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KBO리그 외국인 선수 리포트 – 삼성 라이온즈 팀 아델만
입력 : 2017.12.0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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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아델만, 삼성 라이온즈
선발투수, 우투우타, 196cm, 102kg, 1987년 11월 13일생


[스포탈코리아] 외국인 농사에 애를 먹었던 삼성이 빠르게 칼을 뽑아 들었다. 삼성은 11월 30일 외국인 투수 팀 아델만의 영입을 발표했다. 입단식을 치른 강민호와 함께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로 빠른 준비성이 돋보인다. 현역 메이저리그 우완 선발 투수를 데려왔다는 데서 삼성의 각오가 느껴진다.


배경

아델만은 메이저리그에선 생소한 미국 명문 조지타운 대학교 출신이다. 대대로 메이저리그와 연이 없던 명문교에서 1993년 션 말로니 이후 처음이자 학교 역사상 2번째로 배출된 메이저리거가 아델만이다.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은 매우 험난했다.

아델만은 대학교에 다니던 중 2010년 신인 드래프트 24라운드에서 볼티모어에 지명됐다. 지명된 라운드 숫자에서 알 수 있듯이 처음부터 기대치가 높은 선수가 아니었다. 프로에 입문한 아델만의 선수 생활도 쉽지 않았다. 입단 2년 차인 2011년, 코치진의 평가에 맞춰 투구 동작을 수정했지만 밸런스가 어긋나며 성적이 바닥을 쳤다. 만 23세의 선수가 싱글A 단계에서 부진을 면치 못하자, 볼티모어 구단은 시즌 후 그를 냉정하게 방출해버렸다.

아델만은 포기하지 않고 독립리그에 들어가 와신상담했다. 독립리그에서도 성적 부진으로 2번이나 팀을 옮기는 등 어려운 생활이 이어졌다. 대학교 동기들은 월가의 금융회사에 들어가 사회적 명성을 쌓는 동안 아델만은 외딴 시골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선수 생활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절치부심 끝에 2013년에는 시속 94마일까지 구속을 끌어올렸고, 같은 팀에서 코치로 있었던 신시내티 관계자의 추천을 받아 2014년 신시내티와 마이너 계약을 맺었다.

아델만은 신시내티 산하 더블A 팀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2년 연속으로 2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2016년, 빠르게 실적을 쌓은 아델만은 빅리그 선발진의 부상을 틈타 마침내 메이저리그의 마운드를 밟았다. 쉽지 않았던 7년의 여정이 마침내 결실을 보는 순간이었다.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아델만은 신시내티의 투수진에서 스윙맨 역할을 소화했다. 2년간 43경기 중 33경기에서 선발로 나섰고,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제대로 된 선발 로테이션조차 꾸릴 수 없을 정도로 신시내티의 투수진이 망가져 있었기에 오랫동안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아델만은 2018시즌에도 신시내티의 스윙맨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였지만, KBO리그로의 이적을 결심했다. 와신상담한 삼성의 러브콜이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



팀 아델만의 최근 5년간 마이너리그-메이저리그 성적




스카우팅 리포트

아델만은 구위보다는 제구에 상대적 강점을 가진 투수다. 마이너리그에서 통산 9이닝당 볼넷 허용(BB/9)은 2.7개에 그쳤고, 메이저리그에서도 3.3개로 많지 않았다는 데서 컨트롤이 나쁘지는 않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델만의 스터프는 메이저리그 기준으로 평균 이하 수준에 속했다. 시속 90마일(144km/h)의 빠른 공은 스윙 스피드를 이겨내기에 충분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9이닝당 탈삼진 개수(K/9)는 평균 이하인 7.3개였다. 거기에 홈구장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홈런이 많이 나오기로 유명한 ‘그레이트 아메리칸 볼파크’였다. 메이저리그에선 스터프와 컨트롤 모두 어중간했던 아델만은 자연스럽게 9이닝에 2개꼴로 홈런을 내주는 ‘홈런 공장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무대를 KBO리그로 옮기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평균 시속 90마일의 빠른 공(포심 패스트볼)과 싱커(투심 패스트볼)는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손쉽게 공략당했지만, 바깥쪽 낮은 코스를 꾸준하게 공략하는 컨트롤은 괜찮은 편이었다. 특히 시속 91마일(145km/h)에 살짝 밑으로 떨어지는 움직임을 가진 싱커는 KBO리그에서 생소한 구종이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구속 면에서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KBO리그는 아델만의 약점(약한 구위)보다 강점이 주목받기 좋은 환경이다.

