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시즌 예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5위(66승 96패)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71승 91패)
[스포탈코리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2017시즌은 파란만장했다. 다저스는 목전에서 대업을 놓쳐버렸고, 다크호스로 분류됐던 애리조나와 콜로라도는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2010년대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던 샌프란시스코는 끝없는 부진에 시달리면서 지구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파란만장함'은 단 한 구단, 샌디에이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빅리그 성적을 포기한 채 시즌에 돌입했던 이 리빌딩 팀은 4월부터 11승 16패를 기록하면서 소리소문없이 가라앉았고, 예정된 패배를 차분히 적립해간 끝에 71승 91패의 무미건조한 ‘선전’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타격 생산력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했고, 투수력은 기대보다는 견실했으나 여전히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wRC+ 리그 29위, 평균자책점 리그 22위). 그렇게 샌디에이고는 7시즌 연속으로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면서 리그에서 두 번째로 긴 위닝 시즌 가뭄을 이어 나갔다.*
* 1위 마이애미, 8년 연속.
올 시즌을 맞이하는 샌디에이고의 전의가 얼마나 희박했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지점은 바로 페이롤이다. 다저스와의 개막전 당일 샌디에이고의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약 2960만 달러. 상대 선발투수였던 클레이튼 커쇼 한 명의 연봉인 33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출한 금액이었다. 팀 전체 페이롤은 7000만 달러 안팎으로 그나마 정상적인 규모를 형성했지만, 이는 트레이드된 고액 연봉자들을 향한 막대한 연봉 보조가 페이롤을 두 배로 부풀려준 탓에 나타난 착시효과였다. 메이저리그에서 3000만 달러 정도의 지출로 경쟁력 있는 로스터를 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샌디에이고는 애초부터 경쟁에서 물러선 채로 시즌을 보낼 심산이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의 2017시즌은 기실 기대치도 않게 지구 최하위를 면한, 최악과는 거리가 있는 시즌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의 충격적인 추락 덕분이었고, 또한 샌디에이고 스스로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2승 7패의 준수한 전적을 기록하면서 지구 최하위의 탄생에 일조했던 덕분이었다. 운 역시 따랐다. 604점을 득점하는 동안 816점을 실점했던 샌디에이고의 피타고리안 승수는 실제보다 12승이나 적은 59승 남짓이었다. 가장 유력한 100패 후보라는 시즌 전의 예측은 사실 완전히 빗나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시시한 ‘선전’을 중심으로 샌디에이고의 시즌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평가에 불과하다. 리빌딩 팀의 진짜 승부는 빅리그 순위표 바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 – 브래드 핸드, 호세 피렐라, 율리스 차신
브래드 핸드: 79.1이닝 21세이브 16홀드 ERA 2.16 K/9 11.80 fWAR 1.7 bWAR 2.8
호세 피렐라: 344타석 0.288/0.347/0.490 10홈런 wRC+ 122 fWAR 2.1
율리스 차신: 13승 10패 180.1이닝 153탈삼진 ERA 3.89 FIP 4.26 fWAR 2.3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한 2015년 가을 이래로 샌디에이고는 염가의 단년 계약, 마이너리그 계약, 웨이버 클레임, 룰5 드래프트 등을 활용해 최대한 경제적인 빅리그 로스터를 구성해왔다. 이렇게 로스터에 합류한 선수들의 대다수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갔지만, 반대로 새로운 환경과 코칭스태프 아래서 선수생활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선수 수급 방책이 내놓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 바로 브래드 핸드다. 실패한 선발투수 유망주였던 핸드는 웨이버 클레임으로 이적한 샌디에이고에서 풀타임 불펜투수로 보직을 전환했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피치로 투구를 재편하면서 기존의 두 배에 이르는 탈삼진 능력을 자랑하는 특급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올 시즌에는 브랜든 마우어가 캔자스시티로 떠난 7월 말부터 뒷문 단속을 전담하면서 ‘마무리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양키스의 실패한 유망주였던 호세 피렐라 역시 샌디에이고에서 뒤늦게 잠재력을 꽃피웠다. 트레이드로 처음 샌디에이고에 합류했던 지난 시즌에는 AAA와 빅리그 모두에서 처참한 성적만을 남겼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잔류한 올 시즌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AAA를 폭격하면서 개막 2개월 만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wRC+ 160). 피렐라의 달라진 기세는 빅리그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9월 말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기 전까지 피렐라는 팀내 최고의 타자였고, 팬그래프를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야수이기도 했다. 수비력 자체는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좌익수를 중심으로 우익수, 1루수, 2루수 등을 소화하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었다.
