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예상성적 : 91승 71패
시즌 최종성적 : 93승 69패
[스포탈코리아] 2016시즌 지구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오프시즌 중요한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우승을 노리는 팀답지 않게 빈약한 선발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수진을 이끌어줄 강력한 1선발이 필요했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요안 몬카다와 강속구 유망주 마이클 코펙을 내주며 리그 최상급 선발 크리스 세일을 영입한 것은 그 때문이다. 허약한 불펜진 보강을 위해서는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트래비스 쇼를 내주고 밀워키의 셋업맨 타일러 쏜버그를 영입했다.
이 두 건의 트레이드가 시사하는 바는 오직 하나였다. 보스턴은 2017시즌도 우승을 위해서 달린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쪽은 최고의 트레이드가 되었지만 한쪽은 보스턴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세일이 사이영상 2위를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뽐낸 반면 쏜버그는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대가로 넘어간 쇼는 30홈런을 치면서 기량이 만개했기 때문이다.
기대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보스턴은 시즌 초부터 불안했다. 데이빗 프라이스와 스티븐 라이트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로테이션 운영이 완전히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프라이스의 부상이 예상보다 길어져 5월 29일에야 첫 등판을 한 점은 보스턴에 큰 타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보스턴에 독감이 퍼지면서 헨리 라미레즈, 무키 베츠 등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6월 23일부터 지구 1위를 놓치지는 않았지만, 경쟁팀들의 추격은 계속돼 보스턴은 9월 29일이 되어서야 지구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보스턴의 문제점은 분명했다. 바로 3푼 가량 줄어버린 팀타율과 장타의 감소다. 보스턴 타선의 홈런 개수는 작년보다 40개나 줄어든 168개(전체 27위)에 불과했다. 전체적인 홈런이 줄면서 장타율과 순수장타율도 급감했다. 작년 시즌까지 있던 데이빗 오티즈의 부재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급격한 몰락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뉴 킬러 B’ 베츠-보가츠-재키 브래들리 주니어(JBJ)와 라미레즈의 극심한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JBJ는 2016년이 그의 커리어하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했다. 장타가 확연하게 줄어든 보가츠와 팀내 최고의 타자 베츠의 부진도 뼈아팠다. 많은 홈런과 함께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던 라미레즈는 홈런 성적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2016시즌 30개-리그 32위, 2017시즌 23개-리그 84위) 팀 타선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만 지난 3년간 보스턴에서 가장 많은 WAR을 쌓은 베츠는 BABIP가 2016년 0.322에서 2017년 0.268로 6푼 가까이 떨어져 다음 시즌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스턴이 지구 1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투수력이었다. 든든한 1선발 세일과 함께 부진한 성적에도 200이닝을 소화한 포셀로, 적응을 마친 포머란츠가 1-2-3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줬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부활한 킴브렐과 선발 욕심을 버리고 셋업맨으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인 조 켈리 덕분에 강력한 필승조 또한 구축할 수 있었다. 보스턴이 올 시즌 연장전 15승 3패로 팀 역사상 연장전 최다승 타이를 기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시즌 전 전문가, 팬 모두가 보스턴의 지구 우승 또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9월 30일 시즌 161번째 경기에서야 지구 우승을 확정 지을 정도로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세일 외의 선발들은 컨텐더 팀에 어울리지 않았던 데다가 주전 타자들이 시즌 내내 부진과 장타 부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시즌 전 예상 성적보다는 더 좋은 승률을 기록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보스턴은 디비전시리즈에서 휴스턴에 시리즈 전적 3-1로 지면서 2017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최고의 선수 – 크리스 세일
17승 8패 214.1이닝 평균자책점 2.90 308삼진 F-WAR 7.7
올 시즌 보스턴의 지구 우승을 이끈 것은 타격이 아닌 투수력이었다. 그 투수력의 중심에는 크리스 세일이 있었다. 2017년 세일은 선발 전환 이후 가장 높은 12.93의 K/9를 기록했다. 세일이 기록한 308개의 탈삼진은 보스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보스턴 소속으로 단일 시즌 세일보다 많은 탈삼진을 잡은 투수는 1999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즈 밖에 없다. 시즌 막바지에도 지구 1위를 확정 짓지 못한 팀의 사정상 세일이 마지막 경기에 등판했다면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기록 역시 경신되었을지 모른다.
