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2017년 메이저리그 시즌 상 수상자들이 발표됐다. 코리 클루버와 맥스 슈어저가 사이영상을, 애런 저지와 코디 벨린저가 신인상을, 호세 알투베와 지안카를로 스탠튼이 MVP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어느 정도의 의견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가 수긍할 만한 결과였다. 올해는 신인상을 제외한 모든 부문에서 경쟁이 치열했다. 양 리그 사이영상의 향방도 시즌 막판까지 오리무중이었으며, MVP의 두 주인공 역시 쉽게 확신할 수 없었다.
내셔널리그 MVP는 시즌 막판 스탠튼의 60홈런 달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마침 스탠튼이 59홈런으로 시즌을 마치자,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폴 골드슈미트 등 다른 선수의 수상 가능성도 점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변은 없었다. 스탠튼은 1위 표 10장을 가져가며 총점 302점으로 2위 조이 보토(300점)를 가까스로 따돌렸다. 이로써 메이저리그에는 현대야구가 정립된 1969년 이후 최초로 2년 연속 5할 승률 미만 팀에서 리그 MVP가 탄생하게 됐다.
과거 MVP는 개인 타이틀이나 소속 팀 성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두 요소는 MVP 수상에 있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7년 안드레 도슨이 리그 꼴찌팀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음에도 MVP를 차지한 건 그해 메이저리그 최다인 49홈런 137타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2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미겔 테하다는 개인 타이틀 하나 없이 57홈런 142타점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누르고 MVP를 따냈다. 후반기 20연승 신기록이 포함된 팀의 정규시즌 103승 달성에 이바지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표 흐름은 다르다. 선수들의 기량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승리기여도’라는 기준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세이버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 타이틀과 팀 성적이라는 잣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2년 타격 트리플크라운과 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모두 이룬 미겔 카브레라와 포스트시즌 탈락 팀 소속이지만 WAR 1위를 기록한 마이크 트라웃 간의 치열한 MVP 경쟁이 그 방증이다. 2016년 다시 WAR 1위에 오른 트라웃은 결국 4년 전보다 더 나쁜 팀 조건을 극복하고 MVP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듯 MVP 투표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의 약자, 즉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야구 경기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는 결국 팀에 가장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는 선수다. 승리를 숫자로 측정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득세하면서, 기존 잣대들은 자연스레 힘을 잃어갔다. 스탠튼이 MVP를 수상한 것도 그가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것과 별개로 리그 최고 수준의 WAR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보토 역시 높은 WAR 덕분에 타율, 홈런, 타점 타이틀의 부재와 팀 지구 최하위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사실상 스탠튼과 차이 없는(9위 표 1장 차) MVP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MVP 투표의 앞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세이버메트릭스에 따라 표심이 변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MVP 투표도 현시대 저평가되고 있는 요소를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변모할 것이다. 우선 아직까지 평가 기준이 모호한 주루와 수비의 영역에서 그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트랙맨의 레이더 추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탯캐스트 지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주루 능력과 수비력도 언젠가 MVP 투표에서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특수한 환경 속에서 저평가받는 선수들도 있다. 올 시즌 앤서니 렌돈의 경우가 그렇다. 렌돈은 올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fWAR로는 스탠튼을 제친 리그 1위이기도 했다. 그러나 렌돈은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141점, 6위). 입지 및 상징성에서도 브라이스 하퍼 등에게 밀리며 기자들에게 팀 내 최고 선수였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대외적인 이미지로 개인 성적까지 과소평가되는 현상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MVP 투표의 결말이 ‘WAR 줄 세우기’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WAR이라는 지표 역시 완벽하지 않은 탓이다. 선수의 기량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나 지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MVP에서 말하는 ‘가치’란 팀 케미스트리나 리더십과 같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영역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1년 내내 현장에서 직접 교감하는 기자들의 감각이나 느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MVP 투표는 기술 발전과 통계 연구에 힘입어 좀 더 객관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메이저리그 MVP 투표는 현재 과도기에 있으며, 미래의 기자들은 나날이 정교해지는 숫자에 점점 무게를 둘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 숫자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개인 타이틀과 팀 성적 요소도 일정 부분 남아 있을 것이고, 현장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직감 역시 여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야구팬들이 매년 기나긴 겨울을 앞두고 MVP 논쟁을 벌일 좋은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
내셔널리그 MVP는 시즌 막판 스탠튼의 60홈런 달성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마침 스탠튼이 59홈런으로 시즌을 마치자, 일각에서는 조심스럽게 폴 골드슈미트 등 다른 선수의 수상 가능성도 점쳤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변은 없었다. 스탠튼은 1위 표 10장을 가져가며 총점 302점으로 2위 조이 보토(300점)를 가까스로 따돌렸다. 이로써 메이저리그에는 현대야구가 정립된 1969년 이후 최초로 2년 연속 5할 승률 미만 팀에서 리그 MVP가 탄생하게 됐다.