1년 175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의 실질적인 1선발로 활약해준 율리스 차신 역시 샌디에이고의 2017시즌을 지탱한 주축 선수였다. 차신은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에서 팀내 최고의 투수였고, 투구 이닝에서도 클레이튼 리차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본래 플라이볼 투수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차신이지만, 올 시즌에는 드넓은 펫코 파크와 비현실적인 수준의 궁합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홈 커쇼’의 탄생을 알렸다(홈 평균자책점 1.79).
이들 외에도 차신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록한 또 다른 단년 계약자 클레이튼 리차드, 팀의 주요 야수 유망주들 중 가장 기대치에 근접한 시즌을 보낸 마누엘 마고, 다소 이르게 이뤄진 승격을 극복하고 빼어난 구위를 과시한 디넬슨 라멧 등이 주목해 볼 만한 활약을 남겼다.
최악의 선수 – 모두의 약팀
약팀은 몇몇 선수의 이탈과 부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샌디에이고의 로스터는 애초부터 이렇다 할 활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력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그들의 활약은 득실 마진 -212점이라는 안쓰러운 경기 내용으로 이어졌다. 인상적인 선수가 얼마 되지 않아 선정이 수월했던 ‘최고의 선수’ 단락과는 달리, 이번 단락은 너무도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서넛 남짓의 대표자를 선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더없이 저렴했던 선발진은 그래도 리그 23위에 해당하는 4.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평균구속이 80마일대 초반까지 떨어진 위버의 패스트볼만큼은 광활한 펫코 파크에서도 아무런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3이닝당 1개꼴로 피홈런을 허용한 위버는 결국 시즌 도중 정들었던 마운드와 작별을 택하고 말았다(평균자책점 7.44). 위버의 빈자리에는 트레버 케이힐의 트레이드 당시 ‘2018시즌 연봉 전액 보조’를 조건으로 이적해온 트래비스 우드가 들어섰다. 우드는 위버에 버금가는 안타까운 성적으로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평균자책점 6.71).
상대적으로 무난한 부진들이 이어졌던 구원진에서는 카터 캡스의 모습이 가장 큰 실망을 남겼다. 돌아온 캡스는 2년 전의 그 압도적인 투수가 아니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은 여느 불펜투수들과 다르지 않은 90마일대 초중반으로 내려앉았고, 떨어진 구속 탓인지 탈삼진 능력은 이전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나긴 재활에서 복귀한 시즌의 마무리를 또 다른 수술로 장식하면서 향후의 행보에도 어두운 전망을 드리운 시즌이었다.
야수진의 부진은 투수진에 비해 훨씬 뚜렷하게 드러났다. 리그에서 가장 적었던 604점의 팀 득점과, 마찬가지로 가장 낮았던 7.3의 야수진 fWAR이 이를 증명한다. 출루율은 심지어 리그 유일의 2할대(0.299). 당연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 중에서도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던 윌 마이어스와 헌터 렌프로, 라이언 쉼프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커리어 최초로 시즌 30홈런을 달성한 마이어스는 외견상으로는 그럭저럭 준수한 시즌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타격의 정확도와 주루, 수비 모두에서 확연하게 나빠진 지표를 기록하면서 팬그래프로부터 내실이 심각하게 부족했다는 판정을 받았다(fWAR 3.9 -> 0.9). 지난해 콜업 기간 동안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뽐내면서 주전 우익수로 낙점 받았던 렌프로 역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에 고전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장타력 자체는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했지만(ISO 0.236), 0.231의 타율과 0.284의 출루율은 주전 외야수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0.284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침몰했던 선수가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지난 시즌 ‘깜짝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라이언 쉼프였다. 쉼프는 올 시즌에도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했으나(ISO 0.267), 2할조차 넘기지 못한 처참한 타율로 인해 6월이 지나기도 전에 AAA행을 통보 받고 말았다.
가장 발전한 선수 – 오스틴 헤지스
시즌 성적: 417타석 0.214/0.262/0.398 홈런 18개 wRC+ 71 fWAR 0.6 WARP* 3.5
* WARP(Win Above Replacement Player):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 제공하는 WAR 개념의 지표. 산출 과정에 FRAA를 활용하므로 프레이밍 수치의 영향을 받는다.
