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기아의 해를 넘긴 스토브리그가 마무리됐다. 기아는 좋은 활약을 선보인 외인 3인방과의 재계약을 시작으로 양현종과의 재계약까지 성공했다. 주장 김주찬 또한 잔류했고, 16년전 팀을 떠났던 정성훈을 다시 품으며 전력 구상을 마무리했다. 지난해의 우승 전력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평가가 따르는 가운데, 단연 눈에 띄는 부분이 있다. 바로 37세의 나이에도 적지 않은 금액으로 재계약 한 김주찬과 돌아온 정성훈이다.
올 겨울 스토브리그는 베테랑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FA권리를 행사한 고참선수들에겐 차디찬 대접이 이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고참 선수들이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고참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들까지도 고령의 나이가 문제가 되어 재계약에 실패했다. 상위권, 하위권 구단 가릴 것 없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기아의 선택은 시류와 조금 다르다. 37세의 김주찬과 38세의 정성훈에게 2018시즌 1루를 맡기기로 한 기아, 그들은 왜 이 두 베테랑을 선택했을까?
정상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김주찬이 필요한 기아
2012시즌 종료 후 FA권리를 획득한 김주찬은 기아와 4년 50억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아는 선동렬 감독 2년차 대권도전을 천명했고, 한 시즌 후 FA가 되는 이용규의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김주찬을 영입했다. 김주찬은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선택했다.’며(최고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아를 선택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규모의 계약이었고, 오버페이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아 이적 이후 김주찬은 롯데 시절과 전혀 다른 유형의 타자로 진화, 논란을 잠재웠다.
롯데 시절 김주찬은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하는 리드 오프 유형의 타자였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2루타, 3루타를 만들어 내는 타자였지만, 한 시즌 최다 홈런은 9개로 파워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15시즌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순장타율(ISOP) 또한 커리어 최초로 2할대를 돌파했다. 장기였던 도루의 수는 급감했지만 모든 타격 지표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고, 2016시즌 후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 초반 극악의 부진으로 타격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한 2군행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상 복귀 이후 타율 0.375, 같은 기간 리그 타격 2위)
다음시즌 왕좌를 수성해야하는 기아는 이런 김주찬을 놓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3시즌, 4시즌 후의 우승까지 바라보기엔 기아의 여건이 마땅치 않다. 이범호, 최형우 등 주축 야수진의 나이가 적지 않고 2019시즌 종료 후 안치홍과 김선빈이 FA권리를 획득하기에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시기는 올 시즌, 혹은 다음 시즌으로 여겨진다. 향후 2시즌간은 정상을 바라보고 임해야 하는 상황, 두 자리 수 홈런과 3할을 넘는 타율을 기대할 수 있는 김주찬을 넘어 1루 주전을 차지할 만한 선수는 팀내 존재하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점도 김주찬을 놓칠 수 없는 이유였다. 이러한 팀 상황 덕분에 김주찬은 2+1년 27억, 37세 이상 선수의 FA 계약 중 역대 2번째 규모의 계약에 성공했다.
두 번째 FA계약 첫해를 38세의 나이로 맞이하는 김주찬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장타력은 줄어들고, 수비 또한 외야수보다는 대부분 1루수로 출장할 것이 예상된다. 부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그럼에도 기아는 김주찬을 믿고 적지 않은 금액을 안겨줬다. 기아가 김주찬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금보다 나은 성적이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 곧 맞이할 2018시즌, 기아와 김주찬은 또 다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전력 보강도 스포츠의 스토리도, 정성훈으로 깊이를 더하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였다. 2002시즌 종료 후 박재홍과 트레이드 되어 현대 유니콘스로 떠났던 ‘아기 호랑이’ 정성훈은 38세의 베테랑 선수로 돌아왔다. 현역 타자 중 유일하게 해태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정성훈은 고향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기회를 얻게 됐다. 계약 이후 조계현 단장은 “과거 인연이 아닌 현재 가치를 보고 영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성훈은 우승 전력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선수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 7회말, 0-0의 팽팽한 투수전이 진행되고 있던 7회 1사 1루 한승택의 타석. 균형을 무너트리기 위해 김기태 감독은 대타를 기용했다. 좌투수 장원준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한 타자는 김주형. 정규 시즌 동안 극악의 부진을 겪은 김주형이지만, 기아 선수단 중 ‘우타 대타’의 역할을 맡을 선수는 김주형이 유일했다. 결과는 주자의 진루마저 실패하며 스탠딩 삼진. 기아에 오른손 대타가 필요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기아가 대타를 기용한 타석은 208타석, 그중 대부분은 왼손 타자들이 책임졌다. 신종길이 39타석, 서동욱이 31타석, 최원준이 16타석을 대타로 나섰다. 오른손 대타 역할을 맡은 김주형은 13타석, 김지성은 8타석만을 대타로 출전했다. 두 선수 모두 아쉬운 타격능력을 보였기에, 승부처에 믿고 기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런 기아에게 정성훈은 매력적인 타자였다. 지난시즌 37세의 나이에도 321타석에서 0.312의 타율, 0.828의 OPS를 기록한 그의 타격능력을 놓칠 수 없었다. 우타 대타로서 김주형이 부진을 탈출할 수 있다고 해도, 노련함을 바탕으로 정확도 높은 타격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기아의 주전 라인업은 김민식과 한승택이 맡는 포수 타석의 대타와 후속 타자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타자가 필요했다. 기아는 그 역할을 맡아줄 타자로 정성훈을 낙점했다.
