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 성적 : 69승 73패 2무 0.486 (7위)
[스포탈코리아] 2017 시즌 전, 넥센은 새로운 실험을 했다. ‘현장의 경험’이라는 모호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제거하고 ‘현장의 경험’은 없지만 ‘프런트 경험’이 풍부하고 넥센의 ‘시스템 야구’를 잘 이해하는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넥센은 나름대로 KBO식의 시스템 야구를 표방하면서 자신감 있게 출발을 했다. 8월까지 5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은 건재한 듯 보였다. 하지만 넥센은 최종 순위 7위로 시즌을 끝마치고 말았다.
초보 감독의 시스템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1선발의 활약을 기대하며 영입한 오설리반은 2경기 만에 선발 불가 판정을 받았고 2016시즌 후반기부터 부진했던 대니 돈의 타격은 여전했다. 외국인 선수 2명의 동반 부진으로 선발과 타선에 구멍이 뚫린 채 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최원태, 이정후, 허정협, 김웅빈, 송성문 등 신인들의 활약으로 구멍을 메우며 간신히 월 승률 5할 이상을 만들어냈지만 연승과 연패를 오가며 오락가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타자들은 매번 바뀌는 라인업으로 타격감을 잡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은 부진과 부상이 겹쳤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2군 자원이 마땅치 않았기에 기존 1군 선수들의 쉴 틈이 없었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고 9월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달려오던 넥센은 9월이 되자마자 연패에 빠지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2017 시즌이 진행될수록 팀의 방향성은 확실해졌다. 주전급 선수들과 상대팀 유망주를 연달아 트레이드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2016시즌 구원왕 김세현, 4번 타자 윤석민, 2009년 1차 지명자 강윤구 등을 내보내면서 유망주를 모았다. 김세현의 부재는 마무리의 부재로 이어져 1점차 승부에 약한 팀을 만들었고 4번 타자의 공백은 장타실종이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최고의 선수 – 김하성
0.302/0.376/0.513/0.889 23홈런 114타점 WAR 4.91
올 시즌 넥센의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신인 이정후에게 쏠렸다. 하지만 2017시즌 넥센 최고의 선수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김하성이다. 풀타임 첫 시즌부터 강정호의 빈자리를 채워야한다는, 다소 불가능해보였던 미션을 깔끔하게 소화한 김하성에게 2017년엔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중심타선이 약해진 팀의 사정상 김하성이 4번 타자를 맡아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김하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또 다시 멋지게 수행해냈다.
김하성은 이제 22세의 선수다. 그리고 그의 포지션은 수비부담이 많은 유격수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포지션의 선수가 23홈런으로 팀 내 최다 홈런을, 114타점으로 역시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했고 동시에 KBO역사상 3번째 100타점 유격수가 된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하성은 매년 발전하는 선수다. 김하성은 풀타임 첫 해 이후로 홈런 갯수를 매번 늘려왔고 K%는 줄여왔다. 삼진이 줄어든 것만큼 볼넷의 비율이 늘어나진 않았지만 컨택%가 데뷔 시즌에 비하면 10%p가량 늘었다. 풀타임 3년차에 불과한 선수가 버릴 공은 버리고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을 잘 노려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그가 아직 22세의, 내년 시즌에 또다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김하성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분명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최악의 선수 – 오설리반
0승 2패 8이닝 ERA 15.75 WAR -0.57
오설리반은 영입 당시에는 이름값 덕분에 많은 이들을 깜짝 놀래킬 만했지만 기록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었던 투수였다.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는 장점은 확실하게 던질만한 주무기가 없다는 반증이었고, 제구력이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커맨드가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넥센의 이전 외국인투수였던 피어밴드(넥센시절), 스캇 맥그래거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였다.