과거 MVP는 개인 타이틀이나 소속 팀 성적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두 요소는 MVP 수상에 있어 상호보완적인 역할을 하기도 했다. 1987년 안드레 도슨이 리그 꼴찌팀 시카고 컵스에서 뛰었음에도 MVP를 차지한 건 그해 메이저리그 최다인 49홈런 137타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2년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미겔 테하다는 개인 타이틀 하나 없이 57홈런 142타점의 알렉스 로드리게스를 누르고 MVP를 따냈다. 후반기 20연승 신기록이 포함된 팀의 정규시즌 103승 달성에 이바지한 덕분이었다.
하지만 최근 투표 흐름은 다르다. 선수들의 기량을 보다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승리기여도’라는 기준자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0년대 후반 세이버 시대가 도래하면서, 개인 타이틀과 팀 성적이라는 잣대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2012년 타격 트리플크라운과 팀 포스트시즌 진출을 모두 이룬 미겔 카브레라와 포스트시즌 탈락 팀 소속이지만 WAR 1위를 기록한 마이크 트라웃 간의 치열한 MVP 경쟁이 그 방증이다. 2016년 다시 WAR 1위에 오른 트라웃은 결국 4년 전보다 더 나쁜 팀 조건을 극복하고 MVP를 차지하게 된다.
이렇듯 MVP 투표는 시대에 따라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MVP는 ‘Most Valuable Player’의 약자, 즉 가장 가치 있는 선수라는 뜻이다. 야구 경기에서 가장 가치 있는 선수는 결국 팀에 가장 많은 승리를 가져다주는 선수다. 승리를 숫자로 측정하는 세이버메트릭스가 득세하면서, 기존 잣대들은 자연스레 힘을 잃어갔다. 스탠튼이 MVP를 수상한 것도 그가 메이저리그 홈런왕인 것과 별개로 리그 최고 수준의 WAR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보토 역시 높은 WAR 덕분에 타율, 홈런, 타점 타이틀의 부재와 팀 지구 최하위라는 악조건을 극복하고 사실상 스탠튼과 차이 없는(9위 표 1장 차) MVP 2위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그렇다면 MVP 투표의 앞날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오늘날 세이버메트릭스에 따라 표심이 변해가는 것과 마찬가지로, 향후 MVP 투표도 현시대 저평가되고 있는 요소를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변모할 것이다. 우선 아직까지 평가 기준이 모호한 주루와 수비의 영역에서 그 여지를 발견할 수 있다. 트랙맨의 레이더 추적 시스템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스탯캐스트 지표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만큼, 주루 능력과 수비력도 언젠가 MVP 투표에서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특수한 환경 속에서 저평가받는 선수들도 있다. 올 시즌 앤서니 렌돈의 경우가 그렇다. 렌돈은 올해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으며, fWAR로는 스탠튼을 제친 리그 1위이기도 했다. 그러나 렌돈은 뛰어난 동료들과 함께했다는 이유로 투표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다(141점, 6위). 입지 및 상징성에서도 브라이스 하퍼 등에게 밀리며 기자들에게 팀 내 최고 선수였다는 인상을 심어주지 못했다. 대외적인 이미지로 개인 성적까지 과소평가되는 현상은 앞으로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다.
그렇다고 해서 MVP 투표의 결말이 ‘WAR 줄 세우기’로 귀결되지는 않을 것이다. WAR이라는 지표 역시 완벽하지 않은 탓이다. 선수의 기량을 완벽하게 평가할 수 있는 기록이나 지표는 지금까지 존재하지 않으며, 앞으로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MVP에서 말하는 ‘가치’란 팀 케미스트리나 리더십과 같이 숫자로 환산할 수 없는 영역까지 포함하기 때문이다. 선수들과 1년 내내 현장에서 직접 교감하는 기자들의 감각이나 느낌을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이유다.
결국, MVP 투표는 기술 발전과 통계 연구에 힘입어 좀 더 객관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메이저리그 MVP 투표는 현재 과도기에 있으며, 미래의 기자들은 나날이 정교해지는 숫자에 점점 무게를 둘 공산이 크다. 하지만 그 숫자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개인 타이틀과 팀 성적 요소도 일정 부분 남아 있을 것이고, 현장에 종사하는 기자들의 직감 역시 여전할 것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들이 모이고 모여서, 야구팬들이 매년 기나긴 겨울을 앞두고 MVP 논쟁을 벌일 좋은 기회를 마련해줄 것이다.
야구공작소
장원영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Base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