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대 감독'도 '레전드 에이스'도 입 모아 부르는 그 이름...안우진, 위기의 한국 대표팀 구할 유일한 희망일까
입력 : 2025.02.22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국제 무대에서 한국 야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레전드 에이스들에 이어 현직 국가대표 감독까지 그의 이름을 언급했다. 과연 안우진(26·키움 히어로즈)은 다가올 2026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 대표팀에 없어선 안 될 존재일까.

류지현(54)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20일 2026 WBC 예선 라운드 출전 국가 전력 분석을 위한 출국길 인터뷰에서 최근 이정후(27·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대표팀은 경험 쌓으라고 가는 데가 아니다. 그해 제일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이 가서 우리나라를 걸고 싸우는 거다. 베테랑 선배들도 필요하다"고 언급한 것에 대해 "개인적으로 되게 고마웠다"고 화답했다. 이어 "시즌 성적을 토대로 대표팀 전체를 구성해야 한다는 기준점이 있다"며 이정후의 의견에 동의했다.

류지현 감독은 "최상의 전력으로 최정예 팀을 꾸리려고 한다"며 조심스럽게 안우진의 이름도 언급했다. 그는 "안우진이 9월 복귀라고 알고 있다. 준비를 잘하고 있는 것을 영상으로도 봤다. 아직은 안우진에 대해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면서도 "프로야구에 종사하고 있는 전체의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 구단, 선수들, 언론, 팬들 모든 부분이 포함돼 공감대가 이뤄졌을 때 풀어야 할 숙제며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사안이다"라고 밝혔다.

최대한 신중한 자세로 견해를 밝혔지만, 결국 류지현 감독의 속내는 국가대표팀에 '에이스' 안우진이 필요하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셈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프리미어12 대회에서 오프닝 라운드 탈락의 쓴맛을 본 한국 대표팀은 확실하게 한 경기를 책임질 선발투수가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2023년 WBC 대회 역시 비슷한 경험을 했기에 '에이스의 부재'는 더욱 크게 다가왔다.

이러한 과정을 지켜보고 직접 겪기도 했던 전직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 윤석민, 김광현 '류윤김 트리오'는 입을 모아 안우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지난 1월 윤석민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한 류현진과 김광현은 차세대 '류윤김'의 선두 주자로 주저 없이 안우진을 꼽았다. 윤석민도 류현진과 김광현의 의견에 동의하며 "예민하긴 하지만 안우진이 있는 국대(국가대표)와 없는 국대는 완전히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안우진은 무조건 1번이다"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안우진의 존재감을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와 비견했다. 김광현은 "내가 봤을 때 오타니를 일 수 있는 사람은 안우진밖에 없다"라며 국제대회에서 에이스 역할을 맡아 줄 투수는 안우진뿐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이에 윤석민은 "미국, 일본, 베네수엘라, 도미니카 공화국에서 최고의 멤버가 나와도 한국에 안우진이 있으면 비벼볼 만하다"라고 말했다.

김광현은 "한 게임을 이길 수 있냐 없느냐를 가르는 게 선발투수다. (상대 팀 공격을 선발투수가) 점수를 안 주고 막으면 어떻게든 우리가 1점, 2점 짜내서 이기면 된다. 지금은 그게 안 된다"라며 현재 한국 대표팀에 에이스급 선발투수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안우진이 KBO리그에서 보여준 퍼포먼스를 고려하면 국가대표팀 감독과 레전드 에이스들이 왜 그에게 기대를 거는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2018년 넥센(현 키움)의 1차 지명을 받고 프로무대에 입성한 안우진은 2021년 21경기 8승 8패 평균자책점 3.26으로 잠재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안우지는 2022년 KBO리그 최고의 투수로 우뚝 섰다. 그는 30경기 15승 8패 평균자책점 2.11을 기록하며 생애 첫 골든글러브의 영광을 안았다. 196이닝 동안 기록한 224탈삼진은 KBO리그 단일 시즌 2위(1위 아리엘 미란다 225탈삼진)이자 '무쇠팔' 故최동원(223탈삼진)을 뛰어넘는 국내 투수 역대 1위 기록이었다.

2023년에도 24경기 9승 7패 평균자책점 2.39, 150⅔이닝 164탈삼진으로 활약을 이어가던 안우진은 오른쪽 팔꿈치 내측 인대파열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에 마감했다. 이후 토미 존 수술(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은 안우진은 사회복무요원으로 입대해 병역의무를 소화하고 있으며 올해 9월 소집 해제 예정이다.


