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KT 위즈의 마법 같은 돌풍은 '디펜딩 챔피언' LG 트윈스 앞에서 멈췄다. 가을야구 '미스터 제로' 박영현(21)의 두 번째 포스트시즌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하지만 아직 2024년 박영현의 야구가 끝난 것은 아니다. 태극마크를 달고 국가대표 마무리로 나설 기회가 남아있다.
지난해 68경기 3승 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를 기록하며 홀드왕을 차지했던 박영현은 올 시즌 김재윤(삼성 라이온즈)의 FA 이적으로 마무리 보직을 꿰찼다.
풀타임 마무리 첫 시즌 성적은 66경기 10승 2패 25세이브 평균자책점 3.52로 나쁘지 않았다. 승률왕 타이틀을 차지했고, 세이브 부문에서 리그 공동 4위를 마크했다.
다소 기복은 있었다. 3~4월 12경기에서 2승 2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6.91로 부진하다 5월 10경기 2승 3세이브 평균자책점 0.68로 안정감을 찾는 듯했다. 그러나 6월 11경기서 1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8.71로 다시 흔들렸다.
7월(11경기 2승 8세이브 평균자책점 0.00)과 8월(12경기 3승 4세이브 평균자책점 1.80) 철벽 마무리의 모습을 되찾았던 박영현은 9월 10경기 3세이브 평균자책점 4.50으로 다시 주춤했다.
9월 한때 3경기 연속 실점하며 흔들렸던 박영현은 정규시즌 막판 6경기(6⅓이닝) 무실점 행진을 펼쳤다. 이어 지난 1일 열린 SSG 랜더스와 5위 결정전에서는 1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으로 1점차(4-3) 리드를 지켜 KT를 가을야구 무대로 이끌었다.
포스트시즌에서도 박영현의 상승세는 이어졌다.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LG와 준플레이오프(준PO) 경기에 각각 2경기씩 총 4경기에 등판해 6⅓이닝 1볼넷 5탈삼진 무실점으로 뒷문을 완벽하게 단속했다.
특히 9일 준PO 4차전에서는 8회 2사 만루 위기서 마운드에 올라 연장 11회까지 3⅓이닝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를 펼쳤다. KT의 끝내기 역전승 발판을 마련한 박영현은 준PO 4차전 데일리 MVP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았다.
하지만 박영현의 2024년 가을야구는 거기까지였다. 준PO 5차전서 KT는 LG에 1-4로 패했고, 경기 내내 팀이 끌려가면서 박영현의 등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번 가을야구를 통해 박영현은 통산 포스트시즌(16경기 1승 1패 4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을 1점대(1.83)로 끌어내리는 데 만족해야 했다.
KT의 시즌은 끝이 났지만, 박영현의 2024년 야구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KBO 전력강화위원회는 지난 11일 2024 WBSC 프리미어12를 대비한 팀 코리아 훈련 소집 인원 35명의 명단을 발표했다. 박영현은 팀 동료 고영표, 엄상백, 소형준과 함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영현은 류중일 감독이 지휘하는 국가대표팀에서 이미 활약한 전적이 있다. 지난해 10월에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대표팀에 발탁된 박영현은 셋업맨과 마무리 보직을 오가며 4경기 2홀드 1세이브, 5⅓이닝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금메달에 기여했다. 국제대회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박영현은 차세대 국가대표 마무리 투수 재목으로 주목받았다.
이번 대표팀 소집 명단에는 KIA 타이거즈 정해영, 두산 베어스 김택연, LG 유영찬, SSG 조병현 등 각 팀의 마무리 자원이 포함됐다. 항저우 아시안게임과 포스트시즌에서 '강심장' 면모를 뽐내며 전성기 오승환의 모습이 보인다는 평가를 받은 박영현은 류중일호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 한 달 뒤 프리미어12 무대에서 박영현이 특유의 ‘돌직구’로 타자를 제압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울 것이다.
사진=OSEN, 뉴시스, 뉴스1, 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