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2017시즌 리뷰] 토론토 블루제이스 – 날지 못한 아픈 파랑새
입력 : 2017.11.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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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그래프 시즌 예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2위(86승 76패)
시즌 최종 성적: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4위(76승 86패)

프롤로그


[스포탈코리아] 2017시즌을 앞두고 토론토 블루제이스는 2015, 2016 두 시즌 동안 플레이오프 진출을 이끌었던 주축 선수들과의 결별을 해야만 했다. 팀의 중심타선을 이끌었던 호세 바티스타와 에드윈 엔카나시온은 물론 깜짝 활약을 펼쳤던 마이클 선더스, 묵묵히 선발 로테이션의 한 자리를 지켰던 R.A. 디키, 좌완 셋업맨 브렛 세실이 FA 시장에 나섰기 때문이다.

많은 선수들을 영입해야 했던 팀의 수뇌부는 이 기회에 새로운 방침을 세웠다. ‘젊고 기민해진 선수단’이 바로 그것. 하지만 결과는 그 정반대였다.

*2017 오프시즌 주요 영입 리스트

호세 바티스타(재계약): 만 36세
켄드리스 모랄레스: 만 33세
스티브 피어스: 만 33세
J.P. 하웰: 만 33세
조 스미스: 만 32세


주요 FA 타겟이었던 덱스터 파울러를 놓친 것이 컸다. 파울러를 제외하면 젊고 빠른 선수들이 FA 시장에 부족했고, 이전 2년 간의 무리한 유망주 지출로 인해 트레이드를 통한 영입 역시 녹록치 않은 대안이었다. 한편 2016시즌 동안 88홈런을 합작한 바티스타, 엔카나시온, 선더스의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는 선수들에게도 투자해야만 했다. 따라서 제한된 페이롤 속에서 효율적인 분배를 하는 것 역시 목표 달성에 큰 어려움을 가져다 준 요인이었다.

원하는 바를 이루는 데 실패한 토론토는 영입 방침을 기존의 장타 야구로 선회했다. 이것 역시 결과적으로는 대실패. 공격력에서 어떠한 힘도 발휘하지 못한 팀은 총 득점 693점으로 메이저리그 전체 26위에 그치는 등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팀의 중심타선 역할을 해주기를 바랐던 바티스타, 모랄레스의 부진과 더불어 주전 야수들이 줄줄이 장기부상을 끊은 것이 그 원흉이었다.

*주요 선수들 경기 출장 횟수

조쉬 도널슨: 113경기
트로이 툴로위츠키: 66경기
데본 트래비스: 50경기
러셀 마틴: 91경기
스티브 피어스: 92경기


투수들의 부상문제는 더 심각했다. 2016시즌 막강한 선발야구를 선보였던 로테이션 가운데 이번 시즌 규정 이닝을 돌파한 선수는 마커스 스트로먼과 마르코 에스트라다 이렇게 단 2명. 심지어 에이스였던 에스트라다는 6월부터 갑자기 난조를 보이며 시즌 평균자책 4.98로 무너졌다. 이는 선발 뎁스가 약했던 팀에게 치명상이었다. 그 결과 선발 마운드에 선 선수만 무려 14명에 이르렀고, 지난 시즌 995.1이닝 1위에 올랐던 선발투수들의 이닝 소화력은 868.1이닝 25위로 크게 떨어지고 말았다.

위의 결과는 당연히 불펜의 과부하로 연결될 수밖에 없었다. 토론토 구원투수들은 메이저리그 전체 3위에 해당하는 총 596.2이닝을 기록했는데 이는 지난해 464이닝(30위)과는 매우 대조적이다. 여기에 더해 필승조 조 비아지니의 선발 로테이션 합류, J.P. 하웰의 방출, 조 스미스와 제이슨 그릴리의 이적 등으로 인해 일부 구원투수들이 이닝 홍수를 맞이하고 말았다. 그러나 홍수 속에서도 꽃은 피는 법. 라이언 테페라, 도미닉 리온, 대니 반스 등이 집중 포화 속에서 자신의 잠재력을 충분히 보여준 것은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 토론토 투수진의 유일한 희망이었다.

*희망을 보여준 토론토 불펜

테페라: 77.2이닝, 평균자책 3.59
리온: 70.1이닝, 평균자책 2.56
반스: 66이닝, 평균자책 3.55


결국 투타 모두에서 많은 문제를 안고 있던 토론토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다르게 내내 지구 꼴찌에 머무르다가 4위로 시즌을 마쳤다.



