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시즌 리뷰] NC 다이노스 - '아이스 에이지'와 '쥬라기 공원'의 갈림길에서
입력 : 2017.11.0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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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성적-79승 62패 3무 (4위, 플레이오프 패)

[스포탈코리아] 2017 시즌을 앞둔 겨울, NC 다이노스는 창단 이래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비난, 그리고 걱정의 눈초리를 받고 있었다. 두산 베어스와의 한국시리즈는 팀에게 온갖 불명예스러운 기록만 남긴 채 야구 팬들에게 화제거리가 되었다. 승부조작과 그 은폐에 관한 사건은 결국 무혐의로 일단락되었지만 지난 시즌 내내 구단과 팬들을 괴롭혔다. 리그 최강의 타자라고 불리던 에릭 테임즈는 NC를 떠나 밀워키 브루어스와 계약했고 그럭저럭 선발 로테이션을 지켜주던 재크 스튜어트는 더 이상 NC와 함께할 수 없었다.

구단과 재계약을 하며 자리를 지키게 된 김경문 감독은 시즌을 앞두고 ‘세대교체’를 천명했다. 가장 먼저 전지훈련 참가 선수 명단에서 고참 선수들의 이름을 찾을 수 없었다. 그리고 김평호 코치를 영입하면서 뛰는 야구를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변화들을 보며 많은 전문가들은 NC의 전력을 우승전력으로 보지 않았다. NC는 이렇게 시즌을 시작했다. 시즌이 끝난 지금, 이 변화들이 어느 정도의 결실을 맺었는지 살펴보고자 한다.



부상, 시즌 계획을 무너뜨리다.

삼성 코치 시절 도루왕을 2회나 배출한 김평호 코치를 영입한 것에는 ‘나-테-이-박’ 타선의 폭발력으로 인해 도루 시도 자체가 줄었던 작년과 달리 2017 시즌에 다시 ‘뛰는 야구’를 하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었다. 김경문 감독 또한 재계약을 하면서 빠르고 젊은 야구를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뛰는 야구’를 이끌어야 할 박민우는 햄스트링 경직 증상으로 스프링캠프를 온전히 소화하지 못했다. 시즌 개막 이후에 1군으로 복귀하였으나 곧 같은 부위에 다시 문제를 일으키며 시즌 초반 약 한 달 가량을 부상으로 날렸다. 이후 복귀했지만 부상 전처럼 활발하게 주루플레이를 하지 못했고 박민우가 누상에서 표정이 안 좋거나 허벅지만 만져도 코칭 스태프들은 가슴이 철렁했다.

문제는 박민우만 부상에 시달린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즌 내내 NC의 선발 라인업은 온전한 날이 많지 않았다. 팀의 주축 타자인 나성범과 손시헌, 스크럭스, 박석민 등이 번갈아 부상에 시달렸다. 그 자리를 이상호, 김성욱, 지석훈, 모창민 등의 내외야 멀티 포지션의 선수들이 채우면서 순위에 크게 영향을 주지 않았지만 전체적인 타선의 무게감이 많이 줄어든 것은 사실이다.

투수 쪽으로 눈을 돌려보면 NC의 한 시즌 동안 드러난 문제가 눈으로 보인다. 2017 시즌을 1선발로 시작한 맨쉽은 5월부터 7월까지 약 2개월간 팔꿈치 부상으로 자리를 비웠다. 그 자리를 채우기 위해서 이민호, 강윤구, 정수민, 이형범 등이 선발로 등판했으나 모두 낙제점을 받고 이닝을 채우지 못한 채 내려갔다. 남은 이닝은 불펜 투수들이 채웠는데 이는 후에 또 다른 후폭풍을 불러온다. 부상에서 복귀한 맨쉽은 더 이상 시즌 초반의 위압감 있는 모습이나 이닝 소화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플레이오프에는 불펜으로 등판하게 되었다.



불펜의 명과 암




NC의 한 시즌을 이끈 필승조 (사진=NC다이노스)



시즌 전부터 NC는 최고의 불펜진을 보유한 팀으로 평가받았다. 전반기의 불펜은 상대 팀이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특히 ‘판타스틱4’에 맞선 ‘단디4’라 불리던 김진성, 원종현, 임창민, 임정호와 롱릴리프, 마무리, 혹은 대체선발까지 가능하다고 평가받는 이민호까지, 이 다섯 명의 활약은 선발이 비교적 약하다고 평가받는 NC에게 아주 큰 힘이 되었다. 하지만 시즌 초부터 이어진 이재학, 최금강의 부진과 맨쉽의 부상은 자연스레 불펜이 맡아야 할 이닝 수를 늘렸다. 전반기 선발투수들의 평균 소화 이닝이 4.56이닝 밖에 되지 않았고 그 나머지 이닝은 모두 불펜 투수들이 소화해야 했다.




중요 불펜 선수들의 전반기, 후반기 성적 비교



불펜에게 주어진 많은 이닝 부담은 후반기에 영향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다섯 명의 선수 중 이민호를 제외하고는 모두 평균자책점이 올랐다.