프라이스의 이탈과 포셀로의 부진 속에서 세일은 홀로 팀의 선발진 중심을 잡아줬다. 세일은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이닝을 확실하게 소화해줬다.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는 강력한 1선발 덕분에 보스턴의 로테이션은 부상과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이 올 시즌 보스턴 지구 1위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팀을 옮긴 뒤에도 세일에게는 한동안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반짝 5승을 쓸어 담았을 뿐이다. 이와 함께 전반기에 비해 다소 부진한 후반기 활약, 경쟁자 클루버의 후반기 ‘버닝’으로 세일은 안타깝게 사이영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 핸리 라미레즈
0.242 / 0.320 / 0.429 / 0.750 23홈런 62타점 F-WAR -0.4
2017시즌 라미레즈가 기록한 WAR -0.4는 300타석 이상 소화한 보스턴 타자 중 최악의 기록이다.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라미레즈보다 못한 WAR을 기록한 타자는 단 8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 8명의 타자 중에서도 라미레즈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단 1명, 알버트 푸홀스뿐이다. 더욱 최악인 것은 앞으로의 라미레즈와의 계약이 악성 계약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오티즈의 은퇴 이후 팀이 라미레즈에게 기대하는 것은 장타였다. 그러나 4번 타자로 활약을 해줬어야 할 라미레즈의 침묵으로 보스턴은 시즌 내내 장타의 부재에 시달리고 말았다. 팀 타선 전체적으로 장타가 감소하면서 작년과 같은 파괴력이 나오지 않긴 했지만 라미레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미래를 기대할 만한 선수 – 앤드류 베닌텐디
0.271 / 0.352 / 0.424 / 0.776 20홈런 20도루 90타점
베닌텐디는 2017시즌 무난한 신인왕 수상이 예상될 정도로 기대를 받던 신인이었다. 2016시즌 100타석에서 0.295/0.359/0.476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한 신인에게 기대를 품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해였던 베닌텐디의 올 시즌 성적은 팀 내 안타 3위(155개), 홈런 4위(20개), 도루 2위(20개), 타점 2위(90개)로 무시무시했다. 9월 30일에는 20-20을 달성하며 1987년 베리 본즈 이후 20-20을 달성한 가장 어린 좌익수가 되기도 했다. 시즌 성적만 놓고 본다면 신인왕이 유력했지만 애런 저지라는 역대급 신인의 등장으로 실제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신인왕 투표 2위).
키 포인트 – 산도발 방출, 그리고 데버스와 누네즈
2017년 7월 20일 파블로 산도발이 방출되었다. 보스턴의 3루수 자리는 유킬리스 이후 마가 끼인 것처럼 편안한 날이 없었다. 이런 3루 자리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산도발이 사상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보스턴의 3루는 여전히 구멍이었다.
며칠 뒤인 7월 26일, 보스턴의 유망주 데버스가 콜업됐다. 산도발에게 지급해야 할 거액의 연봉에도 보스턴은 과감히 움직였다. 빅리그의 3루수 자리를 만 20세의 유망주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은 대성공을 거뒀다. 데버스는 데뷔 후 첫 6경기에서 타율 0.417, 2홈런, OPS 1.231을 기록하면서 대폭발했다. 부침을 겪으면서도 데버스는 채프먼의 103마일 속구를 홈런으로 만드는 등 빅리그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보스턴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또 다른 이는 바로 에두아르도 누네즈다. 누네즈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후 2루수, 3루수, 유격수 자리에 골고루 나오며 내야 뎁스를 채워줬다. 후반기 페드로이아의 부상으로 발생한 2루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줬을 뿐 아니라 트레이드 이후 보스턴에서만 0.321/0.353/0.539의 슬래시라인으로 훌륭한 타격을 보여줬다. 누네즈가 침체된 보스턴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버스의 콜업 이전에 보스턴 3루수 wRC+는 50이었다. 콜업 이후 데버스가 기록한 wRC+는 110이다. 리그 최악의 생산력을 보여준 자리가 리그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산도발의 방출과 데버스의 이른 콜업, 그리고 누네즈 트레이드라는 과감한 결단은 후반기 보스턴이 꾸준히 지구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총평
