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넘은 MLB도 단 2명뿐...'131타점 페이스' 최형우, KBO 사상 첫 '41세 100타점' 보인다
입력 : 2024.06.15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살아있는 전설이 또 하나의 대기록에 도전한다. KIA 타이거즈 4번 타자 최형우(41)가 다시 한 번 6타점 경기를 기록하며 KBO 역사상 첫 '41세 100타점' 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최형우는 1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경기에서 4번-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해 5타수 4안타 1홈런 6타점 3득점으로 대폭발했다. KIA는 선발 알드레드의 5이닝 무실점 호투와 2회에 선발 전원 출루를 달성한 타선의 막강 화력을 앞세워 KT를 11-1로 제압했다. 1위 KIA(39승 28패 1무)는 2위 LG 트윈스(39승 29패 2무)와 0.5경기 차를 유지하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최형우는 1회 초 첫 타석부터 존재감을 발휘했다. 0-0으로 팽팽했던 2사 1루에서 KT 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2구째 145km/h 패스트볼을 공략해 우측 담장을 넘기는 비거리 130m 대형 홈런을 터트렸다.

최형우의 활약은 계속됐다. 4-0으로 앞선 2회 1사 만루에서 다시 쿠에바스를 만나 풀카운트 접전 끝에 7구째 커터를 휘둘러 중견수 오른쪽 뒤 2루타를 기록하며 주자 세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이후 후속 타자의 적시타 때 최형우도 홈을 밟으며 득점까지 추가했다.

최형우는 다음 타석에서도 타점 사냥을 이어갔다. 8-0으로 앞선 3회 2사 1, 2루 다시 타석에 등장해 바뀐 투수 주권을 상대로 3구째 투심을 좌익수 앞 1루타로 연결했다. 2루주자 최원준이 홈을 밟으면서 최형우는 6타점 경기를 완성했다. 지난 12일 SSG 랜더스전(6타수 3안타 1홈런 6타점)에 이어 2경기 만에 또 한 번 6타점을 쓸어 담았다.



6회 좌익수 뜬공으로 물러난 최형우는 8회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KT 박시영 상대로 히트 포 더 사이클(사이클링 히트)에 도전했다. 앞서 2016년 8월 18일 삼성 라이온즈 소속으로 KT위즈파크에서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했던 최형우는 3루타 하나만 추가하면 개인 통산 두 번째 대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최형우는 볼 3개를 골라낸 뒤 4구째 143km/h 패스트볼을 좌중간으로 높이 보내며 대기록에 가까이 다가섰다. 그러나 외야에서 KT 수비진의 빠른 중계 플레이가 이뤄져 2루타에 만족해야 했다. 4안타 경기를 기록한 최형우는 이후 나성범의 투런포가 터지면서 홈으로 들어와 이날의 대미를 장식했다.

앞서 12일 SSG전 이승엽의 4,077루타를 뛰어넘으며 KBO 통산 최다 루타 신기록을 달성했던 '기록의 사나이' 최형우는 이날도 타격감이 폭발하면서 여러 기록을 갈아치웠다. 먼저 경기 전까지 통산 1,598타점을 기록했던 최형우는 1회 2점 홈런으로 2타점을 추가하면서 KBO 최초 1,600타점 고지를 밟았다.

2회에는 주자 세 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이는 싹쓸이 적시타가 터져 리그에서 가장 먼저 60타점 고지를 돌파했다. 전날(13일)까지 56타점을 기록했던 최형우는 KT 강백호(59타점)와 멜 로하스 주니어(57타점), SSG 랜더스 최정(57타점)을 제치고 타점 부문 1위(62타점)에 등극했다.

3회에는 세 타석 만에 6타점을 기록하며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비록 사이클링 히트와 개인 통산 한 경기 최다 타점 기록 경신은 무산됐지만, 팀 승리를 이끌기엔 충분하고도 남을 만한 활약이었다.



최형우는 최근 10경기 타율 0.375(40타수 15안타) 3홈런 16타점으로 전성기 시절과 맞먹는 활약을 펼치고 있다. 앞서 3월(0.238)과 4월(0.255) 타격 부진으로 주춤했던 모습과 딴판이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144경기로 환산했을 때 무려 131타점을 기록할 수 있다.

그동안 최형우는 한 시즌 100타점 이상을 일곱 차례나 기록했지만, 경쟁이 치열해 타점왕 수상은 두 번에 그쳤다. 그러나 2021년 이후 처음으로 100타점 고지에 다가서면서 역대 최고령 타점왕 탄생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타점왕은 주로 외국인 타자나 최전성기를 내달리는 선수가 차지해 30대 후반에만 접어들어도 수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다. 기존 최고령 타점왕 또한 2005년 현대 유니콘스 시절 102타점을 기록한 래리 서튼의 35세 시즌이었다. 최형우는 뛰어난 자기관리와 꾸준한 경기력으로 40대에도 선두 KIA의 4번타자를 굳건히 지키며 대기록에 성큼 다가섰다.



타점왕 등극은 운의 영역이라고 해도, 한 시즌 100타점의 경우 도달하는 순간 새로운 역사가 쓰인다. KBO 역사상 지금까지 41살의 나이에 100타점을 기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다. 2016년 이승엽(118타점)과 2022년 이대호(101타점)가 40세 시즌에 100타점 기록을 달성했으나, 이듬해 은퇴 등의 이유로 기록 달성에 실패했다.

메이저리그(MLB) 또한 마찬가지다. 스포츠 통계 매체 '스탯 뮤즈'에 따르면 현대야구가 시작된 1901년부터 MLB에서 41세 시즌에 100타점 이상을 기록한 선수는 단 두 명밖에 없다. 오직 1992년 데이브 윈필드(108타점)와 2016년 데이비드 오티스(127타점)만 '세월의 벽'을 극복했다. 83년 12월생인 최형우는 KBO 43년 역사상 처음으로 이들의 기록에 근접하며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격언을 몸소 실천에 옮기고 있다.



신희재 <쓰다> 객원기자

사진=KIA 타이거즈 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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