펠릭스 듀브론트, 좌투좌타, 1987년 10월 23일생, 188cm, 108kg
[스포탈코리아] 조쉬 린드블럼과의 충격적인 결별 뒤에 전해진 소식은 그에 못지않게 뜨거웠다. 2년 전부터 한국 진출설이 돌던 펠릭스 듀브론트가 총액 100만 달러에 롯데 자이언츠 행을 결정하면서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팬들 앞에 자신의 투구를 선보이게 됐다. 메이저리그 팬들에겐 이미 익숙한 이름인 만큼 에스밀 로저스, 헥터 노에시, 제임스 로니 등의 KBO리그 진출만큼이나 놀라운 소식이었다.
배경
듀브론트는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만 17세였던 2005년 미국 프로야구에 입문했다. 어린 나이에 15만 달러라는 상당한 계약금을 받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듀브론트는, 루키리그 수준인 베네수엘라 서머리그에서 7승 1패 0.97 ERA를 기록하며 유망주로 두각을 드러냈다. 팔 스윙 동작이 팜에서 가장 뛰어나단 평을 받았고, 또래보다 패스트볼 제구에 대한 감각도 더 뛰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투심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고 체인지업, 커브의 숙련도도 돋보였다. 한마디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당연히 빠른 성장이 뒤따랐다. 2008년에 싱글A를 졸업, 2009년에는 더블A에 입성했다. 2010년 듀브론트는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 이내 트리플A에 입성하더니 7월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를 마친 뒤에는 <베이스볼아메리카>에서 선정한 보스턴 팀내 유망주 5위에 선정됐고,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순위 100위 부근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막다른 골목을 마주한다. 안타깝게도 스스로가 만든 벽이었다. 듀브론트는 2011시즌 스프링캠프에 체중관리에 실패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부상과의 싸움도 시작됐다. 팔꿈치 부상을 시작으로 복사근 부상과 햄스트링 부상이 이어졌다. 결국 이 해 듀브론트는 트리플A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듬해에는 5선발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의 성장세는 이미 정체된 지 오래였다.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며 5선발 수준에 머물렀다. 2013년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백의종군하며 우승 공신이 됐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2014년 듀브론트와 보스턴의 인연은 막을 내렸다. 이 해에도 듀브론트는 스프링캠프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 성적이 따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심지어 5월에는 차 문에 어깨를 부딪혀 다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구단은 고심 끝에 듀브론트의 보직을 불펜 투수로 변경했다. 그러나 듀브론트는 공개적으로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7월 30일, 보스턴은 듀브론트를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해버렸다. 불편한 이별이었다.
이후 듀브론트의 커리어는 부진과 부상, 재활로 점철됐다. 컵스는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듀브론트를 방출했다. 몸담을 곳이 사라진 듀브론트는 토론토,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으며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갔다. 2016년에도 하위권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었지만 시즌 중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친 2017년에는 오클랜드 산하 트리플A에서 불펜 투수로 시즌을 보냈다.
시즌을 마친 뒤 마이너리그 FA가 된 듀브론트는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받기도, 선발 투수로 뛰기도 애매해진 입장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어린 시절부터 포심뿐만 아니라 투심 활용에 능했던 듀브론트 의 변화구 주무기는 체인지업과 커브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는 커터의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91마일 수준이었다. 팔꿈치 재활을 마친 올해 구속에 대한 정보는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의 말과 올해 트리플A에서 기록한 삼진율(9이닝당 탈삼진 10.7개)을 종합하면 부상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시속 91마일은 KBO리그 기준으로 분명한 상위권이며, 왼손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희소성은 배가 된다.
듀브론트의 메이저리그 시절 성적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좌완투수임에도 오른손 타자 상대 성적이 더 나빴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원인은 체인지업의 제구력이 들쑥날쑥했던 데 있다. 전성기였던 2013년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의 탄착점 차트를 보면, 류현진과 비교했을 때 정교함이 더 떨어지고 가운데로 몰리는 편이라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물론 류현진의 체인지업 커맨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오른손 타자 공략의 무기가 체인지업이라면, 왼손 타자 공략의 무기는 커브다. 듀브론트의 너클커브 그립은 2010년 보스턴에서 코치에게 사사한 것으로 ,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도 쏠쏠히 써먹은 날카로운 무기가 됐다. 각종 영상을 통해 확인 가능한 이 커브의 궤적은 당장 KBO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들 수 있을 정도다. 탄착점도 대부분 왼손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아래 모서리로 형성되어 체인지업보다 좀 더 안정적이다.