정성훈의 활용가치는 대타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성훈의 영입을 통해 주전 선수들의 휴식이 보장될 수 있다. 대표적인 타자가 바로 최형우이다. 기아에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낸 최형우이지만 시즌 후반 체력저하로 인해 아쉬운 부진을 겪었다. 기아 또한 최형우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고자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수비에선 나지완의 불안정함이, 타격에선 김주형의 부진이 최형우의 휴식을 보장하지 못했다.
또한 기아는 정성훈이라는 믿음직한 타자의 영입을 통해 주전 타자들에게 보다 많은 체력 안배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형우가 결장 시 좌익수 김주찬, 1루수 정성훈의 출장으로 타격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지완이 결장 시 최형우의 지명타자 출전 또한 가능하다.
정성훈이 마지막으로 기아에서 활약했던 2002시즌, 기아 타이거즈는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패배하며 우승의 꿈이 좌절됐었다. 16시즌만에 다시 입은 기아 유니폼, 주전은 아닐지라도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역할도 정해졌다. 정성훈에겐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며 방출의 아픔을 멋진 결말로 반전시키는 과제만 남았다.
꼬일 수 있는 1루의 실타래, 그럼에도 베테랑이 필요한 김기태 감독
당장엔 득이 많은 김주찬 재계약과 정성훈의 영입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1루의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못 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김주찬의 자리를 뺏을 1루 후보가 보이지 않지만, 1루 자리의 대기표를 뽑아 놓은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부터 수비 범위가 줄어들고 있는 3루수 이범호는 1루로 자리를 옮길 시간이 머지않았다.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최형우도 언제까지나 좌익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유틸리티로 나서는 서동욱과 김주형 또한 적지 않은 나이로 1루 수비를 선호한다. 1루를 노리는 유망주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군 타격왕 유민상이 1루수 후보로 합류했으며, 아직 확실한 수비 포지션을 정하지 못한 최원준 또한 1루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 유망주 김석환도 1루 주전자리를 노리며 성장 중이다. 2,3년 안에 1루수 과포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 ‘두 선수 중 한 명만 선택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도 안고 있지만 김기태 감독은 ‘김주찬이 필요하다’고 말해왔고, 정성훈의 영입을 요청했다. 김기태 감독의 선수단 운용에 베테랑이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적절한 예우를 해주고, 그들을 구심점으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LG 시절 이병규와의 관계가 그러했고, 기아 시절엔 이범호와 김주찬을 구심점으로 삼아 팀을 운영했다. 그리고 이 베테랑들은 성적과 구심점 역할을 모두 해내며 팀 성적 향상에 이바지했다. 재계약을 맺은 김주찬과 정성훈에게 바라는 모습도 다르지 않다. 성적을 넘어 팀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원하고 있다. 지난 시즌 주장을 맡은 김주찬과 돌아온 정성훈, 두 선수 모두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아직 종료되지 않은 스토브리그, 여전히 협상 중인 베테랑 선수들에겐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각자의 상황과 사정은 다를지라도, 김주찬과 정성훈에겐 기회와 역할이 주어졌다. 이들에겐 증명하는 일만이 남았다. 두 베테랑에게 1루를 맡긴 기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기록출처: STATIZ
올 겨울 스토브리그는 베테랑들에게 유독 가혹하다. FA권리를 행사한 고참선수들에겐 차디찬 대접이 이어지고 있으며, 수많은 고참 선수들이 방출의 아픔을 겪었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팀을 옮긴 고참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심지어 외국인 선수들까지도 고령의 나이가 문제가 되어 재계약에 실패했다. 상위권, 하위권 구단 가릴 것 없이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는 것이 트렌드가 된 가운데, 기아의 선택은 시류와 조금 다르다. 37세의 김주찬과 38세의 정성훈에게 2018시즌 1루를 맡기기로 한 기아, 그들은 왜 이 두 베테랑을 선택했을까?