드디어 샌디에이고의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한 오스틴 헤지스의 2017시즌은 명과 암이 확실하게 갈리는 시즌이었다. 수비적인 성취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키스 로를 비롯한 업계의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정상급의 수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역 팬들은 선발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으로 주저없이 헤지스의 수비를 꼽았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BP)에서 제공하는 종합 수비 지표인 FRAA** 역시 헤지스의 수비를 높이 평가했다. 헤지스는 장기인 프레이밍 부문에서 20.8점(리그 2위)을 적립하는 기염을 토했고, 여기에 프레이밍에 능한 포수들이 대체로 서툰 모습을 보이는 블로킹과 송구에서까지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FRAA 순위에서 포수 부문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산출 과정에 FRAA를 활용하는 BP의 WARP에 의하면, 2017시즌의 헤지스는 3.5의 수준급 WARP를 기록한 올 시즌 샌디에이고 최고의 야수였다.
** FRAA(Fielding Runs Above Average): play-by-play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BP의 종합 수비 지표. 포수의 경우 프레이밍 수치까지도 포함해 산출한다.
하지만 타격은 여전히 근심거리였다. 1할대의 타율로 볼품없이 허덕였던 지난 두 시즌에 비하면 확연히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0.214의 타율과 0.262의 출루율은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더라도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다. 마이너리그 시절 보여줬던 장타력을 빅리그에서도 재현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ISO 0.183), 우선은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루율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듯 보인다.
키포인트 – 귀댁의 리빌딩은 안녕하십니까
1) 유망주 수집
2017시즌의 샌디에이고는 이전처럼 맹렬하게 유망주 수집에 나서지 않았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여러 장의 드래프트 상위 픽을 손에 쥐고 있지도 않았고, 페널티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영입 전략을 펼쳤던 지난 시즌의 여파로 인해 국제 유망주 시장에서 ‘대어급’의 선수를 손에 넣는 것도 불가능했다. 호투를 이어가던 트레버 케이힐과 두 명의 승리조 불펜투수를 묶어 알뜰한 트레이드 패키지를 만들어 냈지만, 대형 유망주를 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합이었다. 가장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브래드 핸드의 트레이드는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오프시즌으로 그 향방이 유예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샌디에이고의 급할 것 없었던 마이너리그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년간의 전격적인 리빌딩을 통해 이미 상당한 수의 유망주들을 확보해 둔 팀이다. 기존의 주요 유망주들이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빅리그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지만, 팀의 마이너 시스템은 이들의 동시다발적인 졸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터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MLB Pipeline이 시즌 종료 후 발표한 100인의 유망주 명단에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이름을 올린 유망주들의 수는 아직도 7명에 달한다. 한 해 정도는 무리하지 않고 기존 유망주들의 육성과 선별에 집중할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2) 페이롤 정리
리빌딩의 또 다른 영역인 페이롤 정리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고액연봉자들의 트레이드를 위해 부담했던 상당한 규모의 연봉보조는 앞으로 3시즌 사이에 순차적으로 자취를 감출 예정이며, 이를 제외한 샌디에이고의 향후 페이롤 상황은 황량함마저 느껴지는 철저한 무주공산이다. 팀의 주축 타자인 윌 마이어스가 2020년을 기점으로 연간 2250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해갈 예정이기는 하지만, 현재 샌디에이고의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다년 계약자는 마이어스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샌디에이고 같은 스몰마켓 팀들도 한 건 정도의 대형 계약을 부담할 재정적 역량은 갖추고 있는 데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이어스의 주가가 반등할 경우에는 트레이드 파트너를 물색해본다는 선택지 역시 고려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다른 한 명의 다년 계약자는 얀헤어비스 솔라르테(2019시즌 550만 달러, 2020시즌 800만 달러). 그러나 바이아웃 금액이 75만 달러에 불과한 팀 옵션 계약이다.
3) 세대교체
그렇다면 샌디에이고의 세대교체는 2017시즌을 마친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전되어 있을까. 먼저 야수진은 다소나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 야수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 시즌에 비해 2살이나 어려진 26.2세. 여기에는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선 신진 야수들의 등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이들 중 확실하게 빅리그에 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 선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윌 마이어스가 차지하고 있는 1루, 오스틴 헤지스가 버티는 홈 플레이트, 마누엘 마고가 지키는 외야 중앙을 제외한 나머지 수비 위치는 아직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내년에도 당장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상태다. 루이스 우리아스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한 핵심 야수 유망주들이 빅리그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아직 2시즌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호세 피렐라, 헌터 렌프로, 카를로스 아수아헤 등의 ‘애매한’ 자원들 가운데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반면 투수진의 세대교체는 아직 요원한 일인 듯 보인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투수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 시즌과 동일한 27.9세. 게다가 이들 중 대다수는 팀의 중장기 구상에 포함되지 않은 저비용 스탑갭 자원들이었다. 물론 마이너리그 단계를 빠르게 건너뛰고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디넬슨 라멧과 루이스 페르도모 같은 고무적인 사례들도 있었다. 허나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의 상단을 책임져줘야 할 칼 퀀트릴, 애드리안 모레혼 등의 핵심 투수 유망주들은 여전히 AA 이하의 레벨에서 담금질에 힘쓰는 중이다. 투수진의 진정한 세대교체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로부터 어렵지 않게 추측해낼 수 있다.
