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2위(89승 73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64승 98패)
프롤로그
[스포탈코리아] 2016 시즌 내내 불펜의 난조에 발목을 잡힌 자이언츠는 시장에 나온 세 명의 특급 마무리 중 한 명인 마크 멜란슨과 4년 6,2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발 빠르게 계약했다. 지난해 30개의 블론 세이브를 저지르며 제일 큰 구멍으로 드러난 불펜 보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와일드카드 전력에 약점인 불펜을 보강했으니 전문가들은 올 시즌도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에 더해 황재균의 새 둥지가 샌프란시스코라는 사실에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은 스프링캠프부터 그들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향했다.
그러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멜란슨은 개막전부터 한 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좋지 못한 시작과 더불어, 포지는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머리를 맞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에이스 범가너마저 휴식일에 오토바이를 타다 심각한 어깨 부상을 입는 날벼락까지 닥쳤다. 좀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던 멜란슨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타선은 연일 부침을 겪으며 지구 최하위를 서서히 굳혀갔다. 비록 금세 돌아온 포지가 맹타를 휘두르며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 팀의 타격 부진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이를 살려낸 선수는 없었다.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팀을 떠난 누네즈의 3루 공백은 누구로도 메울 수 없었고 지난 몇 년간 산도발의 후계자를 찾던 프런트는 결국 산도발을 다시 데려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성적은 왕년의 것이 아니었다.
계산이 선다던 ‘범·쿠·사·무’ 선발진 역시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였다. 작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쿠에토는 공인구의 실밥 높이가 낮아졌다는 주장과 함께 잦아진 물집을 호소했고, 무어는 규정 이닝을 채운 58명의 선수 중 최하위인 5.52의 평균자책점을 차지했다. 8월이 되어서야 범가너가 부상을 털고 복귀했지만 무언가 반전을 만들어 내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사마자가 부상 없이 200이닝을 돌파했다는 점과 만년 유망주 블락과 스트래튼이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 외에는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지만 시장에 선보일 매물은 적었다. 오직 에두아르도 누네즈만이 두 명의 우완 투수 유망주를 남기고 보스턴으로 떠났고, 팀을 옮긴 뒤 훨씬 나은 활약을 펼쳐 아쉬움을 곱씹게 했다. 미래를 그리며 현실을 외면할 수 있게 해줄 팜 역시 메마른지 오래였다. 유일한 관심거리였던 2018년 드래프트 1픽 레이스에서도 산도발의 씁쓸한 끝내기 홈런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이언츠의 시즌은 막을 내렸다.
최고의 선수 – 버스터 포지
시즌 성적: 0.320/0.400/0.462 OPS 0.861, 12홈런 67타점 61볼넷 66삼진 WAR 4.3
올 시즌 포지가 기록한 12개의 홈런은 풀타임 기준 커리어 로우였음에도 그를 팀 최고의 선수로 꼽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올해 거인 군단은 처참했다. 포지는 초여름까지 3할 5푼의 타율을 넘나들며 타격왕 경쟁에 이름을 올렸다. 혼자서 타선을 이끈 것은 물론 펜스의 부진, 범가너의 부상으로 리더의 중책을 혼자 짊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포지를 제외하면 견제할 만한 타자가 없었던 현실은 곧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가 얻어낸 고의사구는 13개. 메이저리그 전체 7위의 기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16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후에 입은 발목 통증은 그의 성적을 점차 끌어내린 주범으로 꼽혔다. 시즌 초 참가한 WBC로 인한 체력 부담은 다시 한번 그에게 후반기 부진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이뤄낸 결과물이다. 여전히 그는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실버슬러거 유력한 수상 후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그의 타격 생산성에 비견할 수 있는 포수는 33홈런을 때려낸 개리 산체스가 유일하다(wRC+: 산체스 130, 포지 128). 어깨 역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가 기록한 38%의 도루 저지율은 리그 평균 27%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내년은 팀에게나 포지에게나 큰 전환점이 될 테다. 만약 팀이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포지는 남은 커리어를 팀의 암흑기 속에서 힘겹게 보내거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뒤로 하고 맥코비 만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마치 벌랜더처럼 말이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선수 – 마크 멜란슨