그 중 눈에 띄게 구위와 제구가 불안해진 선수는 원종현이다. 이미 전반기에 불펜으로만 53이닝을 소화한 원종현은 후반기에는 27이닝을 소화하며 전반기 3점대 초반이었던 평균자책점이 후반기에는 7점대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좌완투수이자 좌타자 상대로 원포인트의 좋은 활약을 하던 임정호가 부진하자 사실상 NC 불펜에서 좌완 투수를 찾을 수 없게 되었다. 시즌 초부터 좌완투수 기근에 대해 우려하며 강윤구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는 등 해결책을 찾고자 노력했으나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전반기 NC의 무너진 선발에 희망을 주었던 불펜은 후반기에 급격히 무너지며 포스트시즌에서도 전반기의 모습을 되찾지 못했다.



성공적인 외국인 타자 교체: 스크럭스




테임즈와 스크럭스의 KBO 1년차 기록



2014년부터 2016년까지 NC는 리그 최고의 타자라 평가 받는 테임즈와 함께 리그 내에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 괴물은 일본과 미국의 여러 팀에게 관심을 받았고 결국 메이저리그의 밀워키 브루어스로 이적했다. 외국인 타자 자리가 비어버린 NC는 재비어 스크럭스를 영입했다. 스크럭스는 시범경기에서 0.219의 타율과 1홈런, 5타점만을 기록하면서 아직 테임즈의 기억에서 벗어나지 못한 팬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못했다. 특히 볼넷 4개를 골라내는 동안 삼진을 11개나 당하면서 당장 눈에 보이는 단점도 확실했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스크럭스에 대한 평가가 180도 달라졌다. 스크럭스의 개막 경기부터 4월까지 한 달간 기록은 0.304의 타율에 OPS가 1.076에 달했고 홈런은 리그 2위였다. 삼진은 여전히 2위와 큰 차이로 가장 많았지만 볼넷의 개수가 17개로 2위에 해당하는 등 출루율도 훌륭했다. 많은 야구 팬들은 테임즈가 떠나고 새로운 테임즈가 왔다는 평을 했다. 그리고 6월 중에 옆구리 부상으로 한 달간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되면서 전반기를 마쳤다.




스크럭스는 전임자 앞에서 당당하게 홈런을 선보였다. (사진=NC다이노스)



부상에서 복귀 후에도 좋은 활약을 보인 스크럭스는 2017 시즌 동안 0.300/0.402/0.595의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다. 부상으로 약 한 달간의 공백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홈런은 35개로 리그 3위, WAR은 1루수 중 로사리오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무엇보다 활발한 성격으로 KBO리그와 팀에 빠르게 적응하여 팀과의 좋은 ‘케미’를 보여주었다는 것이 그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그리고 플레이오프 1차전, 스크럭스는 전임자였던 테임즈가 보는 앞에서 홈런을 선보이며 NC의 새로운 외국인 타자 시대를 확실하게 선포했다.



좋았던 선수: 모창민, 장현식, 김진성

NC에서 모창민은 늘 애매한 선수였다. SK 시절부터 장타력도 있고 발도 느리지 않아서 기회만 주어진다면 20-20까지도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수비가 그의 발목을 잡으면서 3루는 다른 선수의 몫으로 돌아갔고 더 이상 본인만의 자리는 없는 듯했다.

하지만 올해 은퇴를 앞둔 이호준의 자리가 비면서 지명타자로 많은 경기를 소화하게 된 모창민은 드디어 포텐을 터뜨렸다. 수비에서 항상 약점을 보이던 그는 수비 부담을 덜어내면서 0.312/0.361/0.485의 슬래시 라인으로 당당히 주전 한 자리를 차지했다. 그 기세를 몰아 포스트 시즌, 특히 준플레이오프에서 홈런 2개를 포함해 좋은 기록을 남겼다. 모창민의 성장은 이호준이 은퇴해서 생긴 공석의 지명타자 자리도 채우고 본인 스스로도 주전으로 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냈다.




장현식은 든든한 한 명의 선발투수가 되었다. (사진=NC다이노스)



NC의 오랜 고민 중 하나는 확실한 토종 선발의 부재이다. 이재학이 2013년 신인상을 받았지만 이후로 그 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많은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 투수로의 성장을 기대했으나 모두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이며 선발 투수로 자리 잡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등장한 장현식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일 수 밖에 없었다.

장현식은 올해 134.1이닝, 9승 9패, 5.29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단순 기록으로만 보면 전혀 내세울 것이 없지만 후반기의 장현식은 한 명의 새로운 선발투수의 탄생을 알렸다. 아직 제구가 흔들리는 날이 종종 있지만 제구가 안정된 날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만으로도 효과적인 투구수로 긴 이닝을 소화해주는 이닝이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8월 13일 두산전에서 완봉을 앞두고 야수들의 실책으로 패전 투수가 된 날, 9회에 올라와서도 150km/h에 가까운 공을 뿌리는 모습은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는 장현식의 모습은 앞으로 그가 더 많이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하기에 충분했다.

