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이변은 없었다. 13일 열린 KBO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양현종(KIA 타이거즈)은 생애 첫 투수 부문 황금장갑을 거머쥐었다. 양현종은 스토브리그 시상식의 대미를 장식하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도 트로피를 들어올리면서 총 11개의 시상식에서 12개의 상을 휩쓸었다(골든포토상 제외).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 5차전 세이브의 강력한 임팩트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12관왕의 첫발을 뗐다. 이어서 홈런왕 최정을 따돌리고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뒤이어 열린 모든 시상식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들을 싹쓸이했다.
연이어 들려오는 수상 소식에 조금씩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정말로 모든 시상식을 싹쓸이할 만큼 엄청난 성적을 거뒀을까?
뛰어났던 양현종, 그러나
올 시즌의 기록을 살펴보면 실제로 양현종이 타이틀을 가져갔던 부문은 다승(20승, 공동 1위)뿐이다. 이닝(193.1이닝, 2위), 탈삼진(158개, 3위), 평균자책점(3.44, 5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리그의 지배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한술 더 떠서 WAR(스탯티즈 기준)에서는 전체 19위, 투수 8위에 그쳤다. 눈에 보이는 클래식 스탯에 비해 팀 기여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역대 KBO MVP 수상자들 가운데 전체 10위 미만의 WAR로 영예를 차지한 선수는 1995년의 김상호와 올해의 양현종 2명뿐이었다. 타자, 투수 각각의 순위에서 5위 밖으로 벗어났던 것 역시 이 2명뿐이다. 그렇다고 김상호와 양현종이 MVP를 수상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김상호는 '최초의 잠실 홈런왕'와 타점왕, 그리고 우승팀 OB 베어스의 주축 타자라는 명분을 지니고 있었다. 양현종 역시 통합 우승의 1등 공신이었고, 내국인 선발투수로는 22년 만에 선발 2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싹쓸이 수상' 자체는 전례가 없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예컨대 2010년의 이대호와 2012년, 2013년의 박병호는 올해의 양현종에 버금가는 풍족한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시즌에 적어도 2개 이상(홈런, 타점)의 타이틀을 가져가며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다.
게다가, 이들 못지않은 결실을 거둔 선수들 중에도 시상식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 투수 4관왕을 차지했던 2011년의 윤석민,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를 기록했던 2014년의 서건창, 40-40의 금자탑을 쌓은 2015년의 테임즈처럼 ‘리그의 지배자’로 꼽혔던 선수들조차 모든 시상식을 휩쓸지는 못했다. 양현종이 이룩한 전대미문의 12관왕은 그만큼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현종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시상식'이다
물론 양현종이 연말 시상식에서 기쁨을 누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수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양현종의 올 시즌 퍼포먼스는 충분히 훌륭했고, 정규시즌 MVP는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양현종의 ‘싹쓸이 수상’을 통해 정말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천편일률적인 시상식’이다.
최근 10년 사이 KBO리그에는 수많은 신생 시상식들이 출현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영예를 차지한 것은 바로 당해의 정규시즌 MVP들이었다. 물론 그 MVP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면 ‘싹쓸이’는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에는 'MVP는 양현종'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양현종을 최고의 선수로 선정해버린 면이 없지 않았다. 예컨대 양현종에게 붙은 '다승왕'과 '우승 프리미엄'을 공평하게 적용한다면 이닝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헥터 역시 유력한 후보로 올라설 수 있었다. 같은 타이거즈의 야수 중에서는 팀의 타선을 이끈 4번 타자 최형우도 주요 후보로 거론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득점 선두에 27홈런, 32도루를 기록한 버나디나 역시 후보로 거론될 만했다.