정상을 지키기 위해 여전히 김주찬이 필요한 기아
2012시즌 종료 후 FA권리를 획득한 김주찬은 기아와 4년 50억의 계약을 맺었다. 당시 기아는 선동렬 감독 2년차 대권도전을 천명했고, 한 시즌 후 FA가 되는 이용규의 공백에 대비하기 위해 김주찬을 영입했다. 김주찬은 ‘우승할 수 있는 팀을 선택했다.’며(최고 금액을 제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기아를 선택했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규모의 계약이었고, 오버페이 논란 또한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기아 이적 이후 김주찬은 롯데 시절과 전혀 다른 유형의 타자로 진화, 논란을 잠재웠다.
롯데 시절 김주찬은 빠른 발을 주무기로 하는 리드 오프 유형의 타자였다. 빠른 발을 바탕으로 2루타, 3루타를 만들어 내는 타자였지만, 한 시즌 최다 홈런은 9개로 파워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2015시즌 처음으로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한 것을 시작으로,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다. 순장타율(ISOP) 또한 커리어 최초로 2할대를 돌파했다. 장기였던 도루의 수는 급감했지만 모든 타격 지표에서 발전한 모습을 보여줬고, 2016시즌 후 생애 첫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다. 지난 시즌 초반 극악의 부진으로 타격 기량 저하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부상으로 인한 2군행 이후 맹타를 휘두르며 우려를 불식시켰다. (부상 복귀 이후 타율 0.375, 같은 기간 리그 타격 2위)
다음시즌 왕좌를 수성해야하는 기아는 이런 김주찬을 놓칠 수 없었다. 지난 시즌 우승을 차지했지만 3시즌, 4시즌 후의 우승까지 바라보기엔 기아의 여건이 마땅치 않다. 이범호, 최형우 등 주축 야수진의 나이가 적지 않고 2019시즌 종료 후 안치홍과 김선빈이 FA권리를 획득하기에 우승을 바라볼 수 있는 시기는 올 시즌, 혹은 다음 시즌으로 여겨진다. 향후 2시즌간은 정상을 바라보고 임해야 하는 상황, 두 자리 수 홈런과 3할을 넘는 타율을 기대할 수 있는 김주찬을 넘어 1루 주전을 차지할 만한 선수는 팀내 존재하지 않았다. 주장으로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는 점도 김주찬을 놓칠 수 없는 이유였다. 이러한 팀 상황 덕분에 김주찬은 2+1년 27억, 37세 이상 선수의 FA 계약 중 역대 2번째 규모의 계약에 성공했다.
두 번째 FA계약 첫해를 38세의 나이로 맞이하는 김주찬에게 지금보다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하기 힘든 것은 사실이다. 장타력은 줄어들고, 수비 또한 외야수보다는 대부분 1루수로 출장할 것이 예상된다. 부상에 대한 우려도 적지않다. 그럼에도 기아는 김주찬을 믿고 적지 않은 금액을 안겨줬다. 기아가 김주찬에게 기대하는 것은 지금보다 나은 성적이 아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챔피언의 자리를 지켜내는 것. 곧 맞이할 2018시즌, 기아와 김주찬은 또 다시 가장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전력 보강도 스포츠의 스토리도, 정성훈으로 깊이를 더하다
많은 이들의 예상대로였다. 2002시즌 종료 후 박재홍과 트레이드 되어 현대 유니콘스로 떠났던 ‘아기 호랑이’ 정성훈은 38세의 베테랑 선수로 돌아왔다. 현역 타자 중 유일하게 해태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정성훈은 고향 팀에서 선수생활을 마무리할 기회를 얻게 됐다. 계약 이후 조계현 단장은 “과거 인연이 아닌 현재 가치를 보고 영입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정성훈은 우승 전력에 깊이를 더할 수 있는 선수이다.
한국시리즈 2차전 7회말, 0-0의 팽팽한 투수전이 진행되고 있던 7회 1사 1루 한승택의 타석. 균형을 무너트리기 위해 김기태 감독은 대타를 기용했다. 좌투수 장원준을 공략하기 위해 등장한 타자는 김주형. 정규 시즌 동안 극악의 부진을 겪은 김주형이지만, 기아 선수단 중 ‘우타 대타’의 역할을 맡을 선수는 김주형이 유일했다. 결과는 주자의 진루마저 실패하며 스탠딩 삼진. 기아에 오른손 대타가 필요함을 엿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지난 시즌 기아가 대타를 기용한 타석은 208타석, 그중 대부분은 왼손 타자들이 책임졌다. 신종길이 39타석, 서동욱이 31타석, 최원준이 16타석을 대타로 나섰다. 오른손 대타 역할을 맡은 김주형은 13타석, 김지성은 8타석만을 대타로 출전했다. 두 선수 모두 아쉬운 타격능력을 보였기에, 승부처에 믿고 기용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이런 기아에게 정성훈은 매력적인 타자였다. 지난시즌 37세의 나이에도 321타석에서 0.312의 타율, 0.828의 OPS를 기록한 그의 타격능력을 놓칠 수 없었다. 우타 대타로서 김주형이 부진을 탈출할 수 있다고 해도, 노련함을 바탕으로 정확도 높은 타격을 해줄 선수가 필요했다. 기아의 주전 라인업은 김민식과 한승택이 맡는 포수 타석의 대타와 후속 타자와의 연결고리가 되어줄 타자가 필요했다. 기아는 그 역할을 맡아줄 타자로 정성훈을 낙점했다.
