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다시 만날 거라 믿는다"
지난 3시즌(2022~2024) 동안 31승을 거둔 왼손 투수 웨스 벤자민(31)이 내년에도 KBO리그 무대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월 30일 2025년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KT 위즈는 총 55명을 보류선수로 공시했고, 8명의 선수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벤자민은 박시영, 윤강찬, 하준호, 박경수, 신본기, 조용호, 홍현빈 등과 함께 KT 유니폼을 벗게 됐다(박경수, 신본기는 은퇴). KT와 재계약에 실패한 벤자민은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풀려 자유의 몸으로 다른 구단과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KT와 결별이 확정된 뒤 벤자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즐거운 추억이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지만, 여기 몇가지만 소개한다"라며 KT 시절 추억이 담긴 사진을 게시했다. 이어 "KT서 보낸 시간 정말 감사했다. 수원 시민 여러분의 사랑과 친절에 감사드리며, 다시 만날 거라 믿는다!"라고 인사했다.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56순위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입성한 벤자민은 2020년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첫 시즌 8경기(선발 1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4.84로 가능성을 보여준 벤자민은 2021년에도 빅리그서 13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했지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8.74로 좋지 않았다. 그해 미국 무대에 도전한 양현종(KIA 타이거즈)와 인연을 맺은 벤자민은 이듬해인 2022년 5월 부상으로 이탈한 윌리엄 쿠에바스(34)의 대체 선수로 KT와 연봉 33만 1,000달러의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KT의 왼손 에이스로 활약한 벤자민은 17경기(96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대체 선수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친 벤자민은 몸값이 약 4배가 오른 총액 130만 달러에 KT와 재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2년 차를 맞은 벤자민은 2023시즌 29경기서 160이닝을 소화하며 15승(리그 2위) 6패 평균자책점 3.54, 157탈삼진(리그 4위) 등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후반기(12승 6승 3패 평균자책점 2.69) 눈부신 호투로 KT의 상승세를 이끌며 팀이 10위에서 2위까지 뛰어오르는 마법과도 같은 행보에 크게 기여했다.
2년 연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 벤자민은 지난해 12월 KT와 총액 14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3번째 시즌은 이전 2시즌과 조금 달랐다. 28경기(149⅔이닝)서 11승(8패)을 거두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4.63으로 치솟았다. 잘 던지는 날과 무너지는 날의 기복이 심했고, 피홈런도 2023년(12개)에 비해 2배 이상(28개) 늘었다. 특히 9월 5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8.34로 흔들리며 KT가 시즌 막바지까지 아슬아슬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정규시즌 부진했던 벤자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하지만 천적 관계를 유지했던 LG 트윈스를 상대로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6피안타 2피홈런 5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5차전에서는 구원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KT가 1-4로 패하면서 벤자민의 2024시즌도 막이 내렸다.
이번에는 재계약이 어렵다는 것을 직감한 것일까. 지난 10월 14일 벤자민은 자신의 SNS에 등번호가 보이는 뒷모습이 찍힌 흑백사진을 게시하며 "지난 3년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수원은 항상 나의 고향이다"라며 "올 시즌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신 KT와 모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내 미래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KT는 지난 11월 29일 '쿠동원' 쿠에바스와 총액 150만 달러 재계약 소식을 알렸고, 12월 1일에는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서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한 왼손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외국인 투수 2명의 자리를 채운 KT에 벤자민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슬픈 예감대로 벤자민은 3시즌 통산 74경기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의 성적을 남기고 KT와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가 바란 대로 KBO리그서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시즌 보여준 벤자민의 모습만 보면 그에게 선뜻 손을 내밀 구단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 올해 KBO리그의 타고투저 흐름, 가을야구에서 다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벤자민은 왼손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한 팀에서 '긁어볼만한 복권'이다. 특히 통산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1.66(59⅔이닝 11자책)으로 'LG 킬러' 면모를 뽐냈다는 점은 LG를 견제하는 팀에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과연 벤자민이 2025년에도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나 KBO리그 마운드에서 멋진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스1, OSEN, KT 위즈 제공
지난 3시즌(2022~2024) 동안 31승을 거둔 왼손 투수 웨스 벤자민(31)이 내년에도 KBO리그 무대서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을까.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11월 30일 2025년 보류선수 명단을 공시했다. KT 위즈는 총 55명을 보류선수로 공시했고, 8명의 선수를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했다. 벤자민은 박시영, 윤강찬, 하준호, 박경수, 신본기, 조용호, 홍현빈 등과 함께 KT 유니폼을 벗게 됐다(박경수, 신본기는 은퇴). KT와 재계약에 실패한 벤자민은 보류선수 명단에서도 풀려 자유의 몸으로 다른 구단과 계약을 할 수 있게 됐다.
