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잠실] 김현세 기자= 18일 서울 잠실야구장, 미디어데이를 앞둔 두산 베어스 김태형 감독은 "이영하가 어떤 발언을 터뜨릴지 알 수 없다"고 웃었다.
옆에 앉은 오재일은 "감독님 말씀대로 10만 원 안쪽으로 밥 사주셨으면 한다"고 소박한 바람을 드러냈다.
이어 이영하가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이영하는 자신 있게 "차를 좋아한다"고 웃더니 "아, 마시는 차다. 우승만 하면 무얼 받더라도 좋을 것 같다"고 황급히 태세를 바꿨다.
이영하 입담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올 시즌 진중한 분위기로 흐르던 미디어데이 판도를 흔들 정도로 수준급 입담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예상하는 질문에도 그랬다.
먼저 오재일은 "영하가 받을 것 같다"며 "시즌 때도 잘했고, 큰 경기에서 잘 던질 것 같은 배포가 있다. 이번 시리즈를 영하가 책임질 것 같다"고 말했다.
뻔한 화답이 오리라는 분위기가 감돌자 이영하는 오재일이 아닌 "김재환 형이 받을 것 같다"며 "재환이 형이 지난해 힘들어했고, 형이 잘하면 우리 팀이 이길 것 같다. 재일 선배는 항상 잘하시니…"라고 눈치를 살폈다. 중계 화면에는 오재일이 머쓱해하는 표정이 담겼다.
이영하는 김 감독에게 한마디 해달라는 질문에는 씩씩한 태도도 보였다.
"지금 컨디션도 괜찮고, 준비 잘 했다. 감독님이 걱정 안 하실 수는 없겠지마는 걱정 안 하셔도 된다. 나가는 경기는 반드시 이기도록 하겠다."
그러자 김 감독도 따뜻한 말을 건넸다. 그는 "지금 영하보다 잘 던지는 선수가 없다"며 "처음 등판했을 때 생각이 난다. KIA 경기였는데 버나디나에게 홈런을 맞고도 자신 있게 던지던 모습이 떠오른다. 영하는 우리 팀 미래다. 충분히 잘 던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중계 화면에 이영하 눈가가 촉촉해지는 듯한 모습이 잡혔다. 장내 아나운서가 '방금 이영하가 감동받은 것 같았다'며 눈빛 교환을 요청하자 김 감독은 "영하 얘는 다 연출이다"라고 웃더니 "그래, 눈빛 교환 한번 하자"고 호쾌하게 받아쳤다.
이영하는 "야구 선수로서 한국시리즈에서 공 던지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이라며 "늘 원하던 꿈"이라고 말했다.
사진=뉴스1
영상=김형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