안우진이 입대 전 2시즌 동안 보여준 모습은 명실상부 'KBO리그 넘버원 에이스'였다. 최고 160km/h, 평균 150km/h 이상을 찍는 강력한 패스트볼은 메이저리그 투수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 무엇보다도 최대의 강점은 이러한 구속을 경기 후반까지도 유지할 수 있는 스태미너다. 한 경기를 책임질 수 있는 '에이스'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다.

뛰어난 실력에도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 못한 이유는 '학교 폭력' 전력 때문이다. 휘문고 시절 야구부 내 학교폭력 사건에 연루된 그는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 스포츠공정위원회에서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았다. 이에 따라 안우진은 대한체육회 소관인 올림픽과 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는 뛸 수 없다.

WBC 대한체육회 징계의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에 대표팀 발탁에 제약은 없다. 하지만 2023년 WBC 대표팀 명단 발표 당시 KBO 기술위원회는 "기량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국가대표의 상징적인 의미, 책임감, 자긍심을 고려해서 최종 30명을 선정했다"고 밝히며 안우진을 명단에 뽑지 않았다. 류지현 감독이 말한 '공감대 형성'이 당시에는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잇따른 국제대회 조기 탈락으로 분위기가 바뀌긴 했으나 이번에도 모두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것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부분은 안우진의 몸 상태다. 토미 존 수술에서 재활 중인 안우진이 복귀와 동시에 부상 전 보여줬던 압도적인 기량을 되찾을지는 미지수다.


키움 구단의 입장도 신중할 수밖에 없다. 지난 2시즌 연속 최하위에 머문 키움은 올해도 리빌딩에 중점을 두고 시즌을 운영할 전망이다. 안우진이 소집해제 후 9월에 돌아온다고 해도 키움은 즉시 전력으로 투입하는 대신 2026년 복귀에 초점을 맞추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리빌딩을 마치고 본격적으로 다시 가을야구와 대권 도전을 위해서는 2026년 완전히 제 모습을 되찾은 안우진이 필요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3월에 열리는 WBC 대회에 안우진이 참가하는 것은 키움 입장에서는 매우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KBO의 입장 역시 난처하다. 2022년 최고의 활약을 펼친 안우진을 2023 WBC 대회에 발탁하지 않았던 과거의 결정을 뒤집고 이제 와서 그를 대표팀으로 불러들이는 것도 쉽지 않다. 팬들 역시 대표팀 선수의 기준을 '성적'만 놓고 봐야 한다는 의견과 '명예'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선다.


국제대회만 다가오면 안우진의 이름이 수면 위로 떠오르는 것은 그만큼 한국 대표팀이 '에이스'에 목이 마르고, 그가 이러한 아쉬움을 채워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표팀에 안우진이 '반드시 필요한가'는 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안우진은 분명히 뛰어난 에이스의 자질을 갖췄지만, 국제대회는 단 1명의 에이스로 모든 경기를 치를 수는 없다. 한국 야구 황금기의 시작을 알렸던 2006 WBC에서는 박찬호, 손민한, 서재응, 김선우,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류현진, 김광현, 봉중근, 송승준, 장원삼, 2009 WBC 에서는 앞선 두 대회의 선발진에 윤석민까지 베네수엘라전 인생투를 펼치는 등 여러 명의 선발투수가 고르게 제 몫을 다했다.



지난해 프리미어12 대회는 원태인, 손주영, 문동주 등이 부상으로 낙마하면서 최상의 선발진을 꾸리지 못했다. 다가올 2026 WBC에서 이 선수들을 비롯해 국제대회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줬던 이의리, 그리고 이정후가 언급했던 베테랑들이 경쟁력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선발진 고민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WBC 대회 특성상 대표팀에 발탁할 수 있는 한국계 선수들도 좋은 대안이다. 지난 WBC 대회에서 불안정한 입지 때문에 출전을 고사했던 미치 화이트는 올 시즌 SSG 랜더스 유니폼을 입고 한국 무대를 밟을 예정이다. KBO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충분히 대표팀 선발을 고려할 만하다. 엉덩이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데인 더닝 역시 좋은 선발 자원이다. 한국계 빅리거뿐만 아니라 지난해 트리플A에서 선발투수로 좋은 모습을 보여준 최현일도 후보군이 될 수 있다.




류지현 감독은 '최상의 전력'과 '모두의 공감대 형성'을 말했다. 2026 WBC를 앞두고 다시 화두에 오른 안우진 딜레마와 선발진 고민을 류지현 감독과 KBO 전력강화위원회가 어떻게 풀어나갈지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뉴스1, OSEN, SSG 랜더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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