4) 브래드 핸드 트레이드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그들의 가장 값비싼 트레이드 칩을 손에 쥐고 있다.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로서의 모습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린 브래드 핸드가 그 주인공이다. 마무리 투수들의 신화적인 전문성이 근래 점차 퇴색되고 있다고는 해도, 이들처럼 ‘경력직’과 ‘신입’ 사이에 현저한 대우의 차이가 존재하는 직종은 야구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 핸드처럼 앞으로 2시즌이나 더 연봉 조정 기간이 남아 있는 선수라면 그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만약 A.J. 프렐러 단장이 지난 2년간 보여준 트레이드 수완을 이번에도 재현해낸다면, 샌디에이고는 리빌딩 팀에 어울리지 않는 핸드라는 조각을 통해 남은 여정의 상당 부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론
2010년대 초반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탱킹 팀이었다. 경쟁 자체를 포기한 듯 보였던 그들의 구단 운영은 무관심과 조롱의 대상이었고, 그들이 꾸준히 주장했던 청사진은 변명과 몽상이라 일축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휴스턴이 2017년 월드시리즈의 우승팀으로 등극했다. 샌디에이고 같은 탱킹 후발주자들의 용기를 북돋아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올해의 샌디에이고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얼마 남지 않은 트레이드 자원들을 헐값에 떠나보내지 않는 신중함과, 때아닌 조급함으로 리빌딩을 무너뜨리지 않는 뚝심이었다. 따라서 샌디에이고의 2017시즌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고요하게 흘러갔다는 사실은 그들이 현재의 위치에 걸맞은 묵묵함과 성실함으로 성공적인 ‘루징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디에이고는 올해도 패배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그러나 2018년은 대단한 진전이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도 가까운 미래다. 샌디에이고의 빅리그 로스터는 내년에도 거짓말처럼 무의미할 것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살벌한 경쟁은 그들의 본격적인 승부수를 더 나중으로 미뤄버릴 테고, 팀의 핵심 유망주들은 대개가 내년이 다 지나도록 그럴싸한 첫 선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언급되지 못한 소소한 실패와 희생들이 있었고, 여전히 기약 없는 리빌딩이 한창이다. 그러니 일단은 이렇게 말해보면 좋을 것 같다. “탱킹 전선 이상 없다”고 말이다.
야구공작소
이의재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Baseball Prospectus, Brooks Baseball, Fangraphs, MLB.com, Spotrac
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71승 91패)
[스포탈코리아]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2017시즌은 파란만장했다. 다저스는 목전에서 대업을 놓쳐버렸고, 다크호스로 분류됐던 애리조나와 콜로라도는 나란히 포스트시즌 진출을 달성했다. 2010년대 최고의 팀으로 손꼽히던 샌프란시스코는 끝없는 부진에 시달리면서 지구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수모를 겪고 말았다. 잊을 수 없는 시즌이었다.
하지만 이 모든 '파란만장함'은 단 한 구단, 샌디에이고에게는 해당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처음부터 빅리그 성적을 포기한 채 시즌에 돌입했던 이 리빌딩 팀은 4월부터 11승 16패를 기록하면서 소리소문없이 가라앉았고, 예정된 패배를 차분히 적립해간 끝에 71승 91패의 무미건조한 ‘선전’으로 시즌을 마무리했다. 타격 생산력은 상상 이상으로 처참했고, 투수력은 기대보다는 견실했으나 여전히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wRC+ 리그 29위, 평균자책점 리그 22위). 그렇게 샌디에이고는 7시즌 연속으로 5할 미만의 승률을 기록하면서 리그에서 두 번째로 긴 위닝 시즌 가뭄을 이어 나갔다.*
* 1위 마이애미, 8년 연속.
올 시즌을 맞이하는 샌디에이고의 전의가 얼마나 희박했는지를 가장 단적으로 드러내 주는 지점은 바로 페이롤이다. 다저스와의 개막전 당일 샌디에이고의 25인 로스터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의 연봉 총액은 약 2960만 달러. 상대 선발투수였던 클레이튼 커쇼 한 명의 연봉인 33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단출한 금액이었다. 팀 전체 페이롤은 7000만 달러 안팎으로 그나마 정상적인 규모를 형성했지만, 이는 트레이드된 고액 연봉자들을 향한 막대한 연봉 보조가 페이롤을 두 배로 부풀려준 탓에 나타난 착시효과였다. 메이저리그에서 3000만 달러 정도의 지출로 경쟁력 있는 로스터를 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 샌디에이고는 애초부터 경쟁에서 물러선 채로 시즌을 보낼 심산이었다.
