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그래프 예상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97승 65패)
2017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104승 58패)
[스포탈코리아] 대형 트레이드도, 대형 FA 영입도 없었다. 내부 FA 리치 힐, 저스틴 터너, 켄리 젠슨은 붙잡았지만 셋업맨 조 블랜튼은 이적했다. 미네소타의 거포 2루수 브라이언 도저의 트레이드에 접근했지만 팜 최대어 코디 벨린저와 워커 뷸러를 내놓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대신 템파베이 2루수 로건 포사이드를 투수 유망주 호세 데 레온과 트레이드해 데려왔다. 팀 전력은 여전히 지구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했으나 NLCS에서 패배했던 예년과 달라 보일 것도 없었다.
하지만 2017년의 다저스는 분명 예년과 달랐다. 4월 14승 12패로 무난하게 출발한 다저스는 이후 5월 19승(9패), 6월 21승(7패), 7월 20승(3패), 8월 17승(10패)을 기록하며 질주했다. 전반기에만 61승, 시즌 중반에는 50경기 중 43승을 거두는 등 연승 가도를 달리며 2001년 시애틀이 기록했던 시즌 최다승 기록까지 노린 시즌이었다.
악재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애드리안 곤잘레스는 장타력을 완전히 잃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여전히 수많은 선수들이 DL에 올랐다. 커쇼, 터너, 시거를 비롯해 어지간한 주전 야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완벽하게 채워졌다.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했던 알렉스 우드는 DL에 오르기 전까지 커쇼에 버금가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그레인키 이후 비어있던 2선발 자리를 차지했다. 내야 백업 뎁스 채우기로 영입했던 크리스 테일러는 타격에서 각성해 리그 최정상급의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브랜든 모로우가 불안한 바에즈를 대신해 젠슨의 앞을 완벽하게 지켰고, 곤잘레스의 부진은 벨린저라는 슈퍼 루키가 채우며 팀의 장타력을 상승시켰다.
위기도 있었다. 8월 26일까지 91승을 질주하던 다저스는 11연패를 기록하는 등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며 그날 이후 35경기에서 13승 22패에 그쳤다. 하지만 연패를 끊으며 104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다저스의 포스트 시즌은 마치 마법처럼 완벽했다. 타선은 적재적소에 터졌으며 선발과 불펜 모두 흔들리는 일 없이 제 역할을 다했다. 다저스는 7승 1패로 29년 만에 월드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마법은 월드 시리즈 1차전까지 이어졌다. 설마 했던 커쇼가 11K 완벽투를 선보였고 터너가 결승 홈런을 치며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다저스는 마법 대신 치열한 혈투에 무너졌다. 2, 5차전은 시소 게임에서 마운드가 무너져서, 3, 7차전은 선발 다르빗슈가 폭발하며 결국 마법같았던 시즌을 신기루처럼 아쉽게 끝맺어야 했다.
Good Player – 저스틴 터너, 켄리 젠슨
저스틴 터너 시즌성적 : .322 / .415 / .530 OPS .945 59볼넷 56삼진 21홈런 72득점 71타점 fWAR 5.5
켄리 젠슨 시즌성적 : 65경기 68⅓이닝 5승 0패 41세이브(1블론) 1홀드 ERA 1.32 FIP 1.31 1볼넷 109삼진 fWAR 3.6
다승 전체 1위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팀에서 잘한 선수를 한두명만 꼽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모두 활약했고, 루키들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스틴 터너와 켄리 젠슨의 2017시즌은 유독 특별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를 맞은 둘은 모두 잔류를 택했다. 특히 4년 6천 4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액수에 빠르게 도장을 찍은 터너는 젠슨의 결혼식이 열리는 퀴라소로 찾아가 동료들과 함께 젠슨을 설득했고 젠슨은 타 팀의 제시액보다 낮은 액수에 잔류를 선택했다.
팀에 남은 둘은 동시에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9이닝당 탈삼진(14.36개), 평균자책점(1.32), FIP(1.31)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41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젠슨이 기록한 블론 세이브는 단 한 개뿐이었다. 6월 25일 콜로라도 전에서 아레나도에게 볼넷을 허용하기 전까지 51탈삼진 0볼넷이라는 무시무시한 볼삼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볼넷 연속 탈삼진 신기록(51). 종전 기록 데니스 에커슬리 46개(1989.8.17.~1990.6.10.)
