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채럼버스’의 산타마리아호는 추운 겨울 망망대해를 떠돌았다. 그리고 이제 부산항에 입항한다. 준척급 FA로 평가받은 채태인의 행선지가 드디어 정해졌다. 롯데 자이언츠다. 채태인의 원 소속팀 넥센 히어로즈는 12일 채태인과 1+1년 10억원에 계약을 맺은 후 롯데 박성민과의 트레이드로 채태인을 넘겼다. 이로써 괜찮은 실력에도 박병호의 복귀로 인해 타 팀 이적을 알아봐야 했던 채태인은 돌고 돌아 고향팀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시작하게 됐다. 송유석, 김정수, 김태균, 홍원기에 이은 KBO 역대 5번째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의 이적이다.
사실 FA 시장 초기부터 채태인이 롯데로 간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기인 최준석, 이우민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2차 드래프트에서 이병규를 데려온 롯데가 채태인을 실제 영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FA 보상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으며 채태인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채태인을 영입하게 된 것일까.
왼손타자의 기근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의 타순은 전준우-손아섭-최준석-이대호-강민호-김문호-번즈-문규현-황진수였다. 이 중 스위치히터 황진수를 포함해 선발출장한 좌타자는 3명이었다. 이마저도 김문호가 부상으로, 황진수가 부진으로 빠진 4차전부터는 좌타자가 손아섭 한 명뿐이었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상대팀 NC 다이노스는 좌투수를 단 1.1이닝만 투입했다.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의 타순은 전준우-손아섭-최준석-이대호-강민호-김문호-번즈-문규현-황진수였다. 이 중 스위치히터 황진수를 포함해 선발출장한 좌타자는 3명이었다. 이마저도 김문호가 부상으로, 황진수가 부진으로 빠진 4차전부터는 좌타자가 손아섭 한 명뿐이었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상대팀 NC 다이노스는 좌투수를 단 1.1이닝만 투입했다.
롯데는 지난해 언더핸드+사이드암을 상대로 0.738의 OPS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 기록(0.777)에 못미치는 수치다. 상대 팀은 롯데를 상대로 잠수함 투수를 마음 편하게 투입할 수 있었고 롯데 타자들은 맥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손아섭을 잔류시키고 이병규를 영입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충분치 않아 보였다.
채태인의 영입은 수준급 좌타자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20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와 손아섭을 제외한 좌타자 중 OPS가 0.800이 넘었던 선수는 1999년의 김응국(0.801)과 2016년의 김문호(0.831) 두 명뿐이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아예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부상에도 OPS 0.888, 12홈런을 기록한 채태인의 가세는 고질적인 좌타자 기근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다.
‘1루수’ 이대호의 휴식
지난해 4년 15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는 그 명성에 맞게 시즌 개막부터 5월까지 11홈런 31타점, OPS 1.066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해줬다. 그러나 35세의 나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6~7월 205타석에서 단 13개의 장타만을 기록하며 체력문제를 호소했다. 월간 10홈런으로 활약한 8월을 제외하면 후반기에는 전체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대호는 휴식이 필요했다. 이대호는 5월 하순부터 담 증세 등 잔부상을 안고 뛰어야만 했다. 지명타자인 최준석과 2016년 주전 1루수였던 김상호가 가끔 1루수로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대호는 10개 구단 주전 1루수 중 수비이닝 2위를 기록했는데(935.2이닝), 1위 다린 러프와는 단 0.1이닝 차이였다.
채태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1루 수비의 달인이다. 비록 넥센 이적 후 잔부상에 시달리며 1루수로 출장하는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대호와 번갈아가며 1루 수비를 맡게 된다면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두 선수 모두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자신에게 오는 타구 자체는 잘 처리하지만 수비범위가 좁았던 이대호 대신 채태인이 1루수로 나서면서 투수와 야수들에게 줄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둘보다 나은 하나
지난해 롯데는 팀 병살타 신기록을 세웠다(146개, 기존 2013년 한화 140개). 중심타선인 최준석과 이대호 두 명이서 합작한 병살타만 46개였고, 특히 최준석은 한 시즌 개인 최다 병살타 기록을 경신했다(24개, 기존 2004년 김한수 23개). 시즌 내내 병살타는 롯데의 화두였고 롯데팬들은 병살타가 나오면 자조섞인 말투로 ‘롯데했네’라 말하곤 했다.
롯데는 채태인의 적은 병살타도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채태인은 발이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병살타가 많은 타자도 아니다. 좌타자라는 이점이 있긴 해도 11시즌 중 두 자릿수 병살타를 기록한 적이 두 번뿐이다. 2014년에는 개인 최다인 541타석에 들어서고도 병살타는 8개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9개의 병살타만을 기록했다.