물론 잠깐이었지만 시범경기 중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정규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 정규시즌 첫 경기였던 4월 1일 LG전에서 오설리반은 5이닝 동안 7점을 내줬다. 바로 다음 경기였던 4월 8일 두산전에서도 2이닝 6실점을 기록하면서 당초 기대 받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두 번의 선발등판 이후 110만 달러의 외국인 투수는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하지만 불펜으로 등판한 4월 14일 KIA전에서도 1이닝 1실점으로 부진했고 팀은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못했다. 불펜으로도 합격점을 받지 못한 오설리반은 당연하게도 1군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더 이상의 1군 콜업은 없었고 5월 3일 웨이버 공시되면서 방출됐다. 그가 던진 이닝은 단 8이닝. 야심차게 영입한 1선발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바람의 손자 - 이정후
0.324/0.395/0.417/0.812 179안타 111득점 WAR 3.59
역대급’ 데뷔시즌을 보낸 이정후는 올 시즌 NO.1 신인왕 후보이다. 이정후는 신인 최다 안타 기록(1994 서용빈 154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시즌 최종 179안타를 기록하면서 손아섭 김재환 다음으로 안타를 많이 친 선수가 됐다. 득점도 111점으로 버나디나, 손아섭에 이은 리그 3위를 마크했다. 물론 이전의 기록들은 전체 경기수가 지금보다 적었을 때의 기록이지만 순수 고졸 신인으로 앞선 기록들을 넘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이정후가 이번 시즌 기록한 WAR은 3.67이다. 당연하게도 리그에서 이정후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 중에서 그보다 어린 선수는 없다. 그리고 KBO리그 역대 19세 시즌 중 이정후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딱 두 명이다. 그 두 명은 바로 김재현과 김태균이다. ‘레전드급’ 시즌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리그에서 올 시즌 19세 ~ 25세 선수 중 이정후 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단 3명 밖에 없다. 구자욱, 김하성, 박민우가 그들인데 10대인 이정후가 리그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어린 선수들과 비등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정후의 유일한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장타의 부재이다. 올 시즌 홈런이 단 2개일 정도로 홈런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2루타 29개를 기록하면서 팀 내에서 김하성 다음으로 2루타를 많이 쳤다. 그리고 빠른 발과 고척돔을 이용한 3루타를 8개나 쳐내면서 3루타 부분 리그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이정후는 이제 19세의 선수다. 올 시즌 이정후가 어떤 기록을 쌓아왔는지 봤다면 거기에다가 장타까지 더 쳐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수 있다.
넥센 투수진의 미래 - 최원태
11승 7패 149.1이닝 126삼진 ERA 4.46 FIP 4.63 WAR 3.44
팀 내 최고 히트상품으로 타자 부분에 이정후가 있었다면 투수 부분에는 최원태가 있었다. 시즌 시작 후 4월 한달 동안 최원태는 3승 2패 35.0이닝 24삼진 5볼넷 ERA 3.86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비록 5월과 6월에 각각 평균자책점 5.46, 8.55로 크게 부진했지만 7월 들어서 2.5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회복했고,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최원태는 풀 타임 첫 시즌에 149이닝으로 팀 내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WAR 3.44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팀은 그에게 로테이션만 꾸준히 지켜주며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어 리그 최고의 5선발로 거듭났다.
최원태는 4.63의 FIP로 2017시즌 정규시즌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전체 10위를 기록했다. 126개의 탈삼진은 리그 13위로 최원태보다 많은 삼진을 기록한 투수 중 최원태 보다 어린 선수는 없다. 17세~ 25세 투수들 중 2017시즌에 최원태 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투수는 롯데의 박세웅이 유일하다. 게다가 최원태는 제구력도 안정적이었다. 2017시즌 최원태의 K/BB는 3.71로 리그 6위에 해당하며 이 역시도 그보다 좋은 K/BB를 기록한 선수 중 그보다 어린 선수는 없다.
결정적 순간 – 9월 부진
2017넥센의 결정적인 순간은 9월의 추락이라고 할 수 있다. 8월 31일까지 넥센의 순위는 5위였다. 팬들과 전문가 모두 넥센이 충분히 5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넥센은 9월 8일 6위로 내려왔고 다시는 순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9월 한달 동안 넥센이 거둔 승리는 단 4승. 이 기간 승률은 고작 0.222이다. 9월 넥센이 기록한 팀 타선 OPS는 0.735로 리그 9위였고 팀 평균자책점은 6.32으로 역시 리그 9위를 기록했다. 넥센 타선보다 낮은 OPS를 기록한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4.43으로 리그 3위였고, 넥센보다 낮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삼성의 팀 OPS는 0.810으로 리그 5위였다. 한마디로 투/타 모두가 바닥을 기었던 팀이 바로 9월의 넥센이었다.