올해도 내년도 보스턴의 목표는 하나,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유망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여러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승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장타력의 부재라는 팀 상황 때문에 계속해서 강타자들과 연결되고 있다. 보스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큰 결단이 필요하지만 현재 보스턴의 단장인 데이브 돔브로스키는 큰 결단을 쉽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아마도 보스턴은 크리스 세일이 저렴하게 계약된 2019년까지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게 보스턴의 가장 큰 문제다. 같은 리그 안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클리블랜드, 휴스턴, 양키스는 지금도 강력하지만 현재의 전력을 향후 몇 년간 유지할 수 있는 젊은 팀이다. NL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들인 다저스, 컵스, 워싱턴도 보스턴이 쉽게 앞선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보스턴은 지난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올해 양키스의 선전이 대단했지만 결국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한 것도 보스턴이었다. 게다가 보스턴의 주축 선수들도 20대 초중반의 매우 젊은 선수들이다. 그동안 보스턴 팬들에게 미운 털이 박혀있던 존 패럴 감독이 물러나고 요즘 MLB의 트렌드인 젊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감독도 선임했다. 지금 안주하기에는 우승을 위해서 이미 벌여놓은 일들이 많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지금 보스턴에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
야구공작소
남통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MLB.com
시즌 최종성적 : 93승 69패
[스포탈코리아] 2016시즌 지구우승으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만족스런 성과를 내지 못한 보스턴 레드삭스는 오프시즌 중요한 트레이드를 단행한다. 우승을 노리는 팀답지 않게 빈약한 선발을 보강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투수진을 이끌어줄 강력한 1선발이 필요했다. 팀 내 최고 유망주인 요안 몬카다와 강속구 유망주 마이클 코펙을 내주며 리그 최상급 선발 크리스 세일을 영입한 것은 그 때문이다. 허약한 불펜진 보강을 위해서는 지난 시즌 가능성을 보인 트래비스 쇼를 내주고 밀워키의 셋업맨 타일러 쏜버그를 영입했다.
이 두 건의 트레이드가 시사하는 바는 오직 하나였다. 보스턴은 2017시즌도 우승을 위해서 달린다는 것이었다. 다행히 한쪽은 최고의 트레이드가 되었지만 한쪽은 보스턴에 큰 상처를 남기고 말았다. 세일이 사이영상 2위를 하면서 자신의 가치를 유감없이 뽐낸 반면 쏜버그는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했고 대가로 넘어간 쇼는 30홈런을 치면서 기량이 만개했기 때문이다.
기대를 안고 시즌을 시작했지만 보스턴은 시즌 초부터 불안했다. 데이빗 프라이스와 스티븐 라이트의 부상으로 시즌 초반 로테이션 운영이 완전히 꼬여버렸기 때문이다. 특히 프라이스의 부상이 예상보다 길어져 5월 29일에야 첫 등판을 한 점은 보스턴에 큰 타격이었다. 설상가상으로 보스턴에 독감이 퍼지면서 헨리 라미레즈, 무키 베츠 등이 경기에 출장하지 못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6월 23일부터 지구 1위를 놓치지는 않았지만, 경쟁팀들의 추격은 계속돼 보스턴은 9월 29일이 되어서야 지구 우승을 확정할 수 있었다.
올 시즌 보스턴의 문제점은 분명했다. 바로 3푼 가량 줄어버린 팀타율과 장타의 감소다. 보스턴 타선의 홈런 개수는 작년보다 40개나 줄어든 168개(전체 27위)에 불과했다. 전체적인 홈런이 줄면서 장타율과 순수장타율도 급감했다. 작년 시즌까지 있던 데이빗 오티즈의 부재를 감안하더라도 너무나 급격한 몰락이었다.
기대를 모았던 ‘뉴 킬러 B’ 베츠-보가츠-재키 브래들리 주니어(JBJ)와 라미레즈의 극심한 부진이 결정적이었다. JBJ는 2016년이 그의 커리어하이가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갖게 했다. 장타가 확연하게 줄어든 보가츠와 팀내 최고의 타자 베츠의 부진도 뼈아팠다. 많은 홈런과 함께 팀 타선의 중심을 잡아줘야 했던 라미레즈는 홈런 성적이 크게 떨어졌을 뿐 아니라(2016시즌 30개-리그 32위, 2017시즌 23개-리그 84위) 팀 타선에 거의 도움을 주지 못했다. 다만 지난 3년간 보스턴에서 가장 많은 WAR을 쌓은 베츠는 BABIP가 2016년 0.322에서 2017년 0.268로 6푼 가까이 떨어져 다음 시즌 반등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보스턴이 지구 1위를 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투수력이었다. 든든한 1선발 세일과 함께 부진한 성적에도 200이닝을 소화한 포셀로, 적응을 마친 포머란츠가 1-2-3선발 로테이션을 꾸준히 지켜줬기 때문이다. 아메리칸리그 최고의 마무리로 부활한 킴브렐과 선발 욕심을 버리고 셋업맨으로서 훌륭한 모습을 보인 조 켈리 덕분에 강력한 필승조 또한 구축할 수 있었다. 보스턴이 올 시즌 연장전 15승 3패로 팀 역사상 연장전 최다승 타이를 기록한 것은 이 때문이다.
