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김유민 기자= 지난 프리미어12 대회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한국이 세계랭킹 6위로 2024년을 마무리했다.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이 지난달 31일(이하 한국시간) 2024년 마지막 세계랭킹을 발표했다. 프리미어12 대회 직후 발표된 랭킹에서 4,487점으로 6위에 올랐던 한국은 4,539점으로 순위를 그대로 유지했다.
한국의 세계랭킹은 꾸준히 하락세를 타고 있다. 2020 도쿄 올림픽 폐막 직후인 2021년 8월 랭킹 2위까지 올랐던 한국은 그해 마지막 날 발표된 순위서 3위로 내려앉았다. 2022년과 2023년은 4위(12월 31일 기준)를 유지했지만, 올해 9월 4일 6위로 밀려난 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하지 못했다.
지난 프리미어12에서 대만에 밀려 준우승을 차지한 일본은 총점 6,911점으로 1위 자리를 유지했다. 프리미어12 우승팀 대만은 대회 전 랭킹 3위에서 한 계단 상승한 2위로 2024년을 마무리했다. 3위엔 베네수엘라, 4위엔 멕시코, 5위엔 미국이 이름을 올렸다.

한때 세계 정상에 섰던 한국 야구는 세대교체에 어려움을 겪으며 최근 국제대회에서 그렇다 할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와 지난 2024 프리미어12에서 조별리그 탈락이라는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특히 과거 라이벌로 생각했던 일본에 국제대회 9연패, 심지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했던 대만을 상대로도 최근 전적 2승 4패로 열세를 기록하며 아시아권에서도 경쟁력을 잃어가는 중이다.


물론 선수들의 기량 차이가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지난 프리미어12 대회에서 드러난 대표팀 부진의 주원인은 과거에 머물러 있는 '구시대적 발상'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단순히 상대를 한 수 아래로 생각하는 것을 넘어서 제대로 된 전력 분석이 아닌 예전의 기억과 느낌에 의존해 선수단을 운용했다는 것이다.
조별리그 탈락의 발단이 됐던 첫 경기 대만전에서 류중일호는 고영표를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결과는 대실패였다. 고영표는 좌타자 중심의 대만 타선에 호되게 공략당했고 2이닝 5피안타 2피홈런 2볼넷 2탈삼진 6실점을 기록하고 강판당했다. 타선은 한국에게 강했던 대만 선발 린위민을 상대로 꽁꽁 묶이며 3득점에 그쳤다.

당시 경기를 지켜본 이순철 해설위원은 유튜브 'Off the TV'를 통해 "우리가 '대만' 하면 힘은 있지만 짜임새와 디테일 면에서는 부족하다고 느꼈고, 그러다 보니 과거만 생각하고 오늘 고영표를 선발로 낸 것 아니겠느냐"라며 "과거의 대만 타자들을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파워, 짜임새, 기술이 과거의 대만 선수들을 생각하고 전력 분석을 하면 큰코다친다. 앞으로 대만전이나 일본전이나 국제대회에 나오면 전력 분석을 더 세밀하게 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고영표가 내려가고 좌투수가 올라가도 대만은 교체 없이 그대로 경기를 뛰었다. 대만이 좌타자들이 중심의 전력이라는 것을 파악했어야 했다"라며 "그런데 전력 파악을 하지 못하고 '기교가 조금 떨어지니까, 과거에도 언더핸드 투수 공을 못 쳤으니까 (이번에도) 못 때릴 것이다'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고영표를 선발로 냈던 부분에서 전력 분석이 잘못됐다고 단정 지어 말한 것"이라고 강하게 지적했다.

대만전에서의 아쉬운 판단은 3차전 일본전에도 이어졌다. 류중일 감독은 일본을 상대로 대표팀 유일한 좌완 투수 최승용을 내세웠다. 결과는 또 실패였다. 1회를 잘 막아낸 최승용은 2회 말 2실점 하면서 2이닝을 채우지 못하고 강판당했다. 이 경기에 3대6으로 패하면서 한국 대표팀은 조별리그 경기가 다 끝나기도 전에 탈락이 확정됐다.
대표팀이 공식 국제대회 한일전에서 좌완 투수를 선발로 내세워 승리를 거둔 경기는 무려 16년 전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준결승전 김광현(8이닝 2실점)이 마지막이다. 2023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에서 일본을 상대로 선발 등판한 좌완 이의리가 6이닝 2실점으로 호투한 기억은 있으나 경기에선 패배했다.
이 외에도 대표팀은 한 박자 늦은 투수 교체로 분위기를 내주는 등 전반적인 투수 기용에서 아쉬운 모습을 드러냈다. 한국 야구가 다시 세계 정상급 레벨로 도약하기 위해선 과거의 기억에서 탈피하는 것이 선수들의 기량 발전만큼이나 중요하다.

사진=OSEN, 뉴스1, WBSC 홈페이지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