시상식들은 보다 확실하면서도 자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일례로, 2011년부터 시작된 카스포인트 어워즈는 직접 개발한 카스포인트를 시상의 기준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상의 주인공이 정규시즌 MVP라는 천편일률적인 답을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등장했다. 2011년 카스포인트 어워즈의 승자는 투수 4관왕의 윤석민이 아닌 타격 3관왕 최형우였고, 2014년에는 신기록의 주인공 서건창이 아닌 홈런왕 박병호였다. 2016년부터 선정 방식이 달라지면서 올 시즌에는 카스포인트 랭킹 9위였던 양현종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포인트 비율 80%→40%, 팬투표 비율 10%→50%), 어쨌든 카스포인트 어워즈 측은 자신들만의 확고한 선정 방식에 근거해 시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표로 결정되는 MVP, 골든글러브, 플레이어스 초이스 등의 시상식도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시상식들은 그 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야구팬들은 그저 수많은 시상식에서 누가 상을 받았다는 정보만을 뉴스로 접할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야구팬들에게 수상자를 결정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상식이 늘어난 만큼, 길었던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보상이 더 많은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뿐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영화제가 있으면 작품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칸, 베를린, 베니스 등의 영화제도 있어야 하기 마련이다. 프로야구 시상식들도 기록에 중점을 두는 시상식, 팬들의 투표에 비중을 둔 시상식, 외국인 선수도 소외 받지 않는 시상식처럼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확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스폰서 기업이나 언론사의 이름 없이도 시상식 스스로가 의미와 권위를 갖추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기록 출처: Statiz
양현종은 한국시리즈 2차전 완봉승, 5차전 세이브의 강력한 임팩트로 한국시리즈 MVP를 수상하며 12관왕의 첫발을 뗐다. 이어서 홈런왕 최정을 따돌리고 정규시즌 MVP를 차지했고, 뒤이어 열린 모든 시상식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 권위의 상들을 싹쓸이했다.
연이어 들려오는 수상 소식에 조금씩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양현종은 정말로 모든 시상식을 싹쓸이할 만큼 엄청난 성적을 거뒀을까?
뛰어났던 양현종, 그러나
올 시즌의 기록을 살펴보면 실제로 양현종이 타이틀을 가져갔던 부문은 다승(20승, 공동 1위)뿐이다. 이닝(193.1이닝, 2위), 탈삼진(158개, 3위), 평균자책점(3.44, 5위) 등 다양한 부문에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지만 ‘리그의 지배자’라고 하기에는 다소 부족한 면이 있었다. 한술 더 떠서 WAR(스탯티즈 기준)에서는 전체 19위, 투수 8위에 그쳤다. 눈에 보이는 클래식 스탯에 비해 팀 기여도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니었다는 뜻이다.
역대 KBO MVP 수상자들 가운데 전체 10위 미만의 WAR로 영예를 차지한 선수는 1995년의 김상호와 올해의 양현종 2명뿐이었다. 타자, 투수 각각의 순위에서 5위 밖으로 벗어났던 것 역시 이 2명뿐이다. 그렇다고 김상호와 양현종이 MVP를 수상할 자격이 없다고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김상호는 '최초의 잠실 홈런왕'와 타점왕, 그리고 우승팀 OB 베어스의 주축 타자라는 명분을 지니고 있었다. 양현종 역시 통합 우승의 1등 공신이었고, 내국인 선발투수로는 22년 만에 선발 20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물론 '싹쓸이 수상' 자체는 전례가 없는 일이 결코 아니다. 예컨대 2010년의 이대호와 2012년, 2013년의 박병호는 올해의 양현종에 버금가는 풍족한 겨울을 보냈다. 그러나 이들은 해당 시즌에 적어도 2개 이상(홈런, 타점)의 타이틀을 가져가며 압도적인 활약을 펼쳤던 선수들이다.