정반대의 의미로 투/타의 밸런스가 맞게 돌아간 넥센이 9월 한달 부진하면서 그 동안 꾸준히 지켜왔던 5위를 뺏기는 것은 당연했다. 9월 5일부터 9월 12일까지 7연패를 기록했고 팀은 추락했다. 이 기간 넥센은 3번이나 마지막 이닝에서 역전을 당하면서 1점차 또는 동점상황에서의 승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9월에 당한 7연패 중 3번은 동점상황에서 마지막 이닝에 점수를 내주고 패배를 당한 것이었다. 결국 ‘현장 경험’없는 초보 감독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못미더운 확장 엔트리의 운용, 9월 불펜의 부진으로 감독의 평가를 내리기에는 성급하다. 넥센의 열악한 2군 투수 뎁스와 그로 인한 1군 투수들의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없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만약 9월의 추락이 없었다면 초보 감독의 한계라는 평가보다 넥센은 시스템이 자리잡은 팀이라는 평가가 더 어울렸을 것이다.
마무리 – 희망찼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떤 감독을 데리고 와도 충분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거라던 넥센의 자신감은 PS탈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2017시즌 넥센의 실험은 실패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넥센은 팀 내의 주전급 선수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망주를 기용하는 팀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넥센의 유망주 농사는 풍년에 가깝다.
4번 타선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김하성을 필두로 올 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인 이정후,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최원태, 거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영석, 허정협까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을 여럿 발굴했다. 올해 1군에서 유망주들이 이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팀은 넥센 외엔 드물다. 넥센이 시즌 중에 성사시킨 트레이드 또한 현재보다 미래를 보강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팬들은 현재를 살기 마련이라는 지적을 끝까지 잊지 않으면 좋겠다. 팬들이 사랑하는 팀은 내가 응원하는 지금 이기는 팀일 것이다. 닿지 않는 미래를 기대하며 꾸준히 입장권을 사줄 팬은 많지 않다. 물론 넥센은 KBO에서 가장 색깔이 다른 구단이다. 타 팀들과 달리 모기업의 도움이 없기 때문에 구단 혼자 수익을 내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함께 했으면 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팀에 남아있지 못한다면 현재 즉, 팬들의 사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부디 내년 시즌엔 유망주 농사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동시에 풍년을 기록하길 기대해본다.
야구공작소
남통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 STATIZ
[스포탈코리아] 2017 시즌 전, 넥센은 새로운 실험을 했다. ‘현장의 경험’이라는 모호할 수 있는 부분을 과감히 제거하고 ‘현장의 경험’은 없지만 ‘프런트 경험’이 풍부하고 넥센의 ‘시스템 야구’를 잘 이해하는 인물을 감독으로 선임한 것이다. 넥센은 나름대로 KBO식의 시스템 야구를 표방하면서 자신감 있게 출발을 했다. 8월까지 5위를 유지하면서 시스템은 건재한 듯 보였다. 하지만 넥센은 최종 순위 7위로 시즌을 끝마치고 말았다.
초보 감독의 시스템은 처음부터 불안했다. 1선발의 활약을 기대하며 영입한 오설리반은 2경기 만에 선발 불가 판정을 받았고 2016시즌 후반기부터 부진했던 대니 돈의 타격은 여전했다. 외국인 선수 2명의 동반 부진으로 선발과 타선에 구멍이 뚫린 채 시즌을 시작한 것이다. 최원태, 이정후, 허정협, 김웅빈, 송성문 등 신인들의 활약으로 구멍을 메우며 간신히 월 승률 5할 이상을 만들어냈지만 연승과 연패를 오가며 오락가락한 경기력을 보여줬다.
