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가치’ 증명한 오재원의 셀프 디스 “경기에 나가야 살아나는데...”
입력 : 2019.10.24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잠실] 허윤수 기자= 두산 베어스의 캡틴 오재원이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자신의 존재 가치를 증명했다.

오재원은 23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포스트시즌 키움 히어로즈와의 한국시리즈 2차전에 8회 교체 출장했다. 오재원은 9회 말 극적인 승리의 발판을 마련하는 2루타를 때려내며 팀의 6-5 끝내기 승리에 힘을 보탰다.

올 시즌 오재원은 마음고생이 심했다. 바로 부진한 성적 때문이었다. 지난해 132경기에 나서 타율 0.313 148안타 81타점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던 오재원은 올해 끝 모를 추락을 거듭했다.

타율 0.164 29안타 18타점. 데뷔이래 가장 낮은 타율이었다. 자연스레 주전 경쟁에서도 밀리면서 98경기 출장에 그쳤다. 두산이라는 팀의 주장이었지만 2루보다 더그아웃을 지키는 시간이 많아졌다. 하지만 두산 김태형 감독은 “오재원이 해줘야 하는 역할이 있다”라며 그를 끌어안았다.

3-5로 뒤진 9회 무사 1루에서 오재원이 뒤늦게 첫 타석에 들어섰다. 오재원은 키움 마무리 오주원으로부터 좌중간을 가르는 2루타를 때려내며 순식간에 분위기를 두산 쪽으로 가져왔다. 오재원은 김인태의 희생 플라이에 홈을 밟으며 직접 경기를 원점으로 돌렸다. 기세를 탄 두산은 박건우의 끝내기 안타까지 나오며 전날 못다 한 끝내기 세리머니를 이었다.

경기 후 오재원은 “오늘 승리로 편안한 분위기가 돼서 좋다. 1승 1패보단 2승이 좋으니까. 이제 고척으로 가서 편하게 했으면 좋겠다”라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오재원은 지난해와 달라진 자신의 위치에 실망하면서도 언제 올지 모르는 기회를 준비했다. “어차피 시합이 못 나갈 것을 알고 있기에 의욕이 떨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한 타석은 기회가 올 것 같아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었다”라며 단 한 번의 타석을 위한 노력을 전했다.

이번 시리즈를 앞두고 두산 선수들은 세리머니 투표를 했다. 그 결과 일명 ‘셀카 세리머니’가 선정됐다. 오재원은 “선수단 투표를 통해 정한 세리머니다. 내가 잘했으니 셀카를 통해 기록에 남기겠다는 의미다”라며 세리머니에 관해 설명했다. 이어 “1차전부터 (김) 재호가 앞장서서 해줬는데 나에게도 세리머니를 할 극적인 기회가 왔다”라며 웃었다.

오재원은 앞으로 '셀카 세리머니'가 기대되는 선수들도 꼽았다. “일단 박건우가 마음의 짐을 많이 던 것 같다. 나도 눈물이 날 것 같다 밖에 나와 있었다”라며 벅찬 감정을 전했다. 이어 “내가 정가영이라고 부르는 정수빈 차례 같다”라며 다음 세리머니 주자를 지목했다.

오재원은 “정수빈이 가을에 영웅이 되겠다고 해서 줄여서 정가영이라고 부른다. 잘하고 있기 때문에 곧 보여줄 것으로 생각한다. 또 (김) 재환이를 비롯해 많은 선수가 차례로 대기하고 있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앞선 인터뷰에서 김재호는 “우리 팀은 캡틴이 살아야 모든 선수가 시너지 효과를 낸다”라며 오재원에 대한 믿음을 전했다. 이를 전해 들은 오재원은 “내가 경기에 나가야 살지. 정말 지겹도록 들었는데 할 말이 없다”라며 부진했던 자신을 스스로 디스했다.

2007년을 시작으로 8번째 한국시리즈를 치르는 오재원은 팀에 좋은 기운이 있다고 말했다. “많은 나이를 먹진 않았지만 신인 때부터 이 무대를 경험했다. 그래서 묘한 기류들로 어떤 팀의 기가 더 좋은지 파악이 된다. 1차전부터 우리 팀 기가 좋았는데 신기하게 좋은 결과가 나온다”라며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기세를 전했다.

마음의 부담을 던 오재원은 끝까지 유쾌했다. “난 이제 내 할 일을 다 한 것 같다”라며 너스레를 떤 오재원은 이내 “기회가 되면 다시 간절하게 해보겠다”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사진=스포탈코리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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