롯데의 올 시즌 상위타선을 구성할 선수들 중 전준우, 민병헌, 이대호, 번즈가 지난해 두 자릿수 병살타를 기록했다. 언제 어디서 동반사망을 이뤄낼 지 모르는 지뢰 같은 타선에서 병살타를 기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채태인의 가세로 공격의 흐름을 잃지 않고 이어갈 확률을 높이게 됐다.
상대적으로 적은 영입비용
물론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고 최준석과의 재계약을 한다면 보상선수와 보상금을 줄 필요도 없이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최준석과의 계약을 포기한 롯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장에 남은 선수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매력적인 선수가 바로 채태인이기 때문이다.
넥센은 일찌감치 채태인이 이적한다면 보상선수를 받지 않고 연봉의 300%에 해당하는 보상금(9억원)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후로도 채태인의 이적이 여의치 않자 보상금마저 포기하고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채태인을 넘기기로 했다. 결국 롯데는 큰 출혈 없이 2017년 신인선수였던 좌완투수 박성민을 넘기며 채태인을 영입할 수 있었다.
계약규모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발표된 바로는 1+1년 총액 10억원이다. 이 중 매년 옵션이 2억임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보장된 금액은 2년간 4억원에서 6억원 사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최준석의 연봉이 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비슷한 위치의 선수를 훨씬 싸게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롯데의 스토브리그 정리
채태인의 영입으로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문을 닫는 모양새다. 물론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의 계약이 남아있지만 롯데는 둘과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리턴한 황재균을 잡지 못했고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와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에게 어처구니 없는 협상태도를 보여주며 둘 모두를 놓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는 부랴부랴 움직여 FA 최대어 중 하나였던 손아섭을 잔류시켰고 민병헌을 영입했다. 린드블럼의 공백은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펠릭스 듀브론트를 영입하며 메웠다. 그리고 채태인의 영입으로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가교역할을 해 줄 선수도 찾았다. 연봉협상도 사실상 마무리돼가는 상황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롯데의 오프시즌. 많은 변화가 있었던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롯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2018시즌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야구공작소
양정웅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 STATIZ, KBO 기록실
사실 FA 시장 초기부터 채태인이 롯데로 간다는 소문은 파다했다. 그렇지만 그와 동기인 최준석, 이우민과의 계약을 포기하고 2차 드래프트에서 이병규를 데려온 롯데가 채태인을 실제 영입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였다. 하지만 롯데는 FA 보상에 대한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으며 채태인을 영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렇다면 롯데는 왜 채태인을 영입하게 된 것일까.
왼손타자의 기근
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의 타순은 전준우-손아섭-최준석-이대호-강민호-김문호-번즈-문규현-황진수였다. 이 중 스위치히터 황진수를 포함해 선발출장한 좌타자는 3명이었다. 이마저도 김문호가 부상으로, 황진수가 부진으로 빠진 4차전부터는 좌타자가 손아섭 한 명뿐이었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상대팀 NC 다이노스는 좌투수를 단 1.1이닝만 투입했다.지난해 준플레이오프 1차전 롯데의 타순은 전준우-손아섭-최준석-이대호-강민호-김문호-번즈-문규현-황진수였다. 이 중 스위치히터 황진수를 포함해 선발출장한 좌타자는 3명이었다. 이마저도 김문호가 부상으로, 황진수가 부진으로 빠진 4차전부터는 좌타자가 손아섭 한 명뿐이었다. 준플레이오프 5경기 동안 상대팀 NC 다이노스는 좌투수를 단 1.1이닝만 투입했다.
롯데는 지난해 언더핸드+사이드암을 상대로 0.738의 OPS를 기록했다. 리그 평균 기록(0.777)에 못미치는 수치다. 상대 팀은 롯데를 상대로 잠수함 투수를 마음 편하게 투입할 수 있었고 롯데 타자들은 맥없이 물러나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손아섭을 잔류시키고 이병규를 영입하며 급한 불은 껐지만 아직 충분치 않아 보였다.
채태인의 영입은 수준급 좌타자가 하나 더 늘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20시즌 동안 외국인 선수와 손아섭을 제외한 좌타자 중 OPS가 0.800이 넘었던 선수는 1999년의 김응국(0.801)과 2016년의 김문호(0.831) 두 명뿐이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선수는 아예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부상에도 OPS 0.888, 12홈런을 기록한 채태인의 가세는 고질적인 좌타자 기근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키가 될 것이다.
‘1루수’ 이대호의 휴식
지난해 4년 150억원이라는 초대형 계약을 맺고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는 그 명성에 맞게 시즌 개막부터 5월까지 11홈런 31타점, OPS 1.066이라는 엄청난 활약을 해줬다. 그러나 35세의 나이는 무시할 수 없었다. 6~7월 205타석에서 단 13개의 장타만을 기록하며 체력문제를 호소했다. 월간 10홈런으로 활약한 8월을 제외하면 후반기에는 전체적으로 부진한 모습을 보여줬다.