타자들은 매번 바뀌는 라인업으로 타격감을 잡기 힘들었던 것으로 보인다. 투수들은 부진과 부상이 겹쳤지만 이를 대체할만한 2군 자원이 마땅치 않았기에 기존 1군 선수들의 쉴 틈이 없었다. 결국 체력적인 한계에 부딪혔고 9월에 모든 것이 무너지고 말았다. 제대로 된 휴식도 없이 달려오던 넥센은 9월이 되자마자 연패에 빠지면서 추락하기 시작했다.
2017 시즌이 진행될수록 팀의 방향성은 확실해졌다. 주전급 선수들과 상대팀 유망주를 연달아 트레이드하면서 현재와 미래를 바꾸는 모습을 꾸준히 보여줬다. 2016시즌 구원왕 김세현, 4번 타자 윤석민, 2009년 1차 지명자 강윤구 등을 내보내면서 유망주를 모았다. 김세현의 부재는 마무리의 부재로 이어져 1점차 승부에 약한 팀을 만들었고 4번 타자의 공백은 장타실종이라는 문제를 불러왔다.
최고의 선수 – 김하성
0.302/0.376/0.513/0.889 23홈런 114타점 WAR 4.91
올 시즌 넥센의 스포트라이트는 모두 신인 이정후에게 쏠렸다. 하지만 2017시즌 넥센 최고의 선수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것은 바로 김하성이다. 풀타임 첫 시즌부터 강정호의 빈자리를 채워야한다는, 다소 불가능해보였던 미션을 깔끔하게 소화한 김하성에게 2017년엔 또 다른 임무가 주어졌다. 중심타선이 약해진 팀의 사정상 김하성이 4번 타자를 맡아야 했던 것이다. 그리고 김하성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또 다시 멋지게 수행해냈다.
김하성은 이제 22세의 선수다. 그리고 그의 포지션은 수비부담이 많은 유격수다. 체력적으로 부담이 많이 가는 포지션의 선수가 23홈런으로 팀 내 최다 홈런을, 114타점으로 역시 팀 내 최다 타점을 기록했고 동시에 KBO역사상 3번째 100타점 유격수가 된 것이다.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김하성은 매년 발전하는 선수다. 김하성은 풀타임 첫 해 이후로 홈런 갯수를 매번 늘려왔고 K%는 줄여왔다. 삼진이 줄어든 것만큼 볼넷의 비율이 늘어나진 않았지만 컨택%가 데뷔 시즌에 비하면 10%p가량 늘었다. 풀타임 3년차에 불과한 선수가 버릴 공은 버리고 자신이 칠 수 있는 공을 잘 노려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수로 거듭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더 무서운 것은 그가 아직 22세의, 내년 시즌에 또다른 발전을 기대할 수 있는 어린 선수라는 점이다. 김하성이 어디까지 성장할지 지켜보는 것도 분명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이다.
최악의 선수 – 오설리반
0승 2패 8이닝 ERA 15.75 WAR -0.57
오설리반은 영입 당시에는 이름값 덕분에 많은 이들을 깜짝 놀래킬 만했지만 기록을 하나하나 살펴보면 애초에 성공할 가능성이 적었던 투수였다. 다양한 구종을 던진다는 장점은 확실하게 던질만한 주무기가 없다는 반증이었고, 제구력이 뛰어나지만 그렇다고 커맨드가 훌륭한 것은 아니었다. 기록만 놓고 보면 넥센의 이전 외국인투수였던 피어밴드(넥센시절), 스캇 맥그래거와 비슷한 유형의 투수였다.
물론 잠깐이었지만 시범경기 중 상대하기 까다로운 투수가 될 것이라고 기대를 모으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 기대는 정규시즌이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 정규시즌 첫 경기였던 4월 1일 LG전에서 오설리반은 5이닝 동안 7점을 내줬다. 바로 다음 경기였던 4월 8일 두산전에서도 2이닝 6실점을 기록하면서 당초 기대 받던 모습과는 동떨어진 모습을 보이고 말았다.
두 번의 선발등판 이후 110만 달러의 외국인 투수는 불펜으로 보직이 변경됐다. 하지만 불펜으로 등판한 4월 14일 KIA전에서도 1이닝 1실점으로 부진했고 팀은 더 이상 그를 신뢰하지 못했다. 불펜으로도 합격점을 받지 못한 오설리반은 당연하게도 1군에서 말소됐다. 그리고 더 이상의 1군 콜업은 없었고 5월 3일 웨이버 공시되면서 방출됐다. 그가 던진 이닝은 단 8이닝. 야심차게 영입한 1선발은 그렇게 허무하게 사라지고 말았다.
