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에도 식지 않는 이닝 욕심...'팀이 우선' 대투수 양현종의 '착한 탐욕'
입력 : 2024.08.28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탐욕. '지나치게 탐하는 욕심'이라는 뜻을 지닌 단어다. KIA 타이거즈 '대투수' 양현종은 기록에 대한 욕심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단 하나 '이닝'만큼은 욕심을 넘어 탐욕에 가까운 집착을 보인다. 무너진 선발진을 홀로 지탱하는 에이스의 책임감이 낳은 '착한 탐욕'이다.

양현종은 2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홈경기에 선발투수로 등판해 5이닝 7피안타(1피홈런) 3볼넷 3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5회 말까지 진행된 경기가 강우 콜드로 마무리되면서 KIA는 10-4로 이겼고, 양현종은 시즌 3번째 완투승으로 10승 고지를 밟았다.

이날 변덕스러운 날씨 때문에 양현종의 10승과 5이닝 투구 모두 불가능할 뻔했다. KIA가 4-0으로 앞선 4회 말 무사 만루 김태군의 타석에서 갑작스럽게 쏟아진 비로 경기가 52분간 중단됐다.

빗줄기가 약해져 경기는 재개됐다. KIA는 로에니스 엘리아스에 이어 등판한 장지훈을 매섭게 두들겨 타자일순 6득점에 성공했다. 스코어는 10-0까지 벌어져 KIA쪽으로 크게 분위기가 기울었다.

양현종은 우천 중단에 KIA의 공격까지 길어져 어깨가 식을 법도 했지만, 5회 초 마운드에 올랐다. 컨디션이 정상은 아닌 것처럼 보였다. 한유섬, 하재훈에게 연속 안타, 정준재에게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결국 양현종은 박성한에게 만루 홈런을 맞아 한 번에 4점을 내줬다. 실점 이후 이범호 감독이 직접 마운드에 올라 양현종의 상태를 살폈다.



투수 교체는 없었다. 양현종은 이범호 감독을 돌려보내고 남은 아웃카운트를 책임졌다. 박지환에게 내야안타를 맞았지만, 최정을 병살타로 처리했다.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에게 다시 내야안타를 허용했으나 이지영을 좌익수 뜬공으로 막고 5이닝 투구를 완성했다.

5회 말 KIA의 공격이 끝난 뒤 경기는 또 한 번 우천 중단됐다. 32분의 기다림 끝에 최종적으로 강우 콜드가 선언되면서 양현종은 통산 11번째 완투승을 기록했다.



2007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KIA에 입단한 양현종은 올해까지 17시즌(미국 진출 2021년 제외) 동안 타이거즈 원클럽맨으로 꾸준히 활약 중이다. '대투수'라는 별명답게 통산 최다 선발 등판(408경기), 선발승(176승), 탈삼진(2,056개) 등 주요 부문에서 당당히 KBO리그 역대 1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양현종은 기록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지난 21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서 10시즌 연속 100탈삼진과 통산 최다 탈삼진 기록(종전 송진우 2,048개)을 세우고도 "(탈삼진) 기록에는 크게 연연하지 않는다. 이닝만 많이 던진다면 기록이 세워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현종이 유일하게 욕심을 내는 기록은 '10시즌 연속 170이닝'이다. 그는 "아슬아슬하게 (170이닝 기록을 달성)하고 싶지 않다. 미리 여유 있게 (기록을 달성)하고, 팀도 1위를 확정 짓고 편하게 쉬고 싶다"고 밝혔다. KIA는 시즌 종료까지 22경기를 남겨두고 있어 양현종은 앞으로 4~5번의 등판 기회에서 21이닝을 채워야 170이닝에 도달할 수 있다.

올 시즌 KIA는 윌 크로우-제임스 네일-양현종-이의리-윤영철의 선발진을 구상했다. 전반기에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이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다. 지난 24일에는 1선발 역할을 맡았던 네일마저 타구에 턱을 맞는 불의의 부상으로 정규시즌을 마감했다. 시즌 초반 구상했던 선발진에서 양현종만이 유일하게 남은 것이다.



이 때문에 '170이닝'을 향한 열망은 더욱 뜨겁다. 양현종은 이번 시즌 25경기(149이닝) 10승 3패 평균자책점 3.87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흔들린 KIA 선발진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시즌이 막바지를 향해가는 가운데 KIA는 선발과 불펜 가릴 것 없이 마운드에 과부하가 걸린 상황이다. 양현종 역시 지칠 대로 지쳤지만, 불펜투수들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주기 위해 더 많은 이닝을 소화하겠다는 '착한 탐욕'을 부리고 있다.



사진=OSEN, 뉴시스, 뉴스1, KIA 타이거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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