젠슨의 활약은 포스트 시즌에도 이어졌다. 젠슨은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로버츠 감독의 불펜야구를 이끌었다. 다만 세이브 상황과 무관하게 연투가 이어지면서 월드 시리즈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터너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타격왕에 도전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부상 복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타격왕 자리는 콜로라도의 블랙먼에게 내줬지만 0.322의 타율에 21개 홈런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 했다. 부상으로 누적 기록은 조금 떨어지지만 타격의 전반적인 수치가 향상됐다. 출루율(0.415), 장타율(0.530), 사사구 비율(10.9%)과 삼진 비율(10.3%), wRC+(151) 등이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적은 경기 수에도 작년과 동일한 fWAR(5.5)을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에는 젠슨과 마찬가지로 월드시리즈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터너는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타율 0.387를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클러치 능력을 보였다. 특히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29년 전 커크 깁슨을 연상시키는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며 다저스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질주는 월드시리즈 1차전까지였다. 터너는 월드시리즈 타율 0.160으로 차갑게 식으며 가라앉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MVP – 코디 벨린저
코디 벨린저 시즌성적 : .267 / .352 / .581 OPS .933 64볼넷 146삼진 39홈런 10도루 87득점 97타점 fWAR 4.0
코디 벨린저가 콜업되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4월 25일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게 패배하며 9승 11패를 기록중에 있었다. 그리고 벨린저가 콜업된 26일부터 다저스의 질주도 동시에 시작됐다. 8월 20일 벨린저가 발목 부상으로 잠시 이탈할 때까지 다저스가 거둔 승수는 78승(23패)이었다.
벨린저는 기량이 매년 꾸준히 하락하던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완전히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본래 AA에서 30홈런-23홈런을 기록하며 삼진을 줄여 나가던 벨린저는 장차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는데, 콜업 이후 곤잘레스의 부상으로 주전 1루를 완전히 꿰차며 39홈런(내셔널리그 신인 최다기록)이라는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선보였다. 주루 역시 10개의 도루와 4개의 3루타, spd 5.5를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 보인 약점도 분명했다. 벨린저는 포스트시즌 타율 0.219 삼진 29개를 기록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삼진 신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는 타율 0.143에 삼진을 17개나 당하는 등 휴스턴 투수들에게 꽁꽁 묶이며 루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악의 선수 – 다르빗슈 유, 커티스 그랜더슨
커티스 그랜더슨 시즌성적 : .237 / .340 / .439 OPS .779 71볼넷 123삼진 26홈런 74득점 64타점 fWAR 2.1
다르빗슈 유 시즌성적 : 31경기 186⅔이닝 10승 12패 ERA 3.86 58볼넷 209삼진 fWAR 3.5
엄밀히 말해 다르빗슈와 그랜더슨이 2017시즌 다저스 최악의 선수는 아니었다.(애드리안 곤잘레스 fWAR –1.1/ 세르지오 로모 fWAR –0.3)
그러나 이들의 부진은 치명적인 비수가 되어 다저스의 질주를 막아섰다는 점이 컸다. 둘은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MLB 다승 1위를 달리며 질주하던 시즌 중반 프리드먼 사장은 포스트 시즌을 위해 트레이드 시장을 돌아다녔다. 피더슨이 빠진 외야, 포스트 시즌을 믿고 맡길 에이스급 2선발, 전무한 좌완 필승조 등이 다저스의 과제였다.
트레이드는 ‘프기꾼’스럽게 성사됐다. 메츠에서 장타력과 출루율을 갖춘 그랜더슨을, 레인저스에서는 트레이드 시장 최대어였던 다르빗슈를 데려왔다. 좌완 불펜으로도 비싼 대가를 요구한 잭 브리튼 대신 신시내티의 싱그라니와 피츠버그의 왓슨을 영입했다.
그런데 승부수가 역으로 작용했다. 그랜더슨은 트레이드 이후 0.161의 타율을 기록(wRC+ 78)하며 연패의 일등 공신이 됐다. 더군다나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세터로 중용되면서 득점력 저하에 공헌했다. 다르빗슈 역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트레이드 전 마이애미 전에서 3⅔이닝 10실점을 기록한 다르빗슈는 이적 후에도 롤러코스터 피칭을 선보이며 흔들렸다.
