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의 사라진 5개월' 그 안에서 잃게 된 '올림픽이란 꿈'... 20번 회의 결과는 '당초 1순위 홍명보'
입력 : 2024.07.0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박윤서 기자= 결국 국가대표팀의 차기 사령탑은 홍명보 감독(55)으로 확정됐다.

KFA는 7일 "축구 국가대표팀 차기 감독에 홍명보 現 울산 HD 감독을 내정했다. 관련 내용은 8일 축구회관에서 이임생 기술본부 총괄이사가 브리핑을 가질 예정이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이후 수많은 비판과 우려에도 KFA는 예정대로 홍명보 감독과의 계약 소식을 전했다. 이임생 이사는 8일 오전 10시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감독의 선임 배경과 계약기간을 공개했다.


홍명보 감독의 임기는 오는 9월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3차 예선을 시작으로 2027년 1월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사우디아라비아 아시안컵까지이다.

KFA는 지난 2월 16일 오전 10시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임원 회의를 통해 2023 아시아축구연맹(AFC) 카타르 아시안컵에서 졸전에 가까운 경기력을 펼친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력 외에도 재택근무, 선수단 기강 유지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잡음을 만들어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후 다수의 매체는 축구계 정통한 관계자들의 발언을 빌려 클린스만의 후임 감독으로 홍명보, 황선홍, 김기동, 김학범 감독 등의 이름을 거론했다.


당시 국내 감독 위주로 된 후보진 리스트와 현직 K리그 감독의 이름을 언급한 점 등은 축구 팬들에 의해 큰 저항을 받았다. 그럼에도 KFA는 3월 A매치 직전 황선홍 감독을 임시 사령탑으로 선임하는 모험을 감행했다. 당시 황선홍 감독은 2021년 9월 U-23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된 후 항저우 아시안 게임, U-23 아시안 컵, 파리 올림픽을 준비하는 중책을 받았던 터라 쉽사리 이해가 가지 않는 선택이었다.


결국 U-23 대표팀은 수장 황선홍 감독 없이 명재용 수석 코치 체제로 서아시아축구연맹(WAFF) U-23 챔피언십에 나서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허술했던 과정은 처참한 결과로 이어졌다.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U-23 대표팀은 아시안 컵 8강에서 인도네시아에 패하며 40년 만에 올림픽 본선 무대 진출에 실패했다. 올림픽 진출의 실패가 대표팀 사령탑 선임과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는 비판 여론이 높아지자, KFA는 차기 사령탑 선임에 속도를 붙였다.



정해성 위원장은 직접 나서 5월 중 차기 감독 선임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제시 마치, 헤수스 카사스 등 명망 있는 지도자들이 거론됐다. 다만 정해성 위원장은 "1, 2순위로 점찍은 마치, 카사스 감독의 협상이 결렬된 탓에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기로 했다"라는 소식을 전하며 기대감은 무너졌다.

심지어 지난 3월에 이어 다시 한번 임시 감독 체제를 선언하며 "김도훈 감독에게 6월 A매치를 부탁하게 됐다"라는 충격적인 내용을 전했다.


다행히 객관적인 전력에서 크게 뒤처지는 팀들과의 경기였고 대표팀은 준수한 성과를 거뒀다. 이에 KFA는 김도훈 감독을 필두로 한 국내 감독이 선임될 수 있다는 뉘앙스를 품겼다.

하지만 유력 후보인 김도훈 감독이 이를 적극 부인하며 차기 사령탑 선임 작업은 외국인 감독으로 좁혀졌다. 이후 변수가 발생했다. 지난달 말 그간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해 온 것으로 알려진 정해성 위원장이 돌연 사의를 표한 것이다


KFA는 이임색 기술총괄 이사를 앞세워 공백을 최소화하겠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후 이임생 이사를 중심으로 한 협상팀은 거스 포옛, 다비드 바그너 감독 등과 접촉한 뒤 협상을 벌이며 적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럼에도 KFA는 다시 한번 외국인 감독들의 마음을 얻는 데 실패했다. 이후 이들 중 일부가 대한민국 감독직에 열의를 보였다는 사실이 전해지며 안타까움은 배가 됐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팬들의 예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었다. 박주호 대한축구협회 전력 강화 위원은 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인 '캡틴 파추호'를 통해 (홍명보 감독 선임은) 어떻게 보면 빌드업인 것 같다. 왜냐하면, 회의 시작 전부터 그런 얘기를 계속해서 이어 나갔었다. 여러 위원은 '이제 국내 감독이 해야 하지 않겠어? 국내 감독도 좋은 감독 많은데'라고 말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사실 내부에선 계속 홍명보 감독님으로 흘러가는 분위기가 있었다. 왜냐하면, 어쨌든 언급을 계속하시는 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홍명보 감독님이 안 하신다고 했기 때문에 새로운 인물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었다"라고 덧붙였다.


심지어 "내가 외국 감독을 추천하고 설명할 때는 '이게 안 좋고, 저건 안 좋고'하는 말을 했지만, 국내 감독은 그런 게 없었다. '무조건 다 좋다'는 식이었다"라고 답했다.

박주호의 발언 이후 감독 선임을 위해 20번 가까이 진행한 전력강화회의가 사실상 유명무실했음이 드러났다. 또한 올림픽 진출 실패라는 최악의 결과로 이어진 5개월의 공백이 당초 1순위였던 홍명보 감독으로 향하기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박주호 유튜브 계정, 대한축구협회, 프로축구연맹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