구종별 스터프는 KBO리그 에이스 수준임이 분명한 듀브론트의 약점은 부상 이력 그리고 태도 논란이다. 가장 최근에 겪은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비롯, 듀브론트는 과거 팔꿈치, 어깨, 복사근, 햄스트링 등 다양한 부상으로 고생한 이력이 있다. 더 나쁜 소식은 이런 부상들이 선수 본인의 태만함에서 비롯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대로 보스턴 시절 스프링 캠프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등장해 시즌 전체를 그르친 적이 있을 정도다. 롯데로서는 과거 루이스 히메네즈와의 트러블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망
전성기였던 2013년, 보스턴의 5선발로 뛴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KBO리그를 압도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투수였다. 구위, 제구력, 레퍼토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그랬다.
문제는 4년이 지난 지금, 그가 예전과 같은 투수가 아니라는 데 있다. 리스크-리턴 유형으로 표현하자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유형에 가깝다. 물론 여타 외국인 투수에 비하면 기본적으로 지닌 장점이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예전의 듀브론트를 떠올린다면 오산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듀브론트가 지닌 리스크는 열거한 대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부상 경력이며, 둘째는 커리어 내내 그가 보여준 ‘멘탈리티’ 혹은 ‘성실성’이다. 확률로 표현하자면 듀브론트의 성공 가능성은 성공 쪽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가 지닌 리스크의 크기는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먼저 부상에 대한 우려를 풀어보자. 토미존 수술 이후 듀브론트는 올해 트리플A에서 불펜 투수로만 나섰다. 등판마다 2~3일로 꼬박꼬박 휴식일이 지켜진 것을 보면 ‘수술 후 재활에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뒤집어서 ‘선발로 나설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42이닝동안 5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것은 구위가 돌아왔다는 청신호다. 그러나 같은 기간 허용한 19개의 볼넷과 5개의 홈런은 제구력의 불안함을 가리키는 적신호다. 어느 쪽이 맞는 해석일지는 뜯어봐야만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리스크는 역시 KBO리그를 찾는 그의 마음가짐에 있다. 최근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투수들의 이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해졌다. 10년 전이었다면 KBO리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법한 투수들이 계속해서 한국을 찾고 있다. 그만큼 성공한 선수들도 많아졌으나, 반대로 실패한 선수들도 많음을 잊어선 안 된다 . 지난 시즌만 해도 앤서니 레나도, 제임스 로니 등 거물로 평가받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의 이유로 실패를 경험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듀브론트가 과거 평판대로 느슨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 KBO리그를 찾는다면, 그들처럼 쓰디쓴 실패를 맛봐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롯데 구단의 선수단 관리 능력이 중요하게 됐다. 경기 내적으로는 팔꿈치 수술 이력에 신경쓰며 세심한 투구수 관리가 필요할 것이고, 외적으로는 좋지 않은 소문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KBO리그 복귀 후 2015년의 재현 가능성을 보여준 린드블럼을 좋지 않은 모습으로 떠나보낸 직후이기 때문에, 실패했을 경우 롯데가 짊어져야 할 비판의 무게는 배가 될 것이다. 반대로 듀브론트가 좋은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린드블럼이 그립지 않을 정도의 좌완 에이스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결말이 어느 쪽이 될지, KBO리그를 찾은 새로운 외국인 투수 중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선수가 부산 팬들을 찾아왔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MiLB.com, Brooks Baseball
[스포탈코리아] 조쉬 린드블럼과의 충격적인 결별 뒤에 전해진 소식은 그에 못지않게 뜨거웠다. 2년 전부터 한국 진출설이 돌던 펠릭스 듀브론트가 총액 100만 달러에 롯데 자이언츠 행을 결정하면서 KBO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팬들 앞에 자신의 투구를 선보이게 됐다. 메이저리그 팬들에겐 이미 익숙한 이름인 만큼 에스밀 로저스, 헥터 노에시, 제임스 로니 등의 KBO리그 진출만큼이나 놀라운 소식이었다.