반전도 있었다. 비록 그랜더슨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다르빗슈는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 모두 호투(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59)하며 다저스의 연승을 이끌었다. 팀이 시즌 막판 연패하고, 다르빗슈가 흔들렸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저스는 순풍을 타고 쾌속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반전은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났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형태로). 앞선 시리즈 성적도 훌륭했고 휴스턴과 같은 지구에서 뛰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다르빗슈(통산 89이닝 평균자책점 3.44, 원정경기 41⅔이닝 평균자책점 2.16)는 WS 3차전에서 처절하게 무너졌다. 2회에만 5안타(3장타) 1볼넷 4실점을 기록, 강판당하며 시리즈 불펜 운용을 어지럽혔다. 혈투 끝에 다다른 7차전, 다르빗슈는 다시 한 번 경기를 ‘끝장’냈다. 1⅔이닝 5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초반부터 승패의 쐐기를 박았다.
시리즈 평균자책점 21.60의 천재지변(天災地變)급 투구에는 이유가 있었다. 12월 11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기사로 휴스턴이 구종에 따라 다르게 고쳐 잡는 다르빗슈의 투구 습관을 파악했던 것이 밝혀졌다. 시리즈 동안 던져진 48개의 슬라이더가 유도한 헛스윙은 단 2개에 불과했던 반면 피안타율은 0.556에 달했다(슬라이더 통산 피안타율 0.162).
가장 발전한 선수 – 크리스 테일러
크리스 테일러 시즌성적 : .288 / .354 / .496 OPS .850 50볼넷 142삼진 21홈런 17도루 85득점 72타점 fWAR 4.7
2013년 이후 지구 1위를 이어온 다저스였지만 약점도 분명했다. 칼 크로포드의 부진과 방출, 디 고든의 수비불안과 트레이드로 리드오프와 좌익수 자리는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보물은 예상치 못한 데서 나타났다. 실패한 1라운더 잭 리와의 트레이드로 시애틀에서 건너온 테일러는 타격에서 각성하며 시즌 중반까지 3할 타율에 20-20 페이스로 1번 타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유격수, 2루수, 좌익수, 중견수를 모두 소화하며 그야말로 ‘슈퍼 유틸’로 성장했다.
Return of RYU
류현진 시즌성적 : 25경기 126⅔이닝 5승 9패 ERA 3.77 45볼넷 116삼진 fWAR 0.8
드디어 부상에서 류현진이 돌아왔다. 수술 부위가 어깨였고, 작년 복귀도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회의적인 예상 또한 존재했다. 물론 돌아온 류현진은 분명 2013-14년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피홈런에 시달리며 전반기 평균자책점 4.21, 피장타율 0.512를 기록했다. 넘쳐나는 선발 후보와 우승을 노리는 팀 페이스에 선발 자리도 흔들리며 4이닝 세이브를 거둔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달랐다. 새롭게 장착한 컷패스트볼의 구사가 늘어나며 후반기 호투를 이어갔다(월별 평균자책점 7월 1.50/ 8월 3.33). 휴스턴 에이스 카이클의 투구 영상을 보며 독학한 커터가 먹혀 들어가면서 떨어진 포심 구위를 보완했다.
비록 시즌 막바지 흔들리며 포스트 시즌 로스터 승선에는 실패했지만 내년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복귀 시즌이었다. 로버츠 감독의 빠른 강판 및 낮은 팀 득점 지원으로 승수는 적었지만 그만큼 충분한 관리를 받으며 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다. 포스트 시즌 기간 허니컷 투수코치와 투심을 연마하고 투구폼 교정을 시도한 점 역시 기대할만한 부분이다. 매년, 또 매 경기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던져온 류현진은 과연 내년에도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까?
마치며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 2013년 이후 다저스는 언제나 강팀이었다. 페이롤 1위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5년 연속 지구 1위를 수성했다. 그러나 왕좌 탈환엔 번번이 실패했다. 커쇼와 그레인키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마운드와 부상과 기복에 시달리던 타선에 다저스의 가을은 언제나 씁쓸하게 끝을 맺었다.
프리드먼 사장 체제로 전환된 이후 약점을 위한 초특급 보강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페이롤이 적체된 다저스에게 휴스턴 식 리빌딩은 불가능했고, 과거 디트로이트처럼 우승할 때까지 달리는 것 역시 경영진의 목표와 달랐다. 때문에 다저스는 어중간한 돈 낭비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약을 피하고 팜을 지키며 팀을 꾸려 나갔다.