최고의 선수 – 마커스 스트로먼

* 스트로먼의 올 시즌 성적

13승 9패 201이닝 2완투 164삼진 ERA 3.09 fWAR 3.4 bWAR 5.9


2014시즌 데뷔 당시만 해도 98mi/h(157.7km/h)에 이르는 포심 패스트볼을 주무기로 삼았던 스트로먼은 뒤늦게 싱커의 위력을 발견한 케이스. 2015시즌에는 무릎 부상으로 4경기 밖에 출장하지 못했기에 싱커 위주의 피칭을 한 것은 사실상 지난해가 처음이었다. 당시 평균자책 4.37로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던 성적표를 받아 들었던 그는 이번 시즌 싱커와 슬라이더의 비중을 더욱 늘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스트로먼의 구종 구사율 변화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구사율을 늘렸음에도 본래 갖고 있던 싱커와 슬라이더의 위력은 그대로였다. 그는 싱커를 앞세워 지난해보다 더 높은 땅볼유도율 62.1%를 기록했으며, 9이닝 당 피홈런 개수 0.94개로 메이저리그 7위, 병살타 유도횟수 34회로 메이저리그 선두에 오르는 호성적을 거뒀다. 또한 결정구 슬라이더의 헛스윙 유도율은 17.2%에서 19.3%로 증가하며 자신의 역할을 다했다.

써드피치로 선택된 체인지업의 발전 또한 큰 역할을 했다. 2016시즌 동안 상대 타자들은 스트로먼의 체인지업을 상대로 .327/.340/.592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하며 강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에는 .149/.149/.213으로 확연히 달라진 것이 눈에 띈다. 가장 큰 원인은 바로 체인지업의 감속. 이전까지 매년 평균 85.2mi/h(137.1km/h)를 웃돌던 공이 이번 시즌에는 82.4mi/h(132.6km/h)까지 내려왔다. 한편 싱커의 구속은 매년 평균 93mi/h(149.7km/h)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기에 당연히 싱커와 체인지업의 구속 차가 크게 증가했다.

한편 스트로먼 본인이 가장 만족했던 내용은 2년 연속 200이닝 달성이었다. 인터뷰를 통해 “많은 전문가들은 내 키와 체구가 작다는 점 때문에 내구성에 대한 의문을 품었다. 그래서 매년 200이닝을 돌파하는 것이 목표였다. 이를 달성하게 돼 감사하다.”라고 만족감을 표시할 정도였다. 그는 지난 시즌부터 단 한 차례의 선발 등판도 거르지 않고 정규시즌에만 총 65회 등판했다. 이는 같은 기간 내 메이저리그 투수들 가운데 공동 4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게다가 2016 포스트시즌 및 2017 WBC까지 소화했기에 그의 내구성에 더 이상 의문을 품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장 실망스러웠던 선수 – 애런 산체스

2016시즌 아메리칸리그 평균자책왕 애런 산체스는 2017시즌 동안 8경기 36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원인은 오른손 중지 물집 및 인대 문제였다. 시즌 중간 수술을 받는 등 갖은 노력을 다했지만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결국 수차례 부상자 명단에 오르고 내린 끝에 7월 19일 경기를 마지막으로 2017시즌을 접어야만 했다. 2016시즌 종료 때부터 소화한 이닝이 급격히 늘어난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기에 팬들 입장에서 아쉽기는 해도 큰 충격을 준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가 실망을 줬던 것은 경기 외적인 부분이었다. 팀의 케미스트리를 망가뜨렸던 주범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에이전트 스캇 보라스가 한 차례 팀을 맹비난하는 사건이 있었다. 골자는 산체스와의 계약을 최저 연봉으로 자동 갱신한 것이 선수에 대한 최악의 대우라는 것. 그러나 속사정은 달랐다. 연봉 인상 의무가 없었음에도 팀은 한 차례 산체스 측에 인상된 금액을 제시한 적이 있었다. 상대가 이를 거부하자 수뇌부는 관행에 따라 최저 연봉으로 그의 계약을 갱신했을 뿐이었다.

에이전트뿐 아니라 선수 본인 역시 문제를 일으켰다. 오프시즌 동안 토론토 매체들은 산체스와 스트로먼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점을 포착해 보도했다. 이에 대해 스트로먼은 “과거에 비해 가깝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친구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여기까지는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 불을 지피는 산체스의 치기 어린 행동이 이어졌다.

8월 2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팀 앤더슨이 스트로먼의 피칭 동작에 불만을 표시하며 벤치 클리어링이 일어났던 것이 새로운 일의 발단이 됐다. 이후 MLB 공식 SNS 계정은 스트로먼에 관련한 게시물을 올렸고 여기에 앤더슨이 ‘#Fake’라는 댓글을 달았다. 문제는 해당 댓글에 산체스가 ‘좋아요’를 누른 것이 팬들에게 포착된 것. 당시 토론토는 아메리칸리그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획득하기 위해 분투를 이어가고 있었으며 산체스 본인은 부상자 명단에 오른 상태였다. 이는 팀을 위해 열심히 분전하고 있는 선수들에 대한 무례함과 미성숙함이 불러 낸 촌극이었다.



가장 발전한 선수 – 저스틴 스모크

스모크는 2008년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전체 11번째 순위로 지명을 받으며 많은 기대를 모았던 선수였다. 특히 텍사스 레인저스가 지명한 1라운드 스위치히터라는 점에서 유망주 시절부터 마크 테셰이라가 그의 비교 대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그의 커리어는 테셰이라와 거리가 멀었다.

