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선발 고민 해결? 왼팔에 '같은 피' 한글 문신 새긴 한국계 빅리거, 2G 연속 2이닝 무실점 쾌투→커리어로우 딛고 반등 예감
입력 : 2025.02.27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한국계 메이저리거 데인 더닝(31·텍사스 레인저스)이 2경기 연속 쾌투 행진을 펼쳤다.

더닝은 27일(이하 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굿이어의 굿이어 볼파크에서 열린 2025 메이저리그(MLB) 시범경기 클리블랜드 가디언스전에 팀의 2번째 투수로 등판해 2이닝 3탈삼진 무실점 퍼펙트 투구로 승리투수가 됐다. 텍사스는 5회 4득점 빅이닝을 앞세워 7-4로 클리블랜드를 이겼다.

더닝은 텍사스가 0-1로 뒤진 4회 말 선발투수 네이선 이볼디에게 마운드를 넘겨받았다. 선두타자 카를로스 산타나와 풀카운트 승부 끝에 중견수 뜬공으로 첫 아웃카운트를 잡은 더닝은 다음 타자 카일 만자르도를 3구 만에 3루수 파울 뜬공으로 손쉽게 처리했다. 가브리엘 아리아스를 상대로는 0-2 유리한 카운트를 만든 뒤 낮게 떨어지는 슬라이더로 헛스윙 삼진을 잡아 삼자범퇴 이닝을 가져갔다.

텍사스는 5회 초 공격에서 카일 히가시오카, 저스틴 포스큐, 닉 아메드, 알레한드로 오수나까지 4명의 타자가 연속으로 적시타를 터뜨려 승부를 4-1로 뒤집었다.

타선의 든든한 지원을 받은 더닝은 5회 말 존켄시 노엘과 오스틴 헤지스를 연속으로 루킹 삼진 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마지막 타자 앙헬 마르티네스에게는 낮은 코스 체인지업을 던져 비거리 372피트(약 113.4m)의 큰 타구를 허용했으나 중견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2이닝을 깔끔하게 지웠다.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지난 22일 캔자스시티 로열스전에서 2이닝 1피안타 2탈삼진 호투를 펼쳤던 더닝은 클리블랜드전까지 2경기 연속 무사사구,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며 쾌조의 출발을 보였다.


한국인 어머니 미수 더닝(한국명 정미수)과 미국인 아버지 존 더닝 사이에 태어난 '한국계 2세'인 더닝은 2016년 MLB 신인 드래프트서 1라운드 전체 29순위의 높은 지명 순번으로 워싱턴 내셔널스에 입단했다.

2016년 12월 워싱턴이 애덤 이튼을 영입하기 위해 단행한 3대1 트레이드(더닝, 루카스 지올리토, 레이날도 로페즈)를 통해 시카고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더닝은 2020년 빅리그 데뷔의 꿈을 이루며 7경기서 2승 무패 평균자책점 3.97로 가능성을 보여줬다.


2020년 12월 다시 한번 트레이드로 텍사스 유니폼을 입게 된 더닝은 2021년 27경기(선발 25경기) 5승 10패 평균자책점 4.51, 2022년 29경기 4승 8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하며 꾸준히 경험치를 쌓았다.

더닝은 2023년 35경기(선발 26경기) 12승 7패 평균자책점 3.70으로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내며 마침내 잠재력을 터뜨렸다. 데뷔 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무대까지 밟은 더닝은 3경기(2⅓이닝) 무실점으로 힘을 보태며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그해 득남까지 한 더닝은 그야말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기쁨은 잠시뿐이었다. 더닝은 지난해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어깨 통증으로 부상자명단(IL)을 오가며 26경기(선발 15경기) 5승 7패 평균자책점 5.31로 주춤했다. 부진한 성적으로 연봉도 332만 5,000달러에서 266만 달러로 20%나 삭감되는 쓴맛을 봐야 했다.

절치부심한 더닝은 2025시즌 반등을 위해 변화를 시도했다. 텍사스 지역 매체 '댈러스 모닝 뉴스'는 '더닝은 지난 오프시즌 식단을 조절하며 체중을 두 자릿수로 감량했다. 체지방은 4~5%대로 줄이고 근육량을 5% 늘려 마운드에서 더 효과적인 투수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매체에 따르면 더닝은 "지난해 안 좋은 일들이 많았다. 그런 일들을 기억에서 지우고 스스로 바로 잡으려 노력했다"고 털어놨다.


더닝이 2023년의 모습을 회복한다면 202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을 앞둔 한국 대표팀에게도 호재가 될 수 있다. WBC서 3회 연속(2013, 2017, 2023년) 1라운드 탈락의 수모를 겪은 한국은 다가올 2026년 대회에는 최상의 전력을 구성해 명예 회복에 나설 전망이다. 만약 현역 메이저리거인 더닝이 한국 대표팀에 합류한다면 최근 국제대회에서 약점으로 지적됐던 선발투수 고민이 해결된다.

앞서 2023 WBC를 앞두고 태극마크를 달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던 더닝은 고관절 수술로 대표팀 합류가 불발된 경험이 있다. '어머니의 나라'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더닝은 부상이나 팀 내 입지에 영향이 없다면 2026 WBC 참가를 원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왼팔에 한글로 '같은 피'라는 문신을 새긴 '한국계 빅리거' 더닝이 2025시즌 반등에 성공하고 2026 WBC 무대에서 한국 대표팀 투수로 마운드에 오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OSEN, 텍사스 레인저스 SNS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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