2017시즌 다저스의 성적은 그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켜 온 유망주들과 발전해가는 육성 시스템 덕분에 팀은 2년 연속 신인왕은 물론 크리스 테일러라는 보물을 탄생시켰다. 2018년 전후로 사치세 탈출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올해로 칼 크로포드, 안드레 이디어, 알렉스 게레로의 계약이 끝나는 다저스는 애틀란타와의 트레이드로 3개의 악성계약들을 맷 캠프 하나로 바꾸며 정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망주 풀 역시 탄탄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미드시즌 유망주 17위 워커 뷸러, 35위 알렉스 버듀고가 2018시즌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눈앞에서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여전히 다저스의 미래는 밝다. 100승 시즌도, 월드 시리즈 진출도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불과했을 뿐이다. 마지막 우승 30주년인 2018시즌, 과연 다저스는 완성된 팀을 선보일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차승윤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Fangraphs, MLB.com
2017시즌 최종 성적: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1위 (104승 58패)
[스포탈코리아] 대형 트레이드도, 대형 FA 영입도 없었다. 내부 FA 리치 힐, 저스틴 터너, 켄리 젠슨은 붙잡았지만 셋업맨 조 블랜튼은 이적했다. 미네소타의 거포 2루수 브라이언 도저의 트레이드에 접근했지만 팜 최대어 코디 벨린저와 워커 뷸러를 내놓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대신 템파베이 2루수 로건 포사이드를 투수 유망주 호세 데 레온과 트레이드해 데려왔다. 팀 전력은 여전히 지구 우승을 노리기에 충분했으나 NLCS에서 패배했던 예년과 달라 보일 것도 없었다.
하지만 2017년의 다저스는 분명 예년과 달랐다. 4월 14승 12패로 무난하게 출발한 다저스는 이후 5월 19승(9패), 6월 21승(7패), 7월 20승(3패), 8월 17승(10패)을 기록하며 질주했다. 전반기에만 61승, 시즌 중반에는 50경기 중 43승을 거두는 등 연승 가도를 달리며 2001년 시애틀이 기록했던 시즌 최다승 기록까지 노린 시즌이었다.
악재가 없던 것도 아니었다. 애드리안 곤잘레스는 장타력을 완전히 잃었고, 언제나 그랬듯이 여전히 수많은 선수들이 DL에 올랐다. 커쇼, 터너, 시거를 비롯해 어지간한 주전 야수들이 부상에 시달렸다.
하지만 그들의 빈자리는 완벽하게 채워졌다. 대체 선발로 로테이션에 합류했던 알렉스 우드는 DL에 오르기 전까지 커쇼에 버금가는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그레인키 이후 비어있던 2선발 자리를 차지했다. 내야 백업 뎁스 채우기로 영입했던 크리스 테일러는 타격에서 각성해 리그 최정상급의 리드오프로 성장했다.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브랜든 모로우가 불안한 바에즈를 대신해 젠슨의 앞을 완벽하게 지켰고, 곤잘레스의 부진은 벨린저라는 슈퍼 루키가 채우며 팀의 장타력을 상승시켰다.
위기도 있었다. 8월 26일까지 91승을 질주하던 다저스는 11연패를 기록하는 등 극도의 부진에 시달리며 그날 이후 35경기에서 13승 22패에 그쳤다. 하지만 연패를 끊으며 104승으로 시즌을 마무리한 다저스의 포스트 시즌은 마치 마법처럼 완벽했다. 타선은 적재적소에 터졌으며 선발과 불펜 모두 흔들리는 일 없이 제 역할을 다했다. 다저스는 7승 1패로 29년 만에 월드 시리즈 진출에 성공했다.
마법은 월드 시리즈 1차전까지 이어졌다. 설마 했던 커쇼가 11K 완벽투를 선보였고 터너가 결승 홈런을 치며 승리했다. 하지만 이후 다저스는 마법 대신 치열한 혈투에 무너졌다. 2, 5차전은 시소 게임에서 마운드가 무너져서, 3, 7차전은 선발 다르빗슈가 폭발하며 결국 마법같았던 시즌을 신기루처럼 아쉽게 끝맺어야 했다.
