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한 해를 정리하며 최고의 선수가 누구인지 논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포지션 별 최고 선수를 가리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아직 남아있는 가운데 2017시즌 MVP는 양현종, 신인왕으로는 이정후가 선정됐다.
이정후의 최우수 신인 선정은 모두가 예상하던 바였다. 만장일치가 나올 것인지 여부가 주목받았을 뿐이었다. 한편 양현종의 MVP 수상은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마지막까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양현종은 22년만의 한국인 투수 선발 20승, 다승 공동 1위, 정규시즌 1위를 이끈 공로 등을 인정 받아 상당한 격차로 MVP에 선정됐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이상 완벽한 결과는 있을 수 없겠지만, 야구에서 각종 시상식이 으레 그렇듯 이번 MVP & 신인왕 선정 결과를 두고도 아쉬운 감상들이 있었다. 올해 투표에는 총 107명의 기자단 투표인단이 참여했다. 이 중 가장 아쉬웠던,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투표 4가지와 그 이유를 선정해봤다.
1. 최정에게 MVP 5위 표도 안 준 34명
양현종이 최정보다, 혹은 최정이 양현종보다 잘한 선수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스탯티즈의 WAR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최정이 양현종보다 더 좋은 활약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WAR은 산정 방식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지표다. 또한 MVP 투표가 ‘WAR 줄 세우기’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지표 계산 방법에 따라, 성적 외적인 가치에 따라 MVP 투표 결과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종과 최정의 점수 격차가 2배나 되는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다(양현종 656점, 최정 294점). 투표 방법의 특성 상 1위 몰표로 인한 점수 격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렇지만 최정의 대단한 시즌이 과소평가되는 듯한 점수 차이는 쿨하게 받아들이기엔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최정은 올해 리그에서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자라고 할 수 있었다. 1.111의 OPS와 46개의 홈런은 구장효과를 아무리 많이 더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반대로, 양현종이 올해 KBO리그 투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메릴 켈리, 라이언 피어밴드, 헥터 노에시, 장원준, 차우찬, 데이비드 허프 등 쟁쟁한 경쟁자의 이름을 떠올린다면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다.
최정에게 한 표도 주지 않은 기자가 34명이나 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최정에 버금가는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표를 주다보니 표가 모자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7시즌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에게 5위까지도 한 표를 주지 않은 사람이 전체 투표인단의 32%나 된다는 건 별 말없이 납득하기 매우 어렵다.
2. 강민호에게 MVP 1위 표를 준 1명
2015시즌 강민호였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년보다 OPS가 0.137이나 떨어진, FA 선언을 앞두고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2017시즌 강민호에게 MVP 1위 한 표를 던졌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기구단 롯데의 포스트시즌 복귀를 이끌었다는 점을 야구 외적인 가치로 인정한 결과라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야구 외적인 가치가 MVP 1위 양현종, MVP 3위 헥터에게도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올해 강민호는 경기장 안에서 이 두 선수를 제칠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3. 이정후에게 신인왕 3위 표도 안 준 3명
신인왕 투표는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세 명을 선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투표 방식의 특성 상,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던 이정후의 1순위 몰표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관심사는 2위, 3위가 누구냐였다.
그런 투표 방식을 생각해보면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하나는 이정후가 올해 최고 신인 3명 안에도 들지 못하냐는 것이다. 신인왕 투표에서 1표라도 받은 27명의 선수 중, 이정후는 올해 단연 최고의 성적(스탯티즈 WAR 기준)을 올렸다. 그럼에도 이정후가 3순위에도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107명의 기자 투표인단 중 4명이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정후에게 던지지 않은 소중한 한 표를,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줬느냐다. 3순위 한 표만 받아 공동 20위에 선정된 8명의 이름을 보면 기자들이 선심성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김승현(삼성), 남재현(KIA), 류희운(kt), 안치영(kt), 이정훈(KIA), 정동윤(SK), 조수행(두산), 주효상(넥센). 이정후에게 주지 않은 표를 이 선수들에게 줬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위 안에 든 다른 선수들에게 갈 표를 이 선수들에게 줬다고 해도 쉽게 납득이 가는 결과는 아니다. 굳이 기록을 일일이 찾지않아도 이들의 이름이 갖는 존재감이 올해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건, KBO리그를 꾸준히 지켜본 팬이라면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그 4명의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정후의 1위는 너무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니, 한 시즌 동안 수고한 신인들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대신해 표를 선물해주자고. 정말로 그런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면, 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단 107명에게만 주어진 한 표를 행사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야구 팬으로서 시상식을 찾았어야만 했다.
4. 장필준에게 MVP 2위 표를 준 한 명
굳이 뭐가 아쉬운지 길게 설명해야 할까? 장필준은 MVP 투표에서 한 표라도 받은 유일한 불펜 투수였다. 과감히 해석한다면, 그에게 표를 던진 기자는 장필준이 올해 KBO리그의 불펜 투수 중 최고의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한 셈이다. 더 이상 이 한 표가 왜 최악의 한 표였는지 설명하는 것은 공간 낭비, 독자의 시간 낭비에 가깝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이정후의 최우수 신인 선정은 모두가 예상하던 바였다. 만장일치가 나올 것인지 여부가 주목받았을 뿐이었다. 한편 양현종의 MVP 수상은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마지막까지 쉽게 예상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양현종은 22년만의 한국인 투수 선발 20승, 다승 공동 1위, 정규시즌 1위를 이끈 공로 등을 인정 받아 상당한 격차로 MVP에 선정됐다.