시즌 전 전문가, 팬 모두가 보스턴의 지구 우승 또는 포스트시즌 진출을 예상했다. 하지만 보스턴은 9월 30일 시즌 161번째 경기에서야 지구 우승을 확정 지을 정도로 힘겨운 시즌을 보냈다. 세일 외의 선발들은 컨텐더 팀에 어울리지 않았던 데다가 주전 타자들이 시즌 내내 부진과 장타 부재에 시달렸기 때문이다. 시즌 전 예상 성적보다는 더 좋은 승률을 기록했지만 이미 만신창이가 된 보스턴은 디비전시리즈에서 휴스턴에 시리즈 전적 3-1로 지면서 2017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최고의 선수 – 크리스 세일
17승 8패 214.1이닝 평균자책점 2.90 308삼진 F-WAR 7.7
올 시즌 보스턴의 지구 우승을 이끈 것은 타격이 아닌 투수력이었다. 그 투수력의 중심에는 크리스 세일이 있었다. 2017년 세일은 선발 전환 이후 가장 높은 12.93의 K/9를 기록했다. 세일이 기록한 308개의 탈삼진은 보스턴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보스턴 소속으로 단일 시즌 세일보다 많은 탈삼진을 잡은 투수는 1999년의 페드로 마르티네즈 밖에 없다. 시즌 막바지에도 지구 1위를 확정 짓지 못한 팀의 사정상 세일이 마지막 경기에 등판했다면 페드로 마르티네즈의 기록 역시 경신되었을지 모른다.
프라이스의 이탈과 포셀로의 부진 속에서 세일은 홀로 팀의 선발진 중심을 잡아줬다. 세일은 경기마다 6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이닝을 확실하게 소화해줬다. 로테이션을 꾸준히 소화하는 강력한 1선발 덕분에 보스턴의 로테이션은 부상과 부진 속에서도 꾸준히 돌아갈 수 있었다. 그것이 올 시즌 보스턴 지구 1위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을 부정하는 이는 없을 것이다.
팀을 옮긴 뒤에도 세일에게는 한동안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5월 한 달 동안에만 반짝 5승을 쓸어 담았을 뿐이다. 이와 함께 전반기에 비해 다소 부진한 후반기 활약, 경쟁자 클루버의 후반기 ‘버닝’으로 세일은 안타깝게 사이영상을 수상하지 못했다.
가장 실망스러운 선수 – 핸리 라미레즈
0.242 / 0.320 / 0.429 / 0.750 23홈런 62타점 F-WAR -0.4
2017시즌 라미레즈가 기록한 WAR -0.4는 300타석 이상 소화한 보스턴 타자 중 최악의 기록이다. 리그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라미레즈보다 못한 WAR을 기록한 타자는 단 8명밖에 되지 않는다. 그 8명의 타자 중에서도 라미레즈보다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는 단 1명, 알버트 푸홀스뿐이다. 더욱 최악인 것은 앞으로의 라미레즈와의 계약이 악성 계약으로 남아 있을 확률이 크다는 점이다.
오티즈의 은퇴 이후 팀이 라미레즈에게 기대하는 것은 장타였다. 그러나 4번 타자로 활약을 해줬어야 할 라미레즈의 침묵으로 보스턴은 시즌 내내 장타의 부재에 시달리고 말았다. 팀 타선 전체적으로 장타가 감소하면서 작년과 같은 파괴력이 나오지 않긴 했지만 라미레즈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미래를 기대할 만한 선수 – 앤드류 베닌텐디
0.271 / 0.352 / 0.424 / 0.776 20홈런 20도루 90타점
베닌텐디는 2017시즌 무난한 신인왕 수상이 예상될 정도로 기대를 받던 신인이었다. 2016시즌 100타석에서 0.295/0.359/0.476의 슬래시라인을 기록한 신인에게 기대를 품지 않을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풀타임 첫해였던 베닌텐디의 올 시즌 성적은 팀 내 안타 3위(155개), 홈런 4위(20개), 도루 2위(20개), 타점 2위(90개)로 무시무시했다. 9월 30일에는 20-20을 달성하며 1987년 베리 본즈 이후 20-20을 달성한 가장 어린 좌익수가 되기도 했다. 시즌 성적만 놓고 본다면 신인왕이 유력했지만 애런 저지라는 역대급 신인의 등장으로 실제 수상에는 이르지 못했다(신인왕 투표 2위).