Good Player – 저스틴 터너, 켄리 젠슨
저스틴 터너 시즌성적 : .322 / .415 / .530 OPS .945 59볼넷 56삼진 21홈런 72득점 71타점 fWAR 5.5
켄리 젠슨 시즌성적 : 65경기 68⅓이닝 5승 0패 41세이브(1블론) 1홀드 ERA 1.32 FIP 1.31 1볼넷 109삼진 fWAR 3.6
다승 전체 1위로 월드시리즈에 진출한 팀에서 잘한 선수를 한두명만 꼽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다. 대부분의 주전 선수들이 모두 활약했고, 루키들은 기대 이상으로 폭발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저스틴 터너와 켄리 젠슨의 2017시즌은 유독 특별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를 맞은 둘은 모두 잔류를 택했다. 특히 4년 6천 400만 달러라는 비교적 저렴한 액수에 빠르게 도장을 찍은 터너는 젠슨의 결혼식이 열리는 퀴라소로 찾아가 동료들과 함께 젠슨을 설득했고 젠슨은 타 팀의 제시액보다 낮은 액수에 잔류를 선택했다.
팀에 남은 둘은 동시에 최고의 시즌을 만들었다. 9이닝당 탈삼진(14.36개), 평균자책점(1.32), FIP(1.31)에서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41세이브를 거두는 동안 젠슨이 기록한 블론 세이브는 단 한 개뿐이었다. 6월 25일 콜로라도 전에서 아레나도에게 볼넷을 허용하기 전까지 51탈삼진 0볼넷이라는 무시무시한 볼삼비를 기록하기도 했다.
*무볼넷 연속 탈삼진 신기록(51). 종전 기록 데니스 에커슬리 46개(1989.8.17.~1990.6.10.)
젠슨의 활약은 포스트 시즌에도 이어졌다. 젠슨은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 평균자책점 0.00을 기록하며 로버츠 감독의 불펜야구를 이끌었다. 다만 세이브 상황과 무관하게 연투가 이어지면서 월드 시리즈에서는 흔들리는 모습을 보여 아쉬움을 남겼다.
한편 터너는 부상에도 불구하고 타격왕에 도전하며 타선을 이끌었다. 부상 복귀 이후 하락세를 보이며 타격왕 자리는 콜로라도의 블랙먼에게 내줬지만 0.322의 타율에 21개 홈런을 기록하며 제 역할을 다 했다. 부상으로 누적 기록은 조금 떨어지지만 타격의 전반적인 수치가 향상됐다. 출루율(0.415), 장타율(0.530), 사사구 비율(10.9%)과 삼진 비율(10.3%), wRC+(151) 등이 모두 커리어 하이를 기록하며 적은 경기 수에도 작년과 동일한 fWAR(5.5)을 기록했다.
포스트 시즌에는 젠슨과 마찬가지로 월드시리즈 이전과 이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터너는 챔피언십 시리즈까지 타율 0.387를 기록하며 무시무시한 클러치 능력을 보였다. 특히 챔피언십 시리즈 2차전에서 29년 전 커크 깁슨을 연상시키는 끝내기 홈런을 기록하며 다저스 팬들을 열광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질주는 월드시리즈 1차전까지였다. 터너는 월드시리즈 타율 0.160으로 차갑게 식으며 가라앉으며 아쉬움을 남겼다.
MVP – 코디 벨린저
코디 벨린저 시즌성적 : .267 / .352 / .581 OPS .933 64볼넷 146삼진 39홈런 10도루 87득점 97타점 fWAR 4.0
코디 벨린저가 콜업되기 전 마지막 경기였던 4월 25일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게 패배하며 9승 11패를 기록중에 있었다. 그리고 벨린저가 콜업된 26일부터 다저스의 질주도 동시에 시작됐다. 8월 20일 벨린저가 발목 부상으로 잠시 이탈할 때까지 다저스가 거둔 승수는 78승(23패)이었다.
벨린저는 기량이 매년 꾸준히 하락하던 1루수 애드리안 곤잘레스를 완전히 대체하는데 성공했다. 본래 AA에서 30홈런-23홈런을 기록하며 삼진을 줄여 나가던 벨린저는 장차 중장거리 타자로 성장할 것이라는 기대를 받았는데, 콜업 이후 곤잘레스의 부상으로 주전 1루를 완전히 꿰차며 39홈런(내셔널리그 신인 최다기록)이라는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선보였다. 주루 역시 10개의 도루와 4개의 3루타, spd 5.5를 기록하며 다재다능함을 선보였다.