게다가, 이들 못지않은 결실을 거둔 선수들 중에도 시상식에서는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경우가 적지 않다. 투수 4관왕을 차지했던 2011년의 윤석민, KBO리그 최초의 200안타를 기록했던 2014년의 서건창, 40-40의 금자탑을 쌓은 2015년의 테임즈처럼 ‘리그의 지배자’로 꼽혔던 선수들조차 모든 시상식을 휩쓸지는 못했다. 양현종이 이룩한 전대미문의 12관왕은 그만큼 다소 설득력이 떨어지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양현종이 아니라 '천편일률적인 시상식'이다
물론 양현종이 연말 시상식에서 기쁨을 누릴 자격을 갖추지 못한 선수였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양현종의 올 시즌 퍼포먼스는 충분히 훌륭했고, 정규시즌 MVP는 물론 각종 시상식에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양현종의 ‘싹쓸이 수상’을 통해 정말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바로 ‘천편일률적인 시상식’이다.
최근 10년 사이 KBO리그에는 수많은 신생 시상식들이 출현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의 시상식에서 영예를 차지한 것은 바로 당해의 정규시즌 MVP들이었다. 물론 그 MVP가 이론의 여지가 없는 성적을 기록했다면 ‘싹쓸이’는 당연한 수순이었겠지만, 쟁쟁한 경쟁자들이 있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특히 올 시즌의 경우에는 'MVP는 양현종'이라는 분위기에 휩쓸려 너도나도 양현종을 최고의 선수로 선정해버린 면이 없지 않았다. 예컨대 양현종에게 붙은 '다승왕'과 '우승 프리미엄'을 공평하게 적용한다면 이닝에서도 1위를 차지했던 헥터 역시 유력한 후보로 올라설 수 있었다. 같은 타이거즈의 야수 중에서는 팀의 타선을 이끈 4번 타자 최형우도 주요 후보로 거론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득점 선두에 27홈런, 32도루를 기록한 버나디나 역시 후보로 거론될 만했다.
시상식들은 보다 확실하면서도 자체적인 기준을 바탕으로 수상자를 선정해야 한다. 일례로, 2011년부터 시작된 카스포인트 어워즈는 직접 개발한 카스포인트를 시상의 기준으로 활용해왔다. 그러다 보니 대상의 주인공이 정규시즌 MVP라는 천편일률적인 답을 벗어나는 경우도 종종 등장했다. 2011년 카스포인트 어워즈의 승자는 투수 4관왕의 윤석민이 아닌 타격 3관왕 최형우였고, 2014년에는 신기록의 주인공 서건창이 아닌 홈런왕 박병호였다. 2016년부터 선정 방식이 달라지면서 올 시즌에는 카스포인트 랭킹 9위였던 양현종이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지만(포인트 비율 80%→40%, 팬투표 비율 10%→50%), 어쨌든 카스포인트 어워즈 측은 자신들만의 확고한 선정 방식에 근거해 시상을 진행하고 있다.
투표로 결정되는 MVP, 골든글러브, 플레이어스 초이스 등의 시상식도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 시상식들은 그 주인공이 어떤 방식으로 결정되는지조차 알려져 있지 않다. 야구팬들은 그저 수많은 시상식에서 누가 상을 받았다는 정보만을 뉴스로 접할 뿐이다. 그렇다고 모든 야구팬들에게 수상자를 결정할 권리를 달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시상식이 늘어난 만큼, 길었던 시즌을 성공적으로 마친 보상이 더 많은 선수들에게 공평하게 돌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볼 뿐이다.
아카데미 시상식처럼 상업적이고 대중적인 영화제가 있으면 작품성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칸, 베를린, 베니스 등의 영화제도 있어야 하기 마련이다. 프로야구 시상식들도 기록에 중점을 두는 시상식, 팬들의 투표에 비중을 둔 시상식, 외국인 선수도 소외 받지 않는 시상식처럼 각자 자기만의 색깔을 확립할 수 있다면 어떨까. 스폰서 기업이나 언론사의 이름 없이도 시상식 스스로가 의미와 권위를 갖추게 되는 날을 기대해본다.
기록 출처: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