그러나 샌디에이고의 2017시즌은 기실 기대치도 않게 지구 최하위를 면한, 최악과는 거리가 있는 시즌이었다. 이는 무엇보다 샌프란시스코의 충격적인 추락 덕분이었고, 또한 샌디에이고 스스로가 샌프란시스코를 상대로 12승 7패의 준수한 전적을 기록하면서 지구 최하위의 탄생에 일조했던 덕분이었다. 운 역시 따랐다. 604점을 득점하는 동안 816점을 실점했던 샌디에이고의 피타고리안 승수는 실제보다 12승이나 적은 59승 남짓이었다. 가장 유력한 100패 후보라는 시즌 전의 예측은 사실 완전히 빗나가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이토록 시시한 ‘선전’을 중심으로 샌디에이고의 시즌 성패를 가늠하는 것은 수박 겉핥기식의 평가에 불과하다. 리빌딩 팀의 진짜 승부는 빅리그 순위표 바깥에서 이뤄지기 때문이다.
최고의 선수 – 브래드 핸드, 호세 피렐라, 율리스 차신
브래드 핸드: 79.1이닝 21세이브 16홀드 ERA 2.16 K/9 11.80 fWAR 1.7 bWAR 2.8
호세 피렐라: 344타석 0.288/0.347/0.490 10홈런 wRC+ 122 fWAR 2.1
율리스 차신: 13승 10패 180.1이닝 153탈삼진 ERA 3.89 FIP 4.26 fWAR 2.3
본격적인 리빌딩에 돌입한 2015년 가을 이래로 샌디에이고는 염가의 단년 계약, 마이너리그 계약, 웨이버 클레임, 룰5 드래프트 등을 활용해 최대한 경제적인 빅리그 로스터를 구성해왔다. 이렇게 로스터에 합류한 선수들의 대다수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고 사라져갔지만, 반대로 새로운 환경과 코칭스태프 아래서 선수생활의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경우도 종종 찾아볼 수 있었다.
이러한 선수 수급 방책이 내놓은 최고의 히트 상품이 바로 브래드 핸드다. 실패한 선발투수 유망주였던 핸드는 웨이버 클레임으로 이적한 샌디에이고에서 풀타임 불펜투수로 보직을 전환했고,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의 투피치로 투구를 재편하면서 기존의 두 배에 이르는 탈삼진 능력을 자랑하는 특급 셋업맨으로 변신했다. 올 시즌에는 브랜든 마우어가 캔자스시티로 떠난 7월 말부터 뒷문 단속을 전담하면서 ‘마무리 검증’을 성공적으로 마치기도 했다.
양키스의 실패한 유망주였던 호세 피렐라 역시 샌디에이고에서 뒤늦게 잠재력을 꽃피웠다. 트레이드로 처음 샌디에이고에 합류했던 지난 시즌에는 AAA와 빅리그 모두에서 처참한 성적만을 남겼지만,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잔류한 올 시즌에는 압도적인 성적으로 AAA를 폭격하면서 개막 2개월 만에 빅리그의 부름을 받았다(wRC+ 160). 피렐라의 달라진 기세는 빅리그 무대에서도 이어졌다. 9월 말 새끼손가락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하기 전까지 피렐라는 팀내 최고의 타자였고, 팬그래프를 기준으로는 가장 높은 WAR을 기록한 야수이기도 했다. 수비력 자체는 평범한 수준이었지만 좌익수를 중심으로 우익수, 1루수, 2루수 등을 소화하면서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의 자질을 보여줬다는 점 역시 고무적이었다.
1년 175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샌디에이고의 실질적인 1선발로 활약해준 율리스 차신 역시 샌디에이고의 2017시즌을 지탱한 주축 선수였다. 차신은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에서 팀내 최고의 투수였고, 투구 이닝에서도 클레이튼 리차드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본래 플라이볼 투수로 분류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차신이지만, 올 시즌에는 드넓은 펫코 파크와 비현실적인 수준의 궁합을 과시하면서 새로운 ‘홈 커쇼’의 탄생을 알렸다(홈 평균자책점 1.79).
이들 외에도 차신에 버금가는 성적을 기록한 또 다른 단년 계약자 클레이튼 리차드, 팀의 주요 야수 유망주들 중 가장 기대치에 근접한 시즌을 보낸 마누엘 마고, 다소 이르게 이뤄진 승격을 극복하고 빼어난 구위를 과시한 디넬슨 라멧 등이 주목해 볼 만한 활약을 남겼다.
