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김유민 기자= 한국시리즈 우승의 열기가 채 식기도 전에 벌써 다음 시즌 준비가 시작된 걸까. 2025시즌 통합 2연패를 노리는 KIA 타이거즈가 새로운 외국인 투수 영입한다는 소식이 미국 현지 매체를 통해 알려졌다.
메이저리그 이적 소식을 주로 다루는 MLB트레이드루머스(MLBTR)는 13일(이하 한국시간) 휴스턴 매체 KPRC-2의 아리 알렉산더를 인용해 "우완 투수 애덤 올러가 KBO리그 KIA 타이거즈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알렸다. 매체는 "가에타 스포츠 매니지먼트(Gaeta Sports Management) 고객이 해외로 진출하는 것은 처음이다. 올러는 KBO 챔피언 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가에타 스포츠 매니지먼트와 올러는 해당 소식을 알린 CBS 스포츠, X(구 트위터) 등의 보도 내용을 캡처해 SNS에 올렸고, 올러는 태극기 이모지를 달아 한국행이 임박했음을 어필했다. 또한 올러는 'KIA 행을 환영한다(Welcome to Tigers)'는 댓글에 '감사하다. 기다릴 수가 없다(appreciate it! Can’t wait!)'라며 설레는 마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2024시즌 KIA의 외국인 투수 운용은 다사다난했다. 빅리그 출신 윌 크로우, 제임스 네일 원투펀치를 구성하며 리그 최강의 외국인 선발진을 꾸렸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두 선수의 조합은 오래가지 않았다. 1선발 역할을 기대했던 크로우가 5월 4일 한화 이글스전 등판을 마지막으로 8경기 5승 1패 평균자책점 3.57의 기록을 남기고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인대 부분손상으로 이탈했다.
크로우의 대체 선수로 영입한 캠 알드레드는 9경기 3승 2패 평균자책점 4.53으로 아쉬움을 남겼다. 기복이 너무 심했고, 선두를 추격해오는 삼성 라이온즈와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약점을 보였다. 결국 KIA는 8월 알드레드 대신 메이저리그 통산 36승을 거둔 좌완 에릭 라우어를 영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외국인 투수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에이스 역할을 하던 네일이 NC 다이노스전에서 타구에 턱을 맞은 불의의 부상을 당했다. KIA는 정규시즌 남은 경기 등판이 어려워진 네일을 대신해 대만리그에서 뛰고 있던 에릭 스타우트를 급하게 영입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4경기(1승 1패 평균자책점 5.06)만에 햄스트링 부상으로 한국 무대와 작별해야 했다.
다행히도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KIA는 충분한 휴식 시간을 벌었고, 네일이 빠르게 회복해 한국시리즈 1차전 선발로 나섰다. 네일은 시리즈 2경기서 1승 평균자책점 2.53(10⅔이닝 3실점), 라우어는 3차전 선발로 등판해 홈런 2방을 맞긴 했으나 5이닝 8탈삼진 2실점으로 제 몫을 했다. KIA는 4승 1패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우뚝 서며 통합우승을 달성했고, 네일과 라우어도 기쁨을 함께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뿐. KIA는 다음 시즌 외국인 투수 구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야 했다. 26경기 12승 5패 평균자책점 2.53(리그 1위)의 뛰어난 성적을 거둔 네일이 벌써 메이저리그 구단들의 레이더에 포착됐기 때문이다. 미국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지난 10월 31일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미주리 출신으로 국제적인 스타가 된 네일과 재결합을 해야 한다"며 네일의 친정팀 복귀를 주장했다.
지난 1일에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이 KBO리그와 일본 프로야구(NPB)에서 뛴 선수들 가운데 이번 스토브리그에서 MLB 진출에 나설 선수를 조명하면서 카일 하트(NC 다이노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키움 히어로즈), 찰리 반즈, 애런 윌커슨(이상 롯데 자이언츠)과 함께 네일의 이름을 거론했다. 특히 네일에 대해서는 “이번 시즌 한국에서 선발투수로 활약하며 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기록하고 3.94의 삼진/볼넷 비율을 유지했다”라고 하며 “하트는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에서 1위를 차지했다”고 집중 조명했다.
미국 유턴 가능성이 떠오르고 있는 네일과 달리 라우어는 KIA 쪽에서 재계약을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다. 우승청부사로 영입했지만 7경기 2승 2패 평균자책점 4.93으로 아쉬운 성적을 거뒀다. 8월(4경기 1승 2패 평균자책점 6.87)에 비해 9월(3경기 1승 평균자책점 2.76)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준 점, 한국시리즈에서 투구 내용이 나쁘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KBO리그 적응을 마치고 2025시즌 더 좋은 활약을 보여줄 가능성도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더 나은 선수를 구할 수 있다면 라우어와 재계약을 과감히 포기할 수도 있다.
현지 매체에서 KIA행 보도가 나온 올러는 현역 빅리거다. 1994년 키 193cm, 체중 102kg의 체격을 갖춘 올러는 201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피츠버그 파이리츠에 20라운드 615순위로 지명을 받았고, 2022년 오클랜드 애슬래틱스에서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오클랜드서 2022년 19경기(선발 14경기) 2승 8패 평균자책점 6.30, 2023년 9경기(선발 1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10.07을 기록한 그는 웨이버 클레임을 통해 시애틀 매리너스로 이적한 뒤 시즌 종료 후 자유의 몸이 됐다.
올해 1월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올러는 빅리그의 부름을 받지 못한 채 7월 방출의 쓴맛을 봤다. 이후 마이애미 말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그는 지난 8월 메이저리그에 콜업돼 8경기 모두 선발로 나서 2승 4패 평균자책점 5.31의 성적을 거뒀다.
MLBTR은 "올러가 메이저리그에서는 성공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KBO리그에서 잘할 수 있다고 생각할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라며 "그는2021-22시즌 트리플A에서 좋은 성적을 거뒀고, 2024시즌 마이애미 산하 트리플A 팀에서 다시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하는 등 좋은 투구를 선보였다. 대체로 마이너리그 최고 수준(트리플A)에서 탄탄한 활약을 펼쳤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 처음 트리플A로 승격된 올러는 그해 8경기서 4승 1패 평균자책점 2.45의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22년에도 7경기 3승 평균자책점 3.69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올러는 올 시즌 마이애미 산하 트리플A 팀 잭슨빌 점보쉬림프 소속으로 6경기(선발 3경기) 3승 평균자책점 2.88을 기록했다.
MLBTR은 "올러는 평균 시속 93.7마일(약 150.8km/h)의 패스트볼을 던지며 커브, 체인지업을 구사한다"라고 소개했다. 미국 야구 통계 전문 '베이스볼 서번트'에 따르면 올러의 이번 시즌 최고 시속 96.7마일(약 155.7km), 평균 93.7마일에 달하는 패스트볼을 51.4% 구사했으며, 슬러브(25.8%), 커브(14.9%), 체인지업(7.0%)의 순서로 비중 있게 던졌다.
MLBTR은 "해외에서 성공하면 아시아에서도 더 많은 기회가 열릴 수도 있지만, 올러는 KBO리그에서 한 시즌 활약한다면 빅리그 복귀로 연결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올러가 KBO리그 무대를 발판으로 빅리그에 재도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화제의 중심에 선 올러가 소문대로 진짜 한국 무대에 진출할지, 아니면 네일과 라우어가 다음 시즌에도 KBO리그 무대에서 활약하게 될지 KIA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1, OSEN, 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