시즌 성적: 32경기 30이닝 1승 2패 11세 ERA 4.50 FIP 3.22 6볼넷 29삼진 WAR 0.4
리그 최악의 마무리 중 하나였던 산티아고 카시야는 금문교를 넘어 오클랜드로 떠났지만 AT&T 파크에는 ‘하얀 카시야’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 충격적인 개막 데뷔전을 치른 그는 16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등판해 다섯 차례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 보직에서 물러나 7회에 등판하기도 했다. 무엇으로 보나 6,200만 달러를 받는 선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부진과 함께 구설수에도 올랐다. 자신만의 스트레칭 루틴을 고수해 정해진 팀의 스트레칭 시간을 바꿨다는 논란이었다. 팀내 관계자는 팀과 멜란슨 본인의 성적이 좋았다면 ‘역시 최고의 선수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고 여겨졌을 것이라고 인터뷰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몸 상태 역시 좋지 못했다. ‘먹으면 눕는다’는 공식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두 차례의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9월 초에는 오른 팔뚝 근육에 부상을 입어 수술이 필요했으나 뜬금없이 시즌 끝까지 버티고 싶다는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미 성적은 100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 9월 8일 보치 감독은 멜란슨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6~8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스프링 트레이닝 참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커리어 평균보다도 1할 가까이 높았던 BABIP와 70.4%의 낮은 잔루율은 좋지 못했던 성적에 운도 따라주지 않은 결과다. 불안 요소로 지적되던 구속의 하락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내년 건강한 몸 상태로 돌아온 멜란슨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는 장면이 샌프란시스코 프런트와 팬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키 포인트 – “문제는 타선이야, 이 바보야!”
최하위가 아닌 타격 지표를 꼽는 게 빠름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역사에 남을 선거 문구를 앞세워 대통령의 자리를 거머쥔다. 2017 시즌이 시작하기 전 샌프란시스코 프런트에게는 이런 충고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타선이야, 이 바보야!”
지난 2014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메이저리그에 강속구 투수가 증가하면서 탈삼진이 급격히 증가함과 동시에 투고타저 추세가 심각해졌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이언츠 타자들은 배트를 짧게 잡고 일단 타구를 인플레이 시키는 타격에 주력,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본격적으로 스탯 캐스트가 도입된 뒤 투고타저였던 리그 흐름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타구 속도, 타구 각도에 주목한 구단들은 더 이상 삼진이 타자들의 주홍 글씨가 아니며 장타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컨택트보다는 배트를 크게 휘둘러 퍼올리는 타격을 장려했고 이는 올해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플라이볼 혁명’으로 이어졌다. 불과 몇 년 사이 찾아온 빠른 변화 속 자이언츠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실제로 올 시즌 자이언츠 타선의 Hard%(강하게 맞은 타구의 비율)는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28.1%)였다. HR/FB(플라이볼이 홈런이 되는 비율) 역시 8.7%로 최하위. 10%를 넘기지 못한 구단은 자이언츠가 유일했다. 스테로이드 시절보다도 홈런이 더 많이 나왔지만 팀은 128개의 홈런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찾아볼 것도 없이 올해 대부분의 타격 지표 최하위는 그들의 몫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이 끝난 뒤 지난 2009년부터 타격 코치로 일했던 헨슬리 뮬렌스를 벤치 코치로 보직 변경했다. 컨택트 위주의 타선을 구축해 세 차례의 우승을 일궈낸 뮬렌스였지만 끔찍했던 올 한 해 타격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의 자리는 올 시즌 휴스턴의 타격 코치로 있던 알론조 포웰이 대신 이어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타력 보강이라는 과제가 타격 코치를 갈아치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망주 트레이드를 통해 강타자를 영입할 여력도, FA 시장에 투자할 자금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내년에도 타선이 크게 나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부 자원의 반등 및 성장에만 기대야 하는 현실은 우승의 영광에 취해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에 게을렀던 프런트가 만든 예견된 참사라 단언할 수 있다.
