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7시즌 리뷰] 뉴욕 메츠 – 너의 광배근을 먹고 싶어
입력 : 2017.11.13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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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2위 (87승 75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 (70승 92패)

Overview


[스포탈코리아] 2010년대 뉴욕 메츠의 역사는 결정적인 순간에 무릎을 꿇고 마는 좌절의 연속이었다. 2009년부터 2014년까지 6년간의 리빌딩 끝에 ‘판타스틱 4’ 선발진(노아 신더가드-제이콥 디그롬-맷 하비-잭 휠러)으로 29년 만의 우승을 노린 2015년 월드시리즈. 메츠의 우승을 향한 꿈은 두다의 악송구와 함께 뉴욕의 뿌연 하늘 위로 연기처럼 흩어졌다. 1년 뒤 2016년 NL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도 메츠는 가을마다 ‘야구의 신’이 되는 매디슨 범가너의 9이닝 무실점 완벽투에 무너졌다. 결정적인 고비의 순간마다 ‘어메이징’한 모습으로 기적과도 같은 패배를 거듭하는 팀 메츠는 많은 팬들에게 조롱의 대상으로 전락하며 자존심을 구겨야 했다.

자존심 회복을 향한 의지를 다지며 맞이한 2017년 시즌, 메츠의 팬들은 본격적으로 전성기를 ‘맞이해야만 하는’ 판타스틱 4와 세스페데스-브루스-워커로 이어지는 탄탄한 중심타선에 기대를 걸었다. ‘인생은 삼세판’이라는 말에 희망을 품은 채 뉴욕 메츠의 2017년은 시작됐다. 2016년 시즌 막판에 야심차게 영입한 제이 브루스의 부진, 2016년 겨울 가정폭력 사건으로 징계가 불가피해진 올스타 마무리 쥬리스 파밀리아의 결장, 메츠의 상징처럼 돼버린 부상 대행진 등 불안요소도 있었다. 구단주인 윌폰 일가의 여전한 짠돌이 운영으로 별다른 전력 보강 없이 2017년 시즌을 맞이한 점은 팬들의 불만을 사기도 했다.

출발은 좋았다. 선발투수들의 호투, 팀의 장타를 책임져야 할 세스페데스와 브루스의 미친 타격감으로 메츠는 정규시즌 첫 10경기에서 7승 3패를 거두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언제나처럼 부상의 악령이 다시 한 번 시티필드를 덮쳤다. 팀의 주포였던 세스페데스는 또 다시 햄스트링을 부여잡았고, 하위타선에서 분전하던 루카스 두다마저 부상으로 이탈했다. 여기에 유일한 내야 유틸리티 자원으로 빈 구멍들을 채워주던 윌머 플로레스마저 부상으로 4월 중순부터 2주간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한창 치고 나가야 할 시즌 초반, 뉴욕 메츠는 모멘텀을 살리지 못한 채 부상에 시달리며 순위표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첫 10경기 이후 14경기에서 3승 11패를 기록한 메츠는 10승 14패로 4월을 마치고 말았다.

그때까지만 해도 희망이 있었다. 특히 세스페데스가 돌아오는 5월 말까지만 어떻게 버티면 된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하지만 이런 희망은 5월의 첫 날부터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메츠와 지구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툴 것으로 예상됐던 워싱턴 내셔널스와의 경기에서 신더가드는 1.1이닝 5실점을 한 뒤 어딘가 불편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불길함은 현실이 되어 신더가드는 우측 광배근 파열이라는 진단을 받고 시즌을 마감하고 말았다. 동시에 메츠의 2017년에도 짙은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후에는 굳이 알아보는 게 슬플 정도로 처참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이미 시작된 부상 행진은 그칠 줄을 몰랐다. 맷 하비, 스티븐 마츠, 쥬리스 파밀리아, 닐 워커, 아스드루발 카브레라, 세스 루고, 잭 휠러, 요에니스 세스페데스, 후안 라가레스, 브랜든 니모, 로버트 그셀먼, 트래비스 다노 등 일일이 세기도 어려운 수의 선수들이 5월 이후 한번씩은 부상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복귀한 이후 또 다시 부상을 당하는 경우도 많았다. 올해 메츠 팬들의 유일한 희망이나 다름없었던 신성 마이클 콘포토마저 시즌 중반에 부상을 당하며 메츠의 유구한 전통을 따르는 미덕(?)을 보여줬다. 2017년 메츠에서 규정타석(502타석)을 채운 선수는 단 2명(호세 레이예스, 아스드루발 카브레라)에 불과했고 규정이닝(162이닝)을 채운 투수도 제이콥 디그롬뿐이었다. 이닝 기준을 120이닝 이상으로 대폭 낮춰도 이 기준을 충족하는 투수는 디그롬이 유일했다.