키 포인트 – 산도발 방출, 그리고 데버스와 누네즈
2017년 7월 20일 파블로 산도발이 방출되었다. 보스턴의 3루수 자리는 유킬리스 이후 마가 끼인 것처럼 편안한 날이 없었다. 이런 3루 자리의 대안이 될 것이라고 믿었던 산도발이 사상 최악의 모습을 보이며 보스턴의 3루는 여전히 구멍이었다.
며칠 뒤인 7월 26일, 보스턴의 유망주 데버스가 콜업됐다. 산도발에게 지급해야 할 거액의 연봉에도 보스턴은 과감히 움직였다. 빅리그의 3루수 자리를 만 20세의 유망주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그리고 이 결정은 대성공을 거뒀다. 데버스는 데뷔 후 첫 6경기에서 타율 0.417, 2홈런, OPS 1.231을 기록하면서 대폭발했다. 부침을 겪으면서도 데버스는 채프먼의 103마일 속구를 홈런으로 만드는 등 빅리그에서 자신의 재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보스턴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 또 다른 이는 바로 에두아르도 누네즈다. 누네즈는 보스턴으로 트레이드된 후 2루수, 3루수, 유격수 자리에 골고루 나오며 내야 뎁스를 채워줬다. 후반기 페드로이아의 부상으로 발생한 2루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줬을 뿐 아니라 트레이드 이후 보스턴에서만 0.321/0.353/0.539의 슬래시라인으로 훌륭한 타격을 보여줬다. 누네즈가 침체된 보스턴 타선에 활력을 불어 넣어줬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데버스의 콜업 이전에 보스턴 3루수 wRC+는 50이었다. 콜업 이후 데버스가 기록한 wRC+는 110이다. 리그 최악의 생산력을 보여준 자리가 리그 평균 이상의 생산력을 가지게 된 것이다. 산도발의 방출과 데버스의 이른 콜업, 그리고 누네즈 트레이드라는 과감한 결단은 후반기 보스턴이 꾸준히 지구 1위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다.
총평
올해도 내년도 보스턴의 목표는 하나, 월드시리즈 우승이다. 우승을 위해 유망주를 포기하면서까지 여러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하지만 아직도 우승까지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장타력의 부재라는 팀 상황 때문에 계속해서 강타자들과 연결되고 있다. 보스턴의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큰 결단이 필요하지만 현재 보스턴의 단장인 데이브 돔브로스키는 큰 결단을 쉽게 할 수 있는 인물이 아니다.
아마도 보스턴은 크리스 세일이 저렴하게 계약된 2019년까지 계속해서 앞만 보고 달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너무나도 강력하다는 게 보스턴의 가장 큰 문제다. 같은 리그 안에서 우승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클리블랜드, 휴스턴, 양키스는 지금도 강력하지만 현재의 전력을 향후 몇 년간 유지할 수 있는 젊은 팀이다. NL에서 우승을 노리는 팀들인 다저스, 컵스, 워싱턴도 보스턴이 쉽게 앞선다고 할 수 없다.
그렇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다. 보스턴은 지난 2년 연속 디비전시리즈에 진출한 팀이다. 올해 양키스의 선전이 대단했지만 결국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1위를 한 것도 보스턴이었다. 게다가 보스턴의 주축 선수들도 20대 초중반의 매우 젊은 선수들이다. 그동안 보스턴 팬들에게 미운 털이 박혀있던 존 패럴 감독이 물러나고 요즘 MLB의 트렌드인 젊은 선수들과 소통할 수 있는 감독도 선임했다. 지금 안주하기에는 우승을 위해서 이미 벌여놓은 일들이 많다. 이제는 앞만 보고 달려야 한다. 지금 보스턴에 뒤를 돌아볼 여유는 없다.
야구공작소
남통현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Fangraphs, ML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