마지막으로 좋았던 선수는 불펜에서 좋은 모습으로 굳건히 자리를 지켜준 김진성이다.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2017 시즌 NC의 불펜은 선발의 부진으로 다른 팀에 비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특히 김진성은 선발로 1경기도 출장하지 않은 순수한 불펜 투수 중 가장 많은 89.2이닝을 소화했다. 다른 선수들이 전반기의 많은 출장으로 인해 후반기에 비교적 좋지 않은 성적을 기록한 것에 비해 김진성은 전반기 3.51, 후반기 3.76의 평균자책점으로 좋은 성적을 유지했다. 김진성은 후반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팀이 필요할 때 언제나 마운드에 올라와 준 훈장으로 10승을 기록했고 이것은 선발이 무너진 NC에서 다승 순위로 3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아쉬웠던 선수: 박석민, 맨쉽

2012년부터 5년간 3할 이상의 타율과 0.9 이상의 높은 OPS를 기록한 타자가 올해 이런 기록을 낼 것이라고 누가 상상했을까. 박석민은 올해 NC의 시즌 구상을 무너뜨리는 데에 가장 큰 역할을 한 선수 중 한 명이다. 항상 고질적인 부상을 안고 있던 박석민은 2017 시즌 중 발목, 허리, 팔꿈치 등의 부상에 시달리면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었다 포함되었다를 반복했다. 당연히 제대로 된 성적을 기록할 수 없었고 그는 101경기 출장, 0.245/0.369/0.423의 타격 슬래시 라인을 기록했다. 볼넷을 많이 골라내 순출루율이 0.124에 달한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팀에서 기대한 그의 역할이 이런 게 아니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그의 빈자리는 팀 기록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스크럭스, 나성범 등의 파워있는 타자와 이번 시즌 커리어 하이를 기록한 모창민, 권희동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박석민의 부재는 NC의 팀 홈런 개수를 10개 팀 중 겨우 6위에 올려놓았다.

재크 스튜어트가 나간 자리를 작년 월드시리즈의 불펜 투수 제프 맨쉽이 채운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많은 사람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가졌다. 하지만 마이너리그에서의 커리어는 선발 투수로의 기록이 더 많다는 점과 월드시리즈에 등판해 본 투수라는 점, 그리고 ‘NC의 외국인 스카우트’가 고른 투수라는 점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시즌 초반은 매우 좋았다. 7경기 연속 승리 투수를 기록하면서 180만 달러가 아깝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그 이후로 팔꿈치 부상을 당하며 그의 등판 기록은 두 달간 0이다. 부상에서 복귀한 맨쉽의 7월부터 10월까지의 기록은 70.1이닝 평균자책점 4.99이다. 부상 전 7경기에서 42.1이닝 평균자책점 1.49를 기록한 것과 대조된다. 결국 전반기의 모습을 회복하지 못한 채 플레이오프에서는 불펜 투수로 등판했으나 그마저도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180만 달러라는 높은 가격을 지불한 투수임에도 불구하고 기대하는 성적을 내지 못했기 때문에 NC는 새로운 외국인 투수와 계약을 할 것으로 보인다.



마치며: 변화 후 변화




인생은 이호준처럼! (사진=NC다이노스)



2017 시즌의 가장 큰 이슈 중 하나는 이승엽의 은퇴이다. 그에 비해 주목도는 조금 떨어지지만 NC의 이호준도 은퇴를 발표했다. 해태와 SK를 거쳐 NC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보내고 올해 드디어 마무리를 지었다. NC로 이적 후 통산 337홈런을 기록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새로운 터닝포인트였고 팀에게도 없어서는 안 될 선수였다. 그런 선수가 은퇴한다는 것은 NC도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는 뜻이다.




NC다이노스 이적 후 이호준의 성적



2018 시즌은 큰 변화를 거친 2017 시즌 못지않은 더 큰 변화를 앞두고 있다. 2016년이 끝나고 2017 시즌은 팀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리그 최고의 타자가 메이저리그로 떠났고 베테랑 선수들에게 주어지던 기회들이 많은 젊은 선수에게로 돌아갔다. 그리고 그 시도가 반 정도의 성공적인 성과로 돌아왔다.

그런데 2018 시즌이 시작될 때는 팀의 중심을 잡아주던 베테랑 선수는 물론 팀의 주전 포수도 없다. 임정호, 김준완이라는 팀에 없어서는 안될 선수들도 자리를 비운다. 그 자리를 채울 새로운 선수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내년의 팀이 어떤 결과를 얻을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제 NC 다이노스 1기를 마무리 짓고 NC 다이노스 2기를 준비하고 시작하는 시기가 되었다. 김경문 감독과 구단, 그리고 선수들이 어떤 준비를 하고 있을지가 기대된다.


야구공작소
박주현 칼럼니스트


기록출처: STAT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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