다만 포스트시즌에서 보인 약점도 분명했다. 벨린저는 포스트시즌 타율 0.219 삼진 29개를 기록하며 단일 포스트시즌 최다 삼진 신기록이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특히 월드시리즈에서는 타율 0.143에 삼진을 17개나 당하는 등 휴스턴 투수들에게 꽁꽁 묶이며 루키의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최악의 선수 – 다르빗슈 유, 커티스 그랜더슨
커티스 그랜더슨 시즌성적 : .237 / .340 / .439 OPS .779 71볼넷 123삼진 26홈런 74득점 64타점 fWAR 2.1
다르빗슈 유 시즌성적 : 31경기 186⅔이닝 10승 12패 ERA 3.86 58볼넷 209삼진 fWAR 3.5
엄밀히 말해 다르빗슈와 그랜더슨이 2017시즌 다저스 최악의 선수는 아니었다.(애드리안 곤잘레스 fWAR –1.1/ 세르지오 로모 fWAR –0.3)
그러나 이들의 부진은 치명적인 비수가 되어 다저스의 질주를 막아섰다는 점이 컸다. 둘은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의 승부수이기도 했다. MLB 다승 1위를 달리며 질주하던 시즌 중반 프리드먼 사장은 포스트 시즌을 위해 트레이드 시장을 돌아다녔다. 피더슨이 빠진 외야, 포스트 시즌을 믿고 맡길 에이스급 2선발, 전무한 좌완 필승조 등이 다저스의 과제였다.
트레이드는 ‘프기꾼’스럽게 성사됐다. 메츠에서 장타력과 출루율을 갖춘 그랜더슨을, 레인저스에서는 트레이드 시장 최대어였던 다르빗슈를 데려왔다. 좌완 불펜으로도 비싼 대가를 요구한 잭 브리튼 대신 신시내티의 싱그라니와 피츠버그의 왓슨을 영입했다.
그런데 승부수가 역으로 작용했다. 그랜더슨은 트레이드 이후 0.161의 타율을 기록(wRC+ 78)하며 연패의 일등 공신이 됐다. 더군다나 부진함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세터로 중용되면서 득점력 저하에 공헌했다. 다르빗슈 역시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트레이드 전 마이애미 전에서 3⅔이닝 10실점을 기록한 다르빗슈는 이적 후에도 롤러코스터 피칭을 선보이며 흔들렸다.
반전도 있었다. 비록 그랜더슨은 여전히 부진했지만 다르빗슈는 디비전 시리즈와 챔피언십 시리즈 모두 호투(2경기 2승 평균자책점 1.59)하며 다저스의 연승을 이끌었다. 팀이 시즌 막판 연패하고, 다르빗슈가 흔들렸던 것이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다저스는 순풍을 타고 쾌속으로 질주했다.
하지만 반전은 월드시리즈에서 다시 한 번 일어났다 (그것도 아주 치명적인 형태로). 앞선 시리즈 성적도 훌륭했고 휴스턴과 같은 지구에서 뛰며 강한 모습을 보였던 다르빗슈(통산 89이닝 평균자책점 3.44, 원정경기 41⅔이닝 평균자책점 2.16)는 WS 3차전에서 처절하게 무너졌다. 2회에만 5안타(3장타) 1볼넷 4실점을 기록, 강판당하며 시리즈 불펜 운용을 어지럽혔다. 혈투 끝에 다다른 7차전, 다르빗슈는 다시 한 번 경기를 ‘끝장’냈다. 1⅔이닝 5실점(4자책)을 기록하며 초반부터 승패의 쐐기를 박았다.
시리즈 평균자책점 21.60의 천재지변(天災地變)급 투구에는 이유가 있었다. 12월 11일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의 기사로 휴스턴이 구종에 따라 다르게 고쳐 잡는 다르빗슈의 투구 습관을 파악했던 것이 밝혀졌다. 시리즈 동안 던져진 48개의 슬라이더가 유도한 헛스윙은 단 2개에 불과했던 반면 피안타율은 0.556에 달했다(슬라이더 통산 피안타율 0.162).
가장 발전한 선수 – 크리스 테일러
크리스 테일러 시즌성적 : .288 / .354 / .496 OPS .850 50볼넷 142삼진 21홈런 17도루 85득점 72타점 fWAR 4.7
2013년 이후 지구 1위를 이어온 다저스였지만 약점도 분명했다. 칼 크로포드의 부진과 방출, 디 고든의 수비불안과 트레이드로 리드오프와 좌익수 자리는 좀처럼 주인을 찾지 못했다.