최악의 선수 – 모두의 약팀
약팀은 몇몇 선수의 이탈과 부진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샌디에이고의 로스터는 애초부터 이렇다 할 활약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력의 선수들로 구성되어 있었고, 예상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았던 그들의 활약은 득실 마진 -212점이라는 안쓰러운 경기 내용으로 이어졌다. 인상적인 선수가 얼마 되지 않아 선정이 수월했던 ‘최고의 선수’ 단락과는 달리, 이번 단락은 너무도 쟁쟁한 후보들이 많아 서넛 남짓의 대표자를 선정하는 것이 불가능했다.
더없이 저렴했던 선발진은 그래도 리그 23위에 해당하는 4.83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면서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그러나 평균구속이 80마일대 초반까지 떨어진 위버의 패스트볼만큼은 광활한 펫코 파크에서도 아무런 차도를 보이지 않았다. 3이닝당 1개꼴로 피홈런을 허용한 위버는 결국 시즌 도중 정들었던 마운드와 작별을 택하고 말았다(평균자책점 7.44). 위버의 빈자리에는 트레버 케이힐의 트레이드 당시 ‘2018시즌 연봉 전액 보조’를 조건으로 이적해온 트래비스 우드가 들어섰다. 우드는 위버에 버금가는 안타까운 성적으로 샌디에이고에서의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평균자책점 6.71).
상대적으로 무난한 부진들이 이어졌던 구원진에서는 카터 캡스의 모습이 가장 큰 실망을 남겼다. 돌아온 캡스는 2년 전의 그 압도적인 투수가 아니었다. 패스트볼의 구속은 여느 불펜투수들과 다르지 않은 90마일대 초중반으로 내려앉았고, 떨어진 구속 탓인지 탈삼진 능력은 이전의 1/3에도 미치지 못했다. 기나긴 재활에서 복귀한 시즌의 마무리를 또 다른 수술로 장식하면서 향후의 행보에도 어두운 전망을 드리운 시즌이었다.
야수진의 부진은 투수진에 비해 훨씬 뚜렷하게 드러났다. 리그에서 가장 적었던 604점의 팀 득점과, 마찬가지로 가장 낮았던 7.3의 야수진 fWAR이 이를 증명한다. 출루율은 심지어 리그 유일의 2할대(0.299). 당연히 대부분의 선수들이 아쉬운 성적을 기록했지만, 그 중에서도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지고 있던 윌 마이어스와 헌터 렌프로, 라이언 쉼프의 부진이 가장 뼈아팠다.
커리어 최초로 시즌 30홈런을 달성한 마이어스는 외견상으로는 그럭저럭 준수한 시즌을 보냈지만, 실제로는 타격의 정확도와 주루, 수비 모두에서 확연하게 나빠진 지표를 기록하면서 팬그래프로부터 내실이 심각하게 부족했다는 판정을 받았다(fWAR 3.9 -> 0.9). 지난해 콜업 기간 동안 무시무시한 장타력을 뽐내면서 주전 우익수로 낙점 받았던 렌프로 역시 메이저리그의 높은 벽에 고전하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장타력 자체는 어느 정도 기대에 부응했지만(ISO 0.236), 0.231의 타율과 0.284의 출루율은 주전 외야수로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었다.
여기에 공교롭게도 0.284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침몰했던 선수가 또 한 명 있었으니, 바로 지난 시즌 ‘깜짝 거포’로 이름을 날렸던 라이언 쉼프였다. 쉼프는 올 시즌에도 여전한 장타력을 과시했으나(ISO 0.267), 2할조차 넘기지 못한 처참한 타율로 인해 6월이 지나기도 전에 AAA행을 통보 받고 말았다.
가장 발전한 선수 – 오스틴 헤지스
시즌 성적: 417타석 0.214/0.262/0.398 홈런 18개 wRC+ 71 fWAR 0.6 WARP* 3.5
* WARP(Win Above Replacement Player):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에서 제공하는 WAR 개념의 지표. 산출 과정에 FRAA를 활용하므로 프레이밍 수치의 영향을 받는다.