듀브론트는 베네수엘라에서 태어나 만 17세였던 2005년 미국 프로야구에 입문했다. 어린 나이에 15만 달러라는 상당한 계약금을 받고 보스턴 레드삭스에 입단한 듀브론트는, 루키리그 수준인 베네수엘라 서머리그에서 7승 1패 0.97 ERA를 기록하며 유망주로 두각을 드러냈다. 팔 스윙 동작이 팜에서 가장 뛰어나단 평을 받았고, 또래보다 패스트볼 제구에 대한 감각도 더 뛰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투심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했고 체인지업, 커브의 숙련도도 돋보였다. 한마디로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당연히 빠른 성장이 뒤따랐다. 2008년에 싱글A를 졸업, 2009년에는 더블A에 입성했다. 2010년 듀브론트는 더블A에서 시즌을 시작, 이내 트리플A에 입성하더니 7월 곧바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그해를 마친 뒤에는 <베이스볼아메리카>에서 선정한 보스턴 팀내 유망주 5위에 선정됐고,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 순위 100위 부근에도 자신의 이름을 올렸다. 말 그대로 파죽지세였다.
그러나 2011년부터 막다른 골목을 마주한다. 안타깝게도 스스로가 만든 벽이었다. 듀브론트는 2011시즌 스프링캠프에 체중관리에 실패한 모습으로 나타났다. 부상과의 싸움도 시작됐다. 팔꿈치 부상을 시작으로 복사근 부상과 햄스트링 부상이 이어졌다. 결국 이 해 듀브론트는 트리플A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이듬해에는 5선발 경쟁에서 승리했지만, 하늘 높은 줄 모르던 그의 성장세는 이미 정체된 지 오래였다.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에서 타자를 압도하지 못하며 5선발 수준에 머물렀다. 2013년에는 포스트시즌에서 불펜으로 백의종군하며 우승 공신이 됐지만, 이것이 그의 마지막 전성기였다.
2014년 듀브론트와 보스턴의 인연은 막을 내렸다. 이 해에도 듀브론트는 스프링캠프에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로 나타났다. 시즌 초반 성적이 따르지 않은 것은 당연했다. 심지어 5월에는 차 문에 어깨를 부딪혀 다치는 어이없는 일도 있었다. 구단은 고심 끝에 듀브론트의 보직을 불펜 투수로 변경했다. 그러나 듀브론트는 공개적으로 언론에 불만을 표출했다. 결국 7월 30일, 보스턴은 듀브론트를 시카고 컵스로 트레이드 해버렸다. 불편한 이별이었다.
이후 듀브론트의 커리어는 부진과 부상, 재활로 점철됐다. 컵스는 2015년 스프링캠프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인 듀브론트를 방출했다. 몸담을 곳이 사라진 듀브론트는 토론토,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으며 마이너리그와 메이저리그를 오갔다. 2016년에도 하위권 오클랜드와 계약을 맺었지만 시즌 중 팔꿈치 인대가 파열되어 토미존 수술을 받았다. 재활을 마친 2017년에는 오클랜드 산하 트리플A에서 불펜 투수로 시즌을 보냈다.
시즌을 마친 뒤 마이너리그 FA가 된 듀브론트는 롯데 자이언츠와 계약을 맺었다. 메이저리그 계약을 받기도, 선발 투수로 뛰기도 애매해진 입장에서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스카우팅 리포트
어린 시절부터 포심뿐만 아니라 투심 활용에 능했던 듀브론트 의 변화구 주무기는 체인지업과 커브다. 최근 메이저리그에서 뛸 때는 커터의 비중을 늘리기도 했다.
패스트볼의 평균 구속은 시속 91마일 수준이었다. 팔꿈치 재활을 마친 올해 구속에 대한 정보는 공개된 적이 없다. 그러나 롯데 관계자의 말과 올해 트리플A에서 기록한 삼진율(9이닝당 탈삼진 10.7개)을 종합하면 부상 이전 수준을 회복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평균 시속 91마일은 KBO리그 기준으로 분명한 상위권이며, 왼손 투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희소성은 배가 된다.
듀브론트의 메이저리그 시절 성적에는 특이한 점이 있는데, 체인지업을 주무기로 하는 좌완투수임에도 오른손 타자 상대 성적이 더 나빴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원인은 체인지업의 제구력이 들쑥날쑥했던 데 있다. 전성기였던 2013년 오른손 타자를 상대로 던진 체인지업의 탄착점 차트를 보면, 류현진과 비교했을 때 정교함이 더 떨어지고 가운데로 몰리는 편이라는 게 한눈에 들어온다(물론 류현진의 체인지업 커맨드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라는 것을 잊지 말자).
오른손 타자 공략의 무기가 체인지업이라면, 왼손 타자 공략의 무기는 커브다. 듀브론트의 너클커브 그립은 2010년 보스턴에서 코치에게 사사한 것으로 , 이후 메이저리그에서도 쏠쏠히 써먹은 날카로운 무기가 됐다. 각종 영상을 통해 확인 가능한 이 커브의 궤적은 당장 KBO리그에서도 최상위권에 들 수 있을 정도다. 탄착점도 대부분 왼손 타자의 스트라이크존 바깥쪽 아래 모서리로 형성되어 체인지업보다 좀 더 안정적이다.