하지만 보물은 예상치 못한 데서 나타났다. 실패한 1라운더 잭 리와의 트레이드로 시애틀에서 건너온 테일러는 타격에서 각성하며 시즌 중반까지 3할 타율에 20-20 페이스로 1번 타자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타격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유격수, 2루수, 좌익수, 중견수를 모두 소화하며 그야말로 ‘슈퍼 유틸’로 성장했다.
Return of RYU
류현진 시즌성적 : 25경기 126⅔이닝 5승 9패 ERA 3.77 45볼넷 116삼진 fWAR 0.8
드디어 부상에서 류현진이 돌아왔다. 수술 부위가 어깨였고, 작년 복귀도 결국 실패로 끝나면서 회의적인 예상 또한 존재했다. 물론 돌아온 류현진은 분명 2013-14년의 모습은 아니었다. 시즌 초반 피홈런에 시달리며 전반기 평균자책점 4.21, 피장타율 0.512를 기록했다. 넘쳐나는 선발 후보와 우승을 노리는 팀 페이스에 선발 자리도 흔들리며 4이닝 세이브를 거둔 경기도 있었다.
하지만 후반기에는 달랐다. 새롭게 장착한 컷패스트볼의 구사가 늘어나며 후반기 호투를 이어갔다(월별 평균자책점 7월 1.50/ 8월 3.33). 휴스턴 에이스 카이클의 투구 영상을 보며 독학한 커터가 먹혀 들어가면서 떨어진 포심 구위를 보완했다.
비록 시즌 막바지 흔들리며 포스트 시즌 로스터 승선에는 실패했지만 내년 성적을 기대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인 복귀 시즌이었다. 로버츠 감독의 빠른 강판 및 낮은 팀 득점 지원으로 승수는 적었지만 그만큼 충분한 관리를 받으며 시즌을 소화할 수 있었다. 포스트 시즌 기간 허니컷 투수코치와 투심을 연마하고 투구폼 교정을 시도한 점 역시 기대할만한 부분이다. 매년, 또 매 경기 레퍼토리를 바꿔가며 던져온 류현진은 과연 내년에도 또 다른 모습을 선보일 수 있을까?
마치며
거액의 중계권 계약을 맺은 2013년 이후 다저스는 언제나 강팀이었다. 페이롤 1위의 자금력을 바탕으로 5년 연속 지구 1위를 수성했다. 그러나 왕좌 탈환엔 번번이 실패했다. 커쇼와 그레인키에 지나치게 의존했던 마운드와 부상과 기복에 시달리던 타선에 다저스의 가을은 언제나 씁쓸하게 끝을 맺었다.
프리드먼 사장 체제로 전환된 이후 약점을 위한 초특급 보강이 있던 것도 아니었다. 페이롤이 적체된 다저스에게 휴스턴 식 리빌딩은 불가능했고, 과거 디트로이트처럼 우승할 때까지 달리는 것 역시 경영진의 목표와 달랐다. 때문에 다저스는 어중간한 돈 낭비라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장기계약을 피하고 팜을 지키며 팀을 꾸려 나갔다.
2017시즌 다저스의 성적은 그 노력의 산물이었다. 지켜 온 유망주들과 발전해가는 육성 시스템 덕분에 팀은 2년 연속 신인왕은 물론 크리스 테일러라는 보물을 탄생시켰다. 2018년 전후로 사치세 탈출의 가능성도 보이고 있다. 올해로 칼 크로포드, 안드레 이디어, 알렉스 게레로의 계약이 끝나는 다저스는 애틀란타와의 트레이드로 3개의 악성계약들을 맷 캠프 하나로 바꾸며 정리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유망주 풀 역시 탄탄하다. 베이스볼 아메리카 미드시즌 유망주 17위 워커 뷸러, 35위 알렉스 버듀고가 2018시즌 본격적인 데뷔를 앞두고 있다.
때문에 눈앞에서 우승 기회를 놓쳤지만 여전히 다저스의 미래는 밝다. 100승 시즌도, 월드 시리즈 진출도 팀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불과했을 뿐이다. 마지막 우승 30주년인 2018시즌, 과연 다저스는 완성된 팀을 선보일 수 있을까.
야구공작소
차승윤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Fangraphs, MLB.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