빠른 공과 싱커를 뒷받침하는 변화구는 시속 80마일 중반의 체인지업과 시속 70마일 중반의 커브다. 체인지업의 움직임은 크게 돋보이지 않는데, 방향이 비슷한 탓에 ‘느린 싱커’처럼 보이기도 한다. 커브는 상당히 각이 크고 땅볼 유도에 능한 구종이었다. 아델만은 두 구종을 모두 헛스윙 유도용으로 적절히 사용했는데, 커브의 성적이 좀 더 괜찮은 편이었다.



팀 아델만의 메이저리그 레퍼토리



아델만의 레퍼토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은 슬라이더-커터처럼 횡으로 휘는 구종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커터를 쓴 적이 있기는 하지만 보여주기 수준에 불과했고 움직임도 돋보이는 편이 아니었다. KBO리그의 스트라이크존은 메이저리그보다 좌우 폭이 넓다.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 많은 투수가 슬라이더를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있으며, 커브를 앞세워 성공한 투수는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구종을 갑자기 추가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KBO리그에서도 커브를 주 무기로 삼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삼성 팬이라면 외국인 투수의 ‘건강’에 신경이 쓰일 것이다. 다행히 아델만은 2016년 왼쪽 복사근 당김 증세를 제외하면 큰 부상을 겪은 적이 없었다. 앤서니 레나도처럼 기다림만 계속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전망

KBO리그에서 수준급인 구속, 나쁘지 않은 제구력, 큰 신장에서 나오는 각도 등. 아델만은 삼성이 고대하고 있을 ‘안정적인 선발 투수’로서 활약이 가능한 요소를 두루두루 갖추고 있다. 걱정거리라면 스트라이크존의 좌우 폭이 넓은 KBO리그에서 커브를 주 무기 삼아 성공한 투수가 많지 않다는 점, 체인지업의 움직임이 조금 밋밋해 보인다는 점 정도다.

어쩌면 스터프나 레퍼토리보다는 홈구장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와의 궁합이 아델만에겐 더 큰 걱정거리일지도 모르겠다. 메이저리그에서 뛴 2년간 아델만은 피홈런 때문에 고생했는데, 사실 많은 피홈런의 이유는 타자 친화적인 홈구장보다는 뜬공을 많이 유도하는 그의 성향에 있었다. 마이너리그에선 땅볼 유도가 많았던 아델만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선 180도 다른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아델만의 홈-원정 성적은 거의 차이가 없었다. 만약 이런 성향이 한국에서도 계속된다면, 좌중간과 우중간이 짧은 라이온즈 파크에서도 아델만은 ‘뜬금 홈런’에 골치를 앓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반대로 이렇게 생각해보자. 최근 KBO리그에서 슬라이더 없이 커브-체인지업을 주 무기로 삼은 투수는 3명 정도가 있다. 최원태, 스캇 다이아몬드, 그리고 류제국이다. 아델만은 이 세 명보다 구속이 빠르고, 타점이 높다. 커브의 낙차는 비슷한 수준이며 196cm의 장신에서 던진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아델만이 다이아몬드보다 못할 이유가 프로필에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홈구장에 대한 우려도 마찬가지다. 낮춰야 할 것은 아델만의 피홈런이 아니라 대구를 홈으로 쓰는 투수들에 대한 기대치와 눈높이다. 윤성환 역시 뜬공이 많은 투수지만, 대구 시민 야구장과 라이온즈 파크를 홈으로 쓰면서 준수한 성적을 내고 있다. 기대대로라면 아델만 역시 삼성이 바라온 것처럼 로테이션을 무난하게 지킬 수 있는 선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아쉬운 점이 없지는 않다. 아델만은 메이저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되어 있던 선수다. 즉, 삼성에서 아델만을 데려오기 위해 신시내티에 이적료를 냈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아델만의 몸값은 발표한 대로 총액 105만 달러가 아니라, 어림잡아 200만 달러 수준이 된다. 과연 아델만의 프로필이 ‘200만 달러 투수’에 걸맞은 수준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아델만의 계약 발표 당일, KIA는 헥터 노에시와 총액 20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아델만에게서 헥터처럼 리그를 지배하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워 보인다.

‘현직 메이저리그 선발’이란 수식어 역시 과장된 면이 없지 않다. 맞는 이야기지만, ‘메이저리그 최하위 선발 로테이션에서 선발로 뛰던 투수’가 좀 더 정확한 표현에 가깝다. 이런저런 의문 부호를 지우기 위해선 아델만이 모두의 찬사를 받을 성적을 내는 수밖에 없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참조 – Fangraphs, Baseball Reference, Baseball Savant, Washington P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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