총평
샌프란시스코는 상술한 타격 코치 교체 외에도 17년간 명투수를 길러낸 데이브 리게티 투수 코치를 현장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팜 디렉터 역시 새 얼굴로 채워졌다. 바비 에반스 단장은 팀 전체적인 개혁을 예고했고, 이는 그 시작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 샌프란시스코는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맷 케인이 은퇴를 선택하며 절약된 연봉은 고스란히 크로포드와 벨트, 멜란슨의 인상분에 쓰일 예정. 옵트아웃이 예상됐던 쿠에토는 부진으로 인해 거대 잔여 계약을 고스란히 받는 길을 택했다. 이미 허리띠는 끝까지 졸라맸기에 팬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영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중 수입의 비중이 높은 샌프란시스코에게는 이 역시 큰 걱정거리다. 지난 7월 18일, 2010년부터 이어오던 홈 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 중단되며 팬심에는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왔다.
세 차례 우승의 달콤함은 이제 열두 번 종이 울린 뒤의 호박마차처럼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지독한 현실, 진퇴양난의 상황 속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유리구두를 신기까지는 많은 역경과 고난의 길이 놓여 있다.
야구공작소
도상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64승 98패)
프롤로그
[스포탈코리아] 2016 시즌 내내 불펜의 난조에 발목을 잡힌 자이언츠는 시장에 나온 세 명의 특급 마무리 중 한 명인 마크 멜란슨과 4년 6,200만 달러(약 700억 원)에 발 빠르게 계약했다. 지난해 30개의 블론 세이브를 저지르며 제일 큰 구멍으로 드러난 불펜 보강은 당연한 수순이었다. 와일드카드 전력에 약점인 불펜을 보강했으니 전문가들은 올 시즌도 자이언츠의 가을 야구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이에 더해 황재균의 새 둥지가 샌프란시스코라는 사실에 많은 국내 팬들의 관심은 스프링캠프부터 그들의 오렌지색 유니폼을 향했다.
그러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멜란슨은 개막전부터 한 점 차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좋지 못한 시작과 더불어, 포지는 애리조나와의 경기에서 머리를 맞고 부상자 명단에 올랐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에이스 범가너마저 휴식일에 오토바이를 타다 심각한 어깨 부상을 입는 날벼락까지 닥쳤다. 좀처럼 믿음을 주지 못하던 멜란슨은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고 타선은 연일 부침을 겪으며 지구 최하위를 서서히 굳혀갔다. 비록 금세 돌아온 포지가 맹타를 휘두르며 분전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많은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 팀의 타격 부진으로 기회를 받았지만 이를 살려낸 선수는 없었다. 트레이드 시장을 통해 팀을 떠난 누네즈의 3루 공백은 누구로도 메울 수 없었고 지난 몇 년간 산도발의 후계자를 찾던 프런트는 결국 산도발을 다시 데려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성적은 왕년의 것이 아니었다.
계산이 선다던 ‘범·쿠·사·무’ 선발진 역시 부상과 부진으로 허덕였다. 작년 최고의 활약을 펼쳤던 쿠에토는 공인구의 실밥 높이가 낮아졌다는 주장과 함께 잦아진 물집을 호소했고, 무어는 규정 이닝을 채운 58명의 선수 중 최하위인 5.52의 평균자책점을 차지했다. 8월이 되어서야 범가너가 부상을 털고 복귀했지만 무언가 반전을 만들어 내기에는 이미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사마자가 부상 없이 200이닝을 돌파했다는 점과 만년 유망주 블락과 스트래튼이 가능성을 보였다는 것 외에는 희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지만 시장에 선보일 매물은 적었다. 오직 에두아르도 누네즈만이 두 명의 우완 투수 유망주를 남기고 보스턴으로 떠났고, 팀을 옮긴 뒤 훨씬 나은 활약을 펼쳐 아쉬움을 곱씹게 했다. 미래를 그리며 현실을 외면할 수 있게 해줄 팜 역시 메마른지 오래였다. 유일한 관심거리였던 2018년 드래프트 1픽 레이스에서도 산도발의 씁쓸한 끝내기 홈런으로 준우승을 차지하며 자이언츠의 시즌은 막을 내렸다.
