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PORTALKOREA] 오상진 기자= 시즌 초반 부진은 더 높이 반등하기 위함이었을까. 한화 이글스 외국인 타자 에스테반 플로리얼(28)이 완벽히 살아나며 팀의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
플로리얼은 17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원정경기에 2번 타자-중견수로 선발 출전해 결승타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 1도루로 맹활약했다. 철벽 불펜을 앞세운 한화는 SSG를 4-2로 꺾고 4연승을 질주, 승률 5할(11승 11패)을 달성하며 공동 5위(SSG 9승 9패)로 뛰어올랐다.
플로리얼은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박찬호 닮은꼴' 미치 화이트에게 첫 피안타 기록을 안겼다. 1회 초 1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화이트를 상대한 플로리얼은 파울을 4개나 만들며 끈질긴 승부를 펼친 끝에 7구째 153km/h 패스트볼을 밀어 쳐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안타를 기록했다. 문현빈이 삼진으로 물러난 2사 1루 상황에서 플로리얼은 노시환의 타석 때 2루를 훔쳐 득점권 밥상을 차렸다. 하지만 노시환이 삼진을 당하며 기회가 날아갔다.
4회 선두타자로 나와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난 플로리얼은 다음 타석에서 아쉬움을 만회했다. 한화가 1-2로 뒤진 5회 초 2사 2, 3루 찬스서 플로리얼은 이로운의 초구 커브를 받아쳐 주자를 모두 불러들이는 2타점 역전 적시타를 터뜨렸다. 이 안타로 패전 위기에 몰렸던 류현진(5⅓이닝 6피안타 2실점)은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플로리얼의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은 한화는 7회 초 최인호의 1타점 2루타로 4-2까지 달아났다. 류현진이 내려간 뒤 마운드를 이어받은 박상원(⅔이닝), 조동욱(1이닝), 정우주(1이닝), 김서현(1이닝)이 무실점 완벽투를 펼쳐 한화는 2점 차 리드를 지키고 4연승에 성공했다.

지난해 12월 한화와 총액 85만 달러(계약금 5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인센티브 10만 달러)의 계약을 맺고 한국 무대로 향한 플로리얼은 메이저리그(MLB) 명문 구단 뉴욕 양키스의 '특급 유망주 출신'이라는 이력으로 주목받았다. 그는 2019시즌을 앞두고 매긴 유망주 순위에서 MLB파이프라인, 베이스볼아메리카, 팬그래프 등이 선정한 양키스팀 내 유망주 1위로 큰 기대를 받았다.
빠른 스피드와 준수한 파워, 넓은 수비 범위와 강한 어깨를 갖춘 플로리얼은 '5툴 플레이어' 잠재력을 MLB 무대서 펼치지 못했다. 2020년 빅리그에 데뷔한 그는 지난해까지 통산 84경기 타율 0.192 4홈런 22타점 8도루 OPS 0.620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거뒀다. 마이너리그에서는 달랐다. 통산 745경기 타율 0.265 111홈런 415타점 172도루 OPS 0.808로 펄펄 날았다. 2023년 트리플A에서는 101경기 타율 0.284 28홈런 79타점 25도루 OPS 0.945를 기록, 20홈런-20도루를 달성하기도 했다.

플로리얼은 시범경기 8경기서 타율 0.400(20타수 8안타) 2타점 4득점 1도루 OPS 0.985를 기록하며 순조롭게 KBO리그에 적응하는 듯했다. 그러나 정규시즌이 시작되자 거짓말처럼 방망이가 식어버렸다. 수비와 주루에서도 황당한 실수를 저지르며 팀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부진이 이어지자 한화 팬들 사이에서는 2023년 22경기서 단 1개의 홈런도 때리지 못하고 타율 0.125(80타수 10안타) 8타점 OPS 0.337의 부진 끝에 방출된 브라이언 오그레디가 떠오른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공교롭게도 플로리얼은 17일까지 시즌 22경기를 치러 오그레디가 퇴출 전까지 소화한 경기 수에 도달했다. 현재까지 플로리얼의 성적은 22경기 타율 0.261(88타수 23타점) 1홈런 16타점 4도루 OPS 0.736으로 아주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시즌 첫 11경기와 최근 11경기를 비교해 보면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지난 4일까지 11경기를 소화한 플로리얼은 타율 0.103(39타수 4안타) 7타점 OPS 0.376으로 리그 최악의 타자 중 한 명이었다. 이후 11경기에서는 타율 0.388(49타수 19안타) 1홈런 9타점 OPS 1.027로 완벽히 반등했다. 1할대가 무너질 뻔했던 타율은 어느덧 2할 중반대까지 올라왔다.
플로리얼의 성적이 바닥을 찍었던 4일까지 한화도 11경기서 3승 8패(승률 0.273)로 최하위에 머물렀다. 이후 11경기에서는 8승 3패로 무서운 상승세를 타며 승률 5할을 회복하고 중위권 싸움에 뛰어들었다. 독수리의 상승세에 날개를 단 플로리얼의 활약에 이제는 '교체'가 아닌 '여권을 뺏어야 한다'는 여론이 일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1, 한화 이글스 제공