 25번의 멀티 이닝 투구를 기록하는 등 혹사 논란이 일었다. 하지만 백정현은 선발에서 이 정도의 이닝을 소화한 첫 시즌이고 장필준 또한 김한수 감독이 불펜 혹사에 대한 쓴소리를 많이 들은 만큼 내년에는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해볼 수 있다.


Key Point – 왕조 몰락 2년차, 무엇이 달라졌나

2015년 플레이오프 이후 삼성은 2년 연속으로 가을 야구에 진출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사이 박석민, 최형우, 차우찬 등 많은 주축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그들을 대체할 선수들을 찾아야 했다.

하지만 올해 삼성은 숙제를 전혀 해결하지 못했다. 김헌곤과 김성훈 정도를 제외하면 팀 내 젊은 타자 중 괜찮은 평가를 할만한 선수는 찾기 힘들었으며 강한울은 딱 '대체 선수' 정도였다.

FA로 영입한 이원석도 만족스럽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외국인 투수들의 총합 승수는 5승에 그치며 투수 쪽에서도 여전히 전력 보강이 되지 않았다. 다가오는 2018 시즌부터 구자욱, 박해민을 제외하면 선발 라인업에 20대 야수를 찾기 힘들다는 점은 ‘리빌딩’팀인 삼성의 현주소를 가장 잘 보여주는 아쉬운 대목이다.



Key Point 2- 헤이 한 수 돈 두댓!!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외국인 선수 영입 실패 + 팀 내 투타 핵심의 이적’이라는 두 가지 악재는 분명 신임 감독에게 큰 짐이 되었을지 모른다. 어쩌면 가장 힘들 수 있는 시기에 감독의 자리를 맡았기에 시즌 전까지는 동정의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고려하더라도 올 시즌 김한수 감독의 선수 기용, 특히 투수진 운용은 비상식에 가깝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무너진 불펜 속에서 그나마 필승조라고 부를 수 있었던 장필준, 심창민의 기용법은 흡사 혹사에 가까웠다. 팀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최충연은 시즌 내내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관리받지 못했고, 시즌 중반 페트릭과 김대우, 김동호는 벌투 논란에 휘말리기도 했다.

선수 개개인의 혹사보다 더 아쉬웠던 건 팀의 방향성이 명확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분명 삼성은 현재 가을야구 혹은 우승을 노려야 할 팀이 아님에도 선발투수를 당겨 쓴다든가 혹은 가동하지 않아도 될 필승조를 투입하는 등 성적과 리빌딩 사이에서 운용의 갈피를 전혀 잡지 못했다.

2018 시즌의 김한수 감독은 조원우 감독처럼 본인에 대한 평가를 뒤집을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점은 팀의 방향성을 선명하게 정하는 것이 먼저라는 점이다.


마무리 ‘Good Bye, Lion King’



이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3루를 도는 그의 모습 (사진=삼성 라이온즈 제공)


0.280/0.347/0.517 OPS 0.854 24홈런 87타점 132안타 65득점 wRC+ 111

팀 내 홈런 2위, 타점 3위, 최다안타 3위, 득점 4위 등


올 시즌 은퇴를 선언한 41세 타자의 성적이다. 그는 마지막까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줬고, 10월 3일 펼쳐진 은퇴 경기에서까지 멀티 홈런을 기록하며 슈퍼스타임을 스스로 증명했다.

하지만 이승엽의 은퇴를 마냥 감동적으로 바라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삼성이다. 이승엽이라는 이름 석자와 41세라는 나이를 지우고 보면 저 정도 성적을 기록하는 타자를 얻기 쉽지 않은 현실을 마주해야 하기 때문이다.


야구공작소
송동욱 칼럼니스트


기록출처: STATIZ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