최고의 선수 – 버스터 포지
시즌 성적: 0.320/0.400/0.462 OPS 0.861, 12홈런 67타점 61볼넷 66삼진 WAR 4.3
올 시즌 포지가 기록한 12개의 홈런은 풀타임 기준 커리어 로우였음에도 그를 팀 최고의 선수로 꼽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만큼 올해 거인 군단은 처참했다. 포지는 초여름까지 3할 5푼의 타율을 넘나들며 타격왕 경쟁에 이름을 올렸다. 혼자서 타선을 이끈 것은 물론 펜스의 부진, 범가너의 부상으로 리더의 중책을 혼자 짊어져야만 했다. 그러나 포지를 제외하면 견제할 만한 타자가 없었던 현실은 곧 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그가 얻어낸 고의사구는 13개. 메이저리그 전체 7위의 기록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6월 16일 콜로라도와의 경기에서 홈런을 친 후에 입은 발목 통증은 그의 성적을 점차 끌어내린 주범으로 꼽혔다. 시즌 초 참가한 WBC로 인한 체력 부담은 다시 한번 그에게 후반기 부진을 선물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은 그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이뤄낸 결과물이다. 여전히 그는 내셔널리그 포수 부문 실버슬러거 유력한 수상 후보다. 메이저리그 전체로 봐도 그의 타격 생산성에 비견할 수 있는 포수는 33홈런을 때려낸 개리 산체스가 유일하다(wRC+: 산체스 130, 포지 128). 어깨 역시 건재함을 과시했다. 그가 기록한 38%의 도루 저지율은 리그 평균 27%를 훌쩍 뛰어넘는 기록이다.
내년은 팀에게나 포지에게나 큰 전환점이 될 테다. 만약 팀이 반등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포지는 남은 커리어를 팀의 암흑기 속에서 힘겹게 보내거나, 많은 팬들의 사랑을 뒤로 하고 맥코비 만을 떠나야 할 지도 모른다. 마치 벌랜더처럼 말이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선수 – 마크 멜란슨
시즌 성적: 32경기 30이닝 1승 2패 11세 ERA 4.50 FIP 3.22 6볼넷 29삼진 WAR 0.4
리그 최악의 마무리 중 하나였던 산티아고 카시야는 금문교를 넘어 오클랜드로 떠났지만 AT&T 파크에는 ‘하얀 카시야’가 새로 둥지를 틀었다. 충격적인 개막 데뷔전을 치른 그는 16번의 세이브 기회에서 등판해 다섯 차례나 승리를 지켜내지 못했다. 시즌 중반에는 마무리 보직에서 물러나 7회에 등판하기도 했다. 무엇으로 보나 6,200만 달러를 받는 선수의 모습은 아니었다.
부진과 함께 구설수에도 올랐다. 자신만의 스트레칭 루틴을 고수해 정해진 팀의 스트레칭 시간을 바꿨다는 논란이었다. 팀내 관계자는 팀과 멜란슨 본인의 성적이 좋았다면 ‘역시 최고의 선수는 자기만의 방법이 있다’고 여겨졌을 것이라고 인터뷰했지만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몸 상태 역시 좋지 못했다. ‘먹으면 눕는다’는 공식을 증명하기라도 하듯 두 차례의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했다. 9월 초에는 오른 팔뚝 근육에 부상을 입어 수술이 필요했으나 뜬금없이 시즌 끝까지 버티고 싶다는 투혼(?)을 발휘했다. 하지만 이미 성적은 100패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 상황. 9월 8일 보치 감독은 멜란슨이 수술을 받기로 했다고 밝혔다. 약 6~8주의 회복 기간이 필요한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그는 스프링 트레이닝 참가가 가능할 전망이다.
올해 커리어 평균보다도 1할 가까이 높았던 BABIP와 70.4%의 낮은 잔루율은 좋지 못했던 성적에 운도 따라주지 않은 결과다. 불안 요소로 지적되던 구속의 하락 역시 찾아볼 수 없었다. 내년 건강한 몸 상태로 돌아온 멜란슨이 기대만큼의 활약을 펼쳐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하는 장면이 샌프란시스코 프런트와 팬들에게는 최상의 시나리오다.
키 포인트 – “문제는 타선이야, 이 바보야!”
