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프리뷰] ‘기록보다 가을만’ 바라본 박병호, 더 높은 곳을 원한다
입력 : 2019.10.1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허윤수 기자= 키움 히어로즈 박병호가 지난해 아쉬움을 씻어낼 준비를 마쳤다.

키움은 14일 오후 6시 30분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리는 2019 포스트시즌 SK 와이번스와 플레이오프 1차전을 치른다.

박병호는 지난 10일 끝난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맹활약을 펼쳤다. 4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서 타율 0.375 6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팀의 플레이오프행을 이끌었다. 시리즈에서 기록한 6안타 중 3개가 홈런일 정도로 엄청난 장타력을 과시했다. 시리즈 MVP는 당연히 그의 몫이었다.

박병호는 LG와의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끝내기 홈런을 친 뒤 유독 기뻐했다. 그는 “지난해에는 홈런을 치고 졌는데 올해는 결과까지 가져와 의미가 크다”라며 이유를 밝혔다. 박병호의 가슴 속에 남아있던 패배의 아픔은 지난해 11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넥센(현 키움)과 SK의 플레이오프 5차전. 시리즈 전적 2승 2패로 팽팽히 맞선 상황에서 넥센이 정규 이닝 마지막 공격에 나섰다. 4-9로 패색이 짙던 9회 초 3점을 따내며 2점 차로 따라붙었다. 하지만 남은 아웃 카운트는 단 하나. 2사 2루에서 박병호가 타석에 들어섰다.

SK는 신재웅을 마운드에 올려 승부를 매듭짓고자 했다. 2-2의 볼카운트에서 박병호의 방망이가 힘차게 돌았다. 타구는 거짓말처럼 우측 담장을 넘어가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가 오른 넥센은 연장 10회 초 한 점을 더 뽑아내며 플레이오프 티켓을 거머쥐는 듯했다.

하지만 명승부의 주인공은 넥센이 아니었다. 10회 말 SK 김강민과 한동민의 백투백 홈런이 나오며 박병호의 동점포 보다 더 거짓말 같은 끝내기 패배를 당했다. SK는 짜릿한 승리의 상승세를 타고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쥐었다.

박병호는 1년이 지난 후 준플레이오프에서 팀의 승리를 확정 짓는 끝내기 홈런을 쳤지만 지난해의 아픔을 잊지 않고 있었다. 플레이오프 진출에도 마냥 웃을 수 없는 이유였다.

키움 사령탑 장정석 감독은 올 시즌 가을 야구를 대하는 박병호의 남다른 자세를 전했다. 장 감독은 “올 시즌 박병호가 손목 부상으로 애를 먹었다. 시즌 일정을 빨리 끝내고 주사 치료를 받으려고 했는데 우천으로 인해 일정이 밀리면서 계획이 꼬였었다”라고 입을 뗐다.

이어 “일정이 자꾸 밀리자 박병호가 먼저 찾아와 포스트시즌을 위해 잔여 경기를 포기하고 주사 치료를 받겠다고 했다. 6년 연속 100타점까지 단 2개만을 남긴 상황이었다”라며 말을 이었다.

장 감독은 “감독 입장에서는 선수에게 기록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안다. 차마 쉬라고 말을 못 하는 상황이었는데 그렇게 말을 해줘 정말 고마웠다. 오히려 내가 경기를 나가라고 달랬다”라며 가을 야구를 준비하던 박병호의 비장함을 전했다.

이런 노력 덕분이었을까. 박병호는 장 감독의 바람처럼 준플레이오프를 ‘박병호 시리즈’로 만들며 SK와의 설욕전 무대를 만들었다. 박병호는 13일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준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히어로즈의 모습을 바탕으로 작년의 아쉬움을 만회하겠다”라며 굳은 각오를 전했다.

이제 판을 깔렸다. 와신상담한 박병호가 영웅군단을 잠실로 이끌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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