정성훈의 활용가치는 대타에 국한되지 않는다. 정성훈의 영입을 통해 주전 선수들의 휴식이 보장될 수 있다. 대표적인 타자가 바로 최형우이다. 기아에서 성공적인 첫해를 보낸 최형우이지만 시즌 후반 체력저하로 인해 아쉬운 부진을 겪었다. 기아 또한 최형우에게 적절한 휴식을 주고자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여의치 못했다. 수비에선 나지완의 불안정함이, 타격에선 김주형의 부진이 최형우의 휴식을 보장하지 못했다.
또한 기아는 정성훈이라는 믿음직한 타자의 영입을 통해 주전 타자들에게 보다 많은 체력 안배가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최형우가 결장 시 좌익수 김주찬, 1루수 정성훈의 출장으로 타격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나지완이 결장 시 최형우의 지명타자 출전 또한 가능하다.
정성훈이 마지막으로 기아에서 활약했던 2002시즌, 기아 타이거즈는 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에 패배하며 우승의 꿈이 좌절됐었다. 16시즌만에 다시 입은 기아 유니폼, 주전은 아닐지라도 다시 한번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주어졌다. 역할도 정해졌다. 정성훈에겐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주며 방출의 아픔을 멋진 결말로 반전시키는 과제만 남았다.
꼬일 수 있는 1루의 실타래, 그럼에도 베테랑이 필요한 김기태 감독
당장엔 득이 많은 김주찬 재계약과 정성훈의 영입일지라도, 장기적으로는 1루의 교통정리가 원활하지 못 할 가능성도 있다. 당장은 김주찬의 자리를 뺏을 1루 후보가 보이지 않지만, 1루 자리의 대기표를 뽑아 놓은 선수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부터 수비 범위가 줄어들고 있는 3루수 이범호는 1루로 자리를 옮길 시간이 머지않았다. 35세 시즌을 맞이하는 최형우도 언제까지나 좌익수 수비가 가능하다는 보장이 없다. 유틸리티로 나서는 서동욱과 김주형 또한 적지 않은 나이로 1루 수비를 선호한다. 1루를 노리는 유망주들도 적지 않다. 지난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군 타격왕 유민상이 1루수 후보로 합류했으며, 아직 확실한 수비 포지션을 정하지 못한 최원준 또한 1루에 정착할 가능성이 있다. 유망주 김석환도 1루 주전자리를 노리며 성장 중이다. 2,3년 안에 1루수 과포화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팬들 사이에서 ‘두 선수 중 한 명만 선택하자’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점도 안고 있지만 김기태 감독은 ‘김주찬이 필요하다’고 말해왔고, 정성훈의 영입을 요청했다. 김기태 감독의 선수단 운용에 베테랑이 꼭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김기태 감독은 베테랑 선수들에게 적절한 예우를 해주고, 그들을 구심점으로 좋은 팀 분위기를 만들어왔다. LG 시절 이병규와의 관계가 그러했고, 기아 시절엔 이범호와 김주찬을 구심점으로 삼아 팀을 운영했다. 그리고 이 베테랑들은 성적과 구심점 역할을 모두 해내며 팀 성적 향상에 이바지했다. 재계약을 맺은 김주찬과 정성훈에게 바라는 모습도 다르지 않다. 성적을 넘어 팀의 구심점이 되어주길 원하고 있다. 지난 시즌 주장을 맡은 김주찬과 돌아온 정성훈, 두 선수 모두 적임자가 될 수 있다.
아직 종료되지 않은 스토브리그, 여전히 협상 중인 베테랑 선수들에겐 추운 겨울이 계속되고 있다. 각자의 상황과 사정은 다를지라도, 김주찬과 정성훈에겐 기회와 역할이 주어졌다. 이들에겐 증명하는 일만이 남았다. 두 베테랑에게 1루를 맡긴 기아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야구공작소
이승찬 칼럼니스트
기록출처: STAT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