최하위가 아닌 타격 지표를 꼽는 게 빠름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민주당 후보였던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야, 이 바보야!”라는 역사에 남을 선거 문구를 앞세워 대통령의 자리를 거머쥔다. 2017 시즌이 시작하기 전 샌프란시스코 프런트에게는 이런 충고가 필요했을지 모른다. “문제는 타선이야, 이 바보야!”
지난 2014년 미국의 스포츠 전문 잡지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는 메이저리그에 강속구 투수가 증가하면서 탈삼진이 급격히 증가함과 동시에 투고타저 추세가 심각해졌다는 내용의 칼럼을 게재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이언츠 타자들은 배트를 짧게 잡고 일단 타구를 인플레이 시키는 타격에 주력,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2015년 본격적으로 스탯 캐스트가 도입된 뒤 투고타저였던 리그 흐름은 급격히 바뀌기 시작했다. 타구 속도, 타구 각도에 주목한 구단들은 더 이상 삼진이 타자들의 주홍 글씨가 아니며 장타를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오히려 훈장이라고 생각했다. 컨택트보다는 배트를 크게 휘둘러 퍼올리는 타격을 장려했고 이는 올해 메이저리그를 강타한 ‘플라이볼 혁명’으로 이어졌다. 불과 몇 년 사이 찾아온 빠른 변화 속 자이언츠는 저만치 멀어져 있었다.
실제로 올 시즌 자이언츠 타선의 Hard%(강하게 맞은 타구의 비율)는 메이저리그 전체 꼴찌(28.1%)였다. HR/FB(플라이볼이 홈런이 되는 비율) 역시 8.7%로 최하위. 10%를 넘기지 못한 구단은 자이언츠가 유일했다. 스테로이드 시절보다도 홈런이 더 많이 나왔지만 팀은 128개의 홈런에 그치며 자존심을 구겼다. 찾아볼 것도 없이 올해 대부분의 타격 지표 최하위는 그들의 몫이었다.
샌프란시스코는 시즌이 끝난 뒤 지난 2009년부터 타격 코치로 일했던 헨슬리 뮬렌스를 벤치 코치로 보직 변경했다. 컨택트 위주의 타선을 구축해 세 차례의 우승을 일궈낸 뮬렌스였지만 끔찍했던 올 한 해 타격 부진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다. 그의 자리는 올 시즌 휴스턴의 타격 코치로 있던 알론조 포웰이 대신 이어 받을 예정이다.
그러나 문제는 장타력 보강이라는 과제가 타격 코치를 갈아치우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점이다. 유망주 트레이드를 통해 강타자를 영입할 여력도, FA 시장에 투자할 자금적 여유도 부족한 상황에 비춰봤을 때 내년에도 타선이 크게 나아지리라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부 자원의 반등 및 성장에만 기대야 하는 현실은 우승의 영광에 취해 새로운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데에 게을렀던 프런트가 만든 예견된 참사라 단언할 수 있다.
총평
샌프란시스코는 상술한 타격 코치 교체 외에도 17년간 명투수를 길러낸 데이브 리게티 투수 코치를 현장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팜 디렉터 역시 새 얼굴로 채워졌다. 바비 에반스 단장은 팀 전체적인 개혁을 예고했고, 이는 그 시작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스토브리그 샌프란시스코는 많은 약점에도 불구하고 운신의 폭이 좁을 수 밖에 없다. 맷 케인이 은퇴를 선택하며 절약된 연봉은 고스란히 크로포드와 벨트, 멜란슨의 인상분에 쓰일 예정. 옵트아웃이 예상됐던 쿠에토는 부진으로 인해 거대 잔여 계약을 고스란히 받는 길을 택했다. 이미 허리띠는 끝까지 졸라맸기에 팬들의 마음을 돌릴 만한 영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관중 수입의 비중이 높은 샌프란시스코에게는 이 역시 큰 걱정거리다. 지난 7월 18일, 2010년부터 이어오던 홈 경기 연속 매진 기록이 중단되며 팬심에는 이미 빨간 불이 들어왔다.
세 차례 우승의 달콤함은 이제 열두 번 종이 울린 뒤의 호박마차처럼 사라져버렸다. 남은 건 지독한 현실, 진퇴양난의 상황 속 샌프란시스코가 다시 유리구두를 신기까지는 많은 역경과 고난의 길이 놓여 있다.
야구공작소
도상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