성적은 말할 것도 없었다. 시즌 내내 월간 성적이 5할을 넘어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믿을 만한 선발이 사실상 제이콥 디그롬 한 명뿐이었기에 ‘디그롬-패-패-패-패’와 같은 상황이 자주 발생했다. 부상으로 무너진 선발 로테이션과 너무나도 잦은 로스터 변경에 시달리던 메츠의 투수력과 수비력은 리그 최악에 가까웠다. 결국 7월 말 이후 메츠는 사실상 백기를 들고 그나마 팀 타선을 지탱하고 있던 브루스, 그랜더슨, 두다를 다른 팀으로 팔아치우며 내년 시즌을 위한 준비 과정에 돌입했다. 다사다난했던 메츠의 2017년은 또 다시 ‘어메이징’하도록 허무하게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하늘이 무너지는 와중에도 빠져나갈 구멍이 하나는 있었다.



최고의 선수 – 마이클 콘포토

시즌 성적: .279/.384/.555, 27홈런, 68타점, 57볼넷 113삼진, 3.6bWAR, 4.4fWAR, NL 올스타


그 솟아날 구멍은 바로 마이클 콘포토였다. 수년간 메츠 팬들의 가장 큰 기대를 받아왔던 유망주가 드디어 터진 것이다.

2015년에 .841의 OPS를 기록하며 많은 이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콘포토는 2016년에 25%에 달하는 삼진율과 형편없는 컨택을 선보이며 고작 .220의 타율과 .725의 OPS를 기록했다. 곳곳에서 ‘거품’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2017년의 콘포토는 달랐다. 물론 삼진율은 여전히 25%를 웃돌았지만, 볼넷 비율을 13%까지 끌어올리며 나름대로 좋아진 선구안을 뽐냈다. 타석에서 조금 더 침착한 모습을 보이자, 치기 좋은 공을 골라 칠 수 있게 되었다. 억지로 갖다 맞추기보다 방망이의 중심에 확실하게 공을 맞히니 성적은 자연스레 따라왔다. 시즌 중반부를 지날 무렵, 콘포토는 메츠에서 가장 공포스런 타자로 성장해 있었다.

실제로 콘포토의 강한 타구 비율(Hard%)은 무려 41.6%로, 400타석 이상을 소화한 타자들 중 13위에 올라있다. 한 가지 더 인상적인 부분은, 통상적인 슬러거들과 달리 당겨치기 일변도의 타격이 아닌 필드 곳곳으로 공을 보내는 타격을 했다는 점이다. 실제 수치상으로도 당겨친 타구의 비율이 32.4%, 중앙으로 향하는 타구의 비율이 39.7%, 밀어친 타구의 비율이 27.9%로 고른 분포를 보였다.

물론 약점은 있었다. 비교적 적은 연차 탓에 기복이 심한 모습이 두드러졌다. 4월과 5월에 각각 6개와 7개의 홈런을 몰아치며 1.0이 넘는 OPS를 기록한 것과 달리, 6월에는 겨우 1개의 홈런만을 때려내며 겨우 .700의 OPS를 기록하기도 했다. 7월에 1.020의 OPS로 다시 반등하며 전반기의 활약이 플루크가 아니었음을 증명한 점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우투수를 상대할 때(.303/.417/.595 21홈런)와 좌투수를 상대할 때(.212/.284/.444 6홈런)의 차이가 극명한 것 역시 극복해야 할 문제다.