미래가 기대되는 선수
바람의 손자 - 이정후
0.324/0.395/0.417/0.812 179안타 111득점 WAR 3.59
역대급’ 데뷔시즌을 보낸 이정후는 올 시즌 NO.1 신인왕 후보이다. 이정후는 신인 최다 안타 기록(1994 서용빈 154안타) 기록을 경신했다. 그리고 시즌 최종 179안타를 기록하면서 손아섭 김재환 다음으로 안타를 많이 친 선수가 됐다. 득점도 111점으로 버나디나, 손아섭에 이은 리그 3위를 마크했다. 물론 이전의 기록들은 전체 경기수가 지금보다 적었을 때의 기록이지만 순수 고졸 신인으로 앞선 기록들을 넘었다는 것은 분명 대단한 일이라 볼 수 있다.
이정후가 이번 시즌 기록한 WAR은 3.67이다. 당연하게도 리그에서 이정후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 중에서 그보다 어린 선수는 없다. 그리고 KBO리그 역대 19세 시즌 중 이정후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딱 두 명이다. 그 두 명은 바로 김재현과 김태균이다. ‘레전드급’ 시즌을 보냈다 해도 과언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리그에서 올 시즌 19세 ~ 25세 선수 중 이정후 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선수는 단 3명 밖에 없다. 구자욱, 김하성, 박민우가 그들인데 10대인 이정후가 리그에서 확실한 주전으로 자리 잡은 어린 선수들과 비등한 역할을 해낸 것이다.
이정후의 유일한 약점으로 거론되는 것은 장타의 부재이다. 올 시즌 홈런이 단 2개일 정도로 홈런과 인연이 없었다. 하지만 이정후는 2루타 29개를 기록하면서 팀 내에서 김하성 다음으로 2루타를 많이 쳤다. 그리고 빠른 발과 고척돔을 이용한 3루타를 8개나 쳐내면서 3루타 부분 리그 공동 2위를 기록했다. 다시 한번 확인하지만 이정후는 이제 19세의 선수다. 올 시즌 이정후가 어떤 기록을 쌓아왔는지 봤다면 거기에다가 장타까지 더 쳐주기를 바라는 것은 너무 큰 욕심일 수 있다.
넥센 투수진의 미래 - 최원태
11승 7패 149.1이닝 126삼진 ERA 4.46 FIP 4.63 WAR 3.44
팀 내 최고 히트상품으로 타자 부분에 이정후가 있었다면 투수 부분에는 최원태가 있었다. 시즌 시작 후 4월 한달 동안 최원태는 3승 2패 35.0이닝 24삼진 5볼넷 ERA 3.86을 기록하며 기분 좋게 출발했다. 비록 5월과 6월에 각각 평균자책점 5.46, 8.55로 크게 부진했지만 7월 들어서 2.5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안정감을 회복했고, 시즌 마지막까지 좋은 모습을 이어갔다.
최원태는 풀 타임 첫 시즌에 149이닝으로 팀 내 최다 이닝을 기록했고, WAR 3.44로 팀 내 1위를 기록했다. 팀은 그에게 로테이션만 꾸준히 지켜주며 미래를 위한 경험을 쌓기를 바랐는데 오히려 그것을 뛰어넘어 리그 최고의 5선발로 거듭났다.
최원태는 4.63의 FIP로 2017시즌 정규시즌 이닝을 소화한 투수 중 전체 10위를 기록했다. 126개의 탈삼진은 리그 13위로 최원태보다 많은 삼진을 기록한 투수 중 최원태 보다 어린 선수는 없다. 17세~ 25세 투수들 중 2017시즌에 최원태 보다 높은 WAR을 기록한 투수는 롯데의 박세웅이 유일하다. 게다가 최원태는 제구력도 안정적이었다. 2017시즌 최원태의 K/BB는 3.71로 리그 6위에 해당하며 이 역시도 그보다 좋은 K/BB를 기록한 선수 중 그보다 어린 선수는 없다.