드디어 샌디에이고의 주전 포수 자리를 차지한 오스틴 헤지스의 2017시즌은 명과 암이 확실하게 갈리는 시즌이었다. 수비적인 성취에 대해서는 이론의 여지가 없었다. 키스 로를 비롯한 업계의 여러 전문가들로부터 정상급의 수비력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았고, 지역 팬들은 선발투수들이 기대 이상의 호투를 펼칠 수 있었던 숨은 공신으로 주저없이 헤지스의 수비를 꼽았다.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BP)에서 제공하는 종합 수비 지표인 FRAA** 역시 헤지스의 수비를 높이 평가했다. 헤지스는 장기인 프레이밍 부문에서 20.8점(리그 2위)을 적립하는 기염을 토했고, 여기에 프레이밍에 능한 포수들이 대체로 서툰 모습을 보이는 블로킹과 송구에서까지 준수한 실적을 기록하면서 FRAA 순위에서 포수 부문 선두로 치고 나갈 수 있었다. 산출 과정에 FRAA를 활용하는 BP의 WARP에 의하면, 2017시즌의 헤지스는 3.5의 수준급 WARP를 기록한 올 시즌 샌디에이고 최고의 야수였다.
** FRAA(Fielding Runs Above Average): play-by-play 데이터를 기반으로 산출한 BP의 종합 수비 지표. 포수의 경우 프레이밍 수치까지도 포함해 산출한다.
하지만 타격은 여전히 근심거리였다. 1할대의 타율로 볼품없이 허덕였던 지난 두 시즌에 비하면 확연히 나아진 모습이었지만, 0.214의 타율과 0.262의 출루율은 포수라는 포지션을 감안하더라도 만족하기 어려운 수치다. 마이너리그 시절 보여줬던 장타력을 빅리그에서도 재현해내기 시작했다는 점은 고무적이지만(ISO 0.183), 우선은 3할에도 미치지 못하는 출루율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일 듯 보인다.
키포인트 – 귀댁의 리빌딩은 안녕하십니까
1) 유망주 수집
2017시즌의 샌디에이고는 이전처럼 맹렬하게 유망주 수집에 나서지 않았다. 그들을 둘러싼 상황이 이를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처럼 여러 장의 드래프트 상위 픽을 손에 쥐고 있지도 않았고, 페널티를 감수하는 공격적인 영입 전략을 펼쳤던 지난 시즌의 여파로 인해 국제 유망주 시장에서 ‘대어급’의 선수를 손에 넣는 것도 불가능했다. 호투를 이어가던 트레버 케이힐과 두 명의 승리조 불펜투수를 묶어 알뜰한 트레이드 패키지를 만들어 냈지만, 대형 유망주를 노리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조합이었다. 가장 매력적인 매물이었던 브래드 핸드의 트레이드는 데드라인을 넘기면서 오프시즌으로 그 향방이 유예되고 말았다.
여기에는 샌디에이고의 급할 것 없었던 마이너리그 사정이 크게 작용했다. 샌디에이고는 지난 2년간의 전격적인 리빌딩을 통해 이미 상당한 수의 유망주들을 확보해 둔 팀이다. 기존의 주요 유망주들이 이번 시즌을 기점으로 빅리그에서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돌입했지만, 팀의 마이너 시스템은 이들의 동시다발적인 졸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두터운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MLB Pipeline이 시즌 종료 후 발표한 100인의 유망주 명단에 샌디에이고 소속으로 이름을 올린 유망주들의 수는 아직도 7명에 달한다. 한 해 정도는 무리하지 않고 기존 유망주들의 육성과 선별에 집중할 여유가 있었던 셈이다.
2) 페이롤 정리
리빌딩의 또 다른 영역인 페이롤 정리는 이미 마무리 단계에 이르렀다. 고액연봉자들의 트레이드를 위해 부담했던 상당한 규모의 연봉보조는 앞으로 3시즌 사이에 순차적으로 자취를 감출 예정이며, 이를 제외한 샌디에이고의 향후 페이롤 상황은 황량함마저 느껴지는 철저한 무주공산이다. 팀의 주축 타자인 윌 마이어스가 2020년을 기점으로 연간 2250만 달러의 연봉을 수령해갈 예정이기는 하지만, 현재 샌디에이고의 로스터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다년 계약자는 마이어스를 포함해 2명에 불과하므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샌디에이고 같은 스몰마켓 팀들도 한 건 정도의 대형 계약을 부담할 재정적 역량은 갖추고 있는 데다가, 가까운 시일 내에 마이어스의 주가가 반등할 경우에는 트레이드 파트너를 물색해본다는 선택지 역시 고려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 다른 한 명의 다년 계약자는 얀헤어비스 솔라르테(2019시즌 550만 달러, 2020시즌 800만 달러). 그러나 바이아웃 금액이 75만 달러에 불과한 팀 옵션 계약이다.