최악의 선수 – 제리 블레빈스, 제이콥 디그롬을 제외한 투수진 전부

시즌 성적 – 팀 평균자책점 28위, 9이닝당 볼넷 허용 최다 3위, 팀 조정방어율 27위


부상도 실력이라면 올해 메츠에서 최악의 선수를 한 명만 꼽기는 어렵다. 반면 부상을 천재지변이라고 생각한다면 뭐라고 책임을 지우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부상을 당하고 돌아온 야수가 막상 경기에서는 제 몫을 해주는 경우도 많았다. 니모, 워커, 그랜더슨, 세스페데스 같은 선수들이 그랬다. 덕분에 팀 홈런, 팀 득점, 조정 OPS와 같은 타격 기록 면에서도 메츠는 리그 평균을 살짝 상회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투수진의 부진만큼은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생애 최초로 200이닝을 돌파(201.1이닝)하며 모든 짐을 짊어진 디그롬을 제외하면 선발 투수로 제 몫을 해준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올해 메츠의 유니폼을 입고 10번 이상의 선발 등판을 가진 선수 6명(그셀먼, 몬테로, 루고, 하비, 마츠, 휠러) 중 루고를 제외한 5명은 5.00 이상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특히 시즌 전 많은 기대를 받았던 맷 하비와 스티븐 마츠는 사이 좋게 끔찍한 투구로 6.70, 6.08이라는 평균자책점을 남겼다.

시즌 도중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리드를 제외하면, 뉴욕 메츠의 불펜진은 블레빈스-슈얼드-스모커-로블스-살라스를 주축으로 굴러갔다. 이들 중 블레빈스만이 K/9 12.7의 압도적인 구위로 상대 타자들을 제압해나갔다. 나머지 불펜투수들은 반대로 엄청난 볼넷을 내주며 시즌 내내 자멸을 반복했다. 다만 슈얼드는 나름 안정된 제구력으로 내년을 기대해 볼만한 투구를 펼쳤다.



에필로그 & 미래 – 리툴링과 리빌딩, 그 갈림길에서

부상만 없다면 메츠의 전력은 한 번 정도 가을을 더 노려볼만하다. 하지만 이 팀에게는 저 전제를 충족시키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처럼 보인다. 다행히 일단 투수진은 충분히 어리다. 올해 메츠의 투수진은 평균 27.5세로 리그 전체에서 4번째로 어렸다. 비록 여러 사정으로 인해 올해 성적은 처참했지만, 분명히 발전 가능성이 있다. 특히 신더가드-디그롬으로 이어지는 원투펀치와 그 뒤를 받쳐주는 하비-마츠-휠러의 잠재력만큼은 리그에서도 손에 꼽힌다.

문제는 타선이다. 세스페데스를 주축으로 한 외야진은 나쁘지는 않은 수준이나, 내야진의 상태가 심각하다. 타격 생산력뿐 아니라 수비적인 면에서도 조화롭지 못한 로스터다. 실제로 메츠는 올해 리그 최악에 해당하는 .667의 수비 효율성과 -75의 런세이브를 기록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리그 정상급 유격수-1루수 유망주인 아메드 로사리오와 도미닉 스미스가 올해 메이저리그에서 경험을 쌓으며 내년을 준비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 골치가 아프다. FA 야수 영입을 통해 여기서 더 달려야 할까? 마침 메츠의 약점에 해당하는 내야 매물(토드 프레이저, 에릭 호스머, 마이크 무스태커스)이 시장에 나온 상황이다. 아니면 젊은 투수진과 스미스, 로사리오의 만개를 기다리며 짧은 리툴링(또는 리빌딩) 절차에 들어가야 할까? 일단 이번 월드시리즈가 끝나자마자 구단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투수 코치로 좋은 평가를 받던 미키 캘러웨이를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했다. 변화를 위한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는 점 자체는 높게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메츠의 앞에는 수많은 문제가 산적해있다. 메츠의 프런트진은 이제 구단의 미래가 어디로 나아갈 것인지를 두고 겨울 내내 머리를 감싼 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야구공작소
송준형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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