이대호는 휴식이 필요했다. 이대호는 5월 하순부터 담 증세 등 잔부상을 안고 뛰어야만 했다. 지명타자인 최준석과 2016년 주전 1루수였던 김상호가 가끔 1루수로 나섰지만 만족스러운 모습은 보여주지 못했다. 이대호는 10개 구단 주전 1루수 중 수비이닝 2위를 기록했는데(935.2이닝), 1위 다린 러프와는 단 0.1이닝 차이였다.
채태인은 자타가 공인하는 1루 수비의 달인이다. 비록 넥센 이적 후 잔부상에 시달리며 1루수로 출장하는 시간이 줄어들긴 했지만 이대호와 번갈아가며 1루 수비를 맡게 된다면 30대 후반으로 접어드는 두 선수 모두의 체력을 안배할 수 있다. 자신에게 오는 타구 자체는 잘 처리하지만 수비범위가 좁았던 이대호 대신 채태인이 1루수로 나서면서 투수와 야수들에게 줄 안정감도 무시할 수 없다.
둘보다 나은 하나
지난해 롯데는 팀 병살타 신기록을 세웠다(146개, 기존 2013년 한화 140개). 중심타선인 최준석과 이대호 두 명이서 합작한 병살타만 46개였고, 특히 최준석은 한 시즌 개인 최다 병살타 기록을 경신했다(24개, 기존 2004년 김한수 23개). 시즌 내내 병살타는 롯데의 화두였고 롯데팬들은 병살타가 나오면 자조섞인 말투로 ‘롯데했네’라 말하곤 했다.
롯데는 채태인의 적은 병살타도 매력적이었을 것이다. 채태인은 발이 빠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병살타가 많은 타자도 아니다. 좌타자라는 이점이 있긴 해도 11시즌 중 두 자릿수 병살타를 기록한 적이 두 번뿐이다. 2014년에는 개인 최다인 541타석에 들어서고도 병살타는 8개에 불과했다. 지난해에도 9개의 병살타만을 기록했다.
롯데의 올 시즌 상위타선을 구성할 선수들 중 전준우, 민병헌, 이대호, 번즈가 지난해 두 자릿수 병살타를 기록했다. 언제 어디서 동반사망을 이뤄낼 지 모르는 지뢰 같은 타선에서 병살타를 기록할 위험이 상대적으로 적은 채태인의 가세로 공격의 흐름을 잃지 않고 이어갈 확률을 높이게 됐다.
상대적으로 적은 영입비용
물론 외부 FA를 영입하지 않고 최준석과의 재계약을 한다면 보상선수와 보상금을 줄 필요도 없이 계약할 수 있다. 그러나 이미 최준석과의 계약을 포기한 롯데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시장에 남은 선수 중 가장 저렴하면서도 매력적인 선수가 바로 채태인이기 때문이다.
넥센은 일찌감치 채태인이 이적한다면 보상선수를 받지 않고 연봉의 300%에 해당하는 보상금(9억원)만 받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이후로도 채태인의 이적이 여의치 않자 보상금마저 포기하고 사인 앤 트레이드 형식으로 채태인을 넘기기로 했다. 결국 롯데는 큰 출혈 없이 2017년 신인선수였던 좌완투수 박성민을 넘기며 채태인을 영입할 수 있었다.
계약규모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발표된 바로는 1+1년 총액 10억원이다. 이 중 매년 옵션이 2억임을 감안한다면 실제로 보장된 금액은 2년간 4억원에서 6억원 사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최준석의 연봉이 4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비슷한 위치의 선수를 훨씬 싸게 영입할 수 있었던 것이다.
롯데의 스토브리그 정리
채태인의 영입으로 롯데는 이번 스토브리그의 문을 닫는 모양새다. 물론 내부 FA 최준석과 이우민의 계약이 남아있지만 롯데는 둘과의 협상은 없다고 선언했다. 이번 스토브리그의 시작은 좋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리턴한 황재균을 잡지 못했고 프랜차이즈 스타 강민호와 외국인 에이스 조쉬 린드블럼에게 어처구니 없는 협상태도를 보여주며 둘 모두를 놓쳤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롯데는 부랴부랴 움직여 FA 최대어 중 하나였던 손아섭을 잔류시켰고 민병헌을 영입했다. 린드블럼의 공백은 메이저리그에서 2년 연속 10승을 거둔 펠릭스 듀브론트를 영입하며 메웠다. 그리고 채태인의 영입으로 상위타선과 하위타선의 가교역할을 해 줄 선수도 찾았다. 연봉협상도 사실상 마무리돼가는 상황이다.
천당과 지옥을 오가며 롤러코스터를 탔던 롯데의 오프시즌. 많은 변화가 있었던 이번 스토브리그를 통해 롯데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지켜보는 것도 2018시즌의 재미라고 할 수 있겠다.
야구공작소
양정웅 칼럼니스트
기록 출처 : STATIZ, KBO 기록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