결정적 순간 – 9월 부진
2017넥센의 결정적인 순간은 9월의 추락이라고 할 수 있다. 8월 31일까지 넥센의 순위는 5위였다. 팬들과 전문가 모두 넥센이 충분히 5위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넥센은 9월 8일 6위로 내려왔고 다시는 순위를 회복하지 못했다.
9월 한달 동안 넥센이 거둔 승리는 단 4승. 이 기간 승률은 고작 0.222이다. 9월 넥센이 기록한 팀 타선 OPS는 0.735로 리그 9위였고 팀 평균자책점은 6.32으로 역시 리그 9위를 기록했다. 넥센 타선보다 낮은 OPS를 기록한 LG의 팀 평균자책점은 4.43으로 리그 3위였고, 넥센보다 낮은 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삼성의 팀 OPS는 0.810으로 리그 5위였다. 한마디로 투/타 모두가 바닥을 기었던 팀이 바로 9월의 넥센이었다.
정반대의 의미로 투/타의 밸런스가 맞게 돌아간 넥센이 9월 한달 부진하면서 그 동안 꾸준히 지켜왔던 5위를 뺏기는 것은 당연했다. 9월 5일부터 9월 12일까지 7연패를 기록했고 팀은 추락했다. 이 기간 넥센은 3번이나 마지막 이닝에서 역전을 당하면서 1점차 또는 동점상황에서의 승부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야만 했다.
9월에 당한 7연패 중 3번은 동점상황에서 마지막 이닝에 점수를 내주고 패배를 당한 것이었다. 결국 ‘현장 경험’없는 초보 감독의 한계라는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못미더운 확장 엔트리의 운용, 9월 불펜의 부진으로 감독의 평가를 내리기에는 성급하다. 넥센의 열악한 2군 투수 뎁스와 그로 인한 1군 투수들의 체력적인 한계 때문에 마지막까지 힘을 낼 수 없었다고 보는 편이 합리적일 것이다. 만약 9월의 추락이 없었다면 초보 감독의 한계라는 평가보다 넥센은 시스템이 자리잡은 팀이라는 평가가 더 어울렸을 것이다.
마무리 – 희망찼으면 좋겠다.
확실하게 돌아가는 ‘시스템’이 있다면 어떤 감독을 데리고 와도 충분한 경쟁을 할 수 있을 거라던 넥센의 자신감은 PS탈락이라는 결과로 돌아왔다. 2017시즌 넥센의 실험은 실패를 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넥센은 팀 내의 주전급 선수를 잡지 못하는 상황에서 전력을 유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망주를 기용하는 팀이다. 그리고 이번 시즌에도 넥센의 유망주 농사는 풍년에 가깝다.
4번 타선에서 확실하게 자리매김한 김하성을 필두로 올 시즌 최고의 히트 상품인 이정후, 미래의 에이스로 성장할 가능성을 보여준 최원태, 거포로써의 가능성을 보여준 장영석, 허정협까지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선수들을 여럿 발굴했다. 올해 1군에서 유망주들이 이런 발전 가능성을 보여준 팀은 넥센 외엔 드물다. 넥센이 시즌 중에 성사시킨 트레이드 또한 현재보다 미래를 보강한다는 의미가 강했다.
그러나 팬들은 현재를 살기 마련이라는 지적을 끝까지 잊지 않으면 좋겠다. 팬들이 사랑하는 팀은 내가 응원하는 지금 이기는 팀일 것이다. 닿지 않는 미래를 기대하며 꾸준히 입장권을 사줄 팬은 많지 않다. 물론 넥센은 KBO에서 가장 색깔이 다른 구단이다. 타 팀들과 달리 모기업의 도움이 없기 때문에 구단 혼자 수익을 내 살아남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미래에도 함께 했으면 하는 선수들이 계속해서 팀에 남아있지 못한다면 현재 즉, 팬들의 사랑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부디 내년 시즌엔 유망주 농사뿐만 아니라 팀 성적도 동시에 풍년을 기록하길 기대해본다.
야구공작소
남통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