구종별 스터프는 KBO리그 에이스 수준임이 분명한 듀브론트의 약점은 부상 이력 그리고 태도 논란이다. 가장 최근에 겪은 팔꿈치 인대 파열 부상을 비롯, 듀브론트는 과거 팔꿈치, 어깨, 복사근, 햄스트링 등 다양한 부상으로 고생한 이력이 있다. 더 나쁜 소식은 이런 부상들이 선수 본인의 태만함에서 비롯한 적이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대로 보스턴 시절 스프링 캠프에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로 등장해 시즌 전체를 그르친 적이 있을 정도다. 롯데로서는 과거 루이스 히메네즈와의 트러블을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전망
전성기였던 2013년, 보스턴의 5선발로 뛴 듀브론트는 메이저리그를 압도할 수 있는 투수는 아니었다. 그러나 KBO리그를 압도하기엔 부족함이 없는 투수였다. 구위, 제구력, 레퍼토리 등 거의 모든 면에서 그랬다.
문제는 4년이 지난 지금, 그가 예전과 같은 투수가 아니라는 데 있다. 리스크-리턴 유형으로 표현하자면 하이 리스크-하이 리턴 유형에 가깝다. 물론 여타 외국인 투수에 비하면 기본적으로 지닌 장점이 뛰어난 선수다. 하지만 예전의 듀브론트를 떠올린다면 오산이 될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
듀브론트가 지닌 리스크는 열거한 대로 두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부상 경력이며, 둘째는 커리어 내내 그가 보여준 ‘멘탈리티’ 혹은 ‘성실성’이다. 확률로 표현하자면 듀브론트의 성공 가능성은 성공 쪽에 가까워 보인다. 하지만 그가 지닌 리스크의 크기는 단순한 기우로 치부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다.
먼저 부상에 대한 우려를 풀어보자. 토미존 수술 이후 듀브론트는 올해 트리플A에서 불펜 투수로만 나섰다. 등판마다 2~3일로 꼬박꼬박 휴식일이 지켜진 것을 보면 ‘수술 후 재활에 세심하게 신경썼다’는 평가도 가능하지만, 뒤집어서 ‘선발로 나설 준비가 아직 되지 않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42이닝동안 50개의 탈삼진을 잡아낸 것은 구위가 돌아왔다는 청신호다. 그러나 같은 기간 허용한 19개의 볼넷과 5개의 홈런은 제구력의 불안함을 가리키는 적신호다. 어느 쪽이 맞는 해석일지는 뜯어봐야만 알 수 있다.
더욱 중요한 리스크는 역시 KBO리그를 찾는 그의 마음가짐에 있다. 최근 KBO리그를 찾는 외국인 투수들의 이력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화려해졌다. 10년 전이었다면 KBO리그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법한 투수들이 계속해서 한국을 찾고 있다. 그만큼 성공한 선수들도 많아졌으나, 반대로 실패한 선수들도 많음을 잊어선 안 된다 . 지난 시즌만 해도 앤서니 레나도, 제임스 로니 등 거물로 평가받은 선수들이 경기장 안팎의 이유로 실패를 경험하고 고국으로 돌아갔다. 듀브론트가 과거 평판대로 느슨한 마음가짐과 몸가짐으로 KBO리그를 찾는다면, 그들처럼 쓰디쓴 실패를 맛봐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어느 때보다도 롯데 구단의 선수단 관리 능력이 중요하게 됐다. 경기 내적으로는 팔꿈치 수술 이력에 신경쓰며 세심한 투구수 관리가 필요할 것이고, 외적으로는 좋지 않은 소문이 현실이 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이다.
KBO리그 복귀 후 2015년의 재현 가능성을 보여준 린드블럼을 좋지 않은 모습으로 떠나보낸 직후이기 때문에, 실패했을 경우 롯데가 짊어져야 할 비판의 무게는 배가 될 것이다. 반대로 듀브론트가 좋은 모습만을 보여준다면 린드블럼이 그립지 않을 정도의 좌완 에이스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결말이 어느 쪽이 될지, KBO리그를 찾은 새로운 외국인 투수 중 가장 흥미롭게 지켜보게 될 선수가 부산 팬들을 찾아왔다.
야구공작소
박기태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Baseball Reference, MiLB.com, Brooks Basebal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