3) 세대교체
그렇다면 샌디에이고의 세대교체는 2017시즌을 마친 지금 어느 정도까지 진전되어 있을까. 먼저 야수진은 다소나마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는 편이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 야수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 시즌에 비해 2살이나 어려진 26.2세. 여기에는 본격적으로 주전 자리를 차지하고 들어선 신진 야수들의 등장이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다만 이들 중 확실하게 빅리그에 터를 잡았다고 볼 수 있는 선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윌 마이어스가 차지하고 있는 1루, 오스틴 헤지스가 버티는 홈 플레이트, 마누엘 마고가 지키는 외야 중앙을 제외한 나머지 수비 위치는 아직 장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았거나 내년에도 당장 주인이 바뀔 수 있는 상태다. 루이스 우리아스와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를 비롯한 핵심 야수 유망주들이 빅리그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기까지 아직 2시즌가량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 사이 호세 피렐라, 헌터 렌프로, 카를로스 아수아헤 등의 ‘애매한’ 자원들 가운데서 옥석을 가리는 작업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반면 투수진의 세대교체는 아직 요원한 일인 듯 보인다. 올 시즌 샌디에이고의 마운드를 책임졌던 투수들의 평균 연령은 지난 시즌과 동일한 27.9세. 게다가 이들 중 대다수는 팀의 중장기 구상에 포함되지 않은 저비용 스탑갭 자원들이었다. 물론 마이너리그 단계를 빠르게 건너뛰고도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 디넬슨 라멧과 루이스 페르도모 같은 고무적인 사례들도 있었다. 허나 앞으로 선발 로테이션의 상단을 책임져줘야 할 칼 퀀트릴, 애드리안 모레혼 등의 핵심 투수 유망주들은 여전히 AA 이하의 레벨에서 담금질에 힘쓰는 중이다. 투수진의 진정한 세대교체는 아직 먼 미래의 이야기라는 사실을 이로부터 어렵지 않게 추측해낼 수 있다.
4) 브래드 핸드 트레이드
샌디에이고는 여전히 그들의 가장 값비싼 트레이드 칩을 손에 쥐고 있다. 안정적인 마무리 투수로서의 모습을 선보이면서 자신의 가치를 한층 더 끌어올린 브래드 핸드가 그 주인공이다. 마무리 투수들의 신화적인 전문성이 근래 점차 퇴색되고 있다고는 해도, 이들처럼 ‘경력직’과 ‘신입’ 사이에 현저한 대우의 차이가 존재하는 직종은 야구계에서 찾아보기 어렵다. 거기에 핸드처럼 앞으로 2시즌이나 더 연봉 조정 기간이 남아 있는 선수라면 그 가치는 말할 것도 없다. 만약 A.J. 프렐러 단장이 지난 2년간 보여준 트레이드 수완을 이번에도 재현해낸다면, 샌디에이고는 리빌딩 팀에 어울리지 않는 핸드라는 조각을 통해 남은 여정의 상당 부분을 단축시킬 수 있을 것이다.
결론
2010년대 초반의 휴스턴 애스트로스는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탱킹 팀이었다. 경쟁 자체를 포기한 듯 보였던 그들의 구단 운영은 무관심과 조롱의 대상이었고, 그들이 꾸준히 주장했던 청사진은 변명과 몽상이라 일축되기 일쑤였다. 그러던 휴스턴이 2017년 월드시리즈의 우승팀으로 등극했다. 샌디에이고 같은 탱킹 후발주자들의 용기를 북돋아준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올해의 샌디에이고에게 정말로 필요했던 것은 얼마 남지 않은 트레이드 자원들을 헐값에 떠나보내지 않는 신중함과, 때아닌 조급함으로 리빌딩을 무너뜨리지 않는 뚝심이었다. 따라서 샌디에이고의 2017시즌이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고요하게 흘러갔다는 사실은 그들이 현재의 위치에 걸맞은 묵묵함과 성실함으로 성공적인 ‘루징 시즌’을 보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샌디에이고는 올해도 패배했지만 실패하지 않았다. 시간은 그들의 편이다.
그러나 2018년은 대단한 진전이 이루어지기에는 너무나도 가까운 미래다. 샌디에이고의 빅리그 로스터는 내년에도 거짓말처럼 무의미할 것이다. 내셔널리그 서부지구의 살벌한 경쟁은 그들의 본격적인 승부수를 더 나중으로 미뤄버릴 테고, 팀의 핵심 유망주들은 대개가 내년이 다 지나도록 그럴싸한 첫 선조차 보이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언급되지 못한 소소한 실패와 희생들이 있었고, 여전히 기약 없는 리빌딩이 한창이다. 그러니 일단은 이렇게 말해보면 좋을 것 같다. “탱킹 전선 이상 없다”고 말이다.
야구공작소
이의재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Baseball Prospectus, Brooks Baseball, Fangraphs, MLB.com, Spotr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