절대적인 기준이 없는 이상 완벽한 결과는 있을 수 없겠지만, 야구에서 각종 시상식이 으레 그렇듯 이번 MVP & 신인왕 선정 결과를 두고도 아쉬운 감상들이 있었다. 올해 투표에는 총 107명의 기자단 투표인단이 참여했다. 이 중 가장 아쉬웠던,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투표 4가지와 그 이유를 선정해봤다.
1. 최정에게 MVP 5위 표도 안 준 34명
양현종이 최정보다, 혹은 최정이 양현종보다 잘한 선수라고 단정할 수 있을까? 그렇지는 않다. 스탯티즈의 WAR을 기준으로 하면 올해 최정이 양현종보다 더 좋은 활약을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WAR은 산정 방식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지표다. 또한 MVP 투표가 ‘WAR 줄 세우기’가 아닌 것도 사실이다. 지표 계산 방법에 따라, 성적 외적인 가치에 따라 MVP 투표 결과는 언제든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현종과 최정의 점수 격차가 2배나 되는 것은 매우 아쉬운 결과다(양현종 656점, 최정 294점). 투표 방법의 특성 상 1위 몰표로 인한 점수 격차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결과였다. 그렇지만 최정의 대단한 시즌이 과소평가되는 듯한 점수 차이는 쿨하게 받아들이기엔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최정은 올해 리그에서 최소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타자라고 할 수 있었다. 1.111의 OPS와 46개의 홈런은 구장효과를 아무리 많이 더해도 절대 무시할 수 없는 기록이다. 반대로, 양현종이 올해 KBO리그 투수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메릴 켈리, 라이언 피어밴드, 헥터 노에시, 장원준, 차우찬, 데이비드 허프 등 쟁쟁한 경쟁자의 이름을 떠올린다면 그렇게 말하기 쉽지 않다.
최정에게 한 표도 주지 않은 기자가 34명이나 되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다. 물론 최정에 버금가는 쟁쟁한 경쟁자들에게 표를 주다보니 표가 모자랐을 수도 있다. 그러나 2017시즌 최고의 타자 중 한 명에게 5위까지도 한 표를 주지 않은 사람이 전체 투표인단의 32%나 된다는 건 별 말없이 납득하기 매우 어렵다.
2. 강민호에게 MVP 1위 표를 준 1명
2015시즌 강민호였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년보다 OPS가 0.137이나 떨어진, FA 선언을 앞두고 아쉬운 소리가 나오는 2017시즌 강민호에게 MVP 1위 한 표를 던졌다는 건 쉽게 이해하기가 어렵다.
인기구단 롯데의 포스트시즌 복귀를 이끌었다는 점을 야구 외적인 가치로 인정한 결과라 설명해야 할까? 하지만 그런 야구 외적인 가치가 MVP 1위 양현종, MVP 3위 헥터에게도 없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그리고 올해 강민호는 경기장 안에서 이 두 선수를 제칠 정도로 좋은 시즌을 보내지 못했다.
3. 이정후에게 신인왕 3위 표도 안 준 3명
신인왕 투표는 1순위부터 3순위까지 세 명을 선정하는 식으로 이뤄졌다. 투표 방식의 특성 상, 압도적인 존재감을 지녔던 이정후의 1순위 몰표는 당연하게 여겨졌다. 관심사는 2위, 3위가 누구냐였다.
그런 투표 방식을 생각해보면 두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하나는 이정후가 올해 최고 신인 3명 안에도 들지 못하냐는 것이다. 신인왕 투표에서 1표라도 받은 27명의 선수 중, 이정후는 올해 단연 최고의 성적(스탯티즈 WAR 기준)을 올렸다. 그럼에도 이정후가 3순위에도 들지 않는다고 생각한 사람이 107명의 기자 투표인단 중 4명이나 있었다.
또 하나의 문제는 이정후에게 던지지 않은 소중한 한 표를, 그렇다면 도대체 누구에게 줬느냐다. 3순위 한 표만 받아 공동 20위에 선정된 8명의 이름을 보면 기자들이 선심성으로 표를 행사했다는 느낌을 지우기 어렵다. 김승현(삼성), 남재현(KIA), 류희운(kt), 안치영(kt), 이정훈(KIA), 정동윤(SK), 조수행(두산), 주효상(넥센). 이정후에게 주지 않은 표를 이 선수들에게 줬다고 확신할 수는 없다. 그러나 10위 안에 든 다른 선수들에게 갈 표를 이 선수들에게 줬다고 해도 쉽게 납득이 가는 결과는 아니다. 굳이 기록을 일일이 찾지않아도 이들의 이름이 갖는 존재감이 올해에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는 건, KBO리그를 꾸준히 지켜본 팬이라면 충분히 알고도 남을 것이다.
그 4명의 기자는 이렇게 생각했을 지도 모르겠다. 이정후의 1위는 너무 뻔하게 예상할 수 있는 결과이니, 한 시즌 동안 수고한 신인들에게 따뜻한 인사말을 대신해 표를 선물해주자고. 정말로 그런 생각으로 투표에 임했다면, 그 사람은 대한민국에서 단 107명에게만 주어진 한 표를 행사할 것이 아니라 평범한 야구 팬으로서 시상식을 찾았어야만 했다.
4. 장필준에게 MVP 2위 표를 준 한 명
굳이 뭐가 아쉬운지 길게 설명해야 할까? 장필준은 MVP 투표에서 한 표라도 받은 유일한 불펜 투수였다. 과감히 해석한다면, 그에게 표를 던진 기자는 장필준이 올해 KBO리그의 불펜 투수 중 최고의 선수였다는 이야기를 한 셈이다. 더 이상 이 한 표가 왜 최악의 한 표였는지 설명하는 것은 공간 낭비, 독자의 시간 낭비에 가깝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