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탈코리아] 오상진 기자= 삼성 라이온즈에서 방출 칼바람을 맞은 뒤 한 달 간격으로 나란히 키움 히어로즈 유니폼을 입게 된 '해외파 출신' 김동엽(34)과 장필준(36)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까.
키움 구단은 지난 5일 "삼성 출신 투수 장필준과 연봉 4천만 원에 내년 시즌 계약을 체결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지난달 4일 삼성에서 방출된 외야수 김동엽의 영입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의 일이다.
김동엽과 장필준은 포지션이 다르지만 여러 가지 면에서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선수 모두 북일고 출신으로 고교 졸업 후 곧바로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가 국내로 돌아왔고, 주목받을 만한 몇 시즌을 보냈다는 공통점이 있다.
고교 시절 김광현, 정영일과 함께 최고의 투수 유망주로 꼽혔던 장필준은 북일고를 졸업하고 상무에서 군 복무를 마친 뒤 LA 에인절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도전했다. 2009년부터 2011년까지 마이너리그 루키리그와 싱글A에서 46경기 12승 12패 평균자책점 4.10의 성적을 기록한 장필준은 미국 독립리그와 호주리그에서 뛰다가 2015 신인 드래프트 2차 1라운드 전체 9순위로 삼성의 지명을 받아 한국 무대로 돌아왔다.

팔꿈치 수술 재활 여파로 2015년 1군서 2경기(4이닝) 등판에 그친 장필준은 2016년 56경기 동안 72이닝을 던져 4승 6패 4세이브 9홀드 평균자책점 5.13을 기록하며 삼성 불펜에서 비중을 높여 나갔다. 2017년에는 마무리 보직을 맡아 56경기 4승 8패 21세이브 3홀드 평균자책점 4.68을 기록했고, 2018년(5승 5패 6세이브 13홀드 평균자책점 4.34)과 2019년(3승 3패 11세이브 15홀드 평균자책점 3.62) 2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홀드를 수확하는 등 암흑기 삼성 불펜에 없어선 안 될 존재로 활약했다.
하지만 이후 장필준은 점점 내리막을 걸었고 올 시즌에는 1군서 단 1경기 등판에 그쳤다. 지난 3월 24일 KT 위즈와 경기에 출전한 장필준은 ⅓이닝 5피안타 5실점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뒤 더 이상 1군 마운드를 밟지 못하고 결국 삼성 유니폼을 벗게 됐다.

김동엽은 빙그레(현 한화) 이글스 창단 멤버로 활약했던 포수 김상국의 아들로 북일고 시절부터 고교 최고의 슬러거로 이름을 날렸다. 대형 유망주로 평가받은 그는 KBO리그 신인 드래프트 대신 시카고 컵스와 55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미국 무대에 곧바로 도전장을 던졌다.
하지만 메이저리그의 벽은 높았다. 어깨 부상으로 순탄치 않은 프로 생활을 시작한 김동엽은 2011년 루키리그, 2021년 숏시즌 싱글A에서 마이너리그 통산 2시즌 70경기 타율 0.250 7홈런 27타점 15도루 OPS 0.704의 성적을 기록하는 데 그치며 빅리그 무대를 밟지 못하고 한국으로 유턴했다.
병역 문제를 해결하고 2016 신인 드래프트에 나선 김동엽은 2차 9라운드 86순위로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의 지명을 받아 KBO리그에 입성했다. 2016년 57경기 타율 0.336 6홈런 23타점 OPS 0.877로 가능성을 보여준 김동엽은 2017년 125경기 타율 0.277 22홈런 70타점 OPS 0.825를 기록하며 거포 잠재력을 터뜨렸다. 2018년에도 124경기 타율 0.252 27홈런 76타점 OPS 0.765로 2시즌 연속 20홈런 이상을 기록한 그는 SK가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데 힘을 보태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2018시즌을 마치고 삼각 트레이드(고종욱↔김동엽↔이지영)를 통해 삼성 유니폼을 입은 김동엽은 2019년 1군서 60경기 출전에 그치며 타율 0.215 6홈런 25타점 OPS 0.603으로 부진했다. 이적 2년 차인 2020년 115경기 타율 0.312 20홈런 74타점 OPS 0.868을 기록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리는 듯했으나 부상과 부진의 늪에 빠지며 점점 입지가 좁아졌다. 올해는 1군서 단 8경기에 출전해 타율 0.111(18타수 2안타) 2타점의 초라한 기록을 남겼다.

지난달 1일 김동엽과 장필준은 나란히 삼성의 재계약 불가 명단에 포함돼 방출의 쓴맛을 봤다. 3일 뒤 김동엽은 먼저 키움의 부름을 받았다. 우타 거포에 목말랐던 키움은 20홈런 이상을 3차례나 기록한 김동엽의 부활에 기대를 걸었다. 키움 구단은 김동엽을 영입하며 “팀에 필요한 오른손 거포를 영입하게 돼 기쁘다. 김동엽의 합류로 타선의 좌우 균형을 맞춰 더욱 강하고 짜임새 있는 공격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경험이 많은 베테랑 선수로서 우리팀 젊은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주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약 한 달이 지난 뒤 이번에는 장필준의 영입 소식이 들려왔다. 2024시즌 불펜 평균자책점 최하위(6.02)에 머물렀던 키움은 "베테랑 장필준 영입으로 불펜진 뎁스가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팀 내 젊은 투수들을 잘 이끌어주길 바란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정후의 미국 진출, 김혜성의 빅리그 도전, 안우진의 군 복무 공백으로 리빌딩을 진행 중인 키움은 한때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던 김동엽과 장필준이라는 '복권'을 영입해 뎁스를 강화했다. 키움 유니폼을 입은 '해외 유턴파' 2인방이 화려하게 부활해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사진=OSEN, 뉴시스, 뉴스1, 키움 히어로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