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포커스] 울산에 “4,181일은 동기부여” 대전 원정 징크스 굿바이
입력 : 2024.09.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포탈코리아=대전] 이현민 기자= “대전에서 11년 5개월 10일째 이기지 못했다고 하더라. 상당히 좋은 동기부여라고 생각한다.”

울산 HD가 마침내 지긋지긋했던 대전 원정 징크스를 깨드렸다. 무려 4,181일 만이다.

울산은 27일 오후 7시 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전하나시티즌과 하나은행 K리그1 32라운드서 보야니치의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17승 7무 8패 승점 58점으로 1위를 지켰다.

값진 승리다. 최근 리그 5경기 무패(4승 1무)를 달린 울산은 2위 김천상무(승점53)와 격차를 5점으로 벌리며 선두 굳히기에 나섰다. 2013년 4월 17일 대전 원정에서 3-0 승리 후 4,181일 만에 적지에서 웃었다.

이번 시즌 중 부임한 김판곤 감독은 ‘지배하고 통제’하는 축구로 K리그 3연속 왕좌를 지키고, 나아가 병행하고 있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 무대까지 접수하겠다고 밝혔다. 지휘봉을 잡은 후 어수선했던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선수들에게 명확한 메시지를 전달해 팀 정신을 확립해가고 있다. 최근 2경기에서 다소 주춤한 모양새였다. 18일 가와사키 프론탈레와 ACLE 리그 스테이지 1차전에서 0-1 석패, 이어 열린 인천유나이티드와 K리그1 31라운드에서 0-0 무승부에 그쳤다.

선두 수성을 위해 중요한 길목에서 대전을 만났다. 울산 입장에서 최근 6경기 무패(4승 3무)로 강등권 탈출의 등불을 켜고 있던 상대인지라 부담이 될 수밖에 없었다.

대전 원정에서 깜짝 스리백(3-5-2)을 가동했다. 홍명보 전임 감독 시절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며 상대에 맞춤 전략을 꺼냈다. 선수들에게 익숙했다. 대전을 맞아 좌우 미드필더로 장시영과 윤일록을 기용해 대전의 기동력을 제어하고, 활동량이 풍부한 중앙 미드필더 고승범의 전방 압박을 적극 활용할 계획이었다. 더불어 주민규과 김지현의 투톱 가능성, 여기에 보야니치와 아바리제의 기술과 창의성을 더했다.

초반부터 울산은 경기를 주도하며 대전을 몰아붙였다. 보야니치와 아라비제의 기교, 패스 플레이가 조금씩 살아났다. 주민규와 김지현이 계속 싸우고 스위칭하며 상대를 두드렸다. 그리고 열렸다. 전반 17분 주민규가 상대 페널티박스 안에서 이상민의 파울을 유도해 페널티킥을 얻었다. 1분 뒤 보야니치가 오른바롤 침착히 차 넣었다.

이후 대전의 공세를 불 보듯 뻔했다. 이에 울산은 자물쇠를 채웠다. 대전의 강점은 폭풍 같이 휘몰아치는 공격이 강점이다. 이에 수비 라인을 두텁게 형성하며 상대 윙어인 최건주와 김준범을 제어했다. 대전의 공격은 원활하지 않았다. 수비진이 한두 차례 흔들린 장면은 있었지만, 능구렁이 이명재-김영권-김기희가 기질을 발휘하며 위기를 넘겼다. 대전의 전반 슈팅은 3개. 일반적인 상황이었다. 위협적인 기회를 한 차례도 내주지 않았다.

후반 들어 울산은 선수 변화 없이 임했다. 대전은 이상민과 송창석 대신 오재석과 김승대를 투입했다. 울산은 침착히 대전의 공세를 막는데 집중했다. 상대가 라인을 올리자 기회가 왔다. 후반 12분 보야니치가 기가 막힌 킬 패스를 찔렀고, 이청용이 교체 투입 1분 만에 상대 페널티박스 안을 파고들어 땅볼 크로스를 올렸다. 수비수를 달고 문전으로 쇄도한 주민규의 슈팅이 빗맞으며 골키퍼 품에 안겼다. 후반 24분 야고와 마테우스 카드를 꺼내 공격, 중원을 강화했다. 김지현, 보야니치가 벤치로 물러났다. 대전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울산이 틈을 파고들었다. 37분 야고가 과감한 슈팅을 날렸다. 베테랑 이청용을 중심으로 영리한 경기 운영을 했다. 42분 이명재의 결정적인 왼발 슈팅이 골키퍼 이창근 발끝에 걸리며 아쉬움을 삼켰다. 확실한 쐐기포가 나왔다면 더할 나위 없었을 텐데, 그래도 끝까지 잘 버텼다.

‘선두 수성’이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던 울산은 ‘강등권 탈출’ 사투를 벌이는 대전 못지않게 동기부여가 확실했다. 가장 큰 적인 자만, 방심은 찾아볼 수 없었다. 상대의 거센 저항을 잘 막아냈다.

최근 울산은 K리그1, ACLE 두 대회 병행 속에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 여러 변수와 악재 속에 2경기 무승을 깨뜨렸다. 다가올 요코하마 F.마리노스와 ACLE 리그 스테이지 2차전, 김천상무와 K리그1 최종전에서 기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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