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경쟁 구단들의 전력 보강에 위기감을 느낀 것일까. 스토브리그 내내 잠잠했던 통합우승팀 KIA 타이거즈가 깜짝 트레이드로 뒷문을 강화했다.
KIA는 19일 "키움 히어로즈와 현금 10억 원, 2026년 신인 1라운드, 4라운드 지명권을 내주고 투수 조상우(30)를 영입하는 트레이드를 실시했다"라고 공식 발표했다.
대전고 출신의 조상우는 2013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넥센(현 키움)의 지명을 받아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150km/h 후반의 묵직한 강속구를 앞세워 빠르게 핵심 불펜 자원으로 성장한 조상우는 셋업맨과 마무리 보직을 맡으며 KBO리그 통산 9시즌 343경기 33승 25패 54홀드 88세이브 평균자책점 3.11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2020년에는 33세이브(5승 3패 평균자책점 2.15)를 수확하며 구원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올 시즌 중반 소문으로만 돌았던 트레이드설은 시즌 종료 후 현실이 됐다. 지난여름 트레이드 마감을 앞두고 리그 선두를 질주하고 있던 KIA가 마운드를 강화하기 위해 조상우와 연결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트레이드설은 소문에 그쳤고, 조상우는 어깨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KIA는 별도의 전력 보강 없이도 끝까지 1위를 질주해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삼성 라이온즈를 4승 1패로 꺾고 7년 만의 통합우승에 성공했다.
우승의 기쁨도 잠시였다. 다음 시즌 통합 2연패를 도전하려면 현재 전력을 유지하는 게 이번 스토브리그의 과제였지만, FA 시장에서 '홀드왕 출신' 필승조 장현식(4년 52억 원)을 놓쳤다. 한때 선두 경쟁을 펼쳤던 3위 LG 트윈스로 보낸 점이 더욱 뼈아팠다.

올 시즌 KIA의 선두 자리를 위협했던 삼성과 LG는 스토브리그에서 적극적으로 전력을 보강했다. LG는 장현식에 이어 김강률까지 FA 불펜 자원 2명을 영입해 뒷문을 보강했다. 최원태의 FA 보상선수로 좌완 최채흥, NC 다이노스에서 방출된 사이드암 심창민을 영입하며 뒷문 보강에 심혈을 기울였다.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은 더 적극적이었다. FA 최대어로 꼽힌 선발투수 최원태를 4년 최대 70억 원을 투자해 데려왔다. 키움에서 보류권이 풀린 아리엘 후라도까지 영입해 리그 최정상급 선발진을 완성했다.

경쟁팀들의 전력이 강해지는 것을 보고 KIA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이번 트레이드는 KIA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심재학 KIA 단장과 고형욱 키움 단장은 골든글러브 시상식과 단장 회의에서 만나 트레이드에 대해 논의하며 합의점을 찾았다. 키움은 신인 지명권으로 미래를 택했고 KIA는 다음 시즌 우승을 위해 FA 자격 획득까지 1년 남은 조상우라는 '현재'를 택했다.
KIA 관계자는 “현장과 불펜 보강 필요성에 대해 공감해 이번 트레이드를 추진했다”라고 밝혔다. 이어 “조상우는 150km/h대의 빠른 공과 예리한 슬라이더가 주무기이며, 스플리터, 체인지업,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겸비하고 있는 검증된 투수이다. 그동안 KBO리그 및 국제대회에서 필승조로 활약한 만큼 향후 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4.40)를 기록한 KIA는 선발(4.10, 1위)에 비해 불펜(4.98, 3위)이 조금은 아쉬웠다. 팀에서 가장 많은 75⅓이닝을 책임진 장현식의 이탈로 다음 시즌 뒷문 공백이 우려됐다. 경쟁팀들의 전력 보강을 지켜보고 있던 KIA는 리그 정상급 마무리 투수 조상우 영입으로 더욱 강력한 필승조를 완성하며 통합 2연패를 향한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뉴스1, OSEN, LG 트윈스, 삼성 라이온즈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