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2024시즌 7위에 머물며 7년 연속 가을야구 진출에 실패한 롯데 자이언츠의 가장 큰 문제는 '마운드'였다. 팀 타율(0.285)과 OPS(0.782) 2위를 차지한 공격력은 날카로웠으나 팀 평균자책점 7위(5.05)의 투수진이 뒤를 받쳐주지 못했다. 특히 불펜 평균자책점 9위(5.36), 최다 역전패 1위(39회)의 불명예를 기록한 뒷문은 심각했다.
2024시즌 종료 후 롯데는 별다른 전력 보강에 나서지 않았다. 마무리 김원중(4년 54억 원)과 셋업맨 구승민(2+2년 21억 원)이 동시에 FA로 풀려 두 선수를 지키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샐러리캡에 여유가 많지 않아 외부 FA를 영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대신 트레이드를 통해 약점이었던 불펜 강화를 시도했다. 롯데는 지난달 22일 2대3 트레이드(정철원, 전민재↔김민석, 추재현, 최우인)를 통해 팀 내 최고 유망주인 김민석을 두산으로 보내고 '신인왕 출신' 불펜 자원 정철원을 영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롯데의 불펜은 여전히 탄탄하다는 느낌은 부족했다.
이러한 가운데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 올 시즌 초반 깜짝 활약을 펼치며 신인왕 후보로 언급됐던 전미르가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한지 6개월 만에 수술을 받게 된 것이다.
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전미르는 묵직한 패스트볼과 강력한 커브를 앞세워 데뷔 첫 7경기 연속 무실점, 6⅔이닝 12탈삼진의 괴력을 뽐내며 단숨에 롯데의 필승조로 도약했다. 4월까지 16경기 1승 1패 3홀드 평균자책점 3.52, 9이닝당 탈삼진 12.33개(15⅓이닝 21탈삼진)를 기록한 그는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구승민, 최준용 등 기존 핵심 불펜들의 부진과 부상 속에서 전미르의 등판 간격은 점점 좁아졌고, 횟수도 늘어났다. 결국 5월(2패 1세이브 2홀드 평균자책점 5.40)과 6월 (2패 평균자책점 14.40) 부진에 빠진 전미르는 6월 15일 LG 트윈스전을 마지막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됐다. 그렇게 특급 신인의 데뷔 첫 시즌이 마무리됐다.
36경기 1승 5패 1세이브 5홀드 평균자책점 5.88의 성적을 남기고 1군에 모습을 드러내지 못했던 전미르는 약 6개월이 지나 수술 소식이 전해졌다. 롯데 구단에 따르면 전미르는 지난 26일 오른쪽 팔꿈치 내측 측부 인대 수술을 받았다. 재활에는 6개월 예상돼 사실상 2025시즌 전반기는 등판이 어렵다. 불펜이 최대 약점인 롯데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결국 롯데는 올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불펜진에서 전미르까지 빠진 전력으로 2025시즌을 맞아야 한다. 뒷문을 믿고 맡길만한 '필승조'로 꼽을 수 있는 선수는 김원중, 구승민, 김상수 정도다. FA로 잔류한 김원중과 구승민은 올해 다소 불안한 모습을 노출해 반등이 절실하다. 74경기에 등판하며 '마당쇠' 역할을 했던 김상수는 내년 만 37세 시즌으로 언제 하락세가 찾아와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적생' 정철원의 부활은 절실하다. 2018 신인 드래프트 2차 2라운드 20순위로 두산에 입단한 정철원은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온 뒤 2022년 1군 무대에 데뷔했다. 그해 58경기에 등판한 정철원은 4승 3패 3세이브 23홀드 평균자책점 3.10의 성적으로 생에 한 번뿐인 신인왕의 영광을 차지했다.
지난해 67경기 7승 6패 13세이브 11홀드 평균자책점 3.96으로 나쁘지 않은 활약을 펼쳤던 정철원은 올 시즌 36경기 2승 1패 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6.40으로 부침을 겪었다. 1군 통산 161경기 13승 10패 22세이브 35홀드 평균자책점 4.05를 기록한 그는 트레이드를 통해 이적한 롯데서 김태형 감독, 김상진 코치를 다시 만나 부활을 꿈꾼다.
아무리 날카로운 창이 있어도 방패가 허술하면 승리할 수 없다. 롯데는 과거에도 막강한 공격력을 갖추고 빈약한 불펜에 여러 차례 발목이 잡힌 아픈 기억이 있다. 올해 역시 고질적인 뒷문 불안으로 끝내 가을야구 도전이 좌절됐다. 이번 스토브리그서 롯데의 유일한 전력 보강이었던 트레이드가 신의 한 수가 될 수 있을지 2025시즌 정철원의 활약에 관심이 집중된다.
사진=OSEN, 롯데 자이언츠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