KT와 결별이 확정된 뒤 벤자민은 자신의 SNS를 통해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즐거운 추억이 너무 많아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지만, 여기 몇가지만 소개한다"라며 KT 시절 추억이 담긴 사진을 게시했다. 이어 "KT서 보낸 시간 정말 감사했다. 수원 시민 여러분의 사랑과 친절에 감사드리며, 다시 만날 거라 믿는다!"라고 인사했다.
2014년 메이저리그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전체 156순위로 텍사스 레인저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 무대에 입성한 벤자민은 2020년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뤘다. 첫 시즌 8경기(선발 1경기) 2승 1패 평균자책점 4.84로 가능성을 보여준 벤자민은 2021년에도 빅리그서 13경기(선발 2경기)에 등판했지만, 성적은 2패 평균자책점 8.74로 좋지 않았다. 그해 미국 무대에 도전한 양현종(KIA 타이거즈)와 인연을 맺은 벤자민은 이듬해인 2022년 5월 부상으로 이탈한 윌리엄 쿠에바스(34)의 대체 선수로 KT와 연봉 33만 1,000달러의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도전장을 던졌다.
KT의 왼손 에이스로 활약한 벤자민은 17경기(96⅔이닝) 5승 4패 평균자책점 2.70의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대체 선수로 성공적인 첫 시즌을 마친 벤자민은 몸값이 약 4배가 오른 총액 130만 달러에 KT와 재계약을 맺었다.
KBO리그 2년 차를 맞은 벤자민은 2023시즌 29경기서 160이닝을 소화하며 15승(리그 2위) 6패 평균자책점 3.54, 157탈삼진(리그 4위) 등 빼어난 성적을 거뒀다. 특히 후반기(12승 6승 3패 평균자책점 2.69) 눈부신 호투로 KT의 상승세를 이끌며 팀이 10위에서 2위까지 뛰어오르는 마법과도 같은 행보에 크게 기여했다.
2년 연속 좋은 모습을 보여준 벤자민은 지난해 12월 KT와 총액 140만 달러에 재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3번째 시즌은 이전 2시즌과 조금 달랐다. 28경기(149⅔이닝)서 11승(8패)을 거두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이 4.63으로 치솟았다. 잘 던지는 날과 무너지는 날의 기복이 심했고, 피홈런도 2023년(12개)에 비해 2배 이상(28개) 늘었다. 특히 9월 5경기서 1승 1패 평균자책점 8.34로 흔들리며 KT가 시즌 막바지까지 아슬아슬한 순위 경쟁을 펼치는 데 영향을 미쳤다.
정규시즌 부진했던 벤자민은 와일드카드 결정전 2차전서 두산 베어스를 상대로 7이닝 3피안타 6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를 펼치며 반전 드라마를 썼다. 하지만 천적 관계를 유지했던 LG 트윈스를 상대로는 준플레이오프 3차전 선발로 나서 5이닝 6피안타 2피홈런 5실점(4자책)으로 흔들렸다. 5차전에서는 구원 투수로 등판해 ⅔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호투를 펼쳤지만, KT가 1-4로 패하면서 벤자민의 2024시즌도 막이 내렸다.
이번에는 재계약이 어렵다는 것을 직감한 것일까. 지난 10월 14일 벤자민은 자신의 SNS에 등번호가 보이는 뒷모습이 찍힌 흑백사진을 게시하며 "지난 3년을 이곳에서 보낼 수 있어 정말 감사했다. 수원은 항상 나의 고향이다"라며 "올 시즌이 가능하도록 도와주신 KT와 모든 팬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내 미래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KT는 지난 11월 29일 '쿠동원' 쿠에바스와 총액 150만 달러 재계약 소식을 알렸고, 12월 1일에는 올 시즌 키움 히어로즈서 13승 11패 평균자책점 3.68을 기록한 왼손 투수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28)와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계약을 공식 발표했다. 외국인 투수 2명의 자리를 채운 KT에 벤자민의 자리는 없었다.
결국 슬픈 예감대로 벤자민은 3시즌 통산 74경기 31승 18패 평균자책점 3.74의 성적을 남기고 KT와 동행을 마무리하게 됐다. 그가 바란 대로 KBO리그서 팬들과 다시 만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 시즌 보여준 벤자민의 모습만 보면 그에게 선뜻 손을 내밀 구단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아직 30대 초반에 불과한 나이, 올해 KBO리그의 타고투저 흐름, 가을야구에서 다시 반등의 기미를 보였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벤자민은 왼손 선발투수 자원이 부족한 팀에서 '긁어볼만한 복권'이다. 특히 통산 10경기 5승 2패 평균자책점 1.66(59⅔이닝 11자책)으로 'LG 킬러' 면모를 뽐냈다는 점은 LG를 견제하는 팀에 매력적으로 느껴질 수 있다. 과연 벤자민이 2025년에도 다시 한국 팬들을 만나 KBO리그 마운드에서 멋진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뉴스1, OSEN, KT 위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