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럴 수가' 152억 포수가 자동문이라니...1이닝 5도루 허용→도루저지율 8.3%, 무너진 최고 안방마님의 자존심
입력 : 2025.04.1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현역 최고 포수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 양의지(38)가 '1이닝 5도루' 기록 허용의 불명예를 썼다.

양의지는 강민호(삼성 라이온즈)와 더불어 10년 이상 KBO리그 최고의 포수로 군림하고 있는 선수다. 뛰어난 타격 능력은 물론이고 영리한 투수 리드와 탄탄한 수비력까지 갖춘 공수 겸장 안방마님으로 오랜 기간 활약을 이어왔다.

도루저지 능력도 양의지의 강점 중 하나였다. 그는 NC 다이노스에서 뛰었던 2020년부터 두산 복귀 첫해였던 2023년까지 매 시즌 34%가 넘는 도루저지율(42.9%-34.8%-42.2%-37.8%)을 기록했다.

지난해부터 이상 신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024시즌 양의지는 도루저지율 13.6%(51허용/8저지)로 데뷔 후 가장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가장 낮았던 도루저지율은 풀타임 주전 첫 해인 2010년 24.8%인데, 이보다 거의 절반 가량 낮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다. 도루저지뿐만 아니라 포일(8개)도 2012년(9개) 이후 2번째로 많이 저질렀다. 886이닝을 소화한 2012년보다 약 200이닝 가량 적은 이닝(608⅓이닝)서 포수마스크를 쓰고 기록한 성적이었다.

지난해 수비 이닝에서 기준(720이닝)에 미치지 못해 골든글러브 후보에서 제외된 양의지는 올 시즌 '리그 최고 포수'로서 자존심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시즌 초반 '안방마님'으로서 양의지의 존재감은 예전만 못하다. 13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103이닝을 소화하며 포일 공동 1위(2개)이며, 도루저지율은 8.3%(11허용/1저지)로 지난해보다 더 낮아졌다.


10일 한화 이글스전에서는 자존심을 제대로 구겼다. 6회 한 이닝에만 무려 5번의 도루를 헌납하며 '자동문' 신세가 됐다. 1이닝 5도루는 KBO리그 역대 6번째이자 1990년 6월 6일 LG 트윈스가 해태(현 KIA) 타이거즈전에서 달성한 이후 35년 만에 처음 나온 기록이다. 포수에게는 불명예인 기록의 주인공이 양의지가 된 것이다.

양의지가 흔들리기 시작한 것은 이중도루를 허용하면서부터였다. 6회 초 1사 1, 3루에서 문현빈이 2루 도루를 시도하자 양의지는 이를 간파하고 일어나서 공을 받은 뒤 2루로 던졌다. 그러나 원바운드로 날아간 송구는 문현빈의 슬라이딩보다 늦었고, 그 사이 3루 주자 에스테반 플로리얼이 홈을 훔쳐 선취점을 올렸다.


노시환이 볼넷을 골라 1사 1, 2루가 된 상황에서 채은성의 타석 때 2루 주자 문현빈이 3루를 훔쳤지만, 양의지는 리드폭이 큰 1루 주자를 견제하느라 3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이어 발이 느린 1루 주자 노시환마저 2루에 걸어서 들어갈 정도로 여유 있게 도루에 성공했다.

잭로그에서 이영하로 투수가 바뀐 뒤에도 양의지는 한화의 주자들을 막지 못했다. 2사 1, 3루서 대주자로 투입된 이원석이 2루 도루를 노릴 때 3루 주자를 의식한 듯 3루로 공을 던지지 못했다. 한화의 발야구에 호되게 당한 두산은 결국 2-7로 패하며 2연패에 빠졌다.


도루 허용을 온전히 포수 책임으로 돌리기는 어렵다. 오히려 비중을 따지자면 타이밍을 뺏긴 투수의 책임이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양의지도 나이를 들어감에 따라 수비력도 예전 같지 못하다는 평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누상에 나간 주자들은 과거 강견으로 이름을 날렸던 양의지의 명성에 더 이상 주눅들지 않는다. 어느새 도루저지율이 한 자릿수대로 떨어진 양의지는 남은 시즌 '자동문' 오명을 벗고 '최고 포수'의 자존심을 되찾을 수 있을까.


사진=뉴스1, 뉴시스, 한화 이글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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