스모크가 메이저리그 데뷔를 했던 2010년부터 지난해인 2016년까지 기록한 통산 fwar은 0.3이다. 이는 냉정히 따졌을 때 1루수 밖에 소화하지 못하는 선수가 메이저리그 수준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성적이다. 하지만 2017시즌 만큼은 정말 달랐다. 그는 .270/.355/.529, wRC+ 132, fwar 3.4라는 매우 좋은 성적을 내며 올스타에도 선정됐다. 또한 스모크는 38홈런을 치며 한 시즌 구단 스위치히터 기록을 경신했다.

그는 팬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메이저리그에 처음 올라왔을 때에는 파워 히터가 되는 데에만 집중했다.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모든 공에 일관된 강한 스윙을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중략) 내 스윙은 빠른 공에는 느렸고 체인지업에는 빨랐다. 이제는 그냥 센터 방면으로 타구를 보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략) 결국 공을 맞추는 문제였던 것이다.”라며 이런 변화에 대한 답을 내놓았다.

실제로 그는 2017시즌 동안 커리어 최저 삼진율과 최고 센터 방면 타구 비율, 그리고 2번째로 높은 컨택트 비율을 기록했다. 또한 2스트라이크 상황에서 삼진율 38.8%, wOBA .279로 종전 최저 삼진율 45.1%, 최고 wOBA .230과는 현격한 차이를 보였다. 즉 삼진을 피하며 자신이 말했던 컨택트에 집중하는 모습을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비록 이유 있는 브레이크아웃이었지만 스모크에게 우려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바로 9월과 10월 성적 하락이 그것이다. 그는 해당 기간 동안 .183/.315/.323을 기록했다. 스모크가 풀타임 주전 1루수로 뛴 적이 없었기에 체력 문제일 수도 있다. 이를 극복해내고 2018시즌에도 2017시즌 만큼의 활약을 펼친다면 모두가 의아했던 스모크와 2015년에 맺은 2년 820만 달러 연장계약은 염가계약 중에서도 최고로 기억될 가능성이 높다.



키포인트 – 프랜차이즈 스타 바티스타의 마지막

세월 앞에서는 장사도, 아니 바티스타도 없었다. 어느덧 선수 생명 후반부에 돌입했던 그는 작년부터 노쇠화의 징조를 보이더니 이번 시즌에는 fwar -0.5로 규정타석을 채운 선수들 가운데 뒤에서 8위에 올랐다. 팀은 이런 바티스타에게 작별을 고했다. 로스 앳킨스 단장은 시즌 종료 기자회견에서 “그와의 뮤추얼 옵션을 실행하지 않을 것이다. 이미 몇 주 전에 이런 의사를 전달한 상태.”라고 밝혔다.

비록 상당히 초라한 마지막 시즌이었지만 팬들은 최종 홈 6연전 동안 뜨거운 성원을 보냈다. 이 가운데 마지막 날이었던 9월 24일 뉴욕 양키스 전에서는 대수비로 교체될 때 팬들의 기립 박수를 받으며 퇴장했고, 그는 모자를 들어 흔들어 보이며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는 블루제이스의 한 때를 대표했던 선수의 작별 인사였다.



총평

2018시즌은 팀의 핵심 선수 도널슨과의 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이다. 비록 연장 계약 이야기가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어떻게 될 지 알 수 없는 일. 따라서 그가 남아 있을 때 우승에 도전하는 일은 당연해 보인다. 그래서일까? 시즌이 끝나기 전 토론토는 선발투수 마르코 에스트라다와의 1,300만 달러 계약을 마무리했다. 스트로먼, 산체스, 햅, 에스트라다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뼈대로 다시 한 번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날린 것이다.

한편 바티스타와 리리아노, 바니 등이 팀을 떠나게 되며 지난해에 비해 3,500만 달러의 페이롤을 덜 수 있게 됐다. 덕분에 연봉조정 이후에도 1,500만 달러 이상의 여유분은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릴리버 트리오인 테페라, 리온, 반스 등의 메이저리그 연착륙 및 외야수 테오스카 에르난데스가 가능성을 보여준 덕분에 페이롤을 좀 더 유동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여건마저 마련됐다. 즉, 2017시즌의 실패 원인이었던 선발 및 벤치 뎁스를 강화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조성됐다고 볼 수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표면적인 전력은 강해 보인다. 그러나 동시에 대부분의 선수들이 부상과 부진으로부터 회복해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갖고 있다. 게다가 같은 지구 팀인 뉴욕 양키스의 전력이 수직 상승했고 다른 팀들 역시 여전히 건재하다. 과연 덩치가 불어난 경쟁자들의 틈바구니 속에서 한 번 쉬어야 했던 파랑새가 다시 비상을 시작할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이해인 칼럼니스트


출처